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클럽 : 이지은 평론집 - 문학동네 평론선

소셜 클럽 : 이지은 평론집 - 문학동네 평론선

$22.00
Description
“창작자들이 가진 미학적 윤리와 정치적 올바름 사이의 긴장을 이해하는 비평가.” _천희란(소설가)

“문학을 잘 몰라도, 평론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아도,
삶에 대한 의심으로 시작할 수 있는 문학평론집”
문학평론가 이지은의 『소셜 클럽』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201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비평활동을 시작한 그의 첫 평론집이다. “말하기를 두려워하고 두려운 말을 하겠습니다”(당선 소감)라는 묵직한 소회로 포문을 연 그의 지난 9년은, 한국문학장의 적소에 적재(摘載)하는 작업을 선보이는 날들이었다. 인간과 텍스트에 관한 지극한 이해와 공감에서 비롯한 혜안, 눙치지 않는 단단한 논리로 하여금 ‘코어’가 있는 비평을 써온 이지은. 『소셜 클럽』은 그의 첫 책이지만 일가를 이루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견고한 개성으로 축조되었다. 더불어 이 책은 기존의 평론집과 사뭇 다른 지점을 향해 기획되고 만들어졌다. 차라리 소설책에 가까운 판형으로, 오직 사회적 문제의식이 드러난 ‘주제론’만으로 묶은 『소셜 클럽』은 첫 평론집으로는 적이 다정한 파격을 감행했다.
제목 ‘소셜 클럽’은 ‘소설(小說)’을 ‘사회적인(social)’ 시각으로 ‘함께’ 읽어보자는 취지로 지어졌다. 세월호 사건, 페미니즘 리부트, 촛불 혁명 등을 거치며 2010년대에는 한국사회뿐 아니라 한국문학장 역시 돌이킬 수 없는 전회의 순간을 맞이했다. 광장과 책장을 넘나들며 치열하게 고민했던 페미니즘, 청년/공정/지방 담론, 역사부정론과 같은 요목들을 두루 성찰하며, 저자는 한국소설을 통해 우리의 삶의 조건과 그것을 은폐하는 이데올로기를 비판적으로 살펴보는 데 할애했다. 경직된 비평 언어나 수사적 향연을 지양하고, 요긴하다기보다 적실한 주제와 텍스트로, 문학과 사회의 불편하지만 흥미로운 진실을 함께 향유하고자 한다. 소설과 소셜이 포개어지는 넉넉한 광장, 문턱도 엄격한 가입 절차도 없는 『소셜 클럽』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문학이 포착하는 삶의 조건을 드러내어 그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싶었다. 한쪽에는 역사가, 한쪽에는 동시대 사회가 버티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둘 모두 문학의 영역 안에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문학은 구체적으로 세계와 자아의 갈등을 다루는 소설을 의미하는 것이니, 결국 ‘삶’을 중심에 두고 역사와 사회를 오갔다고 할 수 있겠다. (…) 이런 물음들은 나에게 문학과 삶의 연결고리가 되어주었고, 구체적인 삶을 재현하는 오직 문학의 언어만이 포착할 수 있는 삶의 진실에 대해 골몰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삶을 모순덩어리로 만들어내는 권력의 구조, 그리고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 그것을 해명하는 데 많은 글을 쓰게 되었다. _「책머리에」에서
저자

이지은

저자:이지은
2015년경향신문신춘문예평론부문에당선되어비평활동을시작했다.국어국문학을전공했으며,서울대학교에서「일본군‘위안부’서사연구」(2023)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대학에서문학과글쓰기강의를하고있다.

목차

책머리에

광장(廣場)과책-장(冊-場)-황정은의‘dd’연작과2010년대의아카이빙
착한당신에게말을건넵니다.-최근소설들의‘선한’물음에답하며
고유명사가대명사가되는순간-김숨의『L의운동화』와백남기
음모론의품격
청년서사의모색과한계
‘지방-여성’의장소는어디인가
구직-해직의사이클(cycle)과연작소설(shortstorycycle)-이기호의『눈감지마라』와비정규직장편소설의불가능성
코그니타리아트(cognitariat)의블로그
남편과사파리파크와‘산자들’
재생산노동력의상품화와여성연대의곤경-장류진의「도움의손길」에부치는주석
감염병의사회적형식과돌봄의탈가족주의
그녀의‘진정한’이름은무엇인가-나나
TheVampireWritesBack
여성재현의‘몫’을묻다
역사적존재의탈역사화,그‘불공정’함에대하여-‘램지어사태’와『파친코』열풍에대한비판적고찰
에일리언캠프(aliencamp)의지구인들
슬픔의‘이곳’에서
다른세계로

UnreleasedTrack
두번의파묘와남은것들

출판사 서평

“우리의세계가자명한미래에잠식되지않도록.”
미래를‘도출’하는것이아닌,미래에‘개입’하는읽기·쓰기

책의본격적서두를장식하는「광장과책-장」은황정은의‘dd’연작을경유하여,한국사회의2010년대를아카이빙하는글이자,당신의‘광장’은어디였는지또무엇이었는지되돌아보고되묻게하는평문이다.광장과책장,이는문학과사회가교차하는이지은비평의키-워드이자본령이기도한터.이광장은책(의광)장으로이어져“책장이야말로투쟁의장소”가되며,“책을솎아내는것은툴을바꾸는일이고,이새로운툴로써지의네트워크를재구축하는것이바로혁명”(33쪽)이라는설득력있는통찰로까지뻗어나간다.
이지은의문장을읽다감탄하고또안심하는순간이있다면,‘사각의탐문’이라명명할법한인간과텍스트의그림자를차분하게응시하는면모를발견할때일것이다.「착한당신에게말을건넵니다.」는이기호와윤이형의소설속“착한사람들이시간에마모되고(…)사건에피로해질수록그선의는조금씩의심스러워”(36쪽)지는순간들을포착해,선한마음이우리를속이는메커니즘을조목조목파헤친다.선한마음이“개인적죄책감으로소모되고말때,죄책감을공동세계를움직이는‘힘’으로전환하지못할때”,그부채감을그저‘기억’하기만할때,“누군가는이것을아주효과적으로활용할것”(50쪽)이라는경고는서늘하기까지하다.“우리의세계가자명한미래에잠식되지않도록”(51쪽)우리는적극적으로연루되고관성과타성에저항해야한다.

착한사람들의선의는공동의문제를봉합해버리면서도,봉합되어버렸다는사실마저감추는기능을한다.세월호유가족에대한우리의선의는어떤가.‘산사람은살아야한다’는‘선량함’은실은우리의불편함을제거하기위한기만이다.유가족이광화문광장찬바닥에서시위를하고있으니,밥을굶으며절규하고있으니,우리는“더운국을먹을때나따뜻한물로샤워를할때”마다불편한것이다.이제최초의질문에답을할수있겠다.“우리는왜애꿎은사람들에게화를내는것일까?”그것은애꿎은사람이우리를‘착한사람’에머물지못하게하기때문이다._「착한당신에게말을건넵니다.」(40쪽)

저자가진단하는청년/지방담론역시주목을요한다.장강명과장류진의소설속,힘겹게응전하는청년들이결국시스템에복무하거나재생산하는오작동을읽어내면서,‘실패의정확한파악’을강조한다.“바깥을상상하는일은어렵고,청년탈출기는실패하기쉽다.그러나그실패는한계지점까지나아간성실한실패여야할것이다.그래야실패한그자리에서누군가다음의걸음을꿈꿀수있다”(「청년서사의모색과한계」,79~80쪽)는문장은몇번이고되새겨봄직하다.이와궤를같이하여,거짓된낙관없이더많은삶을발견하길요청하는「‘지방-여성’의장소는어디인가」역시일독을권한다.
역사와인물이교차하는김숨,조해진,최은영의소설은저자에게도각별한의미를지닌듯하다.「여성재현의‘몫’을묻다」는조선인‘위안부’의삶을다룬김숨의저작과조해진소설속인물들의자기재현을분석하며‘글쓰기의몫이란무엇인가’라는어려운질문과대면한다.그리고최은영의『몫』을통해,그질문은“하나의답안으로막음될수없고,글을쓰는내내안고가야할물음”임을,“질문과답을반복하는한에서글쓰기는실천적의미를잃지않을수있”음을,그러한읽기와쓰기의반복운동속에서“우리는공동체로서함께상상할수있고더오래이야기할수있”(206쪽)음을역설한다.

소설과차트가똑같이암울한미래를예견한다고해서그서사에내재하는욕망마저동일하지않다.차트는항상과거의궤적만을그린다.차트를읽고쓰는일은과거를통해미래를‘도출’하겠다는욕망에서비롯된다.여기서과거는미래를바꾸기위한것이아니라,미래를예측하기위한데이터다.(…)소설이남기는메시지가아무리암울하더라도,그것은미래를‘도출’하기위한것이아니라‘다른’미래를꿈꾸기위한것이다.(…)비극으로끝났다고해서,더많은비극을예견하고있다고해서,우리는소설이비극의미래를도출하려는것이라읽지않는다.소설은차트가아니기때문이다.그런점에서소설을읽는일또한소설의꿈을공유하는일일것이다.소설을읽는일은미래를‘도출’하는것이아니라,미래에‘개입’하는일이다._「구직-해직의사이클과연작소설」(110쪽)

끝으로‘UnreleasedTrack’이라는명칭으로미발표원고「두번의파묘와남은것들」을실었다.‘파묘’작업과‘비평’작업을유비하며전개되는이글은,영화〈파묘〉와황정은의단편소설「파묘」를통해2010년대비평의의의와한계를되짚어보고,문학의윤리의향방에대해묵직한직구를던진다.‘험한것’들이속출했던2010년대를지나“한국문학은사법적ㆍ도덕적심급이상의윤리를탐구할준비가되었는가”(265쪽)묻는저자의질문은,앞으로더욱깊어지고넓어질비평세계를예고/약속하는것이자,도래할한국문학과그독자에요청하는제안이자부탁으로도읽힌다.
이지은의『소셜클럽』에초대장이있다면,아마도다음과같은문장으로끝을맺지않을까?“함께갔으면좋겠다.아니함께라야갈수있다.다른세계로.”(「다른세계로」,253쪽)

오이디푸스가끝끝내진실을‘알게’되었다는것보다그진실을향한돌진이‘충동’이었다는점을강조할때,윤리학(ethics)은진실을향한인간의충동이라는행동학(ethologie)으로다루어질수있으며,윤리가행동학으로사유될때그것은인간존재론적심급으로육박할수있다.따라서한국문학(비평)이새롭게발견해야할오이디푸스란진실을향한충동을가진인간일것이다._「두번의파묘와남은것들」(2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