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사

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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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오에 겐자부로, 그가 처음으로 아버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하는 소설!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현대문학의 거장 오에 겐자부로가 평생에 걸쳐 완성한 걸작 『익사』. 오에 겐자부로, 그가 소설가로 살아온 오십여 년 동안 계속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마침내 소설로 만들어냈다. 오에 겐자부로는 자신이 아홉 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소설가가 되었는지 모른다고 말할 만큼 아버지란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을지, 왜 갑자기 죽어버렸을 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왔다. 언젠가 반드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지만 그만큼 수련을 쌓지 않았다고 스스로 판단하며 아껴왔던 이야기를 마침내 이번 소설에서 들려준다.

저자는 예전 작품들에 여러 번 등장했던 자신의 페르소나 조코 코기토의 입을 빌려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코기토에게는 유년 시절 강에서 아버지가 탄 배가 뒤집히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과거가 있다. 군인들과 궐기를 준비하던 아버지가 홍수로 불어난 강에 배를 띄웠다가 죽은 일은 육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상처로 남아 있다. 코기토는 아버지에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익사 소설’을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그러나 어머니가 남긴 ‘붉은 가준 트렁크’를 참고로 소설을 집필하려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아들 아카리에게 언어폭력을 저지르며 아들과의 사이도 틀어지고 만다.

한때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보았던 소년 조코 코기토는 이제 죽음이 멀지 않았다고 느끼는 노인이 되었고, 그에게는 마찬가지로 노화 탓에 신체능력이 저하되어가는 아들 아카리가 있다. 코기토는 아버지로서 장애인인 아들을 ‘산으로 오르게’ 하는 일에 대한 책임을 의식하면서도 아카리에게 심한 말을 퍼부으며 자신 역시 상처를 입는다. 코기토는 그 갈등을 극복하고 자신과 아들을 ‘산으로 올려 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 아버지와의 화해뿐 아니라 아들과의 화해 문제까지 안게 된 코기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아버지와 그, 그와 아들이라는 두 부자지간의 과제를 풀어가야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이기도 하다.
전후 일본 사회의 불안한 상황과 정치 사회적 문제에 대한 비판의식, 천황제와 군국주의 등을 주제로 많은 글을 발표하고, 국내외 여러 사회 문제에 참여해 실천하는 지식인의 면모를 보여 왔던 오에 겐자부로. 그에게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은 소설가로서 이루어야 할 평생의 과제였고, 오래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은 개인으로서 꼭 해야 할 일이었다. 아들로 살아온 시간보다 아버지로 살아온 시간이 훨씬 더 긴 저자에게 ‘아버지’와 ‘죽음’에 대해 돌아본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 전체를 돌아보는 일 그 자체였고, 결국 이번 소설 『익사』를 통해 아버지를 받아들임으로써 다시 아버지로 돌아오고자 했다.
저자

오에겐자부로

저자:오에겐자부로大江健三郞
1935년일본에히메현에서태어났다.1954년도쿄대학에입학해불문학을공부했고,특히사르트르의영향을많이받았다.도쿄대학신문에게재한단편「이상한작업」으로평론가들의호평을받았고,1958년「사육」으로아쿠타가와상을수상했다.1963년에태어난장남히카리의지적장애를계기로작품세계에큰변화를맞았다.지적장애아와의공존이작품의주요테마로자리잡았고,『개인적인체험』등많은작품을통해치유와화해의메시지를전달했다.이후히로시마원폭피해자들의증언을담은르포르타주『히로시마노트』를출간하고1960년의안보투쟁을그린『만엔원년의풋볼』,천황제와핵문제를고찰한『핀치러너조서』를발표하는등,전후일본사회의불안한상황과정치,사회적문제에대한비판의식을작품에담아냈다.솔제니친과김지하의석방운동에적극참여해실천하는지식인의면모를보여주었으며,왕성한사회활동을하는가운데서도많은소설과수필,평론을발표했다.1994년노벨문학상을수상했고,같은해일본정부가문화훈장과문화공로자상을수여하기로결정하자“나는민주주의그이상의가치를인정하지않는다”라며수상을거부했다.2002년레지옹도뇌르훈장을받았다.사회·국제문제에꾸준히목소리를내고있으며일본헌법9조를수호하는‘9조회’에참여하는등작가로서,지식인으로서반전과평화,인류공존을역설하고있다.

역자:박유하
서울에서태어나서울에서자랐다.게이오대학교와와세다대학교대학원에서일문학을전공하고,「내셔널아이덴티티와젠더―나쓰메소세키·문학·근대」로박사학위를받았다.세종대학교국제학부명예교수.동아시아역사화해연구소장.2013년에출간한책『제국의위안부』가위안부피해자의명예를훼손했다는논란을불렀고,2014년6월부터현재까지소송이진행중이다.

목차

제1부‘익사소설’
서장농담
제1장‘혈거인’내방하다
제2장연극판의리허설
제3장‘붉은가죽트렁크’
제4장농담은관철되었다
제5장거대현기증
제2부여자들이우위에서다
제6장연극
제7장여파는이어지다
제8장기시기시
제9장‘만년의작업LateWork’
제10장기억혹은꿈의정정
제11장아버지는『황금가지』에서무엇을읽어내려했는가?
제3부이런글조각하나로나는나의붕괴를지탱해왔다
제12장코기전기傳記와빙의
제13장‘맥베스문제’
제14장모든과정이연극화되다
제15장순사殉死
해설|새로운공동체를위하여
오에겐자부로연보

출판사 서평

소설이라는형식안에서내가해야만하는모든것은,
『익사』에서끝냈다고생각합니다.
_오에겐자부로

1994년노벨문학상을수상한일본현대문학의거장오에겐자부로만년의걸작『익사』가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128번으로출간됐다.『익사』는오에겐자부로가처음으로아버지에대해본격적으로말하는소설이다.
오에겐자부로는『익사』에서자신의페르소나인조코코기토의입을빌려아버지의죽음에대해얘기한다.‘아버지가없는사람으로살아온일이자신의문학을결정지었다’고한그의말을생각해보면,『익사』는오에겐자부로가소설가로살아온오십여년동안줄곧마음속에품고있던이야기를마침내소설로완성한작품인셈이다.

오에겐자부로문학의원점,아버지

1957년등단이후아쿠타가와상,다니자키준이치로상,노벨문학상등여러상을받고레지옹도뇌르훈장을받는등,우리시대의소설가라인정받는일본현대문학의거장오에겐자부로.전후일본사회의불안한상황과정치사회적문제에대한비판의식,천황제와군국주의,평화와공존등을주제로많은글을발표했고,스스로‘전후민주주의자’라칭하며국내외여러사회문제에참여해실천하는지식인의면모를보여왔던작가가자신의인생과문학세계를돌아보는작품『익사』를발표했다.

오에겐자부로의작품중아버지를다룬작품은극히드물다.그러나이는결코작가에게아버지의존재가미미해서가아니다.오히려작가는‘아버지의부재’가자신의문학세계를만드는데큰영향을끼쳤으며,자신은아버지가어떤사람인지알기위해소설가가되었는지도모른다말한바있다.언젠가반드시쓸테지만“그소설을쓸수있을만큼수련을쌓지않았다는것을잘알고있었”기에아껴온,아버지에대한이야기.『익사』는오에겐자부로가처음으로아버지에대해본격적으로말하는소설이다.

아버지는내가아홉살때돌아가셨습니다.전쟁이끝나기전해에아버지가돌아가신후,그사람은어떤사람이었을까,왜갑자기죽어버렸을까,계속생각해왔습니다.나는내아버지가어떤사람인지알기위해소설가가되었는지도모릅니다._오에겐자부로

『익사』의주인공은이미오에겐자부로의예전작품들에여러번등장했던작가의페르소나조코코기토다.그에게는유년시절강에서아버지가탄배가뒤집히는모습을보고도아무것도할수없었던과거가있다.군인들과궐기를준비하던아버지가홍수로갑자기불어난강에배를띄웠다가죽은일은,코기토에게는아직도큰상처로남아있다.그는육십년이넘도록아직도그장면을꿈에서보곤한다.
아버지의죽음에대해이야기하고아버지의명예를회복하기위한‘익사소설’은코기토가오랫동안준비했던소설가로서의목표다.그러나어머니가남긴‘붉은가죽트렁크’를참고로‘익사소설’을집필하려던시도는결국실패로돌아간다.뿐만아니라아들아카리와의사이도틀어지고만다.
아버지에대한깊은생각과고민은결국아들에대한이야기로이어진다.한때아들이었던작가는이미아버지가되었기때문이다.『익사』의근저에있는것은‘늙음’을둘러싼작가의고뇌다.한때아버지의죽음을바라보았던소년조코코기토는이제죽음이멀지않았다고느끼는노인이다.그에게는마찬가지로노화탓에신체능력이저하되어가는아들아카리가있다.코기토는아버지로서장애인인아들을‘산으로오르게’하는일에대한책임을의식하면서도아카리가악보를더럽힌일을계기로아들에게심한말을퍼붓는다.아버지와의화해뿐아니라아들과의화해문제까지안게된것이다.
코기토가아카리에게저지른언어폭력으로아들뿐아니라코기토자신역시상처를입는다.코기토는그갈등을극복하고자신과아들을‘산으로올려보낼’준비를해야한다.그런의미에서『익사』는아버지와코기토,코기토와아들이라는두부자지간의과제를풀어나가는이야기이기도하다.

부드럽지만강한여자들의싸움

오에겐자부로의작품안에서여성은종종짓밟히면서도굴하지않는존재로나타났다.『익사』의여자들역시남자들이만든‘근대’‘국가’를비판하는인물로서등장한다.
‘익사소설’을쓰는데도실패하고아들과도문제가생겨실의에빠진코기토를다시붙들어주는것은연극배우우나이코다.우나이코가‘익사소설’을완성시키는협력자로서등장하는필연성은바로여성이라는데있다.남자들의중요한논의,즉국가를둘러싼‘정신’적이야기의장에서여자들은배제되어왔다.그러나배제되었기때문에여성들은오히려비판적시점을가질수있었으며,그비판은남자/국가의폭력으로훼손된자연을회복하는힘이된다.
우나이코가‘산속집’으로오는것은남성들에게배제되고유린당하면서도자연이들려주는풍요로운이야기를품어온여성들에게공동체로서의‘골짜기의산’을되찾아주는일을상징한다.이는『익사』가‘국가’이전에존재했던원래의모습을되돌리는방식으로국가를넘어선새로운공동체를모색하는소설임을의미한다.

새로운공동체를위하여

코기토가아버지의명예를회복하기위한‘익사소설’을쓰는데실패한가장큰이유는어머니가남긴‘붉은가죽트렁크’다.어머니는아버지의죽음에대해부정적인생각을가지고있었고,트렁크안에남아있던자료는어머니의생각을뒷받침할뿐이었다.그러나아버지의제자다이오가등장하고,코키토는아버지의죽음에대한진실과그죽음이가지고있는의미를알게된다.
다이오는‘전후일본’에대해늘위화감을가진채이념에휘둘리며살아온사람이다.그러나그는코기토와우나이코를만나고함께지내면서,일생의스승이었던조코선생의뜻을잇기로결심한다.국가가내세우는이념에서자유로운‘골짜기의산’을선택하고그안에서‘자신의나무’를발견하고자한의지.이는바로,일생의테마였던‘인간구원’과‘근대일본’의문제를겹쳐놓고고민한오에겐자부로가마침내선택한길인것이다.

노벨문학상수상작가가평생에걸쳐완성한걸작

『익사』초반부에서작가의페르소나인조코코기토는이렇게말한다.

나는흔들리지않았다.때가오면‘익사소설’을쓸거다.그소설을쓰기위한수련을하고있는거다.그렇게생각했다.‘나’로서쓰기시작해강아래물살에흐르는대로몸을내맡기다가드디어이야기를끝낸소설가가단번에소용돌이에휩쓸려들어가버리는,그런소설……_14쪽

작가에게‘익사소설’은매우큰의미를지닌다.소설가로서는평생의과제였던아버지의죽음에대해말하기위한작품이며,개인으로서는오래전세상을떠난아버지를마침내이해하기위한작품이다.이는아버지를받아들임으로써다시아버지로돌아오기위한과정이다.아들로살아온시간보다아버지로살아온시간이훨씬더긴작가에게,‘아버지’와‘죽음’에대해돌아본다는것은자신의인생전체를돌아보는일그자체다.
『익사』에는『우리의시대』부터『아름다운애너벨리싸늘하게죽다』에이르는오에겐자부로자신의대표작들이인용되어있다.『익사』가작가로서의인생을되돌아보며쓴소설임을알수있는방증이다.작가로살아온오십여년동안줄곧마음속에품고있던이야기를마침내소설로완성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