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양장)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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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증오와 몰락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불꽃같은 사랑의 파노라마
『1913년 세기의 여름』으로 전 세계 지식인들의 열광적인 찬사를 받은 플로리안 일리스의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전작이 “우리가 현재라고 부르는 시간의 시작점”인 1913년으로 되돌아가 모더니즘의 찬란한 태동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었다면, 이번 신작에선 세계사적으로 가장 불행했던 시기라고 할 만한 제1차세계대전 이후부터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의 10년 동안인 1929년~1939년까지의 기간을 다룬다. 플로리안 일리스는 일기, 편지, 잡지, 신문, 그림, 사진 등 수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베를린 황금기의 끝자락인 이 격동의 10년을 문화사적으로 의미 있는 주요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풀어냈다. 뉴욕 증시 폭락을 신호탄으로 시작된 대공황과 더불어 나치즘과 파시즘이 부상하고 불안과 증오가 악순환을 이루며 파국으로 치달았던 시대다.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끔찍했던 전쟁을 겪은 직후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과거를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았던 시대. 사람들은 “그토록 정신없이 현재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예술가들은 열광적인 사랑에 빠졌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럴드와 젤다 피츠제럴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와 같은 소설가들부터,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오토 딕스 같은 화가, 한나 아렌트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과 아인슈타인 같은 철학자와 과학자, 마를레네 디트리히나 레니 리펜슈탈과 같은 영화계 인물, 요제프 괴벨스와 콘라트 아데나워와 같은 정치인 등 다채로운 인물들의 개인적인 사랑 이야기가 마치 영화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열정적인 사랑의 시대였으나, 이 시기는 끔찍한 전쟁 이후 증오가 만연하던 몰락의 분위기 때문에 동시에 냉정의 시대이기도 했다. 가히 인류사에서 가장 뜨거운 동시에 가장 차가운 시대라고 할 만하다. 1929년~1939년에는 반표현주의를 표방하는 신즉물주의가 부상했다. 제1차세계대전이 안겨준 충격과 혼란을 직시하고 극복하고자 감정 표현을 억제하고 객관적 실재를 중시했던 신즉물주의는 기술 지상주의, 기계 숭배, 물질 만능주의와 자기 소외를 낳았다. “심장은 그저 근육에 불과하다”고 믿으며 냉정함이 쿨하고 멋져 보인다고 생각하던 시대, 타마라 드 렘피카의 그림처럼, 레니 리펜슈탈의 영화처럼,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연기처럼, 루이페르디낭 셀린의 소설처럼 차가운 시대였다.
그래서였을까. 마치 그 대가를 치르듯 이 10년 동안 고조된 냉정과 열정 사이의 긴장은 결국 제2차세계대전으로 폭발하고 만다.
저자

플로리안일리스

저자:플로리안일리스(FlorianIllies)
1971년독일헤센주슐리츠에서태어나고자랐다.본대학교와옥스퍼드대학교에서미술사와근대사를공부했다.독일의대표신문『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의문예부편집자로일했으며,예술잡지『모노폴』을창간했다.베를린의경매회사빌라그리제바흐의공동대표이사로서19세기예술을담당했으며,2017년부터명성높은주간지『디차이트』의편집위원으로일하고있다.
그에게세계적인유명세를가져다준베스트셀러『1913년세기의여름』은당시예술가들이사회적위기를예술을통해극복하면서모더니즘을꽃피우는모습을보여주었다.이번신작『증오의시대,광기의사랑』은제2차세계대전이일어나기직전나치즘이부상하고불안과증오가악순환을이루며파국으로치닫던시대로되돌아가,예술가들의광기어린사랑이야기를통해얽히고설킨현대사의찬란한순간들을영화처럼그려낸다.그외작품으로『골프세대』『침묵의마법』등이있다.

역자:한경희
서울대학교독어교육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박사과정을수료했다.옮긴책으로『그들이한자리에모이면어떤말을할까』『처음부터』『파란문뒤의야콥』『헤르만』『불안,그두얼굴의심리학』『벌거벗은원숭이에서슈퍼맨으로』『유럽문화사』『1913년세기의여름』『위기에빠진지구』등이있다.

목차


그이전
1933
그이후

참고문헌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인물목록

출판사 서평

어두운현실에예민하게맞선예술가들의사랑과배신,환희와공포의스펙터클

여러주인공들이보여주는사랑은말그대로‘전쟁같은사랑’이다.자유연애를선언한사르트르의끝없는바람기때문에보부아르는남몰래괴로워하고,『위대한개츠비』의작가F.스콧피츠제럴드는아내젤다가동성의연인과사랑에빠진사이알코올과사랑에빠져있고,이루어질수없는사랑에미쳐버린젤다는정신병원을전전한다.피카소는아내올가를옆에두고도마리테레즈를새로운뮤즈로삼는다.하이데거를사랑하면서도다른남자와결혼한한나아렌트는여전히하이데거를잊지못하다가또새로운사랑을만난다.시인고트프리트벤의바람기때문에그의애인이자살하기도하는데,그럼에도벤은얼마지나지않아애인의친구와새로운연애를시작한다.전설적인테니스선수고트프리트폰크람은결혼한몸이지만동성의애인이있고,그의아내는남편의복식파트너와애인사이다.그러면서도크람부부는서로사이가좋다.작곡가쿠르트바일은바람난아내를여전히사랑하기에아내가프랑스휴양지에서애인과카지노를전전하며방탕한생활을하는동안열심히작곡으로돈을벌어아내에게보낸다.극작가베르톨트브레히트는망명지마다애인이있는데,모두브레히트가자기를배반한나쁜남자라는사실을알면서도물심양면으로그를돕는다.스탈린의두번째아내나데즈다는남편이부정한일을저지를때마다거침없이지적하다가크렘린궁에벌어진공산혁명15주년을기념한연회에서크게부딪치고,조용히방으로돌아가권총으로자살한다.이쯤되면블라디미르나보코프와베라부부처럼서로사랑하며다정하게지내는경우가오히려드물다고해야할정도다.

이성애,동성애,양성애,근친애,지고지순한사랑,이기적인사랑,불같은사랑,권태로운사랑등모든종류의사랑이적나라하게펼쳐지는데,허구가아니라사실이라는점에서더짜릿하고충격적이다.우리가대단하다고만생각했던인물들의배신과기만,궁색한변명과끊임없는바람기등을보고있자면말그대로입이쩍벌어지기도한다.자극적이고극단적인요즘‘막장드라마’못지않은그들의사랑은정말‘광기’라고밖에는설명이안될지경이다.상식적으로는이해되지않는그들의감정과행동은,어두웠던현실속에서그만큼예민하게반응했던자유로운정신의발현일지도모른다.비난은할지언정증오로단죄하지않는그들의넓은포용정신이그토록찬란한예술세계를만들어낸것이다.

잿빛과거를생생한현재의순간으로데려다놓는흥미진진한시간여행

로베르트무질은“세계의역사는적어도그절반은사랑의역사”라고말했다.거대한사건의흐름을통해대문자역사로인류의여정을정의하는거시사로는결코알아낼수없는,종종지극히개인적이고그만큼감상적이라고폄하되기도하는미시사의중요성을매우잘나타내는말이라고할수있다.특히나문화사와예술사에서는여러영역을넓게다루는것보다한영역을자세히들여다보는것이더욱중요하다.한시대의사람들이어떤곳에살았는지,어떤음식을먹고어떤옷을입었는지,그들이누구와만나고헤어졌는지에관한세세한조사와분석을통해우리는현재의우리자신을더잘이해할수있다.

플로리안일리스는마술적리얼리즘소설과같은문체로오래전일어난일을마치지금막벌어지고있는일처럼독자들의눈앞에생생하게가져다놓는다.그의문장은한순간우리를사르트르와보부아르가치즈케이크를먹던베를린의카페크란츨러의옆자리로데려가고,어느사이살바도르달리와갈라와함께눈부신해변에누워있게하며,토마스만과카티아와함께망명지로도피하게만든다.『증오의시대,광기의사랑』은이야기의재미와역사적지식중어느하나도놓치지않는다.

이책에서다루는시간이후100년의세월을향해가는2024년,지금우리의삶은그들과어떻게다를까.코로나와그이후시대의사랑,여전히지구촌한구석에서전쟁이벌어지지만대체적으로평온하고지루한척하는양극화시대의사랑,이민자와젠더갈등을둘러싼증오범죄가만연한시대의사랑,더이상멈출수없는자본주의의총천연색사랑.무자비한전쟁을겪으며황폐해진그때도그랬지만,지금도모두들무기력해진느낌이드는것은무슨연유일까.그들의스펙터클한삶,열정적인사랑을보노라면우리시대에부족한것이무엇인지어렴풋이보일듯도하다.『증오의시대,광기의사랑』은이토록흥미진진한시간여행으로우리를데려가줄최고의안내서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