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12.50
Description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그간 서평가라는 이름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온 '로쟈' 이현우가 번역가로 나선 이 책은 러시아어 원전 번역을 통해 체호프 특유의 정교하고도 보편적인 문제의식과 간결한 문체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더불어 스페인의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하비에르 사발라의 관능적이고 전위적인 삽화로 작품의 의미를 배가했다.

구로프는 마흔도 되지 않은 나이에 모스크바에 집이 두 채나 있는, 뭇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아내가 두려워 집에도 잘 들어가지 않을 만큼 그의 결혼생활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도 몰래 다른 여자들을 만나면 그만이니 아쉬운 것은 없었다. 그는 연애를 매우 즐기는 사람이었지만, 여자 얘기만 나와도 저급한 인종 이라 일컬으며 불쾌한 기분을 드러내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얄타에서 홀로 여름휴가를 즐기던 그는 우연히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안나를 만나게 된다.
저자

안톤체호프

저자안톤체호프АнтонПавловичЧехов1860~1904는러시아남부의항만도시타간로크에서태어났다.잡화상이었던아버지의파산으로가세가기울자스스로학비를벌어김나지움을졸업하고1879년모스크바대학의학부에입학했다.이후생계를위해오락잡지와신문에단편소설을기고하기시작하여인기를끌었다.졸업후병원을개업하지만작가드미트리그리고로비치로부터재능을낭비하지말라는편지를받고전업작가의길로들어섰다.1885년에발표한단편집『황혼』으로1888년푸시킨상을받으며문단의주목을받았고,있는그대로의삶을담담한문체로풀어내는작품들로러시아사실주의를대표하는작가로자리매김했다.1904년,평생지병이었던폐결핵이악화되어44세의나이로숨을거두었다.대표작으로는희곡「갈매기」「벚꽃동산」과단편소설「지루한이야기」「6호병실」「사랑에대하여」「귀여운여인」「개를데리고다니는여인」등이있다.특히에드거앨런포,모파상과함께세계3대단편작가로꼽히며헤밍웨이,블라미디르나보코프,레이먼드카버등여러작가들에게지대한영향을주었다.

목차

개를데리고다니는여인007
안톤체호프연보061
옮긴이의말065
그린이의말073

출판사 서평

“정말제대로살아보고싶었어요!”

남에게보여주기위한삶,
자신에게도솔직하지못한삶,
그안에숨은열정,
그리고시작되는사랑에관한이야기

작가들의작가,안톤체호프

“체호프가없었다면우리작가들가운데누가존재할수있었겠는가?
그가아니었다면단편소설은고리타분한형식이되고말았을것이다.”
-네이딘고디머(1991년노벨문학상수상)


안톤체호프의단편소설중단연수작으로꼽히는「개를데리고다니는여인」이문학동네‘일러스트와함께읽는세계명작’시리즈로출간되었다.그간‘서평가’라는이름으로가장많이알려져온‘로쟈’이현우가번역가로나섰다.러시아문학박사이기도한로쟈이현우의러시아어원전번역을통해체호프특유의정교하고도보편적인문제의식과간결한문체가고스란히전해진다.더불어스페인의세계적인일러스트레이터하비에르사발라의관능적이고전위적인삽화로작품의의미를배가했다.여행을하며서로다른장소에서,서로다른도구로그려낸사발라의그림들은일상속찰나의순간을포착하여삶의진실을폭로하는체호프의작품과닮았다.

에드거앨런포,기드모파상과함께세계3대단편작가로꼽히는안톤체호프.그가없었다면지금과같은단편소설도,작가도나오지못했다.그만큼체호프의작품은현대단편소설의형식을확립하는데결정적인역할을했다.어니스트헤밍웨이,블라디미르나보코프등후대의작가들도그영향에서벗어날수없었다.‘미국의체호프’레이먼드카버,‘교외의체호프’존치버,‘우리시대의체호프’앨리스먼로처럼소위단편소설의대가로평가받는작가라면지금도여전히‘체호프’에비견되는수식어가따라붙는다.

「갈매기」「벚꽃동산」같은희곡도유명하지만체호프는단편소설작가로먼저이름을알리기시작했다.잡화상이던아버지가파산하여가세가기울자그는생계를유지하기위해신문과잡지에단편소설을기고했다.지면상의한계는작품의완성도와문학성을끌어올리는촉발제가되었고대학에다니는동안에만300편이넘는단편소설을발표하며인기작가로자리매김했다.러시아왕립아카데미에서최고의문인에게주는푸시킨상을수상하며문단의주목을받기시작한것도1885년에발표한단편집『황혼』덕분이었다.
평생동안체호프가쓴작품들을보면희곡은11편에불과하지만단편소설은거의1000편에이른다.그많은단편소설중에서으뜸은단연「개를데리고다니는여인」이다.체호프의문학성이절정에달했던1899년에발표된이작품은현대단편소설의정수(精髓)를보여준다.

위선과자기기만으로가득찬삶속에서만난진실한사랑
:구로프의이야기


구로프는마흔도되지않은나이에모스크바에집이두채나있는,뭇사람들이부러워할만한삶을살고있다.하지만아내가두려워집에도잘들어가지않을만큼그의결혼생활은그다지만족스럽지못했다.사랑없이허울만남은결혼이었다.그래도몰래다른여자들을만나면그만이니아쉬운것은없었다.그는연애를매우즐기는사람이었지만여자얘기만나와도“저급한인종”이라일컬으며불쾌한기분을드러내는이중적인모습을보였다.그의삶은온통위선과자기기만으로가득차있었다.
휴양지얄타에서홀로여름휴가를즐기던그는우연히‘개를데리고다니는여인’안나를만난다.이름도성도모르는여자와의새로운연애에대한호기심이그를완전히사로잡았고두사람은점점가까워졌다.얄타의후덥지근한날씨와여유로운휴가객들의모습이그를다른사람으로만들어놓은것같았다.그는종종열정을주체하지못해그녀에게충동적으로입을맞추면서도혹시누가보지는않았을까주변을살폈다.
본문15쪽

얼마지나지않아두사람은당연한듯각자의삶으로돌아갔다.모스크바에는벌써겨울바람이불었지만안나에대한그리움은점점뜨겁게타올랐다.구로프는자신이얼마나매혹적인여인과연애를즐겼는지자랑하고싶었으나들어줄사람이없어괴로웠다.그러다파티에서만난누군가가던진평범한말한마디에그는불현듯자신의삶이처한현실을자각하고회의에휩싸인다.자신의삶이남들에게보여주기위한삶,시시한농담만큼이나아무런의미도없는삶이었다는사실을깨닫게되는것이다.

“얼마전당신말이옳았어요.철갑상어가맛이갔더라고!”
어째서인지너무도평범한이말에갑자기구로프는분개했다.그에게는모욕적이고불결한말로들렸다.이얼마나조야한풍속에다천박한위인들인가!이얼마나무의미한밤들이고,무료하고시시한날들인가!-본문중에서

이찰나의순간은구로프에게도,독자들에게도의미심장한사건으로다가온다.그냥지나칠수도있는일상적인사건이지만그속에는한인물의삶뿐만아니라보편적인삶의진실이집약되어있다.단편소설의새로운지평을열었던,체호프의특기가고스란히드러나는부분이다.
구로프는결국안나가사는S시까지찾아가기에이른다.막연히그녀를만나고싶다는열망만을안은채,자신이지금왜이렇게된것인지정확한이유를미처깨닫지못한채.우여곡절끝에두사람은다시만나서로의마음을확인한다.

“제대로살고싶었던거예요!정말제대로살아보고싶었어요.”
:안나의이야기


‘개를데리고다니는여인’안나세르게예브나는갓스물을넘긴젊은유부녀이다.상류층여인으로풍족한생활을누리며정숙하고깨끗한삶을살아왔다.아는사람하나없는휴양지에혼자있어도개를데리고산책하는일외에다른것은생각도못하는순진한여인이었다.하지만그녀는이제껏제대로행복을느껴본적이없었다.줄곧삶에대한알수없는갈증에시달렸다.남편은분명좋은사람이었지만그의무미건조하고굴종적인태도에서는어쩐지하인같은분위기가풍겼다.

“스스로에게이렇게말하곤했어요.분명더나은삶이있을거야.제대로살고싶었던거예요!정말제대로살아보고싶었어요.”-본문중에서

그녀는솔직한삶,진정한삶을원했다.애써숨겨온열정과호기심을더이상억누를수없었던그녀는급기야남편에게거짓말을하고홀로얄타로떠난다.그곳에서구로프를만나마치귀신에홀린듯사랑에빠지게된다.하지만이내죄책감에괴로워하며끊임없이무언가잘못되었다는말을반복한다.바람직한삶만을살아왔던그녀에게휴양지에서의새로운만남은타락을의미했다.

“저는저속하고나쁜여자예요.저자신이경멸스러워요.변명은생각지도않아요.저는남편을속인게아니라저자신을속인거예요.이번만이아니에요.이미오래전부터속여왔어요.”-본문중에서

구로프와만나는동안에도안나는충분히행복하지못했다.늘그가자신을저속한여자로여기지는않는지궁금해했고자신을진심으로사랑하는지물었다.다른이들의눈을피해몰래만날수밖에없는현실역시“제대로살”지못하는삶이기는마찬가지였다.구로프는슬퍼하는안나의모습에연민을느끼고그상황에서벗어나야겠다고결심한다.
그러나아직끝은멀고도멀었다.그저머리를감싸쥐며“어떻게,어떻게?”라고탄식하는것외에달리방법이보이지않았다.다른사람들의시선이마음에걸렸다.두사람을옭아매는속박을벗어던지려면그동안누린안정적인삶을담보로걸어야했다.하지만두사람은체호프의인물들답게,새로운삶의가능성앞에서머뭇거리고,눈물을흘리고,머리를감싸쥘뿐이었다.꼭우리들의모습처럼.이렇듯대단치않고변변치않은체호프의인물들의모습은세기를뛰어넘어우리에게도당황스러운위안을선사한다.

분명새로운인생은아름다울테지만,우리는대개그새로운인생의문턱에서주저앉는다.그게체호프가바라본인생이다.때문에대단한인생을살아가는독자라면체호프와인연이없다.오직변변찮은독자들만이그의작품에서자기자신을발견하고서당혹감과위안을얻을것이다.우리구로프와안나야말로「개를데리고다니는여인」의딱맞는독자이기도하다.-옮긴이의말중에서

“어떻게,어떻게?”
:또다른삶의가능성에대한체호프식질문과체호프식대답


다른단편들과달리「개를데리고다니는여인」에는체호프자신의이야기가조심스레숨겨져있다.그가여덟살아래의여배우올가크니페르와사랑을키워가던때에쓴작품이기때문이다.관계에진지하지않던구로프가진정한사랑을깨닫게되기까지의과정에는체호프가크니페르를만나면서겪은심경의변화가투영되어있다.
평생지병이던폐결핵이악화되는바람에체호프는1899년부터얄타에서요양생활을했다.크니페르가얄타를방문하면서두사람은급속도로가까워지기시작했다.그해에체호프는「개를데리고다니는여인」을발표했다.그리고2년뒤인1901년,숱한여자들을만나면서도결혼에는미온적이었던그가아무도모르게크니페르와결혼식을올렸다.당시그의폐결핵은이미더이상손을쓸수없을지경이었고그도이사실을알고있었다.그는결국짧은결혼생활을뒤로하고1904년7월에세상을떠나고만다.
“머리가세기시작”하고자신의지병이회복불가능한상태가되고나서야만난사랑앞에서체호프도구로프처럼“어떻게,어떻게?”라며머리를감싸쥐었을까?분명한것은이것이바로또다른삶의가능성에대한체호프식질문이자그가바라본인생이라는것이다.그안에는인간에대한체호프의따스한시선이스미어있다.
평생동안작품을통해‘진실한인생이란무엇인가?’를고민했던체호프.그런그가마지막으로발표한단편소설이바로「개를데리고다니는여인」이다.이작품은‘인생이란무엇인가?’‘사랑이란무엇인가?’에대한,나아가‘단편소설이란무엇인가?’에대한체호프식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