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가 살던 별 김선정 장편소설

멧돼지가 살던 별 김선정 장편소설

$11.50
Description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과 푸른문학상을 수상하며 동화작가로 이름을 알린 김선정 작가가 소설 영역으로 걸음을 옮겨 펴낸 소설 『멧돼지가 살던 별』. 중학교 3학년을 앞두고 마지막 등굣길에 오른 유림. 유림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으려고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전철역에 서 있다. 그런 유림의 눈에 가랑눈을 맞고 선 멧돼지가 들어온다. 마음을 잃은 이들의 이심전심일까. 산바는 유림의 목소리를 들었고 유림은 산바의 웃음을 보았다. 웃는 멧돼지라니. 멧돼지의 웃음을 본 이후 유령처럼 살아가던 유림에게 ‘삶’이라는 이름의 햇살이 깃든다.
저자

김선정

오랫동안아이들을학교에서만났습니다.이제학교밖세상에서다른많은것들을만나보려고합니다.『최기봉을찾아라!』,『방학탐구생활』,『멧돼지가살던별』,『세상에없는가게』를썼습니다.장편동화『최기봉을찾아라!』로푸른문학상을,『방학탐구생활』로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대상을받았습니다.

"어린이들과이야기할기회가많은직업을가진덕에재미있는일,고개를끄덕이는일,어이없는일들이참많았어요.그런데일일이다적어놓지못하고시간을보내서무척아쉽습니다.그때는여기저기서들려오는이야기들이너무많고정신이없었거든요.이제찬찬히생각하며잘적어보려합니다.좋은이야기가이렇게책이되는건언제나신나고멋진일입니다.이이야기가기어코동화로탄생하도록열심히부채질을해준이들모두정말고맙습니다."

목차

목차
시작…7
1장겨울마리산…10
2장그멧돼지의사연…14
3장겨울의서원…18
4장피폐…25
5장먼데서온벗…32
6장명심보감…38
7장유령이되기위해…44
8장너는누구…49
9장세상에없었던봄…53
10장가장꼭대기집…64
11장그냄새…68
12장부탁…72
13장15년…79
14장망가진재회…83
15장너의이유…87
16장아버지…93
17장나는이유가없다…101
18장지난여름어느날…104
19장낯선방의저녁…108
20장눈오던날…114
21장바람부는거리…121
22장아직,학교였다…126
23장산바의별…130
24장이사…137
25장어둠상자…141
26장도망…145
27장상자속의원숭이…149
28장추격…154
29장하지못한대답…159
30장옳지않은결말…162
31장봄의서원…168
동물원에서보낸엽서…173
오래된꿈…176
마지막,봄의노래…179
후기…182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그때너를만났더라면너는어떤열여섯이되었을까
그때거기에없었더라면나는어떤열여덟을보냈을까
슬픈뉴스의결말을뒤집고싶은단순한소망에서시작된이야기
“이이야기는내가사는도시의전철역에멧돼지가나타났다는짧은뉴스에서시작되었습니다.그후이책을쓰는동안세상에서들려온소식중어느하나마음편히볼수있는것이없었습니다.모든뉴스가이상하고믿을수없게비참했습니다.그런뉴스를보면믿고싶지않습니다.이게끝이라고생각하고싶지않습니다.시간을되돌려서라도,다른세계의존재를...
그때너를만났더라면너는어떤열여섯이되었을까
그때거기에없었더라면나는어떤열여덟을보냈을까
슬픈뉴스의결말을뒤집고싶은단순한소망에서시작된이야기
“이이야기는내가사는도시의전철역에멧돼지가나타났다는짧은뉴스에서시작되었습니다.그후이책을쓰는동안세상에서들려온소식중어느하나마음편히볼수있는것이없었습니다.모든뉴스가이상하고믿을수없게비참했습니다.그런뉴스를보면믿고싶지않습니다.이게끝이라고생각하고싶지않습니다.시간을되돌려서라도,다른세계의존재를끌어들여서라도뭔가다른결말을내보고싶었습니다.이책은그런무모하고단순한소망으로엮어낸이야기입니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과푸른문학상을수상하며동화작가로이름을알린김선정작가가소설영역으로걸음을옮겼다.뜻밖의행보처럼보이지만작가는오랫동안이이야기를다져왔다.어두운곳에잠깐이나마손전등을비추는심정으로써내려간이야기에는,자신의고통을어느누구에게도알리지못한외로운존재들이등장한다.작가는여러인물들의시점으로사건을넘나들며현실위에환상적장면들을포개놓았다.환상적장면에는어김없이이야기를들어주는멧돼지가있다.보아줄이도들어줄이도없는아이들앞에엎드려가만히귀기울이는멧돼지.서글프지만심장을두드리는가닥가닥의이야기들은독자들의눈앞을뿌옇게가리기도하면서대단원을향해독자들을끌고간다.
인간들의별에웃는멧돼지가나타나다
새끼들을모조리잃고마음마저도잃어버린채마을과산의경계를배회하는멧돼지.무분별한개발로산의위용을잃어가는마리산처럼자신의생명이사그라드는걸느끼며,산바는새끼들을죽인자의냄새를좇는다.“누가왜?”라는답을찾기위해,인간의마을로내려온산바는달려오는전철의굉음속에서또렷한여자아이의소리를들었다.“도망가.”
중학교3학년을앞두고마지막등굣길에오른유림.유림은사람들에게자신의존재를들키지않으려고얼굴을마스크로가린채전철역에서있다.그런유림의눈에가랑눈을맞고선멧돼지가들어온다.마음을잃은이들의이심전심일까.산바는유림의목소리를들었고유림은산바의웃음을보았다.웃는멧돼지라니.멧돼지의웃음을본이후유령처럼살아가던유림에게‘삶’이라는이름의햇살이깃든다.어쩌면그건‘겨울의서원’이라는북카페의문을연순간부터였을지도모른다.
“왜?”를빼앗아간건누구였을까
‘겨울의서원’문이열리고들어온한줌밖에안되는유림을화신은숨죽여지켜봤다.어딘가비밀을감추고있는듯한아이.화신은유림에게서정체모를기시감을느낀다.그기시감은화신을25년전으로훌쩍데려다놓는다.
아무도모르는학교가있었다.햇살이눈부셨던봄날,어쩌다그거리에있다가아버지와함께학교로끌려들어온화신과,아버지를죽이고수인의신분으로살다제발로들어온기수는그곳의학생으로만났다.아직열여덟살밖에안된화신은영문도모른채가족과친구에게서격리돼‘죽은사람’이되어야했고,기수는자신을격리했던사회로나가기위해‘살길’을찾아야했다.학교의가르침은“왜?”가허용되지않는무조건적인진리였고그안에서벌어진일은비밀에부쳐졌다.“왜?”하고질문하기좋아하던화신은그곳에서묻는법과한쪽귀를잃었다.25년뒤둘은‘겨울의서원’에서다시만난다.기수는한소녀의아버지로,화신은그소녀의선생님으로.
말이없던아이들을수다스럽게만들었던멧돼지
아이들의나쁜기억과나쁜꿈과슬픈이야기를안고떠나다
웃는멧돼지는누구에게나타나는것일까.멧돼지의웃음을본건유림만은아니었다.치매를앓던할머니가죽고먹고살기위해홀로분투하며지내온주호가처음본멧돼지는달빛아래서웃고있었다.그건따듯한방한칸보다꿈을묻는질문보다주호에게낯선것이었다.불시착한외계인처럼인간의별에내려온멧돼지는주호와유림을수다스럽게만들었다.아버지가자신을때리는이유,어머니가자신을버린이유,자신이태어난이유따위는없어야마땅했던유림은이유를묻기시작했고,제감정하나도어찌할줄몰랐던주호는마음이란걸말하기시작했다.두아이를품어주는마리산과햇살이넘실대는‘겨울의서원’에서두아이는‘진짜로살아가기’시작했다.기수가유림을끌고사라지기전까지는.
이세상에없었던봄,아무도몰랐던학교,사라진마리산
그날그곳에서멈춘질문을다시시작하다
이소설은‘만약에그랬더라면’에관한이야기이며‘제대로묻지못한질문’에대한이야기이다.우리는수많은가정을안고산다.만약거기없었더라면,그때너를만났더라면,똑똑한목소리로이유를물었더라면,지금나와우리의모습은달라져있지않을까.반추하고희망을그려보는것이다.유림의아버지가기수란것을알고나서,화신은25년전가슴에묻어둔“왜?”라는질문을꺼내본다.그때그질문을계속했더라면유림의열여섯은다른모습이었을것을주호의열아홉은달라졌을것을알고있다.만연한강제와불합리앞에서침묵했고,질문은불온한것이라고말하는사람들에게서도망쳤던화신은질문이있는삶과없는삶이25년뒤의삶의간극을더맹렬하게벌려놓을것을알고있다.
이제는흔적도없이사라진마리산을보며화신은멈췄던질문을시작하기로한다.잠시인간의별에머물다떠난산바를떠올리며주호는더이상대답을회피하지않기로한다.모든슬픔이자기때문이라여기던유림은너때문이아니라던산바의말을기억하기로한다.사라진마리산위에여전히산바의별이뜨듯,‘겨울의서원’은여전히살아있는이들의끝없는질문과이야기를펼쳐낼것이다.아무도무어라하지않는질문과이야기를.
마리산이저렇게된것은산신령이떠났기때문이다.산신령은모든나쁜기억과나쁜꿈과슬픈이야기들을안고떠나가버렸다.찢기고구멍이난채너덜너덜해져서말이다.저기아파트가생기고사람들이살기시작할때엔아무도기억하지못할것이다.저곳에산이있었고누군가가살았고이야기를들어주던멧돼지가있었다는사실을.
어쩌면산바는진작자기별로돌아가놓고우리앞에나타났던건지도모른다.이야기를들어줄사람이없는우리를수다쟁이로만들고싶어서,질문을멈춘우리를도와주고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