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유한성을극복하고자고안한최고의솔루션,교육
스무살젊은이는텅빈자서전에무엇을채워넣을수있을까
1945년대한민국의대학생수는9960명으로,지금기준으로는1개대학의정원에도못미치는규모였다.고등학교를마치고대학에입학하는학생의비율은1970년에9%였고,1980년대까지도30%가채되지않았다.그러다대학진학율은1990년대들어두배로껑충뛰었고,2009년(등록자기준으로)77.8%로정점에달했던대학진학율은지난해70.8%를기록했다.광복이후근대사회에들어선대한민국에서교육은개천에서용나는‘사회이동’의가장강력한수단중하나였다.지난70여년의대학진학율그래프에는대한민국의‘사회이동’욕망이상징적으로반영되어있는셈이다.
문제는‘대학’에서시작해‘취업’과‘성공’으로이어지는사회이동구조가허물어지고있다는것이다.대한민국은7년째OECD회원국중대학진학율1위를기록중이지만,고등교육이수자고용률은76%로OECD회원국중밑에서다섯번째이다.대한민국의고등교육은외형적으로세계최고의수준을이뤘지만,그역할과내실에대한의문은거꾸로점차증폭되고있다.국가는취업난을타개하고자잇따라대학구조조정대책을내놓고대학은앞장서서이대책을실행하려하지만,취업중심의대학구조조정안을반대하는건역설적으로대학생들이다(최근의평생교육단과대학사업,프라임사업,코어사업등을둘러싼학교-학생간갈등이그단적인예이다).그러한구조조정안으로지금의취업난이해소될수없다는판단도있겠지만,학생들은무엇보다대학은취업을중심으로운영되는기관이아니라고주장한다.
“참된대학은한가지목표만을추구한다.그것은고기를구하는것이아니라,고기가살찌우는인생의목적과이치를아는것이다.”_W.E.B.듀보이스
대학을둘러싼이역설을이해하고해소하자면우리는‘대학’에대해좀더근본적인질문을던져보아야한다.대학은왜존재하는가,우리는왜대학에가는가,지금대학이당면한문제는무엇이고그문제는어떻게해결해야하는가등등.컬럼비아대영문과교수앤드루델반코의『왜대학에가는가』는이한보따리의근원적질문들을던지고답할목적으로쓰여졌다.델반코교수가염두에둔현실은당연히미국의대학과대학교육에관한것이지만,“그가제기하는것은동시에,에누리없이,우리대학들이안고있는문제들이기도하다.”추천사를쓴도정일의말마따나앤드루델반코의비판적분석은“에누리없이”한국현실에조응한다.델반코가제기한미국대학의문제는지금전세계공통의문제이기도한것이다.
대학은어떻게여기까지왔고,이제는무엇을해야하나
앤드루델반코교수는십여년전‘미국최고의사회비평가’‘올해의뉴욕주학자’로선정된바있고,2012년에는고등교육에대한그간의저술을인정받아버락오바마대통령으로부터‘인문메달’을수여받았다.저자가「들어가며」에서술회하듯,‘대학’에대한책들은주로고등교육연구자나은퇴한총장이쓰는경우가많지만,대학교수가30여년가까이몸담아온대학에대해또학생에대해글을쓰는것은저자주변의우려(미국문학전공자가왜한눈을팔아?)와는달리매우자연스러운일이고또필요한일이다.그만큼생생한현장의이야기를전할수있기때문이다.이책『왜대학에가는가』는가장최근에쓰여진,고등교육전반에대한탁월한안내서이자비판서이다.
델반코는현재를이해하려면먼저과거의문제를파악해야한다는자신의교육원칙을따라『왜대학에가는가』를집필했다.그래서이책에는미국에서대학이언제처음으로,무슨목적으로생겨났는지,그렇게생겨난대학이400여년가까이어떤궤적을밟아왔는지,그리고그간저질러온실책들은무엇이었는지를먼저다룬다.1장「대학의목적」,2장「대학의기원」,3장「칼리지에서대학으로」는주로미국고등교육의역사를개괄하며,흥미로운역사적근거들을풍성하게제시한다.4장「낮춰도낮춰도높아지는문턱」과5장「멋진신세계」는미국고등교육의현주소를가감없이드러내보인다.‘사회이동’의엔진이기보다는외려불평등구조를공고히하는대학,대학진학을위한맹목적경쟁,천문학적인사교육비,취업유예기간을얻고자대학원에진학하는학생들,인문학같은‘쓸모없는’과목을외면하고‘시장성있는’과목으로우르르몰려간학생들,학점인플레이션등,델반코가폭로한미국대학의현주소는우리네대학풍경으로읽어도전혀이질감이없다.6장「무엇을할것인가」는각대학현장에서이위기들을어떻게파악하고있는지,그리고위기돌파해법으로는어떤것들이있는지,‘대학’의희망적인지점들을살펴본다.‘대학은우리에게무엇이었고무엇이고무엇이어야하는가WhatItWas,Is,andShouldBe’라는부제처럼저자는대학의과거와현재와미래를이책한권에담아냈다.
미국대학의기원
1620년메이플라워호를탄영국청교도들은영국국교회에저항해종교의자유를찾아신대륙으로이주했다.신대륙에일종의유토피아를건설하고싶었던이들이가장중요하게여긴것은교육(그중에서도신학교육)이었는데,신대륙이주16년만에이들은영국의대학을모델삼아뉴잉글랜드의뉴타운에대학을세우게된다.청교도상인인존하버드는이뜻에동참하고자자신의재산절반과장서모두를이대학에기증한다.이후윌리엄앤드메리칼리지(1693년설립),예일대(1701년),프린스턴대(1746년),컬럼비아대(1754년)등이차례로설립된다.저자가‘미국대학의기원’을먼저살피는이유는크게두가지이다.하나는종교적열정이(유대인차별같은문제도많았지만)미국특유의대학을만들었다는것이고,다른하나는그럼에도대학은종교너머의폭넓은영역까지아우르는교육기관이었다는것이다.
대학교수를뜻하는프로페서(professor)가원래“청교도교회에서일종의공식적인교회입문의뜻으로신도들앞에서신앙을고백하는사람”을가리킨것처럼델반코는미국대학의기원에종교가자리잡고있다는(지금의대학총장들이불편해하는)증거들을들추어내그기원의명과암을재평가한다.그리고지성과인성을아우르는전인교육을시행했던초기미국의‘칼리지’가남북전쟁이후‘대학’으로변모하면서어떻게전문화를지향해왔는지,그과정에서잃은것은무엇인지를저자는짚어보인다.
사실미국에서는대학을가리킬때‘칼리지college’와‘대학university’이라는용어를특별히구별하지않고혼용한다.“미시간에다닌다”거나“오벌린에다닌다”처럼뒤에나오는말을생략하는게일반적이다.‘대학’과‘칼리지’가같은것처럼말하지만사실둘은같지않다.물론둘은서로연결되어있고(오늘날‘칼리지’교수대부분은‘대학’석사학위이상의교육과정을밟았다),‘칼리지’가‘대학’내의학부나단과대학으로존재할수도있다.그러나‘칼리지’와‘대학’은설립목적이다르며,또마땅히달라야만한다.‘칼리지’의설립목적은학부학생들에게과거의지식을전수해이를미래에살아있는지식으로활용하게하는데있다.반면교수와대학원생이이끄는다양한연구활동의주무대가되는‘대학’은시대에뒤처진과거지식을대체하기위해새로운지식을창출하는데목표를둔다.(16~17쪽)
능력주의라는괴물
‘흙수저’‘금수저’는오늘날한국의불평등한현실을빗대어표현하는신조어다.그러나사람들은오히려이현실을체념하고심지어긍정하기도한다는연구결과가최근발표됐다(‘중고등학생의능력주의태도영향요인에대한구조방정식모형분석’,김경근교수).개인의능력과노력이공평하게작동하지않는사회에서,청소년들이오히려능력을중시하는경향을보이고있다는것이다.지금의십대는사회경제적약자에대한배려보다는개인의능력을더중요하게여기며,자신의환경적요인이불리한학생들과유리한학생들은능력을중시하는정도에있어서거의차이를보이지않았다.
“오늘날저명한전문가들은성공이그들자신의능력,노력,그리고뚜렷이보여준성과에대한보상일뿐이라고생각한다.그리고자기자신의중요성에몹시심취한나머지그들이지배하고있는타인들에대한연민을망각한다.”(197~198쪽)
앤드루델반코는이책의5장「멋진신세계」에서현대사회의능력주의(meritocracy)문제를집중적으로다룬다.1958년발표된마이클영의소설『능력주의사회의등장』은2033년시점의미래사회를“‘지능+노력=능력’의공식에근거한섬뜩할정도로경쟁적인사회”로그려낸다.(‘meritocracy’라는신조어는역사가그리길지않다.)1900년무렵만해도능력이“사교적인사람의활력과성실함”을의미했다면,20세기들어그의미가지나치게세속적으로쪼그라든것이다.그변화의중심에는물론대학이있었다.역사학자제롬카라벨은“능력의의미를놓고되풀이된고투의역사”가곧명문대입시의역사라고요약하기도했다(186쪽).
능력과경쟁의가치가득세하는동안대학은지원자의경제력을따지지않고(학자금신청여부와관계없이)학업능력만으로입학을결정하는니드-블라인드입학정책과,가족의경제력을고려해장학금을차등책정하는니드-베이스드재정지원정책을마련했다.부모의소득수준에따른불평등/불이익에맞서대학나름의사회안전망을제도적으로마련해온것이다.그럼에도대학은,특히명문대는능력주의라는현대사회의엔진을계속해서강화해왔다.해마다발표되는대학순위에전세계가집중하고,교수와대학총장이기업들로부터천문학적인보수를받는데사회는무관심하며(혹은당연하게여기며),졸업후미래가두려운학생들은실용적인교육과취업이슈에더욱집중하고,그요구에부응하려는대학은점차직업교육기관으로스스로의위상을축소시키고있다.
불행히도많은대학들은좋은운을타고난사람이덜가진사람에게베풀며살책임이있다는생각을학생들에게심어주지못함으로써,불안에나포된학생들에게거의아무런도움을주지못하고있다.(실은공동체자체의이념이기도할)대학이념의핵심에자리한통찰중하나는남을돕는일은곧나자신을돕는길이라는것이다.남을돕는일은삶에목적의식을부여해주어나이와상관없이모든사람이겪게마련인외로움과막막함을극복하게해주기때문이다.(…)“교수들은오늘날학부생들을민주시민으로성장시키는데아무런관심도보이지않는다.그것은한때교양교육의기본목표라일컬어지던과제였으며지금이순간미국에서절실히요구되는과제인데도말이다.”(214~215쪽)
영혼을침대에서일으켜깊은습관의잠에서깨우는일,
그게바로교육이다
그렇다면이제무엇을할것인가?20년간하버드대총장으로재직한데릭복의지적처럼대학은학생들을민주시민으로성장시키는교육기관이고,그성장커리큘럼의핵심은교양교육이다.학부4년동안고전100권을공부하는교양교육프로그램으로만운영되는세인트존스칼리지는매우특별한사례다.컬럼비아대는학부2년동안‘중핵교육과정’이라는교양교육을제공하는대안을만들었고,하버드대는학부생800여명을상대로한마이클샌델교수의대형강의같은모델을통해과학,인문학,사회과학의기초지식을학생들에게가르치고있다.이러한교양교육프로그램은“진리,책임,정의,아름다움”(246쪽)등의주제를다루고,“인간으로존재한다는것의의미는무엇인가?”“우리는인생을어떻게살아야하는가?”“우주는무엇인가,그리고우리는우주와어떻게조화를이룰것인가?”(127쪽)같은질문을곰곰이생각하도록이끈다.
그러나위의예외적인모델들을제외하면전반적으로대학에서교양교육의비중과가치가줄어들고있는것만은사실이다.“중간지대”를건너가는위태로운젊은이들에게대학이“사색”과“성찰”의기회를제공해줄수없다면,대학이현실세계의경쟁원리에지배되어오로지취업문제에집중하는기관이라면,우리는무슨근거로그곳을계속해서‘대학’이라고부를수있을까?
“이곳에서배우는것들중졸업후여러분의인생에서실용적으로쓰일것은하나도없을것입니다.단,이것한가지는있어요.여러분이열심히영리하게공부한다면,앞으로누군가헛소리(rot)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