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멜라의「이응이응」은성적욕망을해소해주는기계가발명된시대를배경으로,타인과의교류없이도편리하게욕구를해소하게되었음에도공허함을느끼는인물의감정선을좇는다.반려가족을상실한주인공‘나’가사라진존재와의신체접촉을깊이그리워하는모습을섬세하게표현해냄으로써,섹슈얼리티는다채로운정서적스펙트럼으로이루어져있다는것을아름답게펼친다.“여전히김멜라의고안과발명들로반짝이면서도그간의어느작품보다그리움과상실의정서들로감정과감각을흔들어놓는소설”(심사평,소설가최은미)이라는극찬을받으며대상작으로선정되었다.
공현진의「어차피세상은멸망할텐데」는수영센터의강습반에서꼴찌를도맡아하는주인공‘주호’와‘희주’가세상의눈치를보지않고저만의속도로호흡하며꿋꿋하게연대해나가는“사랑스럽”고도“진중한(심사평.문학평론가김건형)작품으로,망해가는세계에서우리가어떻게희망을발견할수있을지를생각하게한다.
김기태의「보편교양」은고전읽기수업을맡은국어교사‘곽’이어느날학부모에게서민원을받은후평온했던그의내면에균열이생기는순간을포착한문제작으로,정교하고촘촘한문장에녹아있는지식인화자의위선이크나큰아이러니를불러일으킨다.
김남숙의「파주」는화자‘나’의남자친구‘정호’에게괴롭힘을당했던군대후임‘현철’의복수서사와아이들을가르치는학원선생인‘나’가겪어온자기혐오의문제를겹쳐놓으면서폭력의구조를질문케하고인간관계의역학을확장시키는수작이다.
김지연의「반려빚」은전애인과동거를하면서생긴일억육천의빚을마치가족인양‘반려빚’으로여기는‘정현’의이야기를통해서로사랑하는관계에서조차이해타산과채무가발생할수밖에없는자본주의사회의비극과그구조의약자인청년세대의고통을통렬하게펼쳐보인다.
성해나의「혼모노」는몸주로모시고있던장수할멈신이홀연히떠나이른바‘신빨’이다해버린삼십년차박수무당‘문수’와그의앞집으로들어온‘신애기’의기싸움이인상적인활극으로,무속문화라는독특한세계를실감나게그려냄으로써눈에보이지않는신앞에선인간의믿음과불신,진정성을질문하는강렬한소설이다.
전지영의「언캐니밸리」는야간택시운전기사‘나’가과거에태웠던한손님이염산테러를당했다는사실을알게된후벌어지는고딕풍스릴러이다.사건의무대를부유층이주로거주하는폐쇄적인마을로설정함으로써부자와빈자,미와추,정상성과비정상성사이에존재하는인간의불안과나약함을형상화한야심넘치는이야기이다.
젊은작가상은작품활동을시작한지십년이넘지않은작가들이한해동안발표한중단편소설을대상으로한다.계간『문학동네』의계간평코너를맡은박서양,이소,임정균,전승민평론가가2023년에발표된중단편소설을성실하고꼼꼼하게검토해주었고,이작업을바탕으로성현아,전청림,최다영평론가가각자의추천작을더하고함께선고심을진행해총스무편의작품이본심에올랐다.본심심사위원으로는김건형,황종연평론가와김인숙,배명훈,최은미소설가가위촉되어2024년1월26일에본심심사가열렸다.
김멜라의「이응이응」은성에대한대담한상상력과‘반려’와‘사랑’에대한천착이두루지지를받으며대상작으로선정되었다.김지연의「반려빚」과공현진의「어차피세상은멸망할텐데」는청년세대의현실과그고투를생생하게그려낸점에서눈길을끌었고,김기태의「보편교양」과성해나의「혼모노」는위선과위악을세밀하게포착하면서도재치있는문장으로주목받았다.김남숙의「파주」와전지영의「언캐니밸리」는인간의폭력성,불안이라는주제를인물들의관계와공간을통해효과적으로형상화하는솜씨가돋보였다.
이렇게일곱명의수상자를꼽고나서보니,젊은작가상을처음수상하는신인작가들이상대적으로많다는결과가또한반가웠다.이들의다음작품이더욱기대된다.재기넘치는젊은작가들의활약을독자들에게소개할수있어기쁘다.이번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도독자여러분에게즐거운독서의시간을선물해줄것이라믿어의심치않는다._‘심사경위’에서
김멜라,「이응이응」성적끌림과정서적끌림이분리될수있는지,만지고싶은마음과성적쾌감이분리될수있는지물으며,누구로도대체될수없는반려를잃은상실감과그이후의생에대한질문들을남긴다.(…)여전히김멜라의고안과발명들로반짝이면서도그간의어느작품보다그리움과사랑과상실의정서들로감정과감각을흔들어놓는소설이었다._최은미(소설가)
“나는……다른인사가있었으면좋겠어요.이를테면,뺨을맞대거나포옹하거나,아니면반가운사람이상대를안아서들어올릴수도있겠죠.너무반가우니까.반갑고좋으면개는오줌을싸잖아요.물론인간은팬티를입지만.이를테면,반가운마음에상대를안고서빙글빙글돌면……”(문장웹진2023년5월호)
공현진,「어차피세상은멸망할텐데」수영센터강습생으로우연히만나친분을쌓아가는그들에관한서술은지구멸망에대한예감을배경에두고있으면서도전반적으로밝은어조다.그것은결국어떤대파국앞에서도건재한사람의살고싶은욕망을따뜻하게긍정하는방향으로나아간다._황종연(문학평론가)
주호는살고싶다는강한충동이밀려오는자신이이상했다.그런충동은죽음에대한충동과짝을이루는것아닌가.삶이,살아있음이자연스럽다면살고싶다는충동자체를느낄수없을것이다.그러나주호는최근들어죽음에대한충동이나갈망없이도,살고싶다는충동에절실하게시달렸다.살고싶다.더욱살고싶다.(『악스트』2023년3/4월호)
김기태,「보편교양」위선으로가득찬한지식인의초상이그려진다.이위선은얼마나정교한가.소설은또얼마나정교한가.호흡하나,단어하나어긋남없이꽉차있다.(…)이완벽한위선과서술은그완벽함때문에곧무너지게되리라는점에서일종의블랙코미디로읽히기도한다._김인숙(소설가)
명백한수업권침해였다.수강생들이수업을외면할수는있지만,누가자신에게무엇을가르치거나가르치지말라고지시할수는없었다.이민원은나의불가침한권리를파괴하려는시도아닌가.게다가학생이까다로운『자본론』에관심을보였다는데,거기에는반드시보호하고독려해야할지적호기심이있지않나.자신은물론학생의권리를,나아가‘사상의자유’를위협하는민원이라생각하자반항심을더정당하다여길수있었다.삶에서한번은맞닥뜨릴거라예감한,파괴될지언정패배해서는안되는시험이먼길을돌아눈앞에나타난듯했다.(『창작과비평』2023년가을호)
김남숙,「파주」돌이킬수없는순간을책임질수없을때가누구에게나있다.그시간으로부터벗어날수없어결국일생동안안고살아가는것말고는답이없다는결론은서늘하고묵중하다.이소설의시시한복수극은더없이강렬한죄의식을담아냈다._김건형(문학평론가)
나를평가하는것같은그눈이싫어요.그눈을보면매번평가받고있다는생각이들거든요.언젠가들킬것같아요.내가얼마나별로인사람인지,내가얼마나별로인마음을가지고있는지.지들이뭐라고……
그렇게말하자어쩐지얼굴이뜨거워졌다.현철이한참뒤에야말을꺼냈다.
그건미워하는것보다무서워하는것같은데요.근데……너무무서워하다보면미워지게되거든요.(『에픽』2023년1·2·3월호)
김지연,「반려빚」‘두여성이한공간에사는이야기’패턴의다음단계를고민하고답을낸작품이다.사랑이나연대의쓰라린기억다음에오는건뭘까?이소설의해답은‘돈,돈,돈’따지는현실적인목소리인데,이목소리가오히려경쾌하고코믹하다.그끝에도달한,플러스마이너스제로가된인물의위치는원점이아니라진화로읽혔다._배명훈(소설가)
빚이야말로정현이잘돌보고보살펴임종에이르는순간까지지켜봐야할그무엇이었다.빚역시앞으로수년간은정현의옆자리를떠나지않을것이고,정현이죽었나살았나그누구보다도두눈부릅뜨고계속지켜볼것이다.빚이야말로정현의반려였다.(『문학과사회』2023년여름호)
성해나,「혼모노」심심할틈없이강렬하다.(…)무속의세계라는소재의독특함이먼저눈에띄기는하지만단지그때문은아니다.낯설고새로운무대는익숙한질문을난데없이생생하게만든다.무엇이진짜일까.이질문의대답을구하려면세대와젠더와심지어영과속을가로질러야한다._김인숙(소설가)
구름도다사라진땡볕아래서판수도,악사들도점점지쳐가는와중에기세가누그러지지않는이는오직나뿐이다.피범벅에몰골도흉하겠으나시야가환하고입가엔미소까지드리워진다.신령근처에라도가닿은것처럼몸이가뿐하고신명이난다.장단이빨라질수록나는고조된다.
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
삼십년박수인생에이런순간이있었던가.누구를위해살을풀고명을비는것은이제중요치않다.명예도,젊음도,시기도,반목도,진짜와가짜까지도.
가벼워진다.모든것에서놓여나듯.이제야진짜가짜가된듯.(『자음과모음』2023년가을호)
전지영,「언캐니밸리」이소설에세워진결핍과동경,강함과약함,아름다움과파괴의구조를어그러뜨릴수있는잡히지않는악의를나는왠지좀더경험해보고싶다는생각을했다.소설에대한정서적감응여부와상관없이다음소설이너무궁금해지는작가가내겐전지영이었다._최은미(소설가)
당신은청한동의분위기,상상못할만큼부유한삶,필요한건무엇이든가질수있는능력에감탄할뿐이었다.
“그집에서뭘해요?”
내물음에당신이종이컵을두손으로쥐고나를향해몸을돌려앉았다.허리를쫙펴고,다리를가지런히모은뒤,내눈을똑바로바라보았다.
“이렇게,앉아있어요,거실소파에.”(『창작과비평』2023년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