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 1

자전거여행 1

$16.00
Description
김훈의 두 바퀴 자전거로 떠난 여행의 정수
김훈 산문의 정수가 담긴 『자전거여행』제 1권. 몸과 마음과 풍경이 만나고 갈라서는 언저리에서 태어나는 김훈 산문의 정수가 담긴 책이다. ‘나는 사실만은 가지런히 챙기는 문장이 마음에 듭니다’라고 말한 바 있는 그의 아름다운 언어를 만나볼 수 있다.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멀리하고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하려는,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정확한 사실을 지시하는 그의 언어로 표현해낸 자전거 여행길을 어떨까.

엄격히 길에 대해서, 풍경에 대해서만 말하는 그의 글 속에는, 그 어떤 글보다 더욱 생생하게 우리 삶의 모습들이 녹아 있다. 오징어 고르는 법, 광어 고르는 법을 이야기하고, 좋은 소금을 채취하는 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시 쓰는 ‘김용택씨’가 가르치는 섬진강 덕치마을 아이들의 소박한 생활들을 이야기한다. 책에는 길과 풍경과 우리네 삶의 모습이 김훈의 사실을 직시하는 날카롭지만 따뜻한 언어로 되살아난다.
일체의 평가나 감상 없이 있는 그대로를 서술한 그의 글은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우리가 사는 마을 곳곳을 생생한 사진으로도 덧붙여 김훈의 언어에 풍성함을 더했다. 여수 돌산도 향일암, 남해안 경작지, 여수의 무덤들, 양양 선림원지 등 김훈이 떠난 길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나라 곳곳에 묻어나는 정취와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김훈

1948년5월「경향신문」편집국장을지낸언론인이자소설가다.김광주의아들로서울에서태어났다.고려대정치외교학과에입학해영문과로2년만에전과했으나군복무를마친뒤중퇴했다.1973년부터1989년말까지「한국일보」에서기자로일했다.이후「시사저널」사회부장,편집국장,심의위원이사,「국민일보」부국장및출판국장,「한국일보」편집위원,「한겨레신문」사회부부국장으로재직했다.「한국일보」에재직할당시1986년5월부터1989년5월까지3년간박래부기자와함께〈문학기행-명작의무대〉를연재했으며,이때연재한기사를묶어『김훈-박래부의문학기행』을출간했다.1994년『빗살무늬토기의추억』을「문학동네」에발표하며47세의나이에소설가로데뷔했다.2004년부터는전업작가로활동하고있다.2001년『칼의노래』를출간한뒤본격적으로이름을알렸다.같은해제32회동인문학상을수상한이작품으로평단과독자에게서호응을얻으며동시대를대표하는작가중한명으로자리매김했다.2004년에는「화장」으로이상문학상을수상했고,2005년에는「언니의폐경」으로황순원문학상을,2007년에는장편소설『남한산성』으로대산문학상을받았다.시인이자문학평론가인남진우는‘문장가라는예스러운명칭이어색하지않은우리세대의몇안되는글쟁이중의하나’라고평하기도했다.한국어의아름다움을살린특유의유려하면서도간결한문체의산문으로도크게사랑받는작가다.전국의산천을자전거로여행하며쓴기행을묶은『자전거여행』,간명한필치로일상의애환을그린『라면을끓이며』등이그의대표적인산문집이다.그외에장편소설『하얼빈』,『개』,『달너머로달리는말』,『남한산성』,『공터에서』,『현의노래』,『강산무진』,『흑산』『공무도하』,소설집『저만치혼자서』,산문집『연필로쓰기』,『풍경과상처』등을펴냈다.

목차

프롤로그
꽃피는해안선ㆍ여수돌산도향일암
흙의노래를들어라ㆍ남해안경작지
땅에묻히는일에대하여ㆍ여수의무덤들
가을빛속으로의출발ㆍ양양선림원지
마지막가을빛을위한르포ㆍ태백산맥미천골
복된마을의매맞는소ㆍ소백산의풍마을
가까운숲이신성하다ㆍ안면도
다시숲에대하여ㆍ전라남도구례
찻잔속의낙원ㆍ화개면쌍계사
숲은죽지않는다ㆍ강원도고성
숲은숨이고,숨은숲이다ㆍ광릉숲에서
나이테와자전거ㆍ광릉수목원산림박물관
여름연못의수련,이어인일인가!ㆍ광릉숲속연못에서
한강,삶은지속이다ㆍ암사동에서몽촌까지
강물이살려낸밤섬ㆍ잠실에서여의도까지
한강의자유는적막하다ㆍ여의도에서조강까지
흐르는것은저러하구나ㆍ조강에서
고기잡는포구의오래된삶ㆍ김포전류리포구
전환의시간속을흐르는강ㆍ양수리에서다산과천주교의어른들을생각하다
노령산맥속의IMFㆍ섬진강상류여우치마을
시간과강물ㆍ섬진강덕치마을
꽃피는아이들ㆍ마암분교
빛의무한공간ㆍ김포평야
만경강에서ㆍ옥구염전에서심포리까지
도요새에바친다ㆍ만경강하구갯벌
바다한가운데를향해나아가는자전거ㆍ남양만갯벌
멸절의시공을향해흐르는´갇힌물´ㆍ남양만장덕수로
시원의힘,노동의합창ㆍ선재도갯벌
시간이기르는밭ㆍ아직도남아있는서해안의염전

책을펴내며
다시펴내며

출판사 서평

몸과마음과풍경이만나고갈라서는언저리에서태어나는김훈산문의향연!

김훈산문의정수(精髓)라할산문『자전거여행』이재출간되었다.
언젠가그는“나는사실만을가지런하게챙기는문장이마음에듭니다”라고말한바있다.그의언어는그렇게,언제나,사실에가까우려애쓴다.“꽃은피었다”가아니라,“꽃이피었다”라고고쳐쓰는그의언어는,의견과정서의세계를멀리하고물리적사실을객관적으로진술하려는그의언어는,화려한미사여구없이정확한사실을지시하는그의언어는,바로그때문에오히려한없이아름답다.엄격히길에대해서,풍경에대해서만말하는그의글속에는,그러나어떤이의글보다더욱생생하게우리삶의모습들이녹아있다.

그의문장속에서,길과풍경과우리네삶의모습은따로떨어져있지않다.그것들은만났다가갈라서고다시엉기어하나가되었다가또다시저만의것이된다.

봄은이산에찾아오는것이아니고이산을떠나는것도아니었다.봄은늘거기에머물러있는데,다만지금은겨울일뿐이다.

봄은숨어있던운명의모습들을가차없이드러내보이고,거기에마음이부대끼는사람들은봄빛속에서몸이파리하게마른다.봄에몸이마르는슬픔이춘수(春瘦)다.(…)죽음이,날이저물면밤이되는것같은순리임을아는데도세월이필요한모양이다.

갈때의오르막이올때는내리막이다.모든오르막과모든내리막은땅위의길에서정확하게비긴다.오르막과내리막이비기면서,다가고나서돌아보면길은결국평탄하다.

자전거를타고저어갈때,세상의길들은몸속으로흘러들어온다.(…)흘러오고흘러가는길위에서몸은한없이열리고,열린몸이다시몸을이끌고나아간다.구르는바퀴위에서,몸은낡은시간의몸이아니고현재의몸이다.

빛속으로들어가면빛은더먼곳으로물러가는것이어서빛속에선빛을만질수없었다…

꿰맨자리가없거나꿰맨자리가말끔한곳이낙원이다.꿰맨자리가터지면지옥인데,이세상의모든꿰맨자리는마침내터지고,기어이터진다.

언젠가그는“나는몸이입증하는것들을논리의이름으로부정할수있을만큼명석하지못하다”고말한바있다.그의산문이명문인것은,상념이아닌몸으로쓴글들이기때문이아닐까.
그는글속에서,오징어고르는법,광어고르는법을이야기하고,좋은소금을채취하는법에대해서이야기한다.시쓰는“김용택씨”가가르치는섬진강덕치마을아이들의소박한생활들을이야기한다.

인수는할머니품에서자랐다.인수네할머니는작년에돌아가셨다.인수는많이울었다.‘우리할머니가돌아가셨다.내마음은슬프다.나는정말로슬프다’라고인수는그날일기에썼다.인수는할머니가돌아가신뒤좀시무룩한아이가되었다.점심시간에도혼자서밥을먹는다.(…)
은미네할머니무덤은학교가는길산비탈에있다.학교에서짓궂은남자아이들이은미를지분거리고귀찮게굴면,은미는집으로돌아가는길에할머니무덤에들러서그못된녀석들의소행을다할머니한테일러바치고막운다.요즘엔은미의마음이좀열렸다.슬픔이다소누그러졌는지친구들하고잘놀고아이들도이제는은미를지분거리지않는다.은미는그동안정말로고생많았다.

일체의평가나감상없이,있는그대로를서술한후,그는덧붙인다.

마암분교이야기는한도없고끝도없다.전교생17명인이작은학교에서는매일매일의생활속에서매일매일의새로운이야기들이샘솟아오른다.날마다새로운날의새로운이야깃거리가있다.삶속에서끝없이이야기가생겨난다.이얼마나아름답고신나는일인가.봄에는봄의이야기가있고아침에는아침의이야기가있다.없는것이없이모조리다있다.사랑이있고죽음이있고가난과슬픔이있고희망과그리움이있다.세상의악을이해해가는어린영혼의고뇌가있고세상을향해뻗어가는성장의설렘이있다.여기가바로세상이고,삶의현장이며,삶과배움이어우러지는터전이다.

그가길과풍경과계절을이야기할때,그안에는우리의삶이고스란히들어있다.비유나은유가아니라,문장그자체로우리의삶이다.풍경과우리의삶이그의문장안에서일대일로대응한다.
인문학자박웅현의말처럼,“줄을치고또쳐도마음을흔드는새로운문장들이넘쳐”날뿐아니라,책을펴들때마다다른의미로다가오는그의문장을이책에서다시금,확인한다.

자전거한대가미끄러지듯이들어오고있다.자전거위에물음표처럼몸을숙인원색의헬멧과사이클복의조화는이국적이었다.“저모던보이좀봐!”그가바로‘청년김훈’이었다.자동차와문명이통제된길들을저렇게날렵한물음의자세로탐문하며,굴리면서굴러가고,싣고가면서실려갔었구나.자전거와한몸되어다만밀고나갔었구나.밀고나가는순간길의몸이노곤하게풀리면서열렸었구나.
‘밥벌이’의가파름에서부터‘문장’을향한열망까지를넘나드는‘처사(處士)김훈’의언(言)과변(辯)은차라리강(講)이고계(誡)다.산하굽이굽이에틀어앉은만물을몸안쪽으로끌어당겨설(說)과학(學)으로세우곤하는그의사유와언어는생태학과지리학과역사학과인류학과종교학을종(縱)하고횡(橫)한다.가히엄결하고섬세한인문주의의정수라할만하다.
진정높은것들은높은것들속에서,
진정깊은것들은깊은것들속에서나오게마련인가보다.
_정끝별(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