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 (김종옥 소설)

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 (김종옥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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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삶의 어떤 순간들을 향해 차분히 귀를 내어주는 소설가 김종옥의 첫 소설집!
201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거리의 마술사》가 당선되어 소설가로서의 첫발을 내딛었던 신예 소설가 김종옥은 그로부터 1년 뒤, 바로 그 등단작으로 2013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거머쥐었다. 앞으로 그려낼 다음 작품세계가 도저히 예측되지 않는다는 기대 섞인 심사평을 들었던 김종옥은 그러한 관심 속에서 예상되는 것들을 가볍게 뒤흔드는 열두 편의 작품을 첫 번째 소설집 『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에 담아 선보인다.

평소 왕따를 당해온 한 학생이 학교 창문에서 떨어져 죽는 일이 발생했을 때, 이 사건을 바라보는 남겨진 자가 세심하게 지난날을 되짚어가며 사건을 우리가 생각하는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을 재구성하고, 신호 대기에 걸려 차를 멈췄다가 스쳐지나갔던 과거의 어느 한 순간을 떠올리게 되는 ‘나’의 이야기에서 기억을 통해 우리가 한 번 더 살아갈 때만이 놓쳐버렸던 진실에 얼핏 다가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김종옥식 기억술의 시작을 엿볼 수 있다.
저자

김종옥

저자김종옥은1973년서울출생.경희대국문과졸업.2012년문화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거리의마술사」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거리의마술사」로제4회젊은작가상대상을수상했다.

목차

그녀는거기에있을것이다_007
신호대기_029
과천,우리가하지않은일_055
유령의집_087
추석전야_119
간빙기의밤_151
먼산에내리는눈_173
방학식_191
거리의마술사_225
크리스마스포커_257
리와인드_271
커피잔은어떻게해서깨어지는가?_307

해설|권희철(문학평론가)
꿈은사라지고의역사_317

작가의말_346

출판사 서평

등단작으로젊은작가상대상을거머쥔놀라운신인,
김종옥첫소설집드디어출간되다!


문학동네에서2010년제정한젊은작가상은김중혁의「1F/B1」을시작으로,김애란「물속골리앗」,손보미「폭우」등매해수상작을발표할때마다화제를낳아왔다.이는대상작품을등단십년이내작가의작품으로제한하여,아직집중적으로조명되지않았으나특별한개성을간직한한국문학의미래와함께하고자기획한상의취지때문일것이다.하지만이러한분위기를감안하더라도2013년젊은작가상이발표될당시의풍경은유독특기할만한것이었다.그해대상작인「거리의마술사」가,이제막소설가로서의첫발을내디딘신예소설가김종옥의등단작이었기때문이다.“첫도입부터깜짝놀랐다가,이작품이그의등단작인것을알고또한번깜짝놀랐다”(김인숙)라는평이,등단작으로젊은작가상대상수상작을결정하며지은심사위원들의대표적인표정일것이다.또한등단작한편만으로작가를평가한다는것이얼마나어렵고신중을기해야하는일인지도잘알고있었다.그럼에도이러한우려를불식시키고,기꺼운마음으로이신인소설가를맞이하게하는힘을「거리의마술사」는지니고있었다.
김종옥은2012년문화일보신춘문예에「거리의마술사」가당선되어등단했을당시,보기드물게‘자신만의목소리’를간직하고있다는평을들은바있다.그목소리란,이제는익숙해져버린학교왕따문제를마술이라는새로운시각에서접근해결코무뎌질수없는윤리적통점을세심하게짚어낸데서비롯한다.무엇을말할것인가라는고민이어떻게말할것인가라는성찰과만났을때빚어진이목소리는,자신만의목소리가점점흐려져가는지금,듣는이의귀를당겨오기에충분히진지하고깊은것이었다.그리고그로부터일년뒤젊은작가상대상수상작으로선정되며이작품안의에너지와문제의식이시간에쉽게마모되는것이아님을증명해보였다.심사평에는유독김종옥이그려낼다음작품세계가도저히예측되지않는다는기대섞인내용이많았는데,그관심속에서예상되는것들을가볍게뒤흔드는열두편의작품을묶어세상에내보낸다.

우리가한번더살수있다면,그것은‘기억’을통해서일것이다
김종옥식기억술의시작


김종옥은한인터뷰에서“우리가삶을판단하는것이아니라삶이주장하는것을들을수있어야하는게아닌가생각한다”고말한바있다.우리에게말을걸어오는삶의어떤순간들을향해차분히귀를내어주는것,그것에서부터김종옥소설은시작된다.그러니「거리의마술사」의미덕이,단순히문제적인사회현상을소설안으로끌어당겨온것에서그칠수는없을것이다.그보다는평소왕따를당해온한학생이학교창문에서떨어져죽는일이발생했을때,이사건을바라보는남겨진자의시선에소설의빛나는힘이담겨있다.친구들의괴롭힘에시달리던끝에자살한것이아니라,‘발이지면에서떨어져잠시나마공중에뜨는’,일종의‘마술’을시도했다는것.이렇게사건을재구성하기까지남겨진자는세심하게지난날을되짚어가며언젠가그가해줬던이야기를하나하나떠올리는데,그섬세한기억술이이소설이우리에게보여준또하나의마법일것이다.
그리고이러한김종옥식기억술은이후발표되는작품에서방향을비틀며더욱깊어진다.가령,형의결혼식날,미용실이며결혼식장,김포공항까지형의운전기사노릇을하며아침부터여기저기끌려다닐때,이하루동안의여정은과거옛애인들과나누었던대화,장면들과포개어진다.(「그녀는거기에있을것이다」)또는신호대기에걸려차를멈췄을때‘나’가길건너편으로본것은‘좁고긴골목’이지만,그골목이불러오는것은지금은헤어진여자와함께거닐었던봄날의길이다.(「신호대기」)그리고소설속화자는지나간시간을회상하며,그때는그저흘려보냈던여자의눈빛에,표정에결정적인무언가가있었음을뒤늦게알게된다.
그러니김종옥소설속인물들에게공통의보폭같은것이있다면,그것은앞을향해달려나가는질주도,계속한자리에머무르는멈춤도아닌,천천히걸어나가는산책의리듬과닮아있다.그리고그때마주하게되는풍경은현재가아니라스쳐지나갔던과거의어느한순간을되비춘다.김종옥은이렇게과거와현재사이를오가며기억을통해우리가한번더살아갈때만이,놓쳐버렸던진실에얼핏다가갈수있음을보여주는것이다.


“나는그녀에게이렇게말했다.아마우리가헤어진다면
우리가서로에게한일때문이아니라하지않은일때문일거라고.”
‘하지않은일’의세계로우리를이끄는과천행버스!

충만한삶,그것은이미사라지고없다.그러나너무절망할필요는없다.회상이우리를‘그곳에없는장소’로데려다줄수있기때문이다.그렇게하면서우리의삶을아주조금되찾아줄수있기때문이다.되찾아주지못한다고해도,적어도그것이그때그자리에있었음을혹은있을수도있었음을증언해주기때문이다.이시시하고맥빠진것처럼보이는연애담들이현명한사람들에게보내는유혹의손짓에넘어가기를권하고싶다.그것이우리들각자의과천행버스를타는일이며,우리들각자가신의셈법에동참하는일이될수있기때문이다.그것이우리가저마다의삶을보충할수있게끔하는자극제가될수있기때문이다._권희철(문학평론가,한국예술종합학교연극원극작과교수)

이번소설집의표제작이기도한「과천,우리가하지않은일」의‘나’는문득버스정류장에모여있는여학생들을보며그들과비슷한시절을거쳤을옛애인들을떠올린다.그옛애인들이란과천에산적이있거나언젠가과천에서그와만난적이있다.촘촘하고구체적인연결고리없이,다만쏟아지는기억을어찌할수없다는듯과거의어느한순간을회상하는이남자를따라가다보면,우리는우리가‘지나온시간들,심지어는지나오지않았던시간’까지되돌아가며무심히놓쳐버린장면과재회하게될것이다.
그렇게과거로돌아가는일이란,단순히우리가했던것들을또렷이떠올리는것만을의미하지않는다.우리가헤어지게된이유는우리가서로에게어떤것을했기때문이아니라하지않았기때문이라고말하는이남자처럼,우리가말하지않고듣지않고그래서놓쳐버렸던모든것들을포함하여하나하나더듬어나가는것이다.인상적인것은김종옥소설이,진실을뒤늦게깨달은뒤따라붙기마련인감정의분출이나적극적인액션과는거리가멀다는것이다.다만이들은과거의그시간속으로들어가는데주저하지않을뿐이다.이러한회상속에서만이놓쳐버렸던것이조금이나마다시찾아진다는것을알기때문이아닐까.눈에보이는것은바뀌지않는다하더라도말이다.
그렇다면우리가할수있는것은,유머러스함과진지함을고루갖춘이젊은소설가가이끄는과천행버스에올라타는일일것이다.저마다의과천행버스에올라탐과동시에우리는지나왔던삶을한번더반복하게된다.그때와는조금달라진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