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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문
저자장철문은1966년전북장수에서태어났다.1994년『창작과비평』겨울호로등단했다.시집으로『바람의서쪽』『산벚나무의저녁』『무릎위의자작나무』가있으며,산문집『진리의꽃다발;법구경』,동화『노루삼촌』『심청전』『양반전』등과그림책『흰쥐이야기』『멍치덕골정현모아저씨네다랑논』외다수가있다.
시인의말첫째매듭오월낙엽풍찬노숙(風餐露宿)갓등아래강가강에와서나무소가죽었다수자타마을에가서관입시작삼매(觀入詩作三昧)다시바라나시에와서둘째매듭고막이터지는때도토리는싸가지가없다백화(白樺)초가을볕속에서모과나무밑초닷새상현(上弦)내가사랑하는것은담쟁이물드는편지소품(小品)셋째매듭새떼가온다벚꽃,그리고낮달희순이정제문앞에서뒤란에저녁이온다구례산동호박잎을따러와서망초꽃과자전거넷째매듭유홍준은나쁜놈이다그나무가어디로갔을까상춘(賞春)가다야외수업풍개가익을때팔대산같이그네산국화죽은새본다내가사랑한영토다섯째매듭해모수의다른아들이쓴편지자작나무가있는묘지사진을트리밍하며프레이저강에와서잃어버린신발한짝강을건너서자작나무숲을거닐며아담과이브처럼어느날목줄이풀린개처럼실에는마리가있다여섯째매듭어머니가쌀을씻을때길다사과는잘못이없다쏠캘린더에바치는감사패콩나물을다듬을때도반이떠났다는소식을들었다쉰창을함께닫다발문|전성태
●편집자의책소개“이건길가에내놓은의자다”장철문시집『비유의바깥』1.문학동네시인선의여든세번째시집장철문시인의『비유의바깥』을펴냅니다.1994년『창작과비평』으로데뷔한뒤발간한『바람의서쪽』『산벚나무의저녁』『무릎위의자작나무』에이은네번째시집입니다.앞선시집과는8년의터울을두었으니그간시인이게을렀던탓이아니겠냐며이얇은시집을두고쉽게말할수도있겠으나마지막페이지를덮고나면일단은나도모르게말부터싹삼가게됩니다.허투루읽고버릴시한편이없다싶으니까시인의침묵과시인의부재로짐작이되던그간시인의하루하루가시로참촘촘했겠구나,다시금헤아려지기도합니다.『비유의바깥』은총여섯개의매듭안에총51편의시가나뉘어담겨있습니다.통상‘부’라는말로써왔던나뉨의총칭을‘매듭’이라쓴것이재미가있어간만에그‘매듭’의안팎부터들쑤셔보는데,시집의만듦새에이렇게적합한단어가또있었을까싶은것이그사전적정의를다시보게되면서였습니다.매듭이무엇이던가요.‘실이나끈따위를묶어마디를맺은자리’로뜻풀이를시작하는단어이지만,기본적으로어떤일과일사이의마무리,또는어떤일의결말을뜻하는말이지요.혹은어떤일의해결되지않는부분이나어려운고비를칭하기도하고요.새삼어떤시작과어떤끝사이에맺히는말이‘매듭’이다싶으니까이것이‘시’를칭하는‘시’의비유가아닌가생각도해보게되었는데요,여기에‘바깥’이붙으니까이시인거추장스러운시의장식은탈탈다털어버리고알몸그맨몸으로만승부할작정이구나싶어읽는마음에있어그자세부터곧추세우게되는듯했습니다.참으로깐깐하게시의허리뼈부터꼿꼿이세우자는시인의고집,그기본기에대한집중은사실시의오장육부를바로잡는일이라서이시집을손에쥔누구나에게약이다싶은마음으로대하라고하기에참으로적합하다싶었는데요,서두가길었습니다만요약해말하자면쓴약같은시집이랄까요,장철문의시집『비유의바깥』을왜읽어야하느냐고누군가묻는다면말이지요.2.시인의말을통해짧게표현하기도했지만시인은제시들을일컬어“길가에내놓은의자”같다고합니다.‘의자’의쉬어감이‘의자’의편안함을주지만,이‘의자’가‘길가’에놓여있다는게말하자면함정이지요.‘길가’는집이아니고그래서‘길가’는사람들이오가는데놓여있는거리의말이어서몸은쉬게할수있으나마음은구름처럼풀어놓을수없게하지요.그의자하나들고길가에나와앉은마음으로시집을펴읽습니다.“아이는새잎처럼자라고,나의비유는끝이났다”(「오월낙엽」)라는고백으로시작하는첫시에서의‘아이’는마지막시「창을함께닫다」에도출연하는데‘아이’의상징성또한이번시집에서중요한키워드가아닐수없습니다.‘비유의안쪽’에어른들이있다면‘비유의바깥’에아이들이있기때문입니다.실뿌리에축축하던습기는사라졌다바라던대로오월의산빛은비유의바깥에있다바라던대로파도와비애는언어의바깥에있다비유는죽고,나만앙상하게남았다-「오월낙엽」부분이‘바깥’에대해서는다른해석의여지가끼어들기도합니다.어떤중심으로부터저절로밀려나고혹은도망쳐만들어진그‘바깥’은생보다는죽음과좀더맞닿아있는세계인까닭입니다.차갑게식어말라가는세계,뜨겁던컬러로부터바래어가는세계,그‘바깥’의심정을일순대변하는시가바로예있지않나싶습니다만.저중에는하루만살고가는것들그냥아하,이게사는거구나하고가는것들사는게그저알에서무덤으로이사가는것인그런것들불빛과어둠의경계를넘나들며어지럽게원을그리는,도무지뭐랄수도없는것들이마음에는한순간왔다가는것들너무빨라서사라지고난뒤에야그몸을알리는것들안팎의경계에서그저잉잉거리다마는것들스러진뒤에야그잔상이나남기고가는그마저거두어지는-「갓등아래」전문그럼에도생의마지막을,그거두절미를두려워하지않아도된다는나름의안도,그희망은“시는절대여서허위에더럽혀지지않는다”(「강가강에와서」)라든지“하늘은절대여서비린내가없다”(「강가강에와서」)같은구절에서찾아볼수가있지요.“주검을끌어당기듯생을끌어당기”(「다시바라나시에와서」)는일의반복이이순간에도쉴틈없이벌어지고있을테니까요.“뭐라고할수없는이것”(「도토리는싸가지가없다」),“똑같이생겨먹은데라고는없이/하나같이/말이라고는들어먹지않게생”(「도토리는싸가지가없다」)긴‘도토리’가우리라할때이생사의오감,그입장의가지가지앞에서우리는감히무엇이옳고무엇이그르다말할수있을까요,그평할수없음으로우리는도토리가시라면도토리나무도그자체로시인이것,이원형의문답속에서다시금그사이에놓인‘말’을생각하게됩니다.“맨처음/짐승이사람되던때의”(「담쟁이물드는」)그말,말이죠.내남자라는말내여자라는말참하릴없는말개울가첫상추씹히는돌확에생고추얼갈이겉저리부득불광덕보다도엄장노힐부득보다도달달박박아이는자라고담쟁이물들고내여자라는말내남자라는말참불가항력의말석벽의햇살,담쟁이잎사귀맨처음짐승이사람되던때의-「담쟁이물드는」전문3.시인은‘신성’이아닌‘사람’인지라여전히발견하고그발견을신기해하고그신기함을시로쓰고싶어말을서두르는‘아이’를닮아있습니다.머리가다아는것과마음이다이해하는것에못미치게몸은여전히갈팡질팡하는셈이지요.그러나아기때의걸음마나늙어하는걸음마나몸의정직함은얼마나귀한것이던가요.나는호박잎을따러와서가을볕에고추를꺼내오줌을눈다곁에,어느새쑥부쟁이를말갛게피워놓았다이렇게꽃피는것말고는뜻이없어서오줌을누면서도좋다나도오줌누는것말고는뜻이없어야겠는데,오줌누다가꽃보고꽃보다가는이런!또뭘쓰고있다-「호박잎을따러와서」부분때문에여직‘아이’인시인에게어머니와아버지는여전한볕이고아직도그늘인세계이지요.평생어머니와아버지의이름아래우리는모두자식의이름이전부인것처럼요.여섯째매듭에실린시편들의마디마다어머니와아버지가꼬여있으니그걸잠시풀고,그풀린마음으로시를읽자니슬프고아픈심사가그대로툭툭튀어나옵니다.“이쌀씻는소리를들을수없구나,너는/바가지밑에앉는이그늘을볼수없구나”(「어머니가쌀을씻을때」)하는어머니,“한나절변기에앉아서아버지는/어떤기분일까?/지금여기서내리라고하면/어떤기분일까?/오늘현관문을열고들어서지못한다는것은/무엇일까?”(「길다」)라고짐작은해보지만“얼마나자주길다고느끼실”(「길다」)지도저히그짐작을물을수없게하는아버지.내부모의생은‘사과’같은것이어서“사과는잘못이없다”라고한다면이는너무빤한뻔뻔함일까요.기실내부모의살아옴은정직함이무기여서“사과베어무는소리를내려고/사과를먹”고“사과씹는소리를들으려고/사과를먹는”(「사과는잘못이없다」)사람들이거늘.아쉬운대로부모와의비껴감이회한으로남았다면마주침의희망은‘아이’에게서찾아지지않을까합니다.시집에서총스물여섯차례에걸쳐등장하는‘아이’는시인에게딸이자친구이자애인이자절대적인자연의다른이름이기도하거니와,그런‘딸아이’의말과행동하나하나에시인의집중력이더해지는건새삼생의이치와같은일이아닐까싶기도합니다.시인이왜시를쓸까요.만만치않은이근원적인물음에대한답이아래의시에있습니다.사람이왜살아갈까요,라고묻는것과같은맥락이다싶은데요,대입해볼저마다의질문이아주다양할것같은풍요로움이상상이됩니다.그러니까우리는왜시집을읽을까요.달이참좋다,그렇게말하고싶어서창을닫다가엉거주춤딸아이를불렀다이런건왜꼭누구한테말하고싶어지는걸까?아이가알아차렸는지엉거주춤허리를늘여고개를내밀었다?「창을함께닫다」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