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몰래 (양장본 Hardcover)

엄마 몰래 (양장본 Hardcover)

$12.50
Description
마을의 고요와 평화를 시로 노래하다
『엄마 몰래』는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에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 이후 꾸준히 동시를 써 온 장동이 시인이 쓴 동시집이다. 이 동시집의 배경이 된 경상북도 산북면 가좌리 산골 마을 할머니들의 오래된 이야기들을 귀기울여보자. 동네에 밥 짓는 연기 보기 어렵던 흉년이어도, 자식들이 다 떠나가 텅 빈 땅이어도 감나무처럼 굳게 그 오지를 지켜왔던 할머니들의 삶과 목소리가 시인의 언어를 통해 고스란히 종이에 담겨 있다. 마을에서 5킬로 거리에 있는 분교에서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도 웃음 짓게 만든다. 도심에서 자란 아이들과는 다른 환경에서 크고 있지만, 어느 아이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시'라는 형식으로 준다.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보름밤
보름달이 잘난 척해서
별들은 모두 집에 가 버렸다
저자

장동이

저자장동이는1962년경북문경에서태어났습니다.2010년『동시마중』제3호로등단했으며,현재동시전문지『동시마중』편집위원입니다.

목차

제1부:산골아침/어미새/새끼새/외양간소야!/외양간쇠파리야!/머위잎빵집/여우비/엄마몰래/소리개/제비꽃은궁금해/나비/새순몇,/머위의봄

제2부:여름/첫싸움/지는해/복날/겉과속/나도모르게/어떤장례/또,일요일/시치미/편지/감나무/보름밤

제3부:요며칠/겨울/까불할매/재혁이아재/지동할매/윤경임할매/새삼시룹게/김정희할매/숭년/내친구,정삼이/날날이

제4부:봄소식/자벌레의콩밭/추석/고욤나무의겨울/사과밭새들은/뒷집할머니와아빠/들깨와도토리/저,초롱꽃/고라니의말/감나무의가을은/하늘소식/새들이늦잠을자는아침이면

해설-김이구

출판사 서평

5년의열매를담다,장동이시인의첫동시집
장동이시인은2010년봄부터동시를쓰기시작해같은해가을,동시전문지『동시마중』에작품을발표하며등단,이후꾸준히동시를써왔다.화목보일러를지피다가,풀을매다가,친구가데려온어린고라니를산에놓아주다가그때그때떠오른생각들을메모하고작품으로다듬었다.가능한한오래도록대상을바라보기에,그들은구체성을띠고작품에등장한다.장동이시인은그들이“이름없는”“이름모를”것들이되게하지않으려,무던히도바라보고말을걸고그들의입장에섰다.「제비꽃은궁금해」는마지막한연을얻는데1년이걸리기도했다.그렇게완성한5년간의작품들중에서또다시가려뽑은첫동시집은장동이의시세계를딴딴하게보여준다.

흰점촘촘밤색어린고라니는
산너머마을이너무궁금해
우거진풀숲에몸숨겨두고
마음혼자서구경하러간대
엄마몰래바람결처럼

그럼어린고라니는
마음이돌아올때헷갈릴까봐
그자리서꼼짝않고기다린대
마음이무사히돌아올때까지

들이나산엘가면가끔
이런고라닐만날수있어
그럼모른척그냥지나가
마음이돌아오는대로녀석은
엄마한테얼른가야혼나지않거든

「엄마몰래」전문

오래된이야기가있는마을일대기
이동시집의배경이된마을,오도가도못하게고라니의마음을묶어놓은산골마을은경상북도산북면가좌리이다.전쟁이나기전엔큰마을,새터,산막,묵은터,네개의마을이었다가이후묵은터사람들을큰마을로이주시켜세개의부락이되었는데,동네지형이달라져도이마을엔그곳을지키며살아가는이들이있다.
팥으로메주를쑨다해도믿음이가는재혁이아재,어릴적세상을떠난절름발이친구정삼이,중학교간혁이오빠에게설레어하는아이와새의죽음에예의를갖출줄아는강아지보리,그리고할머니들의고장난텔레비전이나보일러를고쳐주는가하면밤참으로제삿밥을얻어먹고어울려화투치고자장면내기도하는시인장동이가그들이다.할머니들은동네에밥짓는연기보기어렵던흉년이어도,자식들이다떠나가텅빈땅이어도감나무처럼굳게이오지를지켜왔다.곳곳이이야기로무성한이마을을시인은고대로떠내종이에옮겨놓았다.

2000년대이후동시나동화에할머니소재가유행처럼등장하기도했는데,장동이시인의할머니동시는할머니자신들의삶과목소리에초점을맞추고있다는점에서어린이와의접점에중점을둔다른동시들과는차별화된다.그의첫동시집에서가장특징적이고독보적인성과는바로이할머니동시들일것이다._김이구(문학평론가)

뭐든지너무아는척해싸서싫어.
뭘고렇게아는척하는지몰라.
요며칠,고할마이네
아무도마실안가뿌?어.
고할마이네가봤어
집구석에콕처박혀안나오데!
요며칠,봉순네서놀았자네.

내가무슨말만하면할마이들이
울매나쿠사리를주던지
요며칠,꼴도안비치서
내속이다시원하네.
그런데장동이양반,
요누무할마이들이
요며칠,누들집에모이등가

「요며칠」전문

두할머니가넌지시묻는서로의안부내지염탐이재미있다.할매방에앉아군밤이라도까먹으며듣는것같은착각이인다.시인은여기에어떤해설도달지않는다.때로할머니들은“망할눔의다람쥐”가들깨를훔쳐달아났다고욕하면서다람쥐먹이인도토리를산에서잔뜩주워오기도하고,이웃이집을비운줄알고이웃집개한테욕을하기도한다.편집되지않은할머니들의일상이무구해서더실감난다.일상뿐아니라오랜시간을지나며얻은혜안과삶의자세도담았다.밥은한술이라도나눠먹어야한다는연산댁할매의음식철학이지동할매에게대물림되고(「지동할매」),혼자사는까불할매는운수사납다는아이들의운수를모두다사버리며무조건적인사랑을베풀기도한다(「까불할매」).아이들이공감해줄까,할머니들을시화하며시인에게고민이없었던것은아니지만,시인은아이들이겪어보지못한삶과마을에대해말해주기로한다.

“베풀기만하는할매들의고된삶,궂은일을도맡아하면서한없이자신을낮추는존재들의사연을들려주고싶었어요.부모의이혼이나별거로조부모에게맡겨진아이들이대부분인마을,이런마을을품고있는자연이있다는것도요.아이들이학교학원집이라는좁은틀안에서의삶이전부가아니라는걸느꼈으면해요.어느산골마을에는할매들이살고풀과나무와벌레와짐승들이,어렵지만복닥거리며지내는모습이동시대에있다는것을,또어려운가운데서도그들은서로배려하고산다는것을요.”_장동이

『엄마몰래』에는마을에서5킬로거리에있는분교에서시인이함께글쓰기를하며만난아이들도있다.첫싸움을하거나첫사랑에눈뜨거나어른들의겉과속이다른말에고개를갸웃하는아이들의이야기는웃음을짓게한다.자라는환경은다르지만어느아이나공감할수있는이야기다.

마을이품은오늘의이야기,마을을품은우주의이야기
이모두가어우렁더우렁살아가는동네이야기를들려준시인은이동네에공존하는,이동네를품고있는자연으로우리를데려간다.평론가김이구는이안에선“머위는머위방식대로,달팽이는달팽이방식대로,나비는나비방식대로살고,계절이바뀌고비가오는자연의변화에거스름없이조화롭게”지낸다고말한다.모두제몫을살며하나의우주를이루는것이다.

이른아침담벼락밑

꽃잎한장,

꽃에서꽃으로만다니더니!

「나비」전문

이른아침담밑에서발견한죽은나비.꽃에서꽃으로만다니더니,땅위에피어난꽃잎인듯누워있다.단세줄로도나비의삶과죽음을감당한다.간결하여읽는이에게더많은생각의길을열어준다.

장동이의동시들은가만히뜯어보면결벽스러울정도로말끔하다.눈으로직접보고감각으로생활로잡아낸세계만을그리고그너머로건너가거나상상하지않는다.이는경험주의의한계나상상력의빈곤때문이아니라리얼리스트로서의엄격성에기인한다.그러한엄격성과결벽성이빚어낸깔끔한세계는어느순간이세상에는없는마을의그림으로다가온다.이흔한장면들이이세상에없는장면이라니!세상에없을것같은마을을마치있는것처럼또렷하게눈앞에가져다놓았다.자,이런세상/그림은아름답지않나!_김이구(문학평론가)

꽃주먹을내밀며처음세상을만나는머위에게서힘을얻고(「머위의봄」),고라니의목소리를빌려저밖에모르는사람들에게쓴소리를하고(「고라니의말」),사과를통째다먹지않고남겨놓는새들(「사과밭새들은」)을통해공존을말하기도한다.
그러고보면,고라니를만나면참견하지말고못본척지나치라는말이아까와는다르게다가온다.고라니가다치지않고무사히엄마곁으로돌아가기를바라는마음.자연을해치고간섭하는사람들에게‘함께삶’을묻는말은아닐까.

시인은현재농사를지으며,동시전문지『동시마중』의2기편집위원으로4년째활동하고있다.그사이동시문단은더풍성해지고유연해졌다.여기에동시의폭을한발더확장한장동이시인,그의두번째동시집은얼마나더넓은마을을그릴지기대해본다.

“동시는폼을잡는다든가뭐뭐인척을할수없어요.어깨힘을빼야해요.또쉽고단순하게들어가야해요.시처럼말재주를부린다거나어렵게할수가없어좋아요.그래서점점동시의매력에빠져들었는지모르겠어요.문학가운데서도변방인아동문학그가운데서도또변방에있는동시가전좋아요.어쩌면동시는시의‘오래된미래’일지도몰라요.”_장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