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사랑은늘이타적이고무조건적이며,절대적으로옳은것인가?
사랑에관한클리셰들은어떻게만들어져왔는가?
사랑은정말로영원한가치인가?
우리앞에우뚝선‘사랑’이라는이름의신
시대에따라변모하며늘새롭게재탄생해온사랑의역사를
지적인통찰과재치있는문장으로파헤친우리시대의새로운고전
철학자사이먼메이의『사랑의탄생』이문학동네에서번역출간되었다.서구철학의기나긴역사를가로지르며시대에따라변모해온‘사랑’의개념에관해깊이있는분석을시도하는이책은,지적인통찰과재치...
사랑은늘이타적이고무조건적이며,절대적으로옳은것인가?
사랑에관한클리셰들은어떻게만들어져왔는가?
사랑은정말로영원한가치인가?
우리앞에우뚝선‘사랑’이라는이름의신
시대에따라변모하며늘새롭게재탄생해온사랑의역사를
지적인통찰과재치있는문장으로파헤친우리시대의새로운고전
철학자사이먼메이의『사랑의탄생』이문학동네에서번역출간되었다.서구철학의기나긴역사를가로지르며시대에따라변모해온‘사랑’의개념에관해깊이있는분석을시도하는이책은,지적인통찰과재치있는문장으로우리사이에자리잡은사랑에관한통념을하나하나묘파해나간다.
오늘날우리에게사랑은너무나당연한것이기에,철학자들이나사상가들의입에자주오르내리는주제가아니다.사랑은‘느끼는것’이지‘생각하는것’이아니며,사랑을정의할수없는것이라거나정의하는것이오히려사랑을망치는것이라고이야기하는사람들도있다.우리는사랑에대해의문을품지않기로단단히작심하고있는것처럼보인다.
그러나사랑은늘인간사에서매우중요한역할을맡아왔다.때문에옛철학자들,예컨대고대그리스의플라톤이나아리스토텔레스,중세의토마스아퀴나스와몽테뉴,근대의니체와프로이트까지모두사랑에관해깊이있게통찰했다.메이는이들이말하고있는사랑이비슷하게공유하고있는점과그렇지않은점의차이를성실하게탐색하여,때로는기발하고모험적으로사고의지도를그려낸다.그의생각을따라가는동안이밑그림은점점구체화되고,마지막에는지금까지존재했던어떤것보다도아름답고매혹적인사랑의문화사가펼쳐진다.
우리의통념과는달리사랑은왜존재하는가,사랑은무엇을얻으려하는가,잘산삶에서사랑은어떤역할을하는가,사랑은어떻게함양되어야하는가,사랑은어떤조건하에서아름답거나추하며선하거나악한가와같은물음에대한답은시대와장소에따라매우다르다.메이가정리한사랑의역사는,이보편적욕망과헌신의힘이수세기에걸쳐어떻게해석되어왔는가에관해의미있는이야기를들려준다.그는불가능해보이던이방대한작업을해내며사랑의의미에관한연구에새로운장을열었다.참신하고지적인도발을달성한이책은,감히이시대의새로운고전이라할만하다.
구약성경과플라톤에서프로이트와프루스트까지
2000년동안인간을기쁨과혼란에빠뜨린서구사랑사상사
‘사랑’이라는단어에대해어떻게정의내릴수있을까?사람마다백이면백다를수밖에없다.누군가‘나는널사랑해’라고말한다고하더라도,상대방은‘너는날사랑하지않아’라고말할수있다.그들은모두사랑에대해말하지만,그들이생각하는사랑은서로다른것이다.남녀사이의작은일에서조차그러할진대,인류전체의역사를살펴본다면대체그개념은얼마나다종다양할것인가.그기원을거슬러오르기위해,사이먼메이는서양사랑의뿌리를구약성경과고대그리스철학에서찾는다.
구약성경의하느님은인간에게명령한다.“마음을다기울이고정성을다바치고힘을다쏟아너의하느님야훼를사랑하여라,”그리고여러가지계율을말한다.“네이웃을네몸처럼아껴라.”“네원수가주리거든먹을것을주고목말라하거든물을주어라.”창세기에적혀있듯,신은그자신의모습대로인간을만들었기에우리는신을흉내내려고노력해야한다.교황베네딕토16세가“하느님께서사랑하시는방식은인간사랑의척도가됩니다”라고말했듯,사랑의목표는곧잘신격화된다.
그런가하면고대그리스의플라톤은오늘날까지회자되는‘플라톤적사랑’을창조하며,육체적욕구에서시작되는사랑이영적인이해로,유한에서무한으로,조건적인것에서절대적인것으로발전할수있다고보았다.이와다르게,아리스토텔레스는사랑을세월이흘러도변하지않는절대적아름다움의실재를보는방식으로여기지않고개인의번영을위한사람들사이의유대라고보았다.로마의실용주의자인오비디우스는연애와섹스,관능적인쾌락을즐기되너무빠지지않도록조심하고사랑의더높은이상에혹하지말라고충고하고,긴중세를거쳐마침내탄생한천재스피노자는신과자연의구분을거부함으로써하늘로치솟은사랑을땅위로끌어내린다.이후루소,슐레겔과노발리스,쇼펜하우어와니체로이어지는사랑의역사는다채로운모습으로내내인간을지배한다.마침내프로이트와프루스트에이르러서는,‘신은사랑이다’라는명제가‘사랑은신이다’라는명제로탈바꿈하기에이른다.
서양세계가신에대한믿음을잃기시작한17~18세기이후로,신의대용품으로사용된모든대상들은차례차례결함을드러냈다.이성,진보,민족,국가,공산주의를비롯한모든가치와이상은모두인간이기대했던궁극의만족이나무한한약속을실현하지못했다.시인필립라킨은「어런들무덤AnArundelTomb」의마지막행에서문명전체를대표해이렇게말한다.“우리중살아남을것은사랑이다.”
사랑에대한인간의생각은늘변해왔지만,이오랜문화적유산은아직까지도우리에게큰영향을미치는중이다.이쯤에서메이는사랑이무너뜨릴수없는삶의기반에대한희망을우리안에일깨우는사람과사물들에게느끼는황홀이라고말한다.우리가사랑에대한욕구를가지고있다면,그것은우리가이세상에서고향에온듯한기분을느끼고싶어하기때문이라는것이다.지금-여기에서삶을뿌리내리려는욕망.그는이욕망을‘존재론적정착ontologicalrootedness’라고부른다.
신이사랑이라고믿든사랑이신이라고믿든,이러한구분은생각보다중요하지않을수도있다.사랑하는대상을있는그대로알기위해노력하고,그럼에도그를‘그의내면그대로’이해했다고단정짓지않는것.필요,불안,습관,역사에의해왜곡된우리의불완전한시각안에가두지않는것.신이우리를사랑한다고하는,과연그럴까싶은방식의사랑을전범으로삼는교만을버리고스스로의의지로사랑하는것.전통의무게에눌려굳어버린사랑의관념을생생히되살린메이의자유로운사랑관이다.
*책속으로추가*
기독교의사랑을일러“가장심오하고숭고한종류의사랑”이라한니체의말에는물론역설적의도가담겨있다.하지만그것만이전부는아니다.추함에서위대함의씨앗을보고병에서건강함을본다는것이니체라는철학자의섬세한점이다.우리가퇴행을통해고귀해진다는그의말은새김직하다.고통의세계에겁먹고,자신의무력함을원망하고,마음의갈피를잡지못하고,자신의불가피한존재를혐오하는인간은,자신의번영을위한바로그조건들,즉고통과시련을증오하면서도한편으로는번영을갈망하고있다.(357쪽)
프루스트를읽는다는것은사랑이지닌배덕의위력과풍부함에눈을뜨고,고통이얼마나사랑을구축하고기만이얼마나사랑에활력을주며지루함이얼마나사랑을마비시키는지를깨닫고,질투,잔인함,무관심,그리고나르시시즘에대한타의추종을불허하는뛰어난묘사들을접한다는것을뜻하지만,그게전부가아니다.막대한,어쩌면극복할수없는삶의고통을최고의좋음으로구원받고싶은서양의갈망을다시금떠올린다는뜻이기도하다.화자의고통을그려내고정당화하느라장장3000쪽가까이소모하고있지만,반대로그고통이없었다면태어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