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성록

소현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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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오랜 시간 망각되었던 장르, 국문장편소설의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는 작품을 만난다!
이미 익숙한 불멸의 고전은 물론, 각 시대가 새롭게 찾아낸 고전들까지 가려 뽑아 그 안에 숨죽이며 웅크리고 있는 진리내용들을 다시 마주하고 이 시대의 이정표로 삼고자 하는 「한국고전문학전집」 제18권 『소현성록』. 북송 시대를 배경으로 소경(호 현성)이라는 인물의 일생과 그 자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17세기 중후반부터 등장해 조선 후기 내내 전성기를 누린 국문장편소설을 대표하는 수작이다. 국문장편소설 가운데 가장 다양한 파생작을 거느렸을 뿐만 아니라 국문장편소설이라는 장르를 넘어 영향력을 미친 유일한 작품이다.

윤리로 무장한 인물들이 뻔한 결말을 엮어낸다고 생각되는 기존의 고전소설과는 달리 오늘날의 드라마에서 볼 법한 가족 간의 각양각색의 갈등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부부싸움, 여자들 간의 질투, 남자의 바람기, 혼사 걱정, 고부간의 긴장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문제들이 조선시대에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윤리적 엄격성을 가지고 있지만 경직되거나 폭력적이진 않다. 바람직한 행실을 당위로서 강요하기보다는 인물들 간의 비교를 통해 내면화하도록 돕는데, 이는 후대의 다른 작품과 비교했을 때 유연하고 세련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미상

역자지연숙은고려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원에서고전소설을전공하여석사,박사학위를받았다.주로조선후기국문장편소설을연구하며,소설과소설의상호텍스트적관계에흥미를가지고있다.『교감본한국한문소설』(1~7권)의출간작업에참여했으며,저서로『장편소설과여와전』,공저로『열려라,말』이있다.

목차

머리말_5

소현성록

소승상본전서문_19
자운산의소처사부부_23
기이한태몽_27
유복자로태어나다_30
비범한성장과정_33
교영의유배_36
과거시험에서답안을대필하다_41
장원급제하고친구를얻다_47
교영의죽음_52
기녀때문에꾸지람을받다_59
화씨와혼인하다_63
부인을대하는태도_68
호광순무사가되다_73
윤씨를구해의남매를맺다_75
윤씨가재취로거론되지만거절하다_80
윤씨가혼인하고화씨가아들을낳다_86
석파가석공부부를달래고석소저의글을얻어오다_90
석파와의관계_94
석파가석소저를천거하다_96
화씨와석파의갈등_104
화씨를냉대하다_109
병든화씨에게훈계하다_113
화씨의병을돌보다_119
재취에대한소씨의견해_122
석소저와마주치다_125
석파는재취를부추기고화씨는투기를부리다_130
양부인모녀가석소저를만나다_134
뜻이기울다_140
혼인이정해지고길복짓는일로화씨가소씨를욕하다_144
화씨가울면서길복을지어입히다_148
석씨와혼인하다_151
화씨를배려하다_155
두부인을공정하게대접하다_159
석씨가처녀인것이알려지다_161
술을마시고석씨와동침하다_165
부인들이백화헌에서즐기다_169
석씨가친정에돌아가다_175
여씨와의혼인이정해지고석씨가길복을짓다_180
혼인날의풍경_184
여씨와혼인하다_189
부인들이부용정에서연꽃을구경하다_192
여씨가다른부인들의침실을엿보다_196
석씨가양부인을저주했다는의심을받다_198
석씨가양부인을독살하려했다는누명을쓰다_203
가짜석씨가흉악한말을하다_208
석씨를내쫓고혼서를불태우다_212
석장군이소현성을죽이려하다_218
병든석파를보살피다_221
가짜화씨가밤마다희롱하다_226
여의개용단이야기를듣다_229
가짜화씨의정체를밝히고여씨를내치다_233
석공이노여워하다_238
팔왕의중재로석참정집에서하룻밤을보내다_242
병이나서석씨를부르다_247
석씨가돌아와서병을보살피다_251
마음이풀리고병이낫다_255
강주안찰사가되다_260
왕한을개과시키다_264
가씨를구하다_267
왕한과가씨를혼인시키다_270
도화진인을꾸짖고요괴로운약을없애다_274
강주를떠나다_279
집으로돌아오다_282
석파는석씨가죽었다고속이다_285
양쪽장인장모에대한평가_290
석씨의앙금이드러나다_293
칠성참요검을얻다_296
한어사가윤씨부부를이간질하다_300
윤씨의오해가풀리다_306
적선과제자양성_312
의란당에서부인들이아들과아비의미모를따지다_314
정치에서마음이떠나다_318
지네요괴를없애다_320
양참정이세상을떠나다_323
소씨집안여인들이급제잔치에참여하다_326
소씨집안여인들이다른부인들과인사를나누다_329
마지못해내당에들어가다_334
친척끼리환담하다_336
석씨와중당에서만나다_340
단생을글선생으로삼다_342
화씨와석씨가자식을가르치는방법_345
위공에게소처사의화상을받다_349
집에서는온화하고조정에서는위엄차다_355
석씨가혼인전에글을보인것을마음에두다_358
나라에서양부인의헌수연을내리다_360
석씨가교영의죽음을눈치채다_365
화씨가주부이홍을벌하려하다_370
이홍을구하고위로하다_373
화씨를꾸짖는편지를보내다_376
소씨의가르침을받은답장에말문이막히다_379
남매가시를화답하다_385
아들들의재주를묻다_387
후일담_389

원본소현성록蘇賢聖錄_393

해설|『소현성록』의성격과위상_835
참고문헌_345

출판사 서평

생동하는인물들이빚어내는
조선판일일연속극!

수많은파생작과모방작을낳은국문장편소설의백미!


문학동네한국고전문학전집열여덟번째책,『소현성록蘇賢聖錄』이출간되었다.『소현성록』은북송시대를배경으로소경(호현성)이라는인물의일생과그자손들의이야기를다룬국문장편소설로,작자는알수없으며17세기중후반에창작된것으로추정된다.
유복자로태어난소현성이입신양명(立身揚名)하고수신제가(修身齊家)하여홀어머니양부인을영화롭게하고,화씨와석씨두아내를맞아집안을다스리는내용으로,수양에힘쓰는군자소현성과성미가급한첫째부인화씨,현숙한둘째부인석씨,엄한시어머니양부인등개성넘치는인물들이엮어내는크고작은해프닝이남다른재미를선사한다.

부부싸움,고부갈등,사랑다툼…조선판일일연속극의원류!

『소현성록』의매력은개성이뚜렷한등장인물들이만들어내는재미난에피소드에있다.고전소설은윤리로무장한인물들이뻔한결말을엮어낸다는편견을불식시키고오늘날의드라마에서볼법한가족간각양각색의갈등을생생히그려낸다.부부싸움,여자들간의질투,남자의바람기,혼사걱정,며느리선택,자식들의우열문제,고부간의긴장등,일상에서우리가흔히마주하는문제들이조선시대에도여전했음을,다양한등장인물을통해보여준다.

『소현성록』본편은소현성의일대기를따라가는에피소드식구성이다.모든에피소드는대단히의도적으로고안되고배치되어있다.(…)양부인이절개를잃었다는이유로딸교영을죽이는사건은잔인할정도로단호한양부인의성격을,소현성이남의딱한사정을듣고과거답안지를대신작성해주는사건은효를최고가치로두는소현성의성격을드러내기위해존재한다.화씨와석씨두아내가필요했던것은문제적인상황에서가부장의현명한처신을보여주기위해서이고,감정적이고경솔한화씨는이성적이고신중한석씨와대비를이루면서독자에게반면교사역할을한다.소월영의방탕하고경박한남편한학사는금욕적이고진중한소현성을돋보이게한다.
『소현성록』에서가장놀랍고빛나는점은이렇게기능적으로설정되었는데도불구하고인물들이살아움직이고생기가넘친다는사실이다.소현성,양부인,화씨,석씨,석파가독자적인내면과관점을가지고흡인력을발휘하기때문에,독자는각인물에게설득되고공감하며그의눈으로상황을새롭게바라볼수있다._해설중에서

오래도록망각되었던장르,국문장편소설

『소현성록』을비롯한국문장편소설은17세기중후반부터등장한장르로,조선후기내내전성기를누렸다.처음에는서울상층부녀만이읽었으나책을빌려주는세책가(貰冊家)를통해독자층이점점확산되고인기를얻으면서100여편이상의작품이쏟아졌다.‘장편’이란이름에걸맞게분량은짧게는10여권,길게는100여권에달했다.그러나이러한인기에도불구하고국문장편소설은20세기들어완전히망각되었다.격동의현대사에서전쟁이라는불행을겪는동안대중은물론,학자들에게도완전히잊힌것이다.
국문장편소설은1969년에야창덕궁낙선재에서새롭게발견되어‘낙선재본소설’이라는이름으로세상에알려졌다.중국을배경으로하는내용때문에중국소설로오해되다가우리작품이라는것이밝혀지면서1980년대에들어서야연구가시작됐다.이렇다보니국문장편소설자체를아는사람들은극소수연구자들뿐이었고『소현성록』도다른고전소설에비해조명을받지못했다.

삼대록계소설의효시

고전소설중에는‘~삼대록’이란이름이붙은소설이많다.『유씨삼대록』『임씨삼대록』『조씨삼대록』『한씨삼대록』등,특정가문의삼대(三代)에걸친이야기를담고있는소설을‘삼대록계소설’이라고부른다.『소현성록』은바로삼대록계소설의효시로여겨지는작품이다.『소현성록』은주인공소현성의일생을다룬본편『소현성록』과그자손들의이야기를그린속편『소씨삼대록』으로이루어져소씨가문의대소사와영화(榮華)를다루고있다.이런연작형태는삼대록계소설의특징으로,국문장편소설은『소현성록』을거치면서부터삼대록연작이라는장편의형식을갖추게되었다.
본편『소현성록』과속편『소씨삼대록』의관계에대해서는학계에여러의견이존재한다.같은작자가기획했다고보기도하고,다른작자가속편을내놓았다고보기도한다.이책을옮긴지연숙교수(고려대민족문화연구원)는『소현성록』과『소씨삼대록』은동일작자가썼다고주장하며본편『소현성록』곳곳에서『소씨삼대록』의내용을세밀하게암시하고있음을그근거로든다.주인공소현성이장차10남5녀의자녀를두고그중막내딸이황후가되리라예언하는것은물론,아들소운성이영웅이될것임을암시하고있기때문이다.이런정교한복선은같은작자의작품이아니고서는불가능하다.다만이를제대로알기위해서는『소현성록』의여러이본중선본(善本)인이대본을읽어야한다.문학동네『소현성록』은이화여자대학교도서관소장본15권15책에서본편『소현성록』만을번역한것이다.

파생작에파생작을낳다

『소현성록』은당시인기가매우높아삼대록계소설의전성기를연동시에수많은파생작을낳았다.패러디가양산된것이다.또다른고전소설『한씨삼대록』은『소현성록』의주인공소현성의누나소월영이한씨집안에시집을가서겪는일을다룬작품으로현재일부만전한다.이외에『설씨이대록』『손천사영이록』『옥선현봉소설록』『화씨팔대충의록』모두『소현성록』의파생작이다.『소현성록』이축조한세계는후대작품에서활발히복제되고재구성되었다.당시작품의인기를가늠할수있는대목이다.『소현성록』은국문장편소설중에가장많은파생작을거느린데다타장르에까지영향을끼친,수작(秀作)이며,국문장편소설을연구하기위해가장먼저읽어야할작품이기도하다.
초기대부분의국문장편소설은중국소설의영향을받아윤리적으로느슨하고자유로운분위기였다.그러나김만중같은사대부가『사씨남정기』처럼윤리의식이투철한작품을내놓자국문장편소설도이런정서를점차반영하기시작했다.『소현성록』은삼대록계소설이라는형식에가부장적유교윤리를표방하는내용을갖춰국문장편소설의전범을만들어냈다.수많은국문장편소설이있었으나형식이나재미면에서『소현성록』을능가하는작품은그뒤로나오지못했기에『소현성록』은국문장편소설의시대를연동시에가장뛰어난작품이라는평가를받는다.

■내용중에서

①부부갈등:조선판『말괄량이길들이기』

『소현성록』의에피소드중에는주인공소현성과첫째부인화씨가둘째부인을들이는문제로갈등을빚는내용이있다.이는흔히첫째부인이둘째부인을얻는것에호의적이고오히려지아비에게권장하기까지하는여타고전소설과는사뭇다르다.화씨는둘째부인을들일것이란소문에불같이화를내며소란을일으킨다.그러자가장(家長)소현성은이를제압하려냉대와무관심으로일관한다.소현성이부인을일년간본체만체하자화씨는병이나쓰러지고이에소현성은마음을고치고부인을극진히간호해준다.부부갈등의세세하고도생생한묘사는『소현성록』의쏠쏠한재미다.

화씨가크게노하여이를갈며말했다.
“만일석현의딸을데려온다면당당히찢어죽여분을풀고늙은년이천벌을받아죽는것을보겠다.”
(…)이후시랑(소현성)은외당에거처한지석달이다되도록화씨숙소를찾지않고아이가아버지를찾아와도유모를꾸짖어데려오지말라고했다.(…)시랑은겉으로만온화하고마음은쇠와돌처럼굳고가을서리처럼매서워이럭저럭예닐곱이지났다.(…)화씨는병이계속깊어져장차죽을지경에가까웠는데도시랑이아랑곳하지않자스스로죽으려했다.(…)
화씨가참지못하고소리를질렀다.
“상공이부자리는외당으로내가고여기깔지마라.”
시녀가명을듣고감히거역하지못하니시랑이천천히말했다.
“오늘은여기서자려하니이부자리를펴라.”
화씨가노여워가만히누워있지못하니시랑이마음속으로개탄해마지않았다.(…)다시화씨의말을듣지않고자기자리에편히누워자면서화씨를돌아보지않았다.화씨는(…)눈물만비처럼흘러베개에괼뿐이었다.

②애정:엄한듯다정한듯
그러나부부간에갈등만있는것은아니다.소설은은근히소현성과부인사이의다정한애정행각을보여주며여성독자들의욕구를채워준다.엄숙하고금욕적인인물로설정된소현성이뜻밖의다정한말을건네거나술에취해부인과잠자리를함께하는장면은소설의묘미중하나다.

시랑이이날녹운당에들어가화씨를보고반가워하고기뻐하며안부를물은후촛불을끄고잠자리에들었다.은정이태산같고뜻이즐거우나끝까지그리워하던말과희롱하는소리를입밖에내지않았다.시랑이화씨의잠자리에나아가함께즐기고잠깐동침하고는즉시물러나자기자리에눕고긴팔을뻗어화씨의손을잡고가만히물었다.
“해산은언제쯤하실꼬?”
화씨가부끄러워대답이없으니시랑이또웃는소리로말했다.
“너덧달떠났다가만나니새삼부끄러우신가?내생각에부인의산달이불과몇달남지않았는데집안사람들은어찌모르는가?아무튼옥동자낳으시길바라나이다.”

③절제와수신
『소현성록』의또다른재미는수신(修身)하는군자(君子)소현성의품행에있다.작품에서소현성은여색을멀리하고효에힘쓰는인물로나온다.결혼을하고도신부의신방에사흘동안들어가지않고,신부가어리다는이유로잠자리를가지지않으며오랜시간을외지에부임하고돌아와서도부인을성급히찾지않는등,기인에가까운면모를보여준다.

‘이같이어리고약한여자를두고석공이혼인을그토록서둘렀는가?이미내집사람이되었으니장성하기를기다려야겠다.어린여자와즐기는것은옳지않다.’
이렇게여러날이지났다.(…)
상서가세부인을두고는한달에열흘은서당에있고여드레는화씨에게,엿새는석씨에게또엿새는여씨에게머무니집을질서있게다스리는것이이와같았다.

이작품은이상적인간상을제시하여독자로하여금바람직한행실에대해살펴보게한다.모든사건은유교윤리에부합하는바람직한행동방식을위해존재한다.가부장제의위계질서를유지하기위해개인의욕망은통제되어야하고아내이자며느리인여성이가장큰희생을강요받는다.그러나『소현성록』은가부장인소현성도여기서예외가아니라는점을보여주고있다.
『소현성록』은윤리적엄격성을지녔으나경직되거나폭력적인작품은아니다.바람직한행실을당위로서강요하기보다는,인물들간의비교를통해내면화하도록도우며,이는후대의다른작품과비교했을때매우유연하고세련된방식이라고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