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이규리 시집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이규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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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저마다의 사연으로 내파(內波)되어 있는 삶의 실제 상황들”을 하나의 중심으로 환원하는 보편성에 저항하며 각 존재의 개별성을 확보해왔던 이규리 시인의 세번째 시집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가 문학동네시인선 54번으로 출간되었다. 『뒷모습』(2006) 이후 8년 만에 펴낸 이번 시집에는 일종의 독특한 미학으로 담백함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시 쉰여덟 편이 묶여 있다. 관성적으로 스쳐지나가기 쉬운 사소한 풍경에서 포착한 삶의 비의를 개성적인 시적 풍경으로 재구성했던 시인의 애정 어린 관찰력은 이번 시집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시인은 언어가 주는 소통의 착시 효과를 경계하면서 시로 재구축할 수 있는 삶의 진실을 섬세하게 더듬어나간다.
저자

이규리

저자이규리는1955년경북문경에서태어났다.계명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1994년『현대시학』을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앤디워홀의생각』『뒷모습』이있다.

목차

목차
시인의말
1부돌려주시지않아도됩니다
생일
특별한일

펭귄시각
저,저,하는사이에
해마다꽃무릇
내색
몸이커서수박,
수레국화
그늘의맛
결혼식
나무가나무를모르고
초록물결사?이드문드문비치는보랏빛오동꽃보며
껍질째먹는사과
뭐,그냥간다
국지성호우
벚꽃이달아난다
달빛했으므로
우리는그곳을2층이라부른다
당신이라는모든매미
2부빌려온빛에지나지않습니다
커다란창
때가되면
허공은가지를
폭우
유리의집
많은물
뒹구는대갈통
저푸른초원
가출
펭귄들
조등(弔燈)
동파
풍경
공중무덤
관광버스
분교

대구선(線),
파계사에서생각이
3부멀리있는것에관하여서입니다
꽃피는날전화를하겠다고했지요
웃지마세요당신,
선물
11월
사라진왕국
꽃나무의미열
예의
아직도숨바꼭질하는꿈을꾼다
봉봉한라봉
변두리
청송사과
들어내다
나의고전주의
현관문나서다가
어느날라디오에서
비유법
선글라스
락스한방울
불안도꽃
해설|러블리규리씨
|박상수(시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시인의말
어떤그림속의도마뱀은
그림에서나와다시그림으로돌아간다
그런데그냥돌아가는것이아니다
내시가시에서나와
시로돌아갈수있을까마는
그렇게된다면
나온곳으로는돌아가지않기를바란다
2014년봄
이규리

●편집자의책소개
“여긴아직내색에무심하다
그러니꽃이여,그저네마음으로오면되겠다”
―지상의존재들이빚어내는삶의비의에응답하는따뜻한시선
『최선은그런것이에요』
“저마다의사연으로내파(內波)되어있는삶의실제상황들”을하나의중심...
시인의말
어떤그림속의도마뱀은
그림에서나와다시그림으로돌아간다
그런데그냥돌아가는것이아니다
내시가시에서나와
시로돌아갈수있을까마는
그렇게된다면
나온곳으로는돌아가지않기를바란다
2014년봄
이규리

●편집자의책소개
“여긴아직내색에무심하다
그러니꽃이여,그저네마음으로오면되겠다”
―지상의존재들이빚어내는삶의비의에응답하는따뜻한시선
『최선은그런것이에요』
“저마다의사연으로내파(內波)되어있는삶의실제상황들”을하나의중심으로환원하는보편성에저항하며각존재의개별성을확보해왔던이규리시인의세번째시집『최선은그런것이에요』가문학동네시인선54번으로출간되었다.『뒷모습』(2006)이후8년만에펴낸이번시집에는일종의독특한미학으로담백함을완성해가는과정을보여주는시쉰여덟편이묶여있다.관성적으로스쳐지나가기쉬운사소한풍경에서포착한삶의비의를개성적인시적풍경으로재구성했던시인의애정어린관찰력은이번시집에서더욱빛을발한다.시인은언어가주는소통의착시효과를경계하면서시로재구축할수있는삶의진실을섬세하게더듬어나간다.
그가커피숍에들어섰을때
재킷뒤에세탁소꼬리표가그대로달려있었다
여기까지오는동안
왜아무도말해주지못했을까
그런때가있는것이다
애써준비한말대신튀어나온엉뚱한말처럼
저꼬리표탯줄인지모른다
그런때가있는것이다
상견례하는자리에서
한쪽인조속눈썹이떨어져나간것도모르고
한껏고요히앉아있던일
각기지닌삶이너무진지해서
그일누구도말해주지못했을것이다
저,저,하면서도말하지못했을것이다
7년간의연애를덮고한달만에시집간이모는
그7년을어디에넣어갔을까
그런때가있는것이다
아니라아니라못하고발목이빠져드는데도
저,저,하면서
아무말도아무말도할수없는그런때가
있는것이다
-「저,저,하는사이에」전문
이규리가포착한삶의순간은씁쓸한웃음을남긴다.말의무력함을경험하면서,그저목격하고바라보아야만하는삶의순간이있음을인정하는시인의‘담담한현실주의’는,아프다고말하지않음으로써말해지지않은슬픔을더욱돋보이게한다.“상견례하는자리에서/한쪽인조속눈썹이떨어져나간것도모르고/한껏고요히앉아있”는,이우스꽝스러운상황에서“각기지닌삶이너무진지해서”그저“저,저,”망설일뿐“말해주지못”하는때.삶의불가항력과외로움을경험해본사람이라면고개를끄덕일수밖에없는쓸쓸함이담담한어조에배어있다.“숨이차서,또어찌할수없어서,일렁이는마음감추려또괜한말을하는”‘당신’의아픈몸을가만히받쳐주면서시인은“저꽃이름이뭐지?”라고말을반복하는‘당신’의안색에활짝핀고통을느낀다.(「해마다꽃무릇」)
그날따라정신없이웃었어요그러다가문득
이래도되는지
옆을돌아보았어요
예의가아니었나요
예의는지나치면안되는것이라하고
너무가두어도어긋나는것이라하니
예의는예의를말할수없는거겠어요
아무도웃지않을때웃는건
그야말로예의가아니겠죠
하필그날,왜옆에있던대형유리가깨졌던걸까요
미안해요너무크게웃어서
슬픈다른사람생각을못해서
파편들은극명하게아픔을말해주었어요
웃음은그렇게하는게아니라는듯
아마그날,
우리는웃지않아야할때크게웃었던거지요
-「예의」전문
해설을쓴시인이자문학평론가박상수는이규리시인은“자기웃음조차객관적시선으로되살피며사태와그사태를둘러싼관계들을전체맥락에서고려”하고있으며자신과아무런관계없는우연조차“자신의몫으로감당하며미안함을느끼는이런화자의모습이오래우리를돌아보게”한다고말한다.“세상의슬픈사람을생각하지못하고혼자웃었던걸미안해하는마음이바로시인의마음”일거라면서말이다.
한줄문틈을그은불빛이빗장같아
불켜진아이방앞에서서
늦은시각을벌컥열지못하겠다
자주먼곳을향하는아이를훔쳐볼때
슬그머니끼이던낯선공기
백합나무도제가피운꽃등은못보겠지
내가짚어볼수없는저아이의미열은
이제나무의것일까
-「꽃나무의미열」부분
백합나무는tuliptree라고도하며나무상단에튤립모양의연둣빛을띤노란색꽃이핀다.나무는키가큰데꽃은위를향하고있어아래서는좀처럼꽃을보기어렵다.이는존재에대한탁월한비유로읽힌다.자식과부모는혈연으로맺어진누구보다긴밀한사이이지만그럼에도서로의삶을대신살아줄수없다.스스로자기의존재를책임져야만하는고독,시인은그아이의“쓸쓸한먼길”을이해하고있다.아무일도없었다는듯태연하게방문을열고나오는아이에게“또짐짓이마를짚으며/음,음,날씨얘기나꺼낼지도모른다”고말하는사려깊은배려가서로에게보낼수있는‘최선’의노력은아닐지시인은가만히되묻는다.
“어떤나라에‘눈사람택배’라는게있다하네요/눈이내리지않는남쪽지방으로/북쪽지방눈사람을특수포장해보낸다해요//선물도그쯤되면신비아닌지요/받을때눈부시지만녹아스스로자랑을지우니/애초에부담마저덜어줄걸헤아렸겠지요//다시돌아간다면그리살고싶네요/언젠가녹을것을짐작하면서도/왜손가락을걸었던지요//(…)//그런선물이라면//그런아득함이라면”(「선물」)이라는구절처럼,우리는녹을것을알면서도손가락을걸고는하지요.그것이우리의마음을아리게하지만,저는끝까지그렇게생각하지는않을래요.당신의시집이우리에게선물처럼도착해서이렇게녹아없어지지만,여기엔이런것이바로삶이라는,당신의수긍과지혜와안부와토닥임이감추어져있기때문이죠.
―박상수해설「러블리규리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