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해로외전

백년해로외전

$16.50
Description
장면을 머릿속에 그대로 이식시키는 듯한 풍부하고 빈틈없는 묘사, 스테레오타입에서 훌쩍 벗어난 개성 강한 인물, 우리 사회 내부에 감추어진 치명적인 틈을 드러내는 날카로운 문제의식…… 젊은작가상 대상, 문지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우수상 등 빛나는 수상 이력을 쌓으며 탄탄한 소설세계를 가꿔온 박민정 작가가 『미스 플라이트』(민음사, 2018)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두번째 장편소설 『백년해로외전』은 그 이력만큼이나 단단하고 선명하게 다가온다. 박민정 작가는 2022년 가을부터 이듬해 가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작품을 연재한 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결말부를 새로이 써내려간 끝에 이번 장편소설을 완성했다. 평화롭게 함께 살면서 나이들어가는 ‘백년해로’, 그 환상의 뒤편에는 어떤 ‘외전’이 비밀스럽게 감춰져 있을까? 작가의 생생한 묘사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에 힘입어 시종일관 긴장감을 자아내며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백년해로외전』은 초임 대학 교수인 ‘나’가 학교에서 모종의 사건에 휘말리는 와중에 뜻밖에 잊고 지냈던 친척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사적이고 내밀한 가족 이야기에서 시작해 사회와 역사, 문학과 연관된 첨예한 문제로까지 나아가는, ‘가족-역사’ 서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저자

박민정

저자:박민정
2009년『작가세계』신인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유령이신체를얻을때』『아내들의학교』『바비의분위기』,장편소설『미스플라이트』,중편소설『서독이모』,산문집『잊지않음』이있다.김준성문학상,문지문학상,젊은작가상대상,현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007
2부081
3부149
4부239

작가의말313

출판사 서평


“역사와의재회가아닌새로운만남을원하는
사람에게이소설을추천한다.”
_최진영(소설가)

“박민정의소설은끝을약속하지않는
그모든언어의오래고긴장소일것이다.”
_홍성희(문학평론가)

장면을머릿속에그대로이식시키는듯한풍부하고빈틈없는묘사,스테레오타입에서훌쩍벗어난개성강한인물,우리사회내부에감추어진치명적인틈을드러내는날카로운문제의식……젊은작가상대상,문지문학상,현대문학상,이상문학상우수상등빛나는수상이력을쌓으며탄탄한소설세계를가꿔온박민정작가가『미스플라이트』(민음사,2018)이후8년만에선보이는두번째장편소설『백년해로외전』은그이력만큼이나단단하고선명하게다가온다.박민정작가는2022년가을부터이듬해가을까지계간『문학동네』에작품을연재한후짧지않은시간동안결말부를새로이써내려간끝에이번장편소설을완성했다.평화롭게함께살면서나이들어가는‘백년해로’,그환상의뒤편에는어떤‘외전’이비밀스럽게감춰져있을까?작가의생생한묘사와매력적인캐릭터들에힘입어시종일관긴장감을자아내며흥미진진하게읽히는『백년해로외전』은초임대학교수인‘나’가학교에서모종의사건에휘말리는와중에뜻밖에잊고지냈던친척과만나면서펼쳐지는이야기로,사적이고내밀한가족이야기에서시작해사회와역사,문학과연관된첨예한문제로까지나아가는,‘가족-역사’서사의새로운가능성을보여주는소설이다.

여름이면능소화가담벼락에너울대는후암동적산가옥고택,
능소화가아름다운꽃이라는걸이제는잘알고있다.
그러나그때는아니었다.
내게그꽃은할머니집을뜻하는무서운표지였을뿐.

악력센문장으로작가가탄탄하게구축하는중요한소설적공간은대학교와이층집적산가옥이다.우선대학교로시선을옮기면,교수로임용되어두번째로맞이한여름방학내내아무것도하지못하고주저앉아있는‘나’를마주할수있다.작년에학생들이수업에대해문제제기를한후‘나’의학교생활은무너지기일보직전이다.‘나’가더욱참을수없는건,학생들의의견서에함께거론된동료교수서정수가한학생을꾀어교수회의에서‘나’를모함했기때문이다.같은해에임용되어좋은동료가될수있으리라고생각했던,함께소설을쓰는또래작가이기도한서정수가보인뜻밖의행동은‘나’에게깊은상처를남긴다.‘나’는이상황을어떻게헤쳐나가야하는지,왜자신에게이러한일이생긴건지도무지알수없다.그러다문득이런생각이든다.“이건큰아버지의저주”(26쪽)라고.

이게다내가바닷마을언니를만나고와서,큰아버지의혈육인언니의딸까지만나고와서생긴일이라는주술적인생각이머릿속에가득찼다.그래,내인생이거저일리가없잖아.기회인줄알았던일들이실은함정이었고나는그렇게속아만왔다는헛된생각에걷잡을수없이빠져들었다.(같은쪽)

‘바닷마을언니’는큰아버지의며느리로,결혼식이후연락한번한적없는사이이다.아빠는얼마전‘나’에게느닷없이연락해바닷마을언니가지방대교수로임용되었으니‘나’가도와줄일이있는지한번만나보라고했다.도움이라니.‘나’는학교일에치여누굴도울수있는처지가아니기도하지만,바닷마을언니는‘나’가그토록빠져나오고싶어했던어린시절을상기시키는존재이기에만남이망설여진다.아빠의사업실패로큰아버지의집에얹혀살던어린시절,‘나’는그때경험한것들을지금껏하나도빼먹지않고세세히기억하고있다.그러니까“큰아버지댁,여름이면능소화가환하게피어있던집,마당이딸린번듯한이층짜리독채”(50쪽)에서머무는동안자신이보고듣고겪은그모든것을.
재혼을하기위해아들인장훈만남기고두딸은해외로입양을보낸큰아버지,그런큰아버지를둘러싼비밀을어린‘나’에게함부로내뱉은고모,미혼모인작은고모와그녀의딸수진언니를노골적으로미워한할머니,수진언니와‘나’를사사건건괴롭히던큰아버지의딸예리와예은자매……몇년전그이야기를담은단편소설「백년해로」를썼다가큰아버지네와사이가틀어진이후‘나’는더욱큰아버지네가족을만나는게꺼려졌지만,‘나’는상대가다름아닌바닷마을언니이기에그녀를만나러갈마음을먹었던것이다.결혼이주여성인그녀가결혼식날큰아버지네가족에게은근히무시를받던모습을빠짐없이기억하고있기에.그리고그녀와의만남은돌연‘나’앞에전혀예상치못한사람들을등장시키며‘나’로하여금자신의과거와현재를정면으로마주보도록이끈다.

누군가에게는닿고싶고누군가에게는떨쳐내고싶은한가족의역사
한번도잊은적없는과거가어느날찾아오면서다시쓰이는
‘백년해로’그후,또는그뒷면의이야기

바닷마을언니와만난후가장먼저‘나’의앞에등장한사람은바닷마을언니의딸인수아이다.언니와만난날짧게인사를나누며별생각없이명함을건넸을뿐인데,엄마와다투고집을나온수아가‘나’의집을찾아온것이다.무람없이텔레비전을틀고,요가매트에능숙하게자리를잡고앉아요가동작을하고,필요한물건은알아서꺼내쓰는수아.그런수아를보면서‘나’는어른들사이에서눈치를보던자신의어린시절과,무례한말을아무렇지않게던지는자신의학생들을함께떠올리며복잡한기분을느낀다.그리고수아는느닷없이‘나’에게이렇게말한다.“고모,저그사람과연락했어요.(……)프랑스고모요.”(같은쪽)큰아버지네집에서지내던어린시절,큰고모는눈을빛내며‘나’에게이렇게말했었다.

“얘,너희큰엄마는새큰엄마야.새엄마가무슨뜻인지는알지?계모.장훈이오빠한텐네큰엄마가계모라고.(……)예리,예은이는몰라도너는알고있어야한다.장훈이가얼마나불쌍한지말이야.아이고,딱한내조카.친엄마얼굴도모르고누나들이랑은생이별을하고.”(55~56쪽)

그러니까수아는큰아버지가해외로입양보낸두딸중하나인‘프랑스고모’,즉장선에게연락을했다는것이다.큰고모가함부로내뱉은말에의해처음으로그존재를알게된‘나’의사촌언니장선.이제는과거의인물이된줄로만알았던장선은수아를통해현재의인물로‘나’앞에생생히나타난다.
이렇게과거와현재가서로교차하고개입하는동안새롭게등장하는것은인물만이아니다.『백년해로외전』이지닌입체적이고묵직한양감은시간의흐름에따라계속해서바뀌어가는인물의위치에서기인하기도한다.과거고모에게모진말을들어야했던‘나’는어른이된지금,자신과는너무도다른종류의사람인수아앞에고모가되어서있다.학생들이함부로내뱉는말을가만히듣고있어야만했던‘나’는그중한명으로부터자신을도와달라는연락을받는다.“내겐그만큼특별한사연이있다고,그러므로내겐‘가족이야기’를쓸자격이있다고”(303쪽)생각했던‘나’는부모에게버려져해외로입양된당사자인장선이들려주는‘자기자신의이야기’와마주하게된다.이처럼소설은대학교수이자소설가로서의‘나’,가족관계안에서의‘나’를중심축으로삼되그경계를계속교란하면서해외입양을둘러싼한국사회의문제,교수사회내부의문제,그리고창작의문제를환기한다.그러니이렇게말할수있을것이다.『백년해로외전』은오랜시간밀봉되어있던과거를마침내풀어헤쳐서현재와만나게하는,과거에억눌리지않고현재위에다시과거를세움으로써처음부터다시써내려가는외전이라고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