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번의 파르티타 (이은희 소설)

1004번의 파르티타 (이은희 소설)

$12.00
Description
불합리한 현실과 맞닥뜨린 개인의 행방을 그리다!
《선긋기》, 《1교시 언어이해》로 2015년 신춘문예 2관왕을 수상한 이은희의 첫 번째 소설집 『1004번의 파르티타』. 바흐의 파르티타 2번 d단조(바흐 작품 번호 BWV 1004)를 그 제목으로 한 이 소설집에는 동명의 작품을 비롯하여 신춘문예 수상작을 포함한 모두 일곱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매 순간 인간이란 무엇인가 물으며 써내려가는 빈틈없는 문장들, 동시에 억압적인 세계를 향해 대결의 자세를 흩뜨리지 않는 올곧은 저자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저자가 인간의 ‘성장’이라는 사건에 무엇보다 큰 작가적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성장의 미묘한 순간을 섬세하고 기품 있는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 《선긋기》,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데다 친구라 믿었던 이들에게는 배신을 당해 죽음을 생각하는 소년이 등장하는 표제작 《1004번의 파르티타》 등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한 젊은 작가가 써나갈 문학의 미래를 기대하게 된다.
저자

이은희

저자이은희는2015년세계일보에「선긋기」가,서울신문에「1교시언어이해」가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선긋기007
오빠031
1교시언어이해055
푸른문을열면085
1004번의파르티타111
꿈꾸는리더의실용지침149
너와함께웃을것이다179

해설|고봉준(문학평론가)
불확실한삶203

작가의말225

출판사 서평

2015년신춘문예2관왕,이은희첫소설집출간

당선작은순식간에정해졌다.
_세계일보신춘문예심사평(소설가강석경ㆍ문학평론가김화영)

보편성에서설득력이나오고특이함에서변별력이있는서사공간이만들어지고있다.
_서울신문신춘문예심사평(소설가성석제ㆍ문학평론가김종회)

빛은상처의틈새로들어오는것.그러니울지마라,라고
어둠속에잠긴이들을감싸안는따뜻하고부드러운음성


신인작가이은희의첫소설집『1004번의파르티타』가출간되었다.바흐의파르티타2번d단조(바흐작품번호BWV1004)를그제목으로한소설집에는동명의작품을비롯하여총일곱편의단편소설이실려있다.세계일보신춘문예에「선긋기」가,서울신문신춘문예에「1교시언어이해」가당선되면서작가로서인상적인출발을알린것이2015년의일이다.신춘문예에당선되기란시쳇말로낙타가바늘구멍에들어가는일보다어렵다고말해지는바,두편의당선작을낸일도놀랍거니와등단한바로다음해에발표한소설들을모아책으로묶어낸다는사실또한우리를설레게만든다.아마당선작들이선사한감동과놀라움을계속해서경험하고싶은이들의마음이모여이루어낸결과일것이다.그문학적성취도가상당하여“당선작은순식간에정해졌다”(세계일보신춘문예심사평)는평을받은「선긋기」와“보편성에서설득력이나오고특이함에서변별력이있는서사공간이만들어지고있다”(서울신문신춘문예심사평)는평을받은「1교시언어이해」,이두편의작품을읽고서한젊은작가가써나갈문학의미래를기대하지않기란오히려어려운일이아닐까.

“나는이렇게가득모아서
주고싶은사람이있다고대답했다.”


「선긋기」는오래된아파트로이사를온십대소녀를화자로삼은이야기로,이은희가인간의‘성장’이라는사건에무엇보다큰작가적관심을기울이고있으며성장의미묘한순간을섬세하고기품있는시선으로그려내고있다는점에서의미있는작품이다.특유의예민함으로섭식장애를앓고있는듯보이는소녀는그림을그리는데에만온마음을다한다.부모는그런소녀가못마땅하다.소녀가마음을주는존재는몰래담배를피우러가는담벼락에서만나는길고양이뿐이다.이러한소녀의마음을한뼘자라게만드는건칠층의여자와폐지를줍는할머니와의만남이다.
소녀는칠층의누군가가음식물을던지는장면을목격한다.주민들에게그것은“음식물쓰레기”이며,그러니무단투기하는“범인”을잡아야한다고여기지만소녀는“그것이더럽다는생각을한적이없다”.식탁의음식물에서곧잘기이한상상을하는탓에제대로먹지못하는소녀이지만바닥의음식물만큼은어쩐지자연스럽게받아들인다.소녀는“베란다밖으로던져진음식물을그린다”.그그림을본칠층의여자는먼저세상을떠난아들에게평소에밥을제대로챙겨주지못해미안한마음으로그렇게하는것이라고해명한다.소녀는여자를안심시키려는듯“저,지금아줌마처음봐요”라고말하며자리에서벗어난다.
담배를피우러담벼락을찾은소녀는폐지를줍는할머니와마주친다.소녀의눈에할머니의리어카가무사한것이들어온다.어느새벽누군가아파트안의재활용품을가져가려는할머니를신고하여경찰이왔던일을기억하는것이다.할머니는따뜻한토스트를반으로갈라소녀에게건네주고소녀가맛있게다먹는모습을본후에야자신의몫을먹는다.그러곤소녀가길고양이를위해놓아둔참치캔을보며“깡통째주지마라,고양이입다친다”라고말한다.소녀는그할머니를위해그림을그리기로결심한다.오랜고민끝에소녀가그리는것은선(線)이다.“결이되고면이되도록빈종이에선을모으는기분”을느끼며소녀는선을그려나간다.
「선긋기」는아마이지점에서진정한등단작의의미를성취하는것이아닐까.그러니까이은희가소설가로서자신의출발점으로삼은곳이바로여기인듯싶다.“최초의선을어디에어떻게긋느냐에따라그림이결정될터였다”라고말하는소녀의모습에젊은소설가이은희의모습이비치는듯하다.미술처음하는사람이나하는선긋기를왜네가하느냐는아이들의질문에소녀는다음과같이말한다.“나는이렇게가득모아서주고싶은사람이있다고대답했다.”위에서아래로떨어지는수직적인선이아니라옆에서옆으로흐르는수평적인선,소설가이은희에게는문장이바로그선일테다.이은희가이렇게써낸이야기를주고싶은존재가누구인지,「선긋기」는부드럽게가리켜보이고있다.

“아직도……사랑하고픈마음이남아있는데,
혹시그것으로도괜찮겠습니까.”


일찍엄마를잃고외할머니와힘겹게살아온소녀연이가주인공인「푸른문을열면」,부모로부터제대로된사랑을받지못한데다친구라믿었던이들에게는배신을당해죽음을생각하는소년이등장하는「1004번의파르티타」등이이「선긋기」와같은계열을이루고있다고할수있을것이다.삶의종착점은고작죽음이라는사실,그렇기에우리는모두나이를불문하고미성숙한존재라는것.그러니삶의매순간성장을향해꽉닫힌문을열어젖히며나아가야한다는것을이은희의연약한주인공들은보여주고있는듯하다.아마작가로서이은희가인간의‘성장’에관심을가지고있으리라짐작되는이유는바로여기에있다.
연이는케이크와차를파는카페에서아르바이트를한다.이카페에는푸른문을그린그림이하나걸려있다.바랜그림속의문틈으로는뽀얀빛이새어나오고있다.언젠가카페의벽지를누군가칼질로찢어놓아서생긴흉터를가리기위해마련한것이다.어느날카페의단골중한명인노신사가위스키를넣은홍차를여러잔마시고는난동을부린다.자신이선물하는케이크를연이가받아주지않자던져버린것이다.그소동으로그림이떨어져유리가깨어지고케이크의붉은물이들어그림은망가진다.이제까지연이에게우호적인듯싶었던노신사는사실비틀린우월감으로그녀를대했을뿐임이드러난다.연이는어지럽혀진바닥을치우며기억속의할머니,그리고자신에게‘울지마라’라고말해주던엄마를떠올린다.그리고망가진그림을바라보며자신이어느덧푸른문을지나왔음을깨닫는다.고봉준은해설에서이작품을언급하며“이것은극복/승화가아니라위로,그것도자신의내부로부터힘을발견하는자기위로라는점에서새로운감수성이다”라고설명하고있다.
「1004번의파르티타」에등장하는소년의삶에서는,「선긋기」의소녀(길고양이,폐지줍는할머니)나「푸른문을열면」의연이(울지마라,라고말해주던엄마,바람떡을만들어주던외할머니)에게주어졌던부드럽고따뜻한삶의조건들이모두제거돼있는것처럼보인다.소년이태어나던날에는다리가끊어지는사고가있었다.이후다리는보수되지만사람들은그날의사건에대해서되도록말을아끼려고한다.이는마치소년의영혼에가해진사고처럼소년의얼굴에서웃음을거둬간다.
동물병원원장인소년의아버지는차갑고무뚝뚝한사람이었고,남편에게서사랑을받지못하는소년의어머니는불안정한정신상태로결국자살을택한다.소년에게는기돈크레머를함께들을수있는친구가생기지만그것은소년의착각일뿐이었다.친구는소년에게언제나거짓말을일삼았던것이다.어느날친구집에갔다가책상서랍안에서잃어버렸던헤드폰을발견한소년은어렴풋이그진실을감지한다.따뜻하고다정한마음을갈구하던소년의주변에는그런척위장하며소년을손쉽게속이고그저필요한것들만을얻어가던이들이있을따름이었다.
이제소년의곁에남은것이라고는더이상살의지가없다고말하는듯그가주는간식을거부하던유기견유키뿐이다.절망에빠진소년은유키를안고다리위에올라생각한다.신이만약“네가왜살아야하는지이유를대봐”라고한다면어떻게대꾸해야할까.망가진다리처럼애초에망가진채태어나살자격은물론죽을자격도없는존재가바로자신이라고생각하던소년은문득“제겐망가진추억말고는아무것도없습니다.그래도그걸로괜찮겠습니까”“아직도……사랑하고픈마음이남아있는데,혹시그것으로도괜찮겠습니까”하고생각한다.

그러니까이은희는삶의어둠을밝히는빛은생살이찢겨나간고통의증거,바로벌어진상처의틈새를통해들어온다는것을우리에게말하고있는듯하다.연약한영혼의성장을이야기하며인간이라는존재를섬세하게그려보이는이은희는「1교시언어이해」「꿈꾸는리더의실용지침」「오빠」「너와함께웃을것이다」에서보여주는바와같이그인간을둘러싼세계에대한긴장의끈또한바투잡고있는듯하다.해설에서고봉준은“이은희의소설에등장하는인물들은이사회-시스템의변방을부유하는미약한위성들(satellites)이거나,‘운’좋게그시스템에진입했음에도불구하고그곳을지배하는권력의메커니즘에의해희생되는‘미생(未生)’의청춘들이다”라고설명한다.작가의예리한사회적감각을가리키는것이라이해해도좋을이설명은이은희가앞으로펼쳐보일작품세계가결코만만하지않을것이라예상하게만든다.매순간인간이란무엇인가물으며써내려가는빈틈없는문장들,동시에억압적인세계를향해대결의자세를흩뜨리지않는올곧은이작가의첫소설집을세상에내보낸다.


폭력적인세계에서벗어나기위해서는자신의내면에있는‘빛’에관심을기울여야한다는것,그위로가이폭력적인세계를견뎌내는유일한힘이라는것,그것을통해“내게,울지마라,라고말해주는힘……”으로남은엄마와‘나’가연결된다는것이다.“내기억속의엄마가날사랑했던일은등불하나지닌것처럼힘이되었다.유릿조각을주우며나는그힘에관해생각했다.”이것은극복/승화가아니라위로,그것도자신의내부로부터힘을발견하는자기위로라는점에서새로운감수성이다._고봉준(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