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쇼코의 미소

$13.81
저자

최은영

삼색고양이의날에태어나삼색고양이와고등어고양이와함께사는소설가.타고난집순이지만매일장기간의세계일주를꿈꾼다.여행,글쓰기,고양이,바다,친구,잠을좋아한다.콤플렉스와약점이라고여겼던것들의힘으로살아가고있다.

1984년경기광명에서태어났으며고려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다.2013년부터본격적인작품활동을시작했다.지은책으로소설집『쇼코의미소』『내게무...

목차

쇼코의미소˚007
씬짜오,씬짜오˚065
언니,나의작은,순애언니˚095
한지와영주˚123
먼곳에서온노래˚183
미카엘라˚213
비밀˚243

해설│서영채(문학평론가)
순하고맑은서사의힘˚267

작가의말˚291

출판사 서평

“소설가로서최은영의가장큰미덕은
그게무슨탐구든반드시근사한이야기로들려준다는점이다.
그녀가앞으로쓰게될근사한이야기들이바로이책에서시작했다.”
_김연수(소설가)

“어떤연애는우정같고,어떤우정은연애같다.
쇼코를생각하면그애가나를더이상좋아하지않을까봐두려웠었다.”

서로다른국적과언어를가진두인물이만나성장의문턱을통과해가는과정을그려낸표제작「쇼코의미소」는,전혀짐작할수없는타인을이해하기위해과연무엇을할수있는지,그물음에정직하게마주한최은영의질문으로도읽힌다.지방소읍의고등학교일학년생소유는교환학생자격으로오게된일본인쇼코와처음만나게된순간을다음과같이묘사한다.“쇼코는정말우스워서웃는게아니라,공감을해서고개를끄덕이는게아니라,그냥상대를편하게하기위해서그런포즈를취하는것같”다고.실제어떤마음상태로쇼코가웃었는지와는상관없이,알수없는이질감탓에소유는쇼코의미소에묘한거리감을느끼는것이다.이는낯선타인과조우한이의자연스러운반응이라고도할수있을터,핵심은이야기가진행되는동안어떤식으로‘쇼코의미소’가변주되느냐에있다.바로그방향성에이번소설집전체를관통하는,타인에대한최은영의윤리감각이담겨있기때문이다.
그양상이란이렇다.마음한편이부서져내린쇼코를보며그의마음이어떨지짐작하기보다는,소유는그미소로부터“나약하고방어적인태도”를읽어내며자신이쇼코보다더강한사람이되어있다는묘한우월감을느낀다.이정점에달한오해를거쳐서로에대한이해를향해소설이진행되어갈때,우리는산뜻한뒷맛을남기며이야기가마무리되길기대하게된다.어떤상큼한미소와함께이야기가끝나기를말이다.그러나우리가마지막에마주하게되는것은,“쇼코는그예의바른웃음으로나를쳐다봤다.마음이,어린시절쇼코의미소를보았을때처럼서늘해졌다”라는문장이다.기나긴시간을돌아간신히서로에대한오해를해소하게되었다고생각했을때목도하게되는이서늘함.바로여기에타인을대하는최은영의태도가담겨있는것이아닐까?그러니까,모든것을다안다고생각했을때타인에대한이해가가능해지는것이아니라,내앞에있는사람은자신과는전혀다른타인이라는사실을직시했을때,그렇게서로가서로에게100퍼센트의타인으로마주서있을때,그순간이해의가능성도열린다는것을말이다.

서로에대한마음의‘기댐’과‘기댐받음’
그연쇄로부터번져나가는순하고맑은힘

그러니등단작「쇼코의미소」이후최은영의관심사가줄곧그100퍼센트의타인과의소통가능성에초점이맞춰져있는것은당연할터.유독소설집전체에반복해서등장하는‘상상하다’라는동사가의미심장해지는지점이다.
베트남전쟁으로가까운사람이죽어나가는것을그저바라봐야만했던응웬아줌마앞에서‘나’와엄마는손쉽게그마음이어떨지이해한다말하지않는다.다만,자신은상상할수조차어떤지점에그녀가내몰려있으리라고짐작하고그에대해상상할뿐이다.(「씬짜오,씬짜오」)프랑스의한수도원에서케냐출신의청년한지와만나게되었을때,영주는그가털어놓는가족사에대해섣불리첨언하지않는다.수의사한지가코뿔소의마음을상상하듯,그의마음을상상할뿐이다.(「한지와영주」)마치‘상상하는일’이우리가타인에대해할수있는최대치의일이라는듯말이다.
그리고이‘상상하는일’이일방에그치지않고,서로를향해놓이게되었을때일어나는작은기적을최은영은놓치지않고기록한다.첫눈에그간얼마나고생하며살아왔을지한눈에알아본노인과중년여자가함께‘세월호시위현장’인광화문으로향할때(「미카엘라」),고압적인태도의고학번선배들이있는술자리에서소은과미진선배가그부대낌사이로지지를담은눈빛으로서로를바라볼때(「먼곳에서온노래」),우리는타인을상상하며그자리로기꺼이자신을옮겨놓는태도가지닌강력한힘을믿지않을수없게된다.
최은영은「먼곳에서온노래」에서,소은이가장휘청거렸을때자신을잡아준미진선배의목소리를기억하며다음과같이말한다.“무슨노래를부르든누구의노래를부르든그노래는그대로선배의노래가됐다.말할때는허스키하던목소리가노래만부르면맑고부드러워졌다.(…)선배는호소하지않았다.슬픈노래를부르면서도건조했고,뜨거운노래를부르면서도담담했다.”
최은영의첫소설집『쇼코의미소』를읽고나면,이문장이정확하게최은영의소설을가리키고있음을알아차리게될것이다.맑고투명한그목소리로타박타박담담하게이어지는소설들,서로에대한마음의‘기댐’과‘기댐받음’의연쇄가갖고있는힘을믿는소설들.그리하여다시한번우리를‘사람의자리’로이끌어가는소설들.타인에대한윤리감각이점차희박해지는지금,최은영은“순하고맑은”힘으로그감각을부드럽게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