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우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산문시집)

$13.00
Description
불문학자 황현산이 전하는 보들레르의 산문시집!
1857년 《악의 꽃》을 발표하고 공중도덕과 미풍양속을 문란케 한 죄로 기소된 보들레르. 그는 자신이 마주한 불행에 맞서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품고 악의 꽃 재판에 힘을 쏟아 붓던 과정에서 ‘리듬도 각운도 없이’, ‘충분히 유연하고 충분히 거친, 어떤 시적인 산문’을 구체화 하게 된다. 『파리의 우울』은 시적 선율이나 박자를 염두에 두지 않고 근대화의 폭력성을 혐오하면서도 파리의 몰골을 사랑한 보들레르의 혁명적인 산문시 50편을 엮은 산문시집이다. 도시 인간의 현대적 정서를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아우른 이 책에는 열광과 도취의 풍경이 비평적 현실의식에 의해 무참히 깨어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

샤를피에르보들레르

저자샤를피에르보들레르CharlesPierreBaudelaire는1821년파리,신앙심과예술적조예가깊은집안에서태어났다.여섯살에아버지를여읜다.젊고아름다운어머니는육군소령과곧재혼한다.명문중학교에기숙생으로입학하나품행불량으로퇴학당한다.파리로상경해법학을공부하지만술과마약,여자에탐닉하며자유분방한생활을한다.불안과가난속에서왕성한창작을이어간다.미술비평서『1845년살롱전』으로작품활동을시작해1847년중편소설『라팡파를로』를발표한다.프랑스최초로미국시인에드거앨런포의책들을번역하여소개한다.1857년시집『악의꽃』을출간하나미풍양속을해친다는이유로유죄판결을받는다.1860년중독과시창작에관한에세이『인공낙원』을출간하고,1863년〈피가로〉에미술비평「현대생활의화가」를연재한다.1866년시집『표류시편』을출간하고이듬해46세의나이로죽음을맞이한다.

목차

파리의우울…007
주해…139
『파리의우울』여록…273

출판사 서평

선견자이자시인들의왕,보들레르의
이토록혁명적인산문시


“인생은한구절의보들레르만못하다.”
_아쿠타가와류노스케

불문학자황현산의번역과주해로목도하는
보들레르의예술적야망과비평적사유의시적결합


낭만의대명사‘파리’도19세기에는급속도로변화하는괴물과도같았다.『파리의우울』은근대화의폭력성을혐오하면서도파리의몰골을사랑한보들레르의혁명적인산문시50편이실린시집이다.아름답고도정직한수사법을구사하는불문학자황현산선생이번역한『파리의우울』이문학동네에서출간되었다.기존의번역본들과는차별되는면밀하고충실한주해가매시마다함께한다.보들레르문장에대한깊은이해와애정이묻어나는주해는수많은보들레르연구서를아우르는정수이며독자적으로아름다운또한편의산문이다.

이것은시적인산문이아니다
하나의문학적사건이다


우리들가운데누가,그야심만만한시절에,리듬도각운도없이음악적이며,혼의서정적약동에,몽상의파동에,의식의소스라침에적응할수있을만큼충분히유연하고충분히거친,어떤시적인산문의기적을꿈꾸어보지않았겠소?
_「아르센우세에게」중에서,10쪽

1862년보들레르는[라프레스]지의주간인아르센우세에게산문시뭉치와함께위의헌사를보냈다.『파리의우울』의서문격인이글에는보들레르가산문시를쓰게된동기와장르적성격이담겨있다.
1857년『악의꽃』을발표하고공중도덕과미풍양속을문란케한죄로기소된보들레르는마주한불행에맞서겠다는강렬한의지를품고『악의꽃』재판에새로운힘을쏟아붓는다.그과정에서“리듬도각운도없이”“충분히유연하고충분히거친,어떤시적인산문”을구체화하게된다.『파리의우울』은시적선율이나박자를염두에두지않은거친산문시집이다.전형적인시와는달리은유보다는환유와알레고리가주로사용됐다.기승전결을갖춘전통적이야기의성격도없다.옮긴이황현산선생은“산문으로시를담아내기위한것이아니라산문적인현실에서시적인것을발견하여기술한것”이기때문이라고말한다.
비평적정신의아이러니로부터시작해열광과도취에이른예술가보들레르는『파리의우울』을여러차원의시각을지닌예술론으로승화시켰다.예술가가세상에대처하는태도,예술의주제와표현에대한고민,그리고예술의오랜이상과그현대적실천에대한고뇌를담았다.뿐만아니라예술의사회적타락이뿌리내리는과정을고발하고예술의악마성을성찰·기록했다.
『파리의우울』에는열광과도취의풍경이비평적현실의식에의해무참히깨어지는과정이고스란히담겨있다.이는곧현대시의운명에대한보들레르의예언과도같다.베를렌,랭보,로트레아몽,말라르메등근대상징파시인들에게지대한영향을끼쳤다는것이그반증이다.도시인간의현대적정서를새로운형식과내용으로아우른『파리의우울』은문학장르에새로운길을제시한하나의문학적사건이다.

파리의내밀한삶속에침투한내밀한상상력

보들레르가『파리의우울』에서노래하는것은화려한파리가아닌변두리의은밀한공간이다.시인의눈길이머무는곳은공원의오솔길이나외롭고고독한방구석같은외딴곳,조용하고은밀하게살아있는파리의뒤안길이다.시인의문장은타인의고통을상상하는것에서시작된다.

열린창문을통해밖에서바라보는사람은결코닫힌창을바라보는사람만큼많은것을보지못한다.한자루촛불로밝혀진창보다더그윽하고,더신비롭고,더풍요롭고,더컴컴하고,더눈부신것은없다.태양아래서볼수있는것은언제나한장의유리창뒤에서일어나는것만큼흥미롭지않다.이어둡거나밝은구멍속에서,생명이살고,생명이꿈꾸고,생명이고뇌한다.
지붕들의물결저편에서,나는,벌써주름살이지고가난하고,항상무엇엔가엎드려있는,한번도외출을하지않는중년여인을본다.그얼굴을가지고,그옷을가지고,그몸짓을가지고,거의아무것도없이,나는이여자의이야기를,아니차라리그녀의전설을꾸며내고는,때때로그것을내자신에게들려주면서눈물을흘린다.
_「창문들」중에서,102쪽

보들레르는도시를묘사하기위해병원,유곽,연옥,지옥,도형장등도시를차지하고있는거대한건축물을열거한다.이는파리를표현하는알레고리이다.나아가시인은자신을이해해줄존재는사탄뿐이며,이사탄이야말로거대하고불길한장소를지배하고통찰할유일한정신으로떠받든다.

그러나늙은팔난봉이늙은정부(情婦)에취하듯,
나는지옥의매력으로끊임없이나를회춘시키는
그거대한창녀에취하고싶었다.

무겁게,어둡게,감기에걸려,네가아직도
아침의이불속에잠들어있건,혹은순금으로
장식끈을단저녁의장막속을활보하건,

나는너를사랑한다,오치욕의수도!창녀들과
강도들아,종종이렇게너희들이가져다주는것은,
불경한속인들이알지못하는쾌락.
_「에필로그」중에서,138쪽

시인은난봉꾼이되어‘파리’라는늙은창녀를매음하려한다.보들레르는도시의곳곳으로깊숙이파고들어가그혼이되려한다.도형장의주민이되는것이야말로진정으로고독한산책자가되는것이기에,그는이렇게삶을,고통을,추(醜)의미(美)를마주하고찬미한다.그것이시인의유일한업보이기에.

세상의순리를방해하겠다는것,
이것이보들레르의가장큰소망이다._발터벤야민


세상의깊이를보지못하고믿지도못하는사람들은눈에보이는것에만족하고살지만,보들레르는경계에서서이면을직시하는예술가였기에“창녀들과강도들”과더불어“생명이살고,생명이꿈꾸고,생명이고뇌”하는저“어둡거나밝은구멍”을이해하고자했다.평화와안위를외면하고‘시’의쾌락과관능을누린대가를오롯이감당해야했던것이다.

가난한사람들이빈곤한생활에서도자신들의기쁨뿐만아니라긍지까지도찾아낼줄안다는것을발견한보들레르는가난속에조차깃들수있는시를찬양했다.

그런데그목소리가나에게이렇게속삭이는것이었다.“남과평등함을증명하는자만이남과평등한자이며,자유를쟁취할수있는자만이자유를누릴자격이있느니라.”
나는지체없이내눈앞의거지에게덤벼들었다.단한번의주먹질로그의눈을들이박았더니,그게한순간에공처럼부풀었다.그의이빨두개를부러뜨리느라고내손톱하나가깨졌는데,나는태생이연약하고주먹질연습도해본적이별로없어서,이늙은이를당장에때려눕힐만큼내가충분히강하다고는생각되지않았던지라,한손으로그의옷깃을붙잡고,다른한손으로는그의멱살을움켜쥐어,그의머리를벽에다세차게부딪치기시작했다.
(…)
이늙어빠진불한당은나에게덤벼들어내두눈을멍들게하고,내이빨네개를부러뜨리고,예의그나뭇가지로나를횟가루가되도록후려팼다.내막강한치료술로,나는그에게이렇듯긍지와생명을되돌려준것이다.
_「가난뱅이들을때려눕히자!」중에서,131~132쪽

“남과평등함을증명하는자만이남과평등한자”라는인권주의적격언을빙자하여걸인에게폭력을가하는내용을담은이시는진보주의자들과보수주의자들을모두놀라게하기에충분하다.황현산선생은이를“인권주의적격언을빙자하여걸인에게가하는폭력은독자들과저‘공공복지청부업자들’을놀라게하기에충분한‘공갈치기’의하나”이며,해결할수없는사회적문제에대한“분노의해결책이자시적해결책”이라고말한다.이는반항적인자아의내부에도사린모멸감에서웃음을끌어내어세계의숙명에도전하는흑색유머의일환이다.
보들레르가흑색유머의영감을“울적하고서글프고,무료함에”(「형편없는유리장수」)지친도시의아침에서끌어내고,학대의대상을거지로삼았다는것은지금이시점에서도여전히흥미롭다.이는대도시에서살도록저주받은자의처지를또다시되살려야하는,가난한사람을목도하는억압받는존재의숙명에고통받는현대인의초상이다.보들레르는가난한사람들에게서세계의숙명을볼수밖에없었고그자체가자신의통점이었다.세계의숙명에저항하는신경증의폭발에서는폭력과무상성과혼돈이시적인것과동일한가치를지니기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