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법칙 (편혜영 장편소설)

선의 법칙 (편혜영 장편소설)

$16.00
Description
삶의 구체적인 풍경과 살아 있는 것들의 냄새로 이루어진 이야기!
2014년 이상문학상, 2015년 현대문학상 수상작가 편혜영의 세 번째 장편소설 『선의 법칙』은 우리가 익히 아는 편혜영의 소설세계에서 무척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작품이다. 이제까지 편혜영의 소설세계가 이미 파국 그 자체인 현실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소설은 파국, 그 지점에서 시작하려는 인물의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그려 보인다.

그다지 친밀한 감정을 주고받은 적이 없었던 이복동생 신하정이 강에서 익사체로 발견되자 신기정은 동생의 죽음을 수습한다. 슬픔이나 그리움 대신, 부채감으로 동생의 죽음의 사연을 추적하던 신기정은 동생이 남기고 간 통화내역서에 수차례 찍혀 있는 한 사람의 번호를 발견하고 그의 뒤를 밟는다. 생의 마지막 순간, 동생이 몹시도 만나기를 원했던 한 사람, 윤세오. 동생은 무엇 때문에 그에게 그토록 간절히 전화를 걸었던 것일까.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윤세오의 아버지. 자신이 다단계에 빠지지만 않았어도 아버지가 그렇게 외롭고 고통스러운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 자책하던 윤세오는 아버지를 찾아와 빚을 갚으라고 위협하던 이수호를 살해하기 위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한다. 그러던 어느 날 윤세오에게 신하정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나타나는데……·.
이 작품은 편혜영의 소설 계보에서 몹시 이질적인 작품이기에 ‘편혜영스러운’ 소설은 아니지만, 다른 작가들의 복수 서사와도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에 역시나 ‘편혜영의’ 소설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가족의 예기치 못한 죽음, 그 죽음이 촉발시킨 부채감과 죄책감이 고립된 채 존재하던 두 개의 점, 신기정과 윤세오를 간신히 만나게 한다. 두 점의 만남을 통해 저자는 홀로 떨어져 나와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한때 우리는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한 점이 다른 점에 가닿고자 하는 이 안간힘으로 그려지는 선을 우리의 눈앞에서 그려내고 있다.
저자

편혜영

저자편혜영은1972년서울에서태어나서울예대문예창작과와한양대국문과대학원을졸업했다.2000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아오이가든』『사육장쪽으로』『저녁의구애』『밤이지나간다』,장편소설『재와빨강』『서쪽숲에갔다』가있다.한국일보문학상,이효석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동인문학상,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을수상했다.현재명지대학교문예창작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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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상문학상수상작가편혜영의전혀새로운소설!

네권의소설집과두권의장편소설,‘하드고어원더랜드’‘악몽의일상화’와‘일상의악몽화’‘세계의일식’‘동일성의지옥’등작품에부여된인상적인명명들,한국일보문학상이효석문학상동인문학상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등의수다한수상경력들……십오년간의작품활동을통해더할나위없이충분하게자신의소설세계를보여준작가의신작으로부터우리가기대하는것은과연어떤것일까.아마우리가편혜영의소설을읽기로마음먹는다면,그것은이미익숙하지만한층더원숙해진밤의세계를예상하기때문일것이다.불안의기미에한없이예민해지는밤,또그밤의감각이증폭시키는일상의악몽들.
하지만떠밀리듯사회에첫발을내디딘이십대청춘에관한이야기라면어떤가.다단계와사채업이라는문제적인현실을다루고있다면또어떤가.그리고인물의내면과과거의사연들이겹겹이쌓인이야기라면,그러니까삶의구체적인풍경과살아있는것들의냄새로이루어진이야기라면.세번째장편소설『선의법칙』말이다.이소설은우리가익히아는편혜영의소설세계에서무척멀리떨어져있는것처럼보인다.그러나“이야기를떠올린순서대로쓰였다면첫장편소설이되었을”(‘연재를시작하며’,『문학동네』2013년봄호)거라는작가의말에귀기울여본다면,어쩌면지금까지우리가안다고생각해온것이편혜영이라는소설가의전부가아닌일부에불과하다고말할수있을지도모르겠다.그러니신작에늘붙기마련인“전혀새로운”이라는수식어는지금이순간전혀빈말이아니게된다.소설가가애초에품었던하나의점이,십오년이흐른지금에야긴선으로이어져우리앞에그모습을드러내고있으니말이다.

생의마지막순간보내온간절한발신음

그다지친밀한감정을주고받은적이없었던이복동생신하정이강에서익사체로발견된다.신기정은언젠가이런일이일어날줄알았다는식으로체념한채,동생의죽음을수습한다.늘부모의눈치를보며자라온탓에정작자신이원하는바는모르고살아온신기정과달리,충동적으로보일만큼자유롭게삶의길을선택하던동생이었다.그때문에신기정은동생에게더욱마음을열지못했는지도모른다.슬픔이나그리움대신,부채감으로죽음의사연을추적하던신기정은동생이남기고간통화내역서에수차례찍혀있는한사람의번호를발견하고그의뒤를밟는다.생의마지막순간,동생이몹시도만나기를원했던사람.동생은무엇때문에그토록간절히윤세오에게전화를걸었던것일까.
윤세오는가스폭발사고로아버지를잃는다.아니,사고가아니었는지도모른다.아버지는불어나는빚을감당하지못해윤세오를남기고자살한것으로추정된다.윤세오는자신이다단계에빠지지만않았어도아버지가그렇게외롭고고통스러운선택은하지않았을것이라자책한다.그리고아버지를찾아와빚을갚으라고위협하던이수호에게복수하리라결심한다.실패없이이수호를살해하기위해이수호의일거수일투족을관찰하며악의를구체화시켜나가던윤세오에게어느날신하정이라는이름을혹시기억하느냐고묻는사람이나타난다.
가족의예기치못한죽음,그죽음이촉발시킨부채감과죄책감은고립된채존재하던두개의점,신기정과윤세오를간신히만나게한다.그점들의움직임은작품전반에걸쳐인물들이맺고있던희미하지만분명한선을우리의눈앞에그려낸다.

파국에서시작되는인물들의궤적,
다른점(點)에가닿으려는안간힘으로그려지는선(線)


이제까지편혜영의소설세계가파국으로치닫는,아니이미파국그자체인현실을보여주었다면이‘첫이야기’는파국에서멈추지않고,바로그지점에서시작하려는인물의움직임을조심스레그려보인다.윤세오의복수는모든것을잃어버린인물이삶을계속해서이어나가기위해선택한일종의존재방식이라할수있다.작가의말을빌리자면이러한인물은작가에게조차친숙하면서도낯선존재다.

“쓰면서내내생각했던것은그럼에도불구하고윤세오는살아간다는것이었어요.윤세오는실패했고,우정과믿음같은것을잃었고,자신의거의모든것이라할만한가족과집을잃는데,그럼에도살아가죠.자신의삶을잃게만든사람에게응당한대가를치르게하고싶다고생각하는데,그것역시살아나가려는태도에서비롯된것같아요.그래서인지윤세오라는인물은저에게있어한편으로는친숙하고한편으로는낯설었어요.”(편혜영·권희철,「삶을위협하는얼룩으로부터,얼룩에도불구하고이어지는삶으로」,『문학동네』2015년여름호)

편혜영의소설계보에서몹시이질적인이작품은그렇지만다른복수서사와도확연한차이를보인다.‘편혜영스러운’소설은아니지만,역시나‘편혜영의’소설인것이다.윤세오의복수밑바닥에깔린감정은우리에게익숙한뜨거운분노나처절한슬픔과는거리가한참멀다.이감정은오히려혼란스러움과망연자실함에가깝다고보아야한다.윤세오의복수는갑작스러운상실을어떻게받아들여야할지모르는,또한어떻게살아가야할지갈피를잡지못하는인물의선택이다.삶에한없이서툰존재의어쩔수없는선택,그러니까일종의삶의연장술.
그렇기때문에이야기는윤세오가이수호의뒤를가깝게쫓을수록,복수의실현가능성이높아질수록슬픔과그리움의밀도가점점더짙어지게된다.아버지를잃었을때,또한동생이사라졌을때떠올랐어야할바로그감정들말이다.그러니소설의마지막에작가는슬퍼하고애틋해하는일,대상을진심으로그리워하는일을“애도의첫번째순서”로놓고있지않은가.
홀로떨어져나와있는것처럼보일지라도한때우리는누군가와연결되어있었다.그리고다시홀로남아버린것처럼느껴지는때에그연결의기억은우리를다시금서로에게로이끈다.한점이다른점에가닿고자하는이안간힘으로그려지는선,‘선(線)의법칙’이인간적인삶에대해이야기하는‘선(善)의법칙’이되는것은자연스러운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