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동물원

글자동물원

$12.50
저자

이안

충북제천에서태어났다.1998년『녹색평론』에시를발표하고,1999년『실천문학』신인상에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목마른우물의날들』『치워라,꽃!』,동시평론집『다같이돌자동시한바퀴』,동시집『고양이와통한날』『고양이의탄생』『글자동물원』『오리돌멩이오리』『기뻐의비밀』등을썼다.격월간동시전문지『동시마중』의편집위원이다.

목차

목차
책머리에-슬픔한알에웃음한알004
제1부|른자동롬원
른자동롬원012|1학년013|비둘기가014|하진이1016|하진이2017|유월018|으름꽃020|꽃밭가위바위보022|토란잎우산024|마늘묵찌빠026|시월028|모과029|모과나무달030|첫얼음032|눈덩이033
제2부|버섯방귀
물의꿈036|외눈바위038|아주까리039|버섯방귀040|자루042|지렁이우는저녁044|봉숭아편지046|꿩048|초승달050|사과나무웃음소리054|단풍잎차표056|돌사자상에비가오면058|꽃사과꽃059
제3부|오리는배가고파
우산이끼062|앵두063|고양이가피었다064|간지럼나무066|오리는배가고파068|묶인개070|떡집앞072|채송화074|화살나무076|누가한말일까078
제4부|구름붕붕
경칩082|노랑이네집083|깜장염소086|굼벵이로부터088|메꽃090|안아요놀이092|고릴라094|귀098|네긴손가락099|왕거미의꿈100|구름붕붕102|시106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절대이책을거꾸로꽂지마시오
절대이책'릉'거꾸로꽂지마시오
문이곰릉열고탈출할수도있음
_「른자동롬원」
이시의마지막행을읽고곰이문을열어야지문이곰을열다니,이거인쇄가잘못된거아냐?하고생각한당신은멀쩡한어른이다.이성과교양과합리적인판단력을갖춘훌륭한사회구성원중의하나일것이다.반면잠시고개를갸우뚱한후에책이나고개를요리조리돌려보고아하,하고웃은당신은조금이상한어른이다.아니면어린이다.
‘문’이나‘곰’같은명사보다...
●절대이책을거꾸로꽂지마시오
절대이책'릉'거꾸로꽂지마시오
문이곰릉열고탈출할수도있음
_「른자동롬원」
이시의마지막행을읽고곰이문을열어야지문이곰을열다니,이거인쇄가잘못된거아냐?하고생각한당신은멀쩡한어른이다.이성과교양과합리적인판단력을갖춘훌륭한사회구성원중의하나일것이다.반면잠시고개를갸우뚱한후에책이나고개를요리조리돌려보고아하,하고웃은당신은조금이상한어른이다.아니면어린이다.
‘문’이나‘곰’같은명사보다는‘릉’이나‘?’처럼중요하지않은글자를먼저읽는당신에게세상은다소냉담할지모른다.그러나우리는알고있다.삶을풍요롭고살만하게하는것은그모든작고사소하고이상하고엉뚱한일들이며,그것들은멀쩡한글자를‘괜히’뒤집어보는,‘시인’의눈에의해서만발견된다는것을.

●동시를먹고,동시를걷고,동시로사는‘이안’의새책,『글자동물원』
봄에아주까리를문앞에심은것은정말잘한일이야.내키보다더큰키에내두손을합친것보다더큰잎을내두르며모르는사람을성큼막아서더라니깐!힘이좀부친다싶으면나비동생,벌언니,사마귀대장까지불러서.어떤날은맘씨좋은청개구리동무가찾아와뿌룩뿌룩불침번을서주고가기도하고.
옆집에서묶어기르는진돗개보다믿음직스러워나는외출할때마다이렇게말하지.
아주까리형님,
저잠깐나갔다오겠습니다.
_「아주까리」
시인이안의일상은동시그자체이다.격월간동시전문지『동시마중』을꾸려두달에한번씩동무들과발송하고,국내최초동시전문팟캐스트도진행한다.‘권태응어린이시인학교’의교장으로해마다시를닮은아이들을만나고,평론을쓰고,전국의학교나창작교실등에서동시를가르치기도한다.그러느라봄에문앞에심은믿음직스러운아주까리형님에게날마다인사한다.“저잠깐나갔다오겠습니다.”
『글자동물원』에는그렇게부지런히동시를살아낸시인의시간들이고스란히담겼다.차곡차곡쌓여딱알맞게발효한동시들은감동적인풍미를선사한다.화가최미란의그림은시인의표현대로“시에까륵까륵사랑스런간지럼을”태우는듯조잘조잘즐겁다.
●슬픔한알에웃음한알
웃는다
돌사자가웃는다
콧등에떨어진빗방울이윗니에걸렸다가
톡!
입속으로떨어질때,
웃는다
돌사자가웃는다
이제9천6백7십9만8천9백5십9번만더
빗방울을받으면
진짜사자가된다고
엉덩이에
1억번번개주사를맞은다음
바위에서풀려난
돌사자가웃는다
_「돌사자상에비가오면」
2008년『고양이와통한날』,2012년『고양이의탄생』두권의동시집에서감각적인탐구와형식적실험을통해존재의원형을추적하는작업에몰두해온이안의시세계는세번째동시집에이르러의미있는변화를맞이한다.
두어해전내게힘든시간이찾아왔다.검고무거운천막이나를덮쳤다.검은천막은힘이셌다.숨을내쉬기도어려웠다.가만히있다가는죽을것만같았다.검은천막을어떻게든슈퍼맨의망토로바꿔내야했다.(…)한알두알동시를지어먹으며나는조금씩빛으로나올수있었다.(‘책머리에’중에서)
“여덟살하진이”의웃음구멍이“오른쪽으로두칸이사”하는시간(「하진이1」「하진이2」),자루에넣어둔“개짖는소리”가옆집개두마리보다더크게자랄시간(「자루」),“채송화앞에쪼그리고앉아/발바닥에오르는/전기를”기다리는시간(「채송화」),돌사자가“9천6백7십9만8천9백5십9번”의빗방울을기다리는시간을헤아리며시인은깨달았다.
어느날나는알았다.“너는자다가도웃으니좋구나!”내머리를쓰다듬으며칭찬해주시는것으로거의날마다한알씩내안에웃음을저금해주신어머니의뜻을.슬픔이찾아올때마다한알씩꺼내먹으라는거였구나.(‘책머리에’중에서)
슬픔한알에웃음한알,그공정하고도깨끗한대응이우리를어둠으로부터건져내는힘이었던것이다.빛에는그림자가따르고눈물속에는웃음이산다.마찬가지로그림자저편에는빛이있고웃음속에는눈물이산다.그리하여『글자동물원』의종이울타리안에깃들어사는것은눈물이웃음으로다시태어나는순간으로부터잉태한다양한결의소리다.“마당에돋은방귀/아니빵한덩이”가내지른“뿌욱!”소리(「버섯방귀」),“바로따서맛보아도좋지만/얇게썰어볕에널어말렸다가/겨우내두고먹어도”좋은“사과나무웃음소리”(「사과나무웃음소리」),“꿔궈궈궈궈궈꿔거겅꿩꿩”기다란활주로를땀나게내달리는소리(「꿩」),“너무나커/들을수없는소리”(「구름붕붕」).
●땡그랑,저금통에바닥에웃음떨어지는소리
세상에는드러나지않은슬픔이아직많고나에게는어머니가저금해주신웃음이여전히많다.이번동시집은내가세상에갚아주는어머니의웃음이다.어머니가나에게그러신것처럼,나는어린이들마음속에한알두알내가빚은웃음을저금해주고싶다.(‘책머리에’중에서)
짧은방학마저바쁘게의무에시달렸을아이들에게웃음을빚어저금해주고싶다는시인이있어서다행이다.그래서우리는짜고슬픈울음차대신으름덩굴에으름으름핀으름꽃우린으름차를마실수있다.“울음덩굴아니고/으름덩굴이어서/정말다행”(「으름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