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를 조심해 (이수진 소설)

머리 위를 조심해 (이수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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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수진 소설『머리 위를 조심해』. 등단한 지 7년 만에 첫번째 소설집을 내놓았다. 느리지만 단단하게 쌓아올린 이 여덟 편의 단편소설들이 수록되어 있다. 가장 큰 특징이자 장기는 표제작인 「머리 위를 조심해」에 가장 잘 드러나 있다. 전봇대 밑에서 잠을 깬 주인공은 전날 자신이 누구와 어떻게 술을 마시고 거기서 잠든 것인지 기억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다 갑작스런 ‘변의’가 밀려오고, 다급하게 이 배변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장소를 찾아 나선다. 여기서부터 식은땀이 날 만큼 생생하고 집요한 변의에 대한 묘사가 시작된다.
저자

이수진

저자이수진은1987년광주에서태어났다.조선대문예창작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석사과정을수료했다.2009년무등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원초적취미」가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3년『취향입니다존중해주시죠』로중앙장편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갈매기는끼룩끼룩운다-007
마니차-035
아버지축제-073
머리위를조심해-099
벽장-139
전발씨-171
원초적취미-207
대단히멋진꿈-243

해설|김형중(문학평론가)
괄약근VS불수의근-267

작가의말-281

출판사 서평

인간의가장깊은욕구까지파고들어가는무서운입심
‘똥같은사회’에울리는청량한경종


2009년무등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원초적취미」가당선되고,2013년『취향입니다존중해주시죠』로중앙장편문학상을수상한이수진의첫소설집이출간되었다.이수진은등단작부터“입심걸쭉한신인탄생”(소설가한승원)이라는평을들으며한국문학의외연을활달하게넓혀줄기대주로주목받았다.이후2010년‘현장비평가가뽑은올해의좋은소설’,2011년‘젊은소설’등에연이어작품이선정되며그기대에충분히값해왔다.그러다2013년에는“자진모리처럼숨가쁘게휘몰아치는익살맞은문장이결말을향해달려갈땐,카타르시스로샤워를한것처럼속이뻥뚫린다”(심사평)라는찬탄과함께중앙장편문학상을거머쥐며‘입심좋은’소설가로서자신의영역을확고하게인정받았다.

그리고2016년9월,등단한지7년만에첫번째소설집을내놓았다.느리지만단단하게쌓아올린이여덟편의단편소설들은스물셋이란이른나이에등단한젊은소설가가여전히젊은감각으로,그러나세계를보는미시적인시선은한껏벼려져내어놓은지나칠수없는결과물이다.

“내변기가우릴만나게해준거요.운명적으로.”

이수진은등단초기부터부끄럽거나불편하거나폭력적이어서,그러니까누구에게나있지만그것이대체로가장안쪽에숨겨져있어쉽게드러내기힘든인간의욕구들을과감하게파헤쳐왔다.경쾌하고속도감있게서사를밀고나가다가도때때로이러한감춰진욕구들을날것그대로묘파해냄으로써읽는이로하여금애써잊었거나부정했던‘진짜’현실과어색하게마주서게만든다.이러한이수진소설의가장큰특징이자장기는표제작인「머리위를조심해」에가장잘드러나있다.전봇대밑에서잠을깬주인공은전날자신이누구와어떻게술을마시고거기서잠든것인지기억해내기위해안간힘을쓴다.그러다갑작스런‘변의’가밀려오고,다급하게이배변의욕구를해소하기위한장소를찾아나선다.여기서부터식은땀이날만큼생생하고집요한변의에대한묘사가시작된다.문학평론가김형중은해설(「괄약근vs불수의근」)에서변의에대한묘사만큼은“한국문학사에서유례를찾아보기힘들만큼탁월”하다고극찬했다.항문을가진이라면누구나공감할수밖에없는문장들에꽤많은부분을할애한후에는느닷없이세개의변기를등장시킨다.그러고는변기의주인과‘인물,사건,배경’에대한황당한문답을주고받는방식으로자신의정체성에대한의문을가진다.그리고이러한의문은뜻대로이루어지않는현실혹은소설세계에대한반감과주인에대한살의로까지나아간다.이처럼이수진의소설은가독성높은문장들을리드미컬하게따라읽는재미가있지만,그안에감춰진비의들까지발견해낸다면불편하고불합리한세계를지탱하고살아가게하는힘이무엇인지냉정하게묻게된다.
길에서마주친아줌마를두고소설가지망생,실력없는소매치기,편의점야간알바인세친구가내뱉는동상이몽을맛깔나게그린「갈매기는끼룩끼룩운다」,끊임없이악행을저지르는것으로자신의존재를증명해내야하는남자의이야기를공포스럽게,그러나그공포가우리삶에서먼것이아니라는사실을끊임없이주지시킴으로써인간존재의무기력함에대해성찰하게하는「마니차」,전자발찌를찬이웃에대한섣부른오해,그러니까내가다치지않기위해선남을먼저해해야한다는고단하고처연한현대인의피해망상이만들어낸파국을다룬「전발씨」,마조히즘적으로구멍난이를자극하는것에서삶의희락과목표를찾아야만하는남자의이야기를긴장감있게그려낸등단작「원초적취미」등도빠르게읽히는속도에반비례해오랜여운을남기는‘속깊은’작품이라할수있다.
근작으로올수록이수진의소설은속도에서멀어져문장속으로깊이침잠한다.그러니까직선으로빠르게달려나가는스프린터에서바닥을알수없는곳을향해떨어지는다이버로몸을바꾼것.정확한사건을알수없는「아버지축제」는화자인아들의환각같은진술을통해우리가진짜라고믿는대상들이실제로존재하는것인지되묻고있다.쉼표하나마침표하나하나세심하게읽어야의미를파악해낼수있는것은「벽장」도마찬가지다.벽장속의화자는자신이벽장에갇힌것인지혹은스스로들어온것인지,벽장에서나가고싶은것인지혹은그렇지않은지끊임없이자문하며스스로를분열시킨다.더욱이벽장밖에서는수많은‘그’들이문을두들기기도하고커피를마시기도하며화자를더욱혼란에빠뜨린다.스스로를통제하기도버거운세계를사는우리가한번쯤꿔봤음직한몽롱한꿈같은소설이다.특히이작품에는카프카의『변신』의일러스트를그린루이스스카파티를연상케하는,작가가직접그린빼어난그림이실려있어생동감을더한다.소설집의마지막작품이기도한「대단히멋진꿈」은실직중인불면증환자의꿈에대한이야기다.결국꿈이라는것을예감하면서도“이국적이면서도낯설고매혹적인”문장들을좇아읽는즐거움이있는작품이다.

이수진은스프린터에서다이버까지자유자재로몸을바꿀수있는작가다.그리고그끝과바닥을쉬이예측할수없기에결국엔끝까지읽고마는것이그의소설이다.거침없이이세계를향해욕설을내뱉다가도엄정한문장들로그세계에청량한경종을울리고야마는그의첫소설집을주목해야하는까닭도여기에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