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장편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장편소설)

$14.00
Description
기나긴 지난함을 거쳐 진실에 가닿으려는 몸짓
‘나’라는 일인칭 세계에서 ‘너’라는 타인에게로 시야를 넓혀온 김연수가 나와 너, 그리고 우리, 그 전체를 조망하는 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태어난 지 일 년도 안 돼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되어 작가로 자란 한 여자가 자신의 과거를 알기 위해 한국 진남으로 향해 섬뜩하고 고통스러운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자신의 이름이 어째서 카밀라인지에 대한 물음에 “카밀라는 카밀라니까 카밀라인 거지”라는 무책임한 대답 말고는 들을 수 없는, 불완전한 과거조차 갖고 있지 못한 한 여자가 있다. 카밀라는 양부에게서 건네받은, 앳돼 보이는 여자가 어린아이를 안고 동백나무 앞에 서 있는 사진 한 장에 의존해, 한국 진남으로 향한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자신의 과거와 친부모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약속한 듯 진실을 감추려 든다. 진실에 가닿기 위한 모든 것이 가로막힌 상황에서 카밀라는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한 번 더 용기를 내기로 결심한다.

카밀라가 태어난 해인 1988년. 카밀라의 엄마 정지은은 친오빠의 아이를 낳았다는 추악한 소문에 휩싸인 채 모두의 외면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이를 입양 보내게 되었고, 외롭게 바다 속으로 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불경한 소문은, 그 나잇대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질투심에서 시작되었다. 진실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고개를 돌리고 싶어지는 사실들만이 떠오르지만 카밀라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그 심연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저자는 우리에게 서로가 건너기 힘든 아득한 심연이 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엄마가 자신을 낳아서 자신이 존재할 수 있었다면, 이제 자신이 엄마를 생각해서 엄마를 존재할 수 있게 해야만 한다는 카밀라의 결심을 통해 확신과 정답으로 가득한 세계만이 진실이 아니며 카밀라, 혹은 우리가 다양한 경우 중에서 선택해서 받아들이는 것 역시 진실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저자

김연수

경북김천에서태어나성균관대영문과를졸업했다.1993년『작가세계』여름호에시를발표하고,1994년장편소설『가면을가리키며걷기』로제3회작가세계문학상을수상하며본격적인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꾿빠이,이상』으로2001년동서문학상을,소설집『내가아직아이였을때』로2003년동인문학상을,소설집『나는유령작가입니다』로2005년대산문학상을,단편소설「달로간코미디언」으로...

목차

목차
제1부카밀라
카밀라는카밀라니까카밀라_011
사과라고해도,어쩌면홍등이라고도_032
파란달이뜨는바다아래오로라물고기_049
평화와비슷한말,그러니까고통의말_065
바다의파랑속에잠긴도서실_084
얼마나오래안고있어야밤과낮은_098
제2부지은
검은바다를건너간다는것은_117
우리들의사랑이야기,혹은줄여서‘우리사이’_131
짧게네번,길게세번,짧고길고길고짧게,짧게한번_144
지나간시절에,황금의시절에_157
태풍이불어오기전날의검모래_170
그대가들려주는말들은내귀로도들리고_184
제3부우리
적적함,혹은불안과성가심사이의적당한온기_207
날마다하나의낮이종말을고한다_220
나한테는날개가있어,바로이아이야_234
저기,또저기,섬광처럼어떤얼굴들이_250
특별전:가장차가운땅에서도
1.1985년6월무렵,금이간그라나다의뒷유리창_263
2.1986년3월무렵,에밀리디킨슨의시_273
3.2012년의카밀라,혹은1984년의정지은_284
작가의말_286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타인에게는내가짐작할수없는아득하고깊은부분이있다는것을알게되었을때,거기서멈춰서타인을이해하려는노력을포기하는사람도있겠지만,김연수의소설은바로여기에서부터시작된다?.우리에게는서로가건너기힘든아득한심연이있고,바로그렇기때문에이해하려는노력을멈추지말아야한다는것.‘나’라는일인칭세계에서‘너’라는타인에게로시야를넓혀온작가는,『파도가바다의일이라면』에이르러‘나’와‘너’,그리고‘우리’그전체를조망한다.
“파도가바다의일이라면
너를생각하는것은나의일...
타인에게는내가짐작할수없는아득하고깊은부분이있다는것을알게되었을때,거기서멈춰서타인을이해하려는노력을포기하는사람도있겠지만,김연수의소설은바로여기에서부터시작된다.우리에게는서로가건너기힘든아득한심연이있고,바로그렇기때문에이해하려는노력을멈추지말아야한다는것.‘나’라는일인칭세계에서‘너’라는타인에게로시야를넓혀온작가는,『파도가바다의일이라면』에이르러‘나’와‘너’,그리고‘우리’그전체를조망한다.
“파도가바다의일이라면
너를생각하는것은나의일이었다”
태어난지일년도안돼한국에서미국으로입양되어작가로자란카밀라포트만이라는한여자가있다.자신의이름이어째서카밀라인지에대한물음에“카밀라는카밀라니까카밀라인거지”라는무책임한대답말고는들을수없는,불완전한과거조차갖고있지못한여자가말이다.카밀라는양부에게서건네받은,앳돼보이는여자가어린아이를안고동백나무앞에서있는사진한장에의존해,자신의과거를알기위해한국진남으로향한다.하지만카밀라의기대와는달리막상진남에도착했을때,자신의과거와친부모에대해알고있는사람들은약속한듯진실을감추려든다.그리고진실에가닿기위한모든것이가로막힌상황에서카밀라는포기하고미국으로돌아가는대신,한번더용기를내기로결심한다.
2012년현재에서카밀라가태어난해인1988년으로거슬러올라갔을때떠오른진실은섬뜩하고고통스러운것이었다.친오빠의아이를낳았다는추악한소문에휩싸인채모두의외면속에서,자신의의지와는상관없이아이를입양보내게되었다는것.그리고그불경한소문은,그나잇대여자아이들사이에서흔히볼수있는아주사소한질투심에서시작되었다는것.무엇도할수없는상황에서카밀라의엄마정지은은,외롭게바닷속으로몸을던질수밖에없었다는것.점점진실에다가가면다가갈수록고개를돌리고싶어지는사실들만이떠오르지만카밀라는멈추지않고계속해서그심연속으로걸어들어간다.엄마가자신을낳았기때문에자신이존재할수있는것처럼,자신이엄마를계속해서생각하려는노력을멈추지않을때엄마역시존재할수있기때문이다.
“우리에게는날개가필요한것이죠”
진실을알기위해‘나는최선을다할거야’라고말하며달려가던정지은과카밀라의목소리가교차되면서,그것을감추려눈을감았던‘우리’라는존재의나약함과비겁함이반대편에서떠오른다.하지만어렸기에나약했던,지킬것이많아비겁했던‘우리’는각자가알고있던진실에대해조금씩말하기시작한다.그리고각자의진실이겹치면서이십오년동안묻혀있던커다란이야기가서서히떠오르기시작한다.하지만결말에이른다해서카밀라의친부가과연누구인지에대해우리가명확하게알수있는것은아니다.다만확신과정답으로가득한세계만이진실이아니라는것,카밀라혹은우리가그다양한경우중에서선택해서받아들이는것역시진실일수있지않을까.
한편,카밀라가작가라는점을고려할때,기나긴지난함을거쳐진실에가닿으려는몸짓은한편의소설을써내려가는과정으로도볼수있을것이다.소설이란,바닷속에가라앉아온기도질감도느낄수없는대상을향해,그럼에도끝끝내다가가잠시나마서로가맞닿는것이라고말이다.죽은정지은과그의딸카밀라가결국만나게되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