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삶

최선의 삶

$12.00
Description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신종'의 출현!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최선의 삶』.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시인 임솔아는 오직 소설이라는 형식으로만 온전히 담아낼 수 있었던 이야기, 열여섯 살 이후로 끈질기게 자신에게 찾아왔던 악몽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가족과 학교에 대한 불신, 친구를 향한 배신감을 빨아들이며 성장한 인물이 친구를 찾아가 살해하려는 꿈.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저자를 밤마다 몸부림치게 했던 이 악몽의 기원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느 한국 부모의 욕심대로 대전의 좋은 학군에 위장 전입한 열여섯 살 여중생 강이는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을 느낀다. 실제로 살고 있는 읍내동에서는 가진 것이 너무 많은 사람으로, 새로운 학교가 있는 전민동에서는 아무것도 갖지 못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강이에게 부모와 학교의 빤한 조언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거나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그런 강이에게 스스럼없이 손을 내밀어준 동급생 아람과 소영은 그들과 강이를 구분짓지 않는다. 강이는 그런 친구들을 마치 강아지처럼 따른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에 차츰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하찮고 연약한 것들을 온몸으로 보듬는 아람은 강이보다 더 하찮은 존재를 찾아냈고, 미래를 현재로 당겨오기 위해 친구조차 마음대로 취하고 버릴 수 있었던 소영으로부터 강이는 인생이 송두리째 뒤흔들릴 정도의 극렬한 폭력을 경험한다. 학교에서 없는 존재로 취급받게 된 강이는 병신이 되지 않으려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지만, 최선을 다하면 다할수록 '최악의 병신'이 되어갈 뿐이다.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강이는 마침내 최선의 매듭을 짓기 위해 소영을 찾아가는데…….

시인으로서 인지도를 쌓고 자신만의 시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던 임솔아가 다시 신인으로 되돌아가는 모험을 감행하면서까지 써내고 싶었던 이야기는 미숙했던 그 시절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보통의 성장소설과 달리 성장의 여러 방향 중에서도 가장 냉혹하고 잔인한 경로를 담담하게 따라간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 앞에서 혼란스럽고 두려울 것이 분명할 내면을 거의 드러내지 않으며, 제가 처한 상황을 특유의 간명한 문체로 정의한 뒤 그저 더 나아지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일에 몰두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저자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엿보게 된다.
수상내역
-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저자

임솔아

장편소설『최선의삶』,시집『괴괴한날씨와착한사람들』『겟패킹』,소설집『눈과사람과눈사람』『아무것도아니라고잘라말하기』를썼다.

목차

스노볼…9
병신…13
빈대…23
가장좋아하는장소…30
아저씨들…36
검은줄무늬가있는아기고양이…56
아르바이트…66
맨살…75
세아이…79
GPS…89
요요…100
져도안되고이겨도안돼…108
좆밥…120
두아이…133
칼…141
투어…147
그라나다…151
기도…155
센서등…160
스노볼…166

수상소감…175
심사평…179
수상작가인터뷰…186

출판사 서평

형용사나부사없이그저움직이는,동사의세계

제4회문학동네대학소설상수상자임솔아는2013년중앙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활발히활동하고있는바로그시인이다.이미시인으로서인지도를쌓고자신만의시세계를구축해가고있던임솔아가다시신인으로되돌아가는모험을감행하면서까지써내고싶었던것은무엇일까.오직소설이라는형식으로만온전히담아낼수있었던이이야기는열여섯살이후로끈질기게작가를찾아왔던악몽에관한것이다.가족과학교에대한불신,친구를향한배신감을빨아들이며성장한인물이친구를찾아가살해하려는꿈.물론이런서사는우리에게이미익숙한이야기일지도모른다.하지만『최선의삶』은가출청소년이자학교폭력피해자인한인물의삶을지극히사실적으로그려내면서개성적인인상을각인시키는데까지나아간다.
『최선의삶』이‘낯선’성장소설로읽히는까닭은임솔아가보여주는감정의절제에있다.이소설의주인공은자신에게가해지는폭력앞에서혼란스럽고두려울것이분명할내면을거의드러내지않는다.차라리그는제가처한상황을특유의간명한문체로정의한뒤,그저더나아지기위해수행해야하는일에몰두한다.형용사나부사의세계가아니라그저움직이는,동사의세계.그속의주인공을보는독자에게문득섬뜩함이엄습하게되는데,우리는삶에서툰영혼의성숙을그리며‘미숙했던그시절’에대한애틋함과그리움을불러일으키는보통의성장소설에익숙하기때문이다.하지만『최선의삶』은극한의상황에놓인인물을연민할틈을주지않는다.최악으로떨어지지않기위해최선을다해나아가는과정을덤덤하게쓸뿐이다.돌이켜보면작가가등단할당시받았던“서늘하도록선명하고넓으며,위태로우면서도태연하다”는평이임솔아의독특한문학세계를정확히짚어낸셈이다.

“더나아지기위해서우리는기꺼이더나빠졌다.
떠나거나버려지거나.망가뜨리거나망가지거나.”

나는끔찍함에익숙했다.엄마와내가번갈아가며꾸어오던악몽도,시시때때로떠오르는기억도,주기적으로끓여먹는된장찌개처럼생활의일부가될것이다.나는웃었다.엄마도웃었다.병신같은사람들곁에병신으로남을것이다._본문중에서

십년이넘는세월동안작가를밤마다몸부림치게했을악몽의기원에서부터소설은시작된다.여느한국부모의욕심대로대전의좋은학군에위장전입한열여섯살여중생강이는이방인으로서의외로움을느낀다.실제로살고있는읍내동에서는가진것이너무많은사람으로,새로운학교가있는전민동에서는아무것도갖지못한사람으로살았다.부모와학교의빤한조언은아무런도움이되지않거나상황을악화시킬뿐이다.그런강이에게스스럼없이손을내밀어준동급생아람과소영은그들과강이를구분짓지않는다.강이는그런친구들을마치강아지처럼따른다.그들은하나의몸,같은냄새로뒹굴며“각자아무것도아닐때에,아무것도아닌것들로”뭉친다.
세아이의반항과가출을그린귀엽고치기어린에피소드를지나며,이내그들의관계에균열이생기기시작한다.하찮고연약한것들을온몸으로보듬는아람은강이보다더하찮은존재를찾아냈고,소영은원하는미래를현재로당겨오기위해친구조차마음대로취하고버릴수있었다.세아이가서로다른것을바라보고있었다는것이드러나고,강이는가장동경했던친구소영으로부터인생이송두리째뒤흔들릴정도의극렬한폭력을경험한다.학교에서없는존재로취급받게된강이는“병신이되지않으려”외로운싸움을이어가지만,최선을다하면다할수록“최악의병신”이되어갈뿐이다.지울수없는상처를입은강이는이제혼자남기위해누군가와싸워야만생을이어갈수있는투어鬪魚처럼살아간다.상대방이사라지거나자신이사라지거나,어느쪽으로든결착을지어야하는그물고기처럼,절대적인고독속에홀로헤엄치던강이는마침내그녀최선의매듭을짓기위해소영을찾아간다.
사회로의입사의식을무리없이치른대다수의독자들은‘병신’이되지않으려는강이의안간힘이눈에설어이소설을쉽사리내려놓지못할것이다.물위로떠오르려면몸의힘을빼면된다는삶의진리를,우리는회피와굴복이라는경험을통해이미알아버렸기때문일까.‘병신’으로는살지않겠다는최소한의꿈마저일찌감치버렸던우리에게,생의순간순간마다최선을다해파국으로나아가는몸부림을그린『최선의삶』은쉽사리휘발되지않을묵직한통증을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