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존 (저메이카 킨케이드 장편소설)

애니 존 (저메이카 킨케이드 장편소설)

$12.50
Description
카리브해 문학의 강렬한 목소리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첫 장편소설
엄마라는 낙원을 떠나 홀로 미지의 길을 걷는 세상 모든 애니를 위한 이야기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첫 장편소설 『애니 존』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3번으로 출간된다. 서인도제도의 앤티가섬에서 나고 자란 애니가 사춘기를 통과하며 부모에게서 자립하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로, 1985년 발표 당시 문단의 즉각적인 관심을 불러모았고 오늘날까지 미국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필독서로 꼽힌다. 이젠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부모의 불가사의한 요구가 더해진, 성장이라는 사건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아이의 혼란을 강렬한 언어와 생동감 있는 이미지로 포착했다. 엄마 아빠가 마련해준 세상 밖으로 나와 완전한 미지의 길을 향해 발을 내딛는 애니의 이야기는 앞서 출간된 「루시」의 도입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애니 존』은 애니가 낙원에서 살던 시절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낙원에서는 벌받을 짓을 해도 잠들기 전에는 어김없이 엄마의 입맞춤을 받을 수 있었다. 같은 이름을 쓰는 엄마와 같은 옷감으로 옷을 지어 입고, 늘 붙어다니는 “엄마 아가”였다. 그런데 애니의 키가 자라고 겨드랑이에 털이 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애니를 대하는 엄마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진다. 애니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꼬마 숙녀 어쩌고”가 시작된 것이다. 이제는 옷도 따로 지어 입어야 하고, 혼자서 뭐든 잘할 수 있어야 하고, 예의범절이나 피아노를 배우러 다녀야 하는 새로운 상황이 애니에게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못하거나 잘못해서 혼나는 일이 많아지고,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 사이에 명확한 구분선이 주어진다. 하지만 엄마가 바라는 대로 엄마와 구별되는 자기 자신을 갖추면 갖출수록 애니와 엄마 사이엔 해소할 길 없는 간극만 더 커져간다. 가족 대신 학교 친구들에게서 즐거움과 안정을 찾으려 해봐도 가족에게 느꼈던 실망감이 되풀이될 뿐이다. 엄마 마음에 차지 않는 아이는 친구로 삼을 수 없어서, 곁에 남는 건 죄다 엄마가 정해주는 길을 따르는 착한 아이들뿐이다.

석 달 반 내리 비가 내리는 사이 애니가 앓아누웠던 일은 작품 전체로 보아 결정적인 국면 전환을 가져온다. 애니는 일시적으로나마 다시 한번 어린아이의 상태로 돌아간다. 엄마 아빠는 마치 “신생아 다루듯” 애니를 돌보고 예전처럼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렇다 해도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리 없다. 비가 그친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난 애니는 엄마보다도 훌쩍 커져 더이상 침대가 몸에 맞지 않는다. 애니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다시는 안 보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이고, 동시에 내면이 텅 비는 느낌을 받는다. 결국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졌던, 내가 아는 세상을 떠나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것은 결코 내면의 짐을 훌훌 털어버린 자의 단호한 결심이 아닌, 이제 막 어른이 되는 초입에 선 아이가 내딛는 고민 끝 한 걸음이다.
저자

저메이카킨케이드

저자:저메이카킨케이드
1949년5월25일카리브해동쪽에있는영국연방내독립국인앤티가섬의수도세인트존스에서태어났다.본명은일레인포터리처드슨.1966년뉴욕주의스카스데일로건너가입주보모로일했고,프랜코니아대학에서사진관련수업을수강했다.1973년부터필명‘저메이카킨케이드’를쓰며『뉴요커』의전속작가로작품활동을한다.1983년소설집『강바닥에서』를출간했다.이년뒤첫장편소설『애니존』을,뒤이어『루시』를발표했다.에세이,회고록,논픽션등다양한장르를아우르며다수의작품을썼고,2004년미국문학예술아카데미회원으로선출되었다.

역자:정소영
영문학을공부하여박사학위를받은뒤십수년동안대학에서강의를했고,지금은전업으로번역일을하고있다.옮긴책으로는『웃음과비탄의거래』『어떻게지내요』『책읽기를정말좋아하는사람들아닌가』『실크스타킹한켤레』『대사들』『아름다움을만드는일』『유도라웰티』『권력의문제』『루시』등이있다.

목차

1장저멀리보이는형상
2장둥글게움직이는손
3장그웬
4장레드걸
5장사슬에묶인콜럼버스
6장벨기에어딘가
7장오래계속된비
8장부두로가는길

해설|어머니낙원을떠나홀로서기
저메이카킨케이드연보

출판사 서평

“나는그런낙원에서살고있었다.”
느닷없이어른의세계로내몰린아이가목격한실낙원의풍경

서인도제도의앤티가섬을배경으로열살에서열일곱살로성장해가는소녀의이야기를다룬저메이카킨케이드의첫장편소설『애니존』에는『루시』에서와마찬가지로작가의자전적체험이짙게배어있다.특히엄마와분리되기이전완전한합일을이루고있던시절을의미하는‘낙원’의상실은이후킨케이드작품세계를특징짓는모티프가된다.

“제글은항상무언가를애도하고있어요.죽음뒤에오는것이아닌한때내것이었던낙원,그낙원의상실을요.저는종종남동생들이태어나기이전에어땠는지를생각해요.유치하게들릴지모르지만,신경안써요.그때그낙원에서는엄마와내가항상함께였어요.”_저메이카킨케이드

『애니존』은애니가낙원에서살던시절에서부터이야기를시작한다.낙원에서는벌받을짓을해도잠들기전에는어김없이엄마의입맞춤을받을수있었다.같은이름을쓰는엄마와같은옷감으로옷을지어입고,늘붙어다니는“엄마아가”였다.그런데애니의키가자라고겨드랑이에털이나기시작하면서부터애니를대하는엄마의태도가갑자기달라진다.애니로서는이해할수없는“꼬마숙녀어쩌고”가시작된것이다.이제는옷도따로지어입어야하고,혼자서뭐든잘할수있어야하고,예의범절이나피아노를배우러다녀야하는새로운상황이애니에게는당황스럽기만하다.못하거나잘못해서혼나는일이많아지고,해야할일과해서는안되는일사이에명확한구분선이주어진다.하지만엄마가바라는대로엄마와구별되는자기자신을갖추면갖출수록애니와엄마사이엔해소할길없는간극만더커져간다.가족대신학교친구들에게서즐거움과안정을찾으려해봐도가족에게느꼈던실망감이되풀이될뿐이다.엄마마음에차지않는아이는친구로삼을수없어서,곁에남는건죄다엄마가정해주는길을따르는착한아이들뿐이다.
석달반내리비가내리는사이애니가앓아누웠던일은작품전체로보아결정적인국면전환을가져온다.애니는일시적으로나마다시한번어린아이의상태로돌아간다.엄마아빠는마치“신생아다루듯”애니를돌보고예전처럼미소를지어보인다.그렇다해도행복했던어린시절로다시돌아갈수있을리없다.비가그친후자리를털고일어난애니는엄마보다도훌쩍커져더이상침대가몸에맞지않는다.애니는자신을둘러싼모든것들을다시는안보고싶다는충동에휩싸이고,동시에내면이텅비는느낌을받는다.결국태어나면서부터주어졌던,내가아는세상을떠나미지의세계로나아가는수밖에없다.그렇지만그것은결코내면의짐을훌훌털어버린자의단호한결심이아닌,이제막어른이되는초입에선아이가내딛는고민끝한걸음이다.

“불현듯강렬한감정이솟구치며,‘다시는이것을보지않으리’라는문구가내면으로쏟아져들어오듯내마음이기쁨으로가득부풀었다.하지만‘다시는이것을보지않으리’라는문구가칼이되어찌른듯부풀었던마음이그만큼순식간에쪼그라들었다.부모님발밑에맥없이쓰러지지않도록날지탱한것이무엇인지알수없었다.”_136쪽

미국문학의고전이된카리브해작은섬의여자아이이야기

일반적인성장소설과는달리『애니존』은인물이닥쳐온고난을극복하고성장한다는‘성장중심의서사’가아니다.이해할수없게어느날닥쳐온성장이라는사건앞에괴로워하면서도,그로인해예리해진시각에힘입어엄마아빠로상징되는무시무시한낙원을‘뛰쳐나가는’이야기다.낙원을잃은것은성장에따른어쩔수없는결과지만,그낙원을끝내저버리게된건순전히애니의결심에따른것이다.그것이실제로전통적으로말하는‘성장’으로이어질지는미지수다.적어도작품에서는열린결말로남겨두고있다.
남서독일방송(SWR2)에따르면『애니존』은“어딘가에서떨어져나온다는것과새로시작한다는것이얼마나어려운지를그린책”이고,이후킨케이드작품에서발견되는주제들,즉사회속여성의역할,인종주의및식민주의,가족안에서의권력관계등을선취해서보여준다.바꿔말하자면애니라는한개인의성장담으로만읽기에는아쉬움이남는다.다양한주제들을아울러살펴봐야비로소애니의사춘기가유달리힘겨운이유를이해할수있고,강렬한언어로밖에표현할수없는그감정을이해할수있다.애니는영국연방내독립국이라는,실상식민지배를받던나라에서영국식교육을받으며자란아이고남녀의역할구분이뚜렷한사회에서나고자란아이다.이렇듯성장소설이라는틀안에다양한맥락들을교차시킴으로써작품은해당장르안에서도특별한위치를점하게된다.
예를들어애니가교과서에인쇄된콜럼버스그림에다“대단한양반께서이젠자리에서일어나다니지도못한다”라고적은것에서식민주의와가족내위계의문제가교차하는것을볼수있다.애니가이문장을얻어들은맥락에서애니엄마가언급한“대단한양반”은자기아빠다.엄마는자기아빠와크게싸운후도미니카를떠나앤티가로왔고,자식의독립을승인하느냐마느냐를놓고싸운것으로이야기된다.결국은자기가세운질서를타자에게부과하는주체라는점에서식민지배자들과부모의입장은크게다르지않다.이렇게해석하면애니의반항기는으레청소년들에게서발견할수있을법한반항기의차원을넘어,좀더깊이있는이해를요구한다.누구에게나일어날수있는성장의경험을그린다는점에서보편성을확보하고,더나아가이런특수한역사적사회적맥락을톺아보게한다는점에『애니존』의진가가있다.
1985년처음출간된이후거의사십년이다되어가지만이작품은세월이지나도결코낡지않는,우리시대의새로운고전이되었다.2010년『애니존』으로‘재발견되고더널리읽혀야할책’에수여되는클리프턴패디먼메달을받은저메이카킨케이드는수상소감을이렇게밝혔다.

“(이렇게표현하자니미안하지만,백인이자고인이된대단한남성작가이름을딴,)미국문학에수여되는이메달을받게되어매우기쁘다.여기서는‘미국’이라는단어가중요하다.카리브해작은섬에사는여자아이의성장이야기가미국땅에서고전의반열에올랐기때문이다.”_저메이카킨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