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시끄러운 고독요런 꾸 (양장)

너무 시끄러운 고독요런 꾸 (양장)

$12.00
Description
한 세계의 종말을 목격하는 늙은 몽상가의 긴 명상!
현대 체코 문학의 거장 보후밀 흐라발의 장편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 저자 본인이 ‘나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고 선언할 만큼 그의 정수가 담긴 작품이며 필생의 역작이라 불릴 만한 강렬한 소설로, 많은 독자와 평단의 사랑을 받았다. 삼십오 년간 폐지 압축공으로 일해온 한탸라는 한 늙은 남자의 생애를 통해 책이 그저 종이쪼가리로 취급받게 된 냉혹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의 정신 상태를 섬세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끊임없이 노동해야 하는 인간, 그리고 노동자를 대신하는 기계의 등장 이후 인간 삶의 방식의 변화, 인간성과 실존에 대한 고뇌 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소설의 화자인 한탸는 어두침침하고 더러운 지하실에서 맨손으로 압축기를 다루며 끊임없이 쏟아져들어오는 폐지를 압축한다. 천장에는 뚜껑문이 있고 그곳에서는 매일 인류가 쌓은 지식과 교양이 가득 담긴 책들이 쏟아져내린다. 니체와 괴테, 실러와 횔덜린 등의 빛나는 문학작품들은 물론, 미로슬라프 루테나 카렐 엥겔뮐러가 쓴 극평들이 들어 있는 잡지들까지. 한탸의 임무는 그것들을 신속히 파쇄해서 압축하는 일이지만 그는 파괴될 운명인 폐지 더미의 매력에 이끌린다.

그는 쏟아지는 책들을 읽고 또 읽으며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다. 한탸는 마치 알코올처럼 폐지 속에 담긴 지식들을 빨아들인다. 귀한 책들은 따로 모으다보니 그의 아파트는 수톤의 책으로 가득차 있다. 여차하면 무너질 듯이 아슬아슬하게 쌓인 책들은 그의 고독한 삶에서 나름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즐거움이다. 마치 시시포스의 신화처럼 끊임없이 노동을 지속해나간다. 그 일을 견디려면 매일 수리터의 맥주를 마셔야 할 정도로 고되지만, 그는 삼십오 년간 그 일을 해왔으며, 퇴직하게 된다 해도 압축기를 구입해 죽는 그 순간까지도 그 일을 하기를 꿈꾼다.
저자

보후밀흐라발

1914년체코의브르노에서태어나프라하카렐대학교에서법학을전공했다.젊은시절,시를쓰기도했으나독일군에의해대학이폐쇄되자학교를떠나철도원,보험사직원,제철소잡역부등다양한직업을전전했다.그러한경험은훗날매우사실적이면서구체적인작품세계를구축하는데영향을끼쳤다.마흔아홉살이되던해,뒤늦게소설을쓰기로결심하고첫소설집『바닥의작은진주』(1963)를출간하며작가로데뷔,이듬해발표한첫장편소설『엄중히감시받는열차』(1964)로국제적명성을얻었다.

‘프라하의봄’이후1989년까지정부의검열과감시로자신의많은작품이이십여년간출판금지되었음에도조국을떠나지않았다.그는해외언론과작가들로부터‘체코소설의슬픈왕’으로불리는한편,지하출판을통한작품활동으로사회낙오자,주정뱅이,가난한예술가등주변부의삶을그려냄으로써체코의국민작가로각광받았다.오늘날‘가장중요한현대작가’로평가받는흐라발의작품들은체코에서무려삼백만부나팔렸고전세계27개국언어로번역,출간되었다.또여덟편의작품이영화화되었는데그중이르지멘델이감독한두편의영화「엄중히감시받는열차」와「영국왕을모셨지」는각각아카데미상외국어영화부문(1967)과체코영화제사자상(2006),베를린영화제국제평론가상(2007)을수상하는영예를누리기도했다.

체코를방문한전미국대통령빌클린턴이작가가자주찾던선술집을찾을정도로세계적인작가로인정받은흐라발은,1997년자신의소설속한장면처럼프라하의병원에서치료를받던중비둘기에게먹이를주려다가5층창문에서떨어져사망했다.주요작품으로『너무시끄러운고독』(1976)『시간이멈춘작은마을』(1973)등이있다.

목차

1장9
2장21
3장35
4장49
5장69
6장87
7장105
8장119

옮긴이의말133

출판사 서평

지하실에스스로를감금한한남자의끝없는노동과고뇌

소설의화자인한탸는삼십오년간폐지압축공으로일해온인물이다.그는어두침침하고더러운지하실에서맨손으로압축기를다루며끊임없이쏟아져들어오는폐지를압축한다.천장에는뚜껑문이있고그곳에서는매일인류가쌓은지식과교양이가득담긴책들이쏟아져내린다.니체와괴테,실러와횔덜린등의빛나는문학작품들은물론,미로슬라프루테나카렐엥겔뮐러가쓴극평들이들어있는잡지들까지.한탸의임무는그것들을신속히파쇄해서압축하는일이지만그는파괴될운명인폐지더미의매력에이끌린다.그는쏟아지는책들을읽고또읽으며‘뜻하지않게’교양을쌓게된다.한탸는마치알코올처럼폐지속에담긴지식들을빨아들인다.바퀴벌레와쥐가들끓는더러운환경에서지내며,소장에게는끊임없이독촉과욕설을듣지만쏟아지는책들을생각하면반복되는노동도견딜만하다.귀한책들은따로모으다보니그의아파트는수톤의책으로가득차있다.여차하면무너질듯이아슬아슬하게쌓인책들은그의고독한삶에서나름의행복을느끼게해주는유일한즐거움이다.이제는노인이된그에게도한때함께했던여자들이있었다.그와오래도록함께할뻔했던어린시절의연인만차,그리고어느날우연히그와함께지내게된집시여자.그는그런추억들을회상하며마치시시포스의신화처럼끊임없이노동을지속해나간다.그일을견디려면매일수리터의맥주를마셔야할정도로고되지만,그는삼십오년간그일을해왔으며,퇴직하게된다해도압축기를구입해죽는그순간까지도그일을하기를꿈꾼다.

내가혼자인건오로지생각들로조밀하게채워진고독속에살기위해서다.어찌보면나는영원과무한을추구하는돈키호테다.영원과무한도나같은사람들은당해낼재간이없을테지.(18~19쪽)

영원을꿈꾼한사나이가맞이한한세계의종말
두세계의충돌이라는묵직한주제를다루면서도결코놓치지않은위트와감동

냉소적이면서도유머러스한문체로서술되는그의불꽃같은독백은읽는이를빠져들게한다.이야기는현재와과거를오가며진행된다.주된이야기는지루하게반복되는파쇄작업을통한한탸의사색이지만중간중간흥미로운에피소드들도끼어든다.두진영으로나뉜쥐떼들의끝없는전투,죽음을향해끊임없이뛰어드는바퀴벌레에대해그가느끼는조금은우스꽝스러운연민,그에게귀한책을얻기위해다가오는사람들에대한위트있는묘사등흥미진진한요소들도풍부하다.그리고과거그와마음을나눈여인만차와의에피소드는웃음을터뜨리게만들정도로유머러스하다.또한그와잠시동안같은공간에살았던집시여자와의에피소드는건조한듯하면서도정서적울림을주고,끝내는감동을선사한다.
여덟개로이루어진각장은조금씩변주될뿐사실상같은내용의문장으로시작된다.“삼십오년째나는폐지더미속에서일하고있다.(…)삼십오년째책과폐지를압축하느라삼십오년간활자에찌든나는,그동안내손으로족히3톤은압축했을백과사전들과흡사한모습이되어버렸다.”그는젊은시절부터그일을해왔고앞으로도죽는순간까지그일을하고싶어하지만,그런그의삶을바꿀사건이일어나고만다.어느날도시에나갔다가자신의압축기보다수십배는커다란거대한압축기와,신식시설에서유니폼을입고코카콜라를마시며폐지를압축하고있는사람들을목격한것이다.그들은장갑을낀채폐지를다루며휴식시간에는곧떠날그리스휴가에대해이야기를나눈다.그것은한탸의세계를완전히뒤바꿀전기가될만한사건이된다.
그는그곳을목격한뒤자신의세계가끝나간다는사실을깨닫는다.그래서자신이사랑하는책들은거들떠보지도않고미친듯이폐지압축일에빠져든다.그토록소중히생각했던귀중한책들을들추지도않은채마치유니폼을입은도시의압축공들처럼,효율만을위해일하기시작한다.그러나그는곧깨닫게된다.자신의삶은,자신의세계는그런식으로이루어질수없다는사실을.

굴욕감에잔뜩긴장한나는뼛속깊이퍼뜩깨달음을얻었다.나는새로운삶에절대로적응할수없을것이었다.코페르니쿠스가지구가더는세상의중심이아니라는것을밝혀내자대거자살을감행한그모든수도사들처럼.그때까지삶을지탱해준세상과는전혀다른세상을그들은상상할수없었던거다.(106쪽)

노동과인간실존에대한깊이있는통찰
유럽문학거장이던지는시대에대한통렬한풍자

『너무시끄러운고독』은겨우130여쪽에불과한짧은소설이지만이작품이담고있는의미의무게는결코가볍지않다.보후밀흐라발은한탸라는한늙은남자의생애를통해끊임없이노동해야하는인간,그리고노동자를대신하는기계의등장이후인간삶의방식의변화,인간성과실존에대한고뇌등에대한깊이있는통찰을보여준다.그리고그것을단지철학적담론으로서가아닌살아있는인간에대한흥미로운이야기로서,시대에대한통렬한풍자로서소설한편에담아내고있다.
또한시시포스의신화를모티프로사용하고있는이소설은영원한노동과인간지성의진정한해방이란무엇인가에대한날카로운질문을던지고있다.한탸는끝내자신의압축기안으로걸어들어감으로써자신의세계에종말을고한다.이것은단순히근대의종말을상징적으로보여주는듯도하지만,방향없이진행되어가는광기어린발전지상주의에대한비판으로읽을수도있다.무분별한발전으로인해오히려퇴보하는,노예화되고우둔해진사회에대한정치적이며철학적인우화로도읽힐수있는것이다.
이소설은한세계의종말을목격하는늙은몽상가의긴명상에가깝다.흐라발은책이그저종이쪼가리로취급받게된냉혹한사회에서살아가는한인간의정신상태를섬세한문체로그려내고있다.그의사고는때로취기와환각에빠진것처럼보이지만시종일관명징함을잃지않아서,우리로하여금무리가아닌개인에대해생각하고꿈꾸게만든다.그리고무엇보다‘사라져가는것들’에대해일깨워준다.이소설에서가장아름다우면서도희망적인부분은한탸가끝내사랑과연민을놓지않는다는데있다.소설내에서코러스처럼끊임없이반복되는경구인‘하늘은인간적이지않다’라는구절은종래에다음과같이변주된다.이것은그가비극적인결말을맞이함에도불구하고그속에서우리가역설적인따스함과평화의숨결을발견하고,느낄수있는이유다.

하늘은인간적이지않다.그래도저하늘을넘어서는무언가가,연민과사랑이분명존재한다.오랫동안내가잊고있었고,내기억속에서완전히삭제된그것이.(85~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