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끓이며 김훈 산문

라면을 끓이며 김훈 산문

$15.00
Description
김훈이 기록한 세상과 내면의 지난한 풍경들.
김훈 산문집『라면을 끓이며』. 오래전에 절판된 후 애서가들이 헌책방을 찾아 헤매게 한 김훈의 전설적인 산문《밥벌이의 지겨움》,《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바다의 기별》에서 기억할 만한 최고의 산문들만을 가려 뽑고, 그 후 새로 쓴 원고 400매 가량을 합쳐 묶어낸 책이다.

축적해온 수많은 산문들 가운데 꼭 남기고 싶은 일부만을 남기고, 소설보다 낮고 순한 말로 독자들에게 말을 걸고픈 그의 바람이 담긴 최신 글들까지. 이 책은 김훈의 지난날을 다섯 개의 주제로 구성해 간명하고 정직한 그의 문체로 덧댈 필요도 덜어낼 수도 없는 김훈의 세계를 펼쳐낸다.

그의 가족 이야기부터 기자 시절 거리에서 써내려간 글들과 최근에 도시를 견디지 못하고 동해와 서해의 섬에 각각 들어가 새로운 언어를 기다리며 써내려간 글에 이르기까지, 김훈의 어제와 오늘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여전히 ‘먹고살기의 지옥을 헤매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김훈 산문의 정수’가 담겨있다.
세상에는 식사와 사교를 겸한 번듯한 자리에서 끼니를 고상하게 해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거리에서 밥벌이를 견디다가 허름한 분식집에서 홀로 창밖을 내다보면서, 혹은 모르는 사람과 마주앉아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도 있다. 책의 표제 글이 된 ‘라면을 끓이며’는 매 해 36억 개, 1인당 74.1개씩의 라면을 먹으며 살아가는 평균 한국인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자 매운 국물을 빠르게 들이켜고는 각자의 노동과 고난 속으로 다시 걸어 들어가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

김훈

1948년5월경향신문편집국장을지낸바있는언론인김광주의아들로서울에서태어났다.돈암초등학교와휘문중·고를졸업하고고려대에입학하였으나정외과와영문과를중퇴했다.1973년부터1989년말까지한국일보에서기자생활을했고,[시사저널]사회부장,편집국장,심의위원이사,국민일보부국장및출판국장,한국일보편집위원,한겨레신문사회부부국장급으로재직하였으며2004년이래로전업작가로활...

목차

목차
1부밥
라면을끓이며_11
광야를달리는말_32
바다_48
밥1_70
밥2_74
남태평양_76
갯벌_94
국경_98
공_122
목수_127
줄_131
목숨1_137
목숨2_142
2부돈
세월호_153
돈1_178
돈2_182
돈3_186
신호_191
라파엘의집_195
서민_197
러브_201
불자동차_205
소방관의죽음_215
3부몸
바다의기별_223
여자1_232
여자2_238
여자3_243
여자4_247
여자5_251
여자6_256
여자7_262
손1_267
손2_278
발1_283
발2_289
평발_293
4부길
길_299
바퀴_303
고향1_307
고향2_317
고향3_327
쇠_332
가마_343
셋_349
까치_353
꽃_357
잎_361
수박_365
11월_370
바람_374
5부글
칠장사_임꺽정379
연어_고형렬391
1975년2월15일의박경리397
작가의말410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먹고산다는것의안쪽을들여다보는비애悲哀”
김훈산문의정수
소설가김훈의산문이출간되었다.
오래전에절판되어애서가들로하여금헌책방을찾아다니게한김훈의전설적인산문『밥벌이의지겨움』『너는어느쪽이냐고묻는말들에대하여』『바다의기별』에서시대를초월해기억될만한산문들을가려뽑고,이후새로쓴산문원고400매가량을합쳐엮었다.
이책에는그의가족이야기부터기자시절그가거리에서써내려간글들,최근에도시를견디지못하고동해와서해의섬에각...
“먹고산다는것의안쪽을들여다보는비애悲哀”
김훈산문의정수
소설가김훈의산문이출간되었다.
오래전에절판되어애서가들로하여금헌책방을찾아다니게한김훈의전설적인산문『밥벌이의지겨움』『너는어느쪽이냐고묻는말들에대하여』『바다의기별』에서시대를초월해기억될만한산문들을가려뽑고,이후새로쓴산문원고400매가량을합쳐엮었다.
이책에는그의가족이야기부터기자시절그가거리에서써내려간글들,최근에도시를견디지못하고동해와서해의섬에각각들어가새로운언어를기다리며써내려간글에이르기까지,김훈의어제와오늘이고스란히담겨있다.
여전히원고지에육필로글을쓰고,자가용에몸을싣는대신자전거를타고두발로바퀴를굴려세상을나아가는그가기록한세상과내면의지난한풍경들.‘밥벌이의지겨움’‘아들아,다시는평발을내밀지마라’등길이회자되는김훈의명문장들을읽는기쁨과함께,국가가국민을지켜주지못하는시대에진영논리에휩싸여악다구니를벌이는권력가들에게그가‘슬프고기막혀서’써내려간글,여전히‘먹고살기의지옥을헤매고있’는보통사람들의심금을울리는‘김훈산문의정수’가이책에있다.
“나는오랜세월동안소외된노동으로밥을먹었다.”
아,밥벌이의지겨움!!
우리는다들끌어안고울고싶다.”
책의표제글이된「라면을끓이며」는매해36억개,1인당74.1개씩의라면을먹으며살아가는평균한국인들의삶에관한이야기이자,‘거리에서싸고,간단히,혼자서끼니를해결’해야하는사람들에관한이야기이다.세상에는식사와사교를겸한번듯한자리에서끼니를고상하게해결하는사람들도있지만,거리에서밥벌이를견디다가허름한분식집에서홀로창밖을내다보면서,혹은모르는사람과마주앉아서끼니를해결하는사람들도있다.‘목구멍을쥐어뜯는’매운국물들을빠르게들이켜고는각자의노동과고난속으로다시걸어들어가야만하는사람들이,우리주변엔더많다.
“있건없건간에누구나먹어야하고,한번먹어서되는일이아니라때가되면또다시,기어이먹어야하므로”‘한달벌어한달살아가는’이들에게라면은뻔하고도애잔한음식이다.
나는오랜세월동안라면을먹어왔다.거리에서싸고간단히,혼자서끼니를해결할수있는음식이다.그맛들은내정서의밑바닥에인박여있다.
모르는사람과마주앉아서김밥으로점심을먹는일은쓸쓸하다.쓸쓸해하는나의존재가내앞에서라면을먹는사내를쓸쓸하게해주었을일을생각하면더욱쓸쓸하다.쓸쓸한것이김밥과함께목구멍을넘어간다.
이궁상맞음을비웃어서는안된다.당신들도다마찬가지다.한달벌어한달살아가는사람이거리에서돈을주고사먹을수있는음식은뻔하다.
라면이나짜장면은장복을하게되면인이박인다.그안쓰러운것들을한동안먹지않으면,배가고프지않아도공연히먹고싶어진다.인은혓바닥이아니라정서위에찍힌문양과도같다.세상은짜장면처럼어둡고퀴퀴하거나,라면처럼부박浮薄하리라는체념의편안함이마음의깊은곳을쓰다듬는다.
이래저래인은골수염처럼뼛속에사무친다._본문에서
김훈의밥·돈·몸·길·글
이책은김훈의지난날을이룬다섯가지의주제에따라5부로구성되어있다.밥,돈,몸,길,글.이다섯개의주제는그의문체처럼간명하고정직하다.그무엇도덧댈필요도,덜어낼수도없는이단독한세계안에김훈이있다.
그는「손1」에서“나는손의힘으로살아가야할터인데손은자꾸만남의손을잡으려한다”라고썼다.
이책은자꾸만남의손을잡으려드는안쓰러운손으로현실의얽히고설킨관계들을겨우버티어내는그와,홀로집필실에서연필쥔손에힘을준채글을써내려가는그가느껍게만나는자리이다.
지난날한인터뷰에서김훈은이렇게말했다.

“나는글을쓸때어떤전압에끌린다.전압이높은문장이좋다.전압을얻으려면상당히많은축적이필요하다.또그만큼버려야한다.버리는과정에서전압이발생한다.안버리면전압이생길수없다.”
이책을엮는과정에서그는많은글들을버리고,새로이문장을벼렸다.그가축적해온수많은산문들가운데꼭남기고싶은일부만을남기고,소설보다낮고순한말로독자들에게말을걸고픈그의바람이담긴최근의글들까지빼곡하게들어찬이책엔독자를단숨에사로잡을고압전류가흐른다.
김훈문장의힘은버리고벼리는데서온다.이책은김훈이축적해온삶위에,가차없이버리고벼린그의문장의힘이더해져,‘김훈산문의정수’를읽는희열과감동을온전히느낄수있는산문집이다.
◈책속으로추가
*
여행에서만난사람들은모두다다치거나망가져있는사람들이었다.시대가인간에게가하는고통을피할수없었던사람들이었다.그러나그망가진사람들의내면에끝끝내망가질수없는부분들은여전히온전하게살아남아있었다.뿌리뽑히고거덜난삶속에서삶에대한신뢰를발견하는일은늘눈물겹다._「고향1」
*
혼자서늙어가는내초로의봄날에자전거를타고섬진강물가를달릴적에,새잎돋는산들이물에비치어자전거는하늘의길을달렸다.아,이견디기어려운세상속에는또다른세상이있었구나!이별볼일없는생애는어찌그리도고단했던가._「잎」
*
춥고어두운겨울이었다.희망이란없었다.이쪽저쪽으로나눌수있는일은아닐테지만사람들은두그룹으로나뉘었다.포기한사람과아직포기하지않은사람이었다.나는아마도포기한사람쪽에속해있었던것같다.그때나는스물일곱의청춘이었다.포기하지않은사람들도,이세상에더이상희망이란것이부재한다는것을현실로인정하고있었다.포기하지않은사람들은존재하지않는것들,존재하는것이불가능한것들을향해필사적인손짓을보내고있었다._「1975년2월15일의박경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