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독일낭만주의소설은호프만으로대표된다.
그의무시무시한스토리텔링기법은‘유럽적인것’이되었다._토마스만
독일낭만주의문학을대표하는작가이자환상문학의개척자로꼽히는E.T.A.호프만의대표작『수고양이무어의인생관』이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126번으로출간되었다.이소설은허세가득한수고양이무어의자서전안에악장(樂長)크라이슬러의미스터리한전기를병치하는독특하고현대적인구성을통해,지적인풍자와아이러니를펼쳐보인다.유럽문학에서도가장예술적기교가뛰어나고유머가풍부한소설들...
독일낭만주의소설은호프만으로대표된다.
그의무시무시한스토리텔링기법은‘유럽적인것’이되었다._토마스만
독일낭만주의문학을대표하는작가이자환상문학의개척자로꼽히는E.T.A.호프만의대표작『수고양이무어의인생관』이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126번으로출간되었다.이소설은허세가득한수고양이무어의자서전안에악장(樂長)크라이슬러의미스터리한전기를병치하는독특하고현대적인구성을통해,지적인풍자와아이러니를펼쳐보인다.유럽문학에서도가장예술적기교가뛰어나고유머가풍부한소설들가운데하나로평가받고있는기이한걸작이다.
호프만의작품은환상적이고기괴한상상력으로보들레르,모파상,도스토옙스키,푸시킨,고골,포,카프카등세계적대문호들에게커다란영향을끼쳤다.또한차이콥스키,슈만,바그너,오펜바흐등오페라,발레를비롯한다양한분야의예술가들에게탁월한영감의원천이되기도했다.
작품소개
환상적이고기괴한상상력의거장
시대를앞서간천재,E.T.A.호프만
E.T.A.호프만을연구하는학자들이궁금해하는점중하나는,법조인으로서직분을소홀히하지않으면서도어떻게그토록중요한작품들을그렇게많이창작할수있었는지다.그는법조계집안에서태어나법학을전공했으며,나폴레옹의진군으로잠시관직을잃었던시기를제외하면죽을때까지법조인으로일했다.낮에는관직에근무하고밤에는창작에몰두하며일생동안예술과직업,환상과현실사이의이중생활을영위한것이다.
가풍을이어법관이되긴했으나,호프만은여러예술방면에서눈부신재능을보였다.음악에조예가깊어실내악곡과피아노곡,교향곡과미사곡을남겼으며,그의오페라는독일최초의낭만주의오페라로평가받고있다.본명은에른스트테오도어빌헬름호프만이지만,그는모차르트에대한존경의표시로‘빌헬름’을‘아마데우스’로바꾸기도했다.또한그림에도뛰어나,지역사회의저명인사들을풍자하는캐리커처를그려배포한사건때문에좌천된일도있었다.『수고양이무어의인생관』원서초판본의표지역시호프만이직접그린그림이다.
그러나그의천재적재능은문학에서가장만개했다.현실과초현실을한데담고기묘한환상과사실적인세부묘사를결합한그의작품은전유럽을충격에빠뜨렸고,수많은예술가들이거기에매료되었다.발자크의『영생의묘약』과고골의『페테르부르크이야기』는호프만의소설『악마의묘약』에서직접적인영향을받았다.또한독일최초의범죄소설로꼽히는「스퀴데리양」은에드거앨런포의여러작품에적잖은영향을미쳤다.발자크의『나귀가죽』(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13)은『황금단지』와「모래사나이」에서모티프를차용했고,이작품들은앤절라카터의『호프만박사의악마적욕망기계』에도영감을제공했다.
호프만의영향력은문학에국한되지않았다.차이콥스키의유명한발레곡은호프만의단편「호두까기인형과생쥐왕」을바탕으로작곡됐다.파울힌데미트는「스퀴데리양」에서소재를차용해오페라를만들었으며,레오들리브는「모래사나이」에서캐릭터를가져와발레곡를작곡했다.바그너의오페라역시『세라피온형제들』에실린단편에서영감을얻었으며,슈만은『수고양이무어의인생관』에등장하는크라이슬러에매료되어피아노변주곡를작곡해쇼팽에게헌정했다.심지어자크오펜바흐의오페라에는아예호프만이주인공으로등장한다.
20세기로넘어오면서호프만의작품은더넓은분야에까지영향을미쳤다.프로이트는논문「두려운낯섦(DasUnheimliche)」에서「모래사나이」에등장하는트라우마와억압된심리를분석하며‘언캐니(Uncanny)’라는정신분석개념을설명했다.히치콕의영화의몇몇장면또한「모래사나이」에서영감을얻었다고하며,잉마르베리만감독은속이국적이고불가사의한요소들을호프만의소설에서차용했다말한바있다.길예르모델토로감독또한와등을만들때호프만의『황금단지』와「모래사나이」로부터영감을받았노라고밝혔다.
아이러니와유머로가득한기묘한변주곡
호프만의대표작으로꼽히는『수고양이무어의인생관』은낭만주의시대의다채로운특성이돋보이는소설로손꼽힌다.당대와후대의수많은평론가뿐만아니라작가자신도높이평가했으며,19세기전반에이미프랑스어와러시아어로번역되는등세계적인반향을얻은작품이다.
『수고양이무어의인생관』은스스로글을깨우치고학문에정진하여위대한작가가되었다고자부하는수고양이무어의자서전과,인쇄실수로함께제본되어버린악장요하네스크라이슬러의전기가교차하는형식으로구성되어있다.
이자서전의주인공인무어는회색수고양이로,“나의자아야말로모든독자에게가장흥미로운것”이라는확신에차있다.자신의위대함에대한일말의의구심도없는이자서전작가가유일하게염려하는것은어리석은세상이자신의천재성을제대로알아보지못하는것이다.무어는자신감과우월감에가득차여러수고양이청년들이자신을전범(典範)으로삼도록자서전을써내려간다고당당히밝힌다.한권내내자신의작품에감탄하고찬탄을아끼지않을후세를끊임없이의식하며천재적독창성을내세우고우매한대중은자기에게매료될것이라고떠든다.하지만잘들여다보면무어의글은모두다른이의텍스트,남의말을짜깁기한글이다.교양을쌓는답시고아무책이나닥치는대로집어삼킨다음그것으로자신을장식하는데만몰두하는것이다.이는기존사회의관습에순응하고사회적규범과타협하는교양속물에대한묘사이며,고전적문화자산을대하는독일교양시민의행태에대한패러디이기도하다.
한편파지로끼어든전기의주인공악장크라이슬러는호프만자신의자화상이라볼수있는인물이다.자아도취적인무어와달리크라이슬러는진정한천재예술가이다.그는이세상에서이방인이며,자신과세계,예술과삶,지상적존재와더높은존재사이에화해할수없는균열이있다는것도알고있지만주위세계와충돌할뿐결코타협하지않는다.크라이슬러라는인물은예술과세계의화해가불가능하다는것을보여준다.그에게예술은절대적인의미를갖는최고의원칙이다.하지만사회에서예술은종속된목적을위한수단에불과하며기껏해야오락을위해쓰일뿐이다.세계는조화와균형,협화음을요구한다.하지만예술가는이런사회의강압에불협화음으로대응하는존재다.호프만의소설에서예술가는순응하거나타협하지않으며현실과투쟁하는존재이므로,세계와의갈등을해소하기위한해결책이란존재하지않는다.
나폴레옹의침공으로관직을잃은크라이슬러는대공의악장직을맡게되자몹시기뻐했고예술속에살면서직위와예술로서마음속의악령을극복할수있으리라생각했다.그러나대공의궁정에서인간으로완성되기는커녕“몰취미한딜레탕트들의어리석은짓들을통해,인공수족인형들로가득한세계의모든미친야단법석을통해점점더제존재의비참한하찮음을깨닫게”된다.이런크라이슬러의모습은나폴레옹의진군때문에관직을잃고음악가의길로나가려고했으나결국실패한호프만본인의이력을연상시킨다.
카오스의교향악,매력적인불협화음
호프만이이책을처음출간했을때붙인제목은‘우연히끼어든파지에담긴악장요하네스크라이슬러의단편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