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뒤에서 (양장본 Hardcover)

문 뒤에서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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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등뒤에서, 이 문 뒤에서,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화인처럼 찍힌 그날

“그애는 진실과 대면하기로 했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완강하게, 깨어나지 않은 채, 단절과 적대감이라는 타고난 운명에 사로잡힌 채 문 뒤에 또다시 숨어 있었으니, 활짝 열려고 생각했대도 헛일이었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것도. 지금도 못하고, 앞으로도 못할 것이다... 마침내 난 혼자가 될 것이다. 그애의 가면을 벗긴 다음에. 그와 절교하고 다른 모두와도 절교한 다음에.”

조르조 바사니 소설 선집 4권. 1964년작. 바사니가 자신의 '가장 깊은 암흑기'라 부른 사춘기를 스케치한 성장소설. 소년들 간의 우정과 배신의 격랑이 '나'의 회상과 독백으로 되살아난다. 문 뒤에서 진실과 마주하지 못한 채 치유할 수 없는 상처로 얼룩진 한 소년의 초상화는 페라라의 아득한 시간을 사는 유대인 공동체에 휘몰아치게 될 파시즘 광풍의 전경을 예고한다.
저자

조르조바사니

저자조르조바사니
1916년3월4일이탈리아볼로냐에서태어난다.부유한유대인집안출신으로,유년기와청년기를페라라에서보낸다.1934년볼로냐대학교문학부에입학해미술사가로베르토론기에게서수학한다.대표적인반파시즘지식인베네데토크로체의글에심취해있던대학시절,페라라의일간지『코리에레파다노』를통해작품을발표하기시작한다.1938년반유대주의적인종법이선포될무렵부터반파시즘활동에참여하다1943년체포되어구금된다.무솔리니가실각하면서풀려난뒤로마에정착한다.이차대전후에는본격적으로작품활동을해나가는동시에,당대를풍미한문예지『보테게오스쿠레』『파라고네』,그리고펠트리넬리출판사의편집장으로서뛰어난역량을발휘한다.
바사니문학의원천은‘페라라’와‘유대인’이다.작품대부분이무솔리니의파시스트당집권기를전후한페라라가무대다.혹독한시대상황을배경으로부르주아의식의혼란상을파헤치는예리한묘사,영화적?회화적장면구성,증언담에가까운독특한반직접화법,역사와집단으로부터모욕당한개인의의식을포착해낸서정적인문체로페라라의역사와일상을정치하게그려내어,페라라유대인공동체의증인이자‘기억의작가’로불리며20세기이탈리아문학의대표작가가된다.
바사니문학의결정판은일명‘페라라소설연작’으로불리는작품들의모음집인『페라라소설』(1980)이다.이전에따로출판했던여섯권의책?『성벽안에서』(1956,스트레가상),『금테안경』(1958),『핀치콘티니가의정원』(1962,비아레조상),『문뒤에서』(1964),『왜가리』(1968,캄피엘로상),『건초냄새』(1972)?을한데모아펴낸것으로,무대는같으나스포트라이트가여러인물에게돌아가며비춰지는각각의이야기들은파시즘치하의페라라가지닌역사적면면을거울놀이하듯눈부시게비춘다.이가운데단편「1943년어느날밤」과『금테안경』『핀치콘티니가의정원』은모두영화로도만들어진다.소설외에도다수의시집을출간한바사니는1982년『운율있는시와없는시』로바구타상을수상한다.2000년4월로마에서생을마치고페라라의유대인묘지에안장된다.

목차

문뒤에서 007

옮긴이의말 161
조르조바사니연보 165
추천의말_안젤로조에 173
조르조바사니『페라라소설』을펴내며_김운찬 179
페라라지도 182

출판사 서평

“나는인생에서여러번불행했다”로시작하는,
바사니의‘페라라소설연작’중가장젊고어두운날의소설

제발트,모라비아,칼비노등문학의대가들이극찬한작가이자안토니오니,데시카,파솔리니등영화거장들이사랑한현대소설계의대부조르조바사니(1916~2000)는20세기이탈리아문학사에서가장중요한작가중하나다.볼로냐에서태어나유년기와청년기를페라라에서보낸유대인작가인그는,이차대전파시즘체제하의인종법과유대인박해라는역사적체험과기억을문학적으로가장잘구현해낸인물로,페라라유대인공동체전체의증인이자기록자로평가받는다.그래서인지바사니앞에는곧잘‘기억의작가’라는수식어가따라붙는다.또한직접체험한‘기억’에서지인들의목소리를불러들여쓰기에,그의작품은서술자와행위자의목소리가혼재되어있다는점이특징적인데,이로써매우독특한리얼리티를내뿜는다.
바사니의‘페라라소설연작’중작가의가장젊은학창시기가녹아든이소설『문뒤에서Dietrolaporta』(1964)는이런전반적인자전적서술기법과특징들이담긴성장소설이다.화자는첫문장을“나는인생에서여러번불행했다”고시작하면서,그중에서도자신에게“유독암울하던시기”였던고등학교일학년무렵을회상한다.이기억속에서세월도치유해줄수없었던,문뒤에서엿듣게된진실의민낯은,유대인소년에게처음으로내리꽂힌생의비수다.서늘한대기에회오리치는페라라소년들의질풍노도하는이풍경화는,조국이탈리아에유린당한페라라유대인공동체의다가올운명을예고하는전경과같다.작가는이자전소설을『핀치콘티니가의정원』을비롯해여러대표작을발표하고비교적늦은나이인마흔여덟에발표했다.제목에서보다시피,간결한서사와강렬한서정이압축적으로녹아든이작품은,‘문뒤에서’눈뜬생의이면에대한통렬한자각의산물이다.바사니는자신의소년기에서마저어슴푸레감지되던소외된인간의근원에자리한어두운폭력성을목격했고그고독한상처를글말로옮겼다.
눈앞의진실과마주할것인가,문뒤에서물러날것인가
:망설이고엿듣는자의고통스러운자기발견과진실의이중성

1929년에서1930년사이,아직은파시즘광풍이휘몰아치기전인페라라,이제막신학기가시작한여느곳과다름없는교실,주인공은교장도선생도학급친구들도모두마음에안든다.아무하고도말을섞고싶지않아스스로고립을택하고맨끝줄구석자리에앉는다.그런주인공에게두친구가생긴다.모두가기피하는전학생으로나만바라보는풀가와,모든면에서완벽한다가가고싶은카톨리카.가난뱅이에외지인에내뒤를졸졸따라다니는풀가는외면할수없는상처투성이친구로서내게성적욕구와폭력성을일깨우며전에없던인생의이면을비춘다.독실한가톨릭교도이자절대이길수없는반의우등생카톨리카는좀체곁을내주지않는다.
그러던어느날카톨리카가먼저다가와귀가솔깃한제안을건네며그의집으로초대하는데…주인공은카톨리카가밝혀내려는자신에대한풀가의위선과가면을마주하고과연새로운관계를맺을수있을까.이와동시에자신안의진실과도마주할수있을까.귀찮게따라붙던과거의관계사슬을끊고이번에는어떤삶의국면을택할까.세월이지나도선명한상처로,“남몰래피흘리던,온전히비밀한상처로남은”바로‘그날’의고통스러운사건이일어난그문뒤로,작가는한발한발그격랑이는감정의정경속으로독자들을데리고들어간다.
마지막에내뱉는내적독백은이작품의백미이자하나의선언처럼읽힌다.“나는완강하게,깨어나지않은채,단절과적대감이라는타고난운명에사로잡힌채문뒤에또다시숨어있었으니,활짝열려고생각했대도헛일이었다.나는그렇게할수없을것이다,아무것도.지금도못하고,앞으로도못할것이다...”이렇게말하는‘나’는세상과그어떤타협도원하지않는반항하는인간의첫초상이다.소년에서성인으로나아가는문턱에서,이야누스적세상의얼굴과처음으로마주한‘나’의고통스러운자기발견은곧깨어남의표지다.그인식은폭력을수반하는진실과의섣부른대면을유보하고,고독속에서적대와저항으로다음의행동을사색하는햄릿의망설임을연상시킨다.작가의유년기자화상이어른거리는이빛나는성장소설은독자로하여금인생의첫단절에서오는상처를저마다꺼내보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