믜리도 괴리도 업시 (성석제 소설)

믜리도 괴리도 업시 (성석제 소설)

$12.42
Description
작가 성석제, 이 땅의 뜨거운 현실을 끌어안고 더 가까이서 독자들을 매혹하다!
성석제의 소설집 『믜리도 괴리도 업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집필한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책이자, 작가가 1996년 첫 소설집을 출간한 이후 꼭 20년이 되는 해에 펴내는 새로운 소설집이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성실한 농부처럼 끊임없이 소설을 써온 저자의 이번 소설집의 제목인 『믜리도 괴리도 업시』는 고려가요 《청산별곡》의 한 구절에서 인용한 것으로,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번 소설집에서 이처럼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그 어떤 대단한 환희나 통렬한 절망도 없이 꾸역꾸역 살아가다가 어떤 사건 혹은 사람과 맞닥뜨리는 인물들, 마냥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인물들의 일대기를 들려준다. 동성애, 간첩 조작 사건, 멘토, 스마트폰 중독 등 민감하다면 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테마들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제목만큼이나 기묘한 표제작 《믜리도 괴리도 업시》. 어느 날, 금발의 동성 애인을 둔 정상급 재불 화가가 되어 돌아온 옛 친구 ‘너’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중년의 ‘나’. ‘너’는 화려한 외양과 성공의 표상들로써만이 아니라, ‘나’에게 대놓고 커밍아웃을 해서 ‘나’를 휘청거리게 하는데……. 이밖에도 계간 《문학동네》 창간 20주년 기념호에 발표됐을 때부터 ‘미친 소설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자자했던, 폭발하는 에너지로 가득한 소설 《블랙박스》, 성석제표 해학과 웃음을 느낄 수 있는 《먼지의 시간》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가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하기까지의 자의식과 고뇌와 욕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블랙박스》에서 우리는 메타소설조차 이야기의 힘으로 돌파하는 작가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들을 소설 속으로 끌어오는 저자의 최근 소설의 특징을 엿볼 수 있는 《매달리다》와 성석제 소설의 큰 축을 차지하는 주제인 몰두와 중독의 유전자, 무언가에 미치거나 매달리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인물을 그려낸 《골짜기의 백합》과 《사냥꾼의 지도》 등의 작품을 통해 여전히 화려한 입담, 세상만물에 입과 사연을 만들어주는 솜씨와 더욱 견고해진 저자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저자

성석제

저자성석제는1995년『문학동네』에단편소설「내인생의마지막4.5초」를발표하며등단했다.소설집『첫사랑』『호랑이를봤다』『홀림』『황만근은이렇게말했다』『번쩍하는황홀한순간』『어머님이들려주시던노래』『참말로좋은날』『지금행복해』『인간적이다』『이인간이정말』『미리도괴리도업시』,장편소설『왕을찾아서』『아름다운날들』『인간의힘』『도망자이치도』『위풍당당』『단한번의연애』『투명인간』,산문집『즐겁게춤을추다가』『소풍』『농담하는카메라』『칼과황홀』『꾸들꾸들물고기씨,어딜가시나』등이있다.한국일보문학상,동서문학상,이효석문학상,동인문학상,현대문학상,오영수문학상,채만식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블랙박스_7
먼지의시간_43
매달리다_81
골짜기의백합_107
믜리도괴리도업시_139
사냥꾼의지도_177
몰두_219
나는너다_255

해설노태훈(문학평론가):스토리텔링애니멀265
작가의말281

출판사 서평

‘스토리텔링애니멀’성석제신작소설집
성석제는의심할여지없는프로소설가이고
이야기에한해서는맹수에가깝다.
_노태훈(문학평론가)

“믜리도괴리도업시마자셔우니노라.”_고려가요「청산별곡」
미워할이도사랑할이도없이,
맞아서우는자들을위한노래

2014년『투명인간』으로,한국현대사를온몸으로살아낸보통사람의이야기를숨돌릴틈없는서사에담아냈던이야기꾼성석제가신작소설집을출간하며돌아왔다.제목이묘하다,‘믜리도괴리도업시’.
『믜리도괴리도업시』는고려가요「청산별곡」에서인용한것으로,‘미워할이도사랑할이도없이’라는뜻이다.고려시대때“믜리도괴리도업시마자셔우니노라”라고한탄하며청산으로숨어들길소망했던어느가여운이가있었다면,2016년성석제의소설속에는‘미워할이도사랑할이도없이’,그어떤대단한환희나통렬한절망도없이꾸역꾸역살아가다가,어떤‘사건’혹은‘사람’과맞닥뜨리는인물들이있다.
이책은2013년12월부터2016년까지성석제가집필한여덟편의단편소설을묶은책이자,작가가1996년첫단편소설집『내인생의마지막4.5초』(출간당시제목『새가되었네』)를출간한지꼭20년이되는해에펴내는새로운소설집이다.책의표제작「믜리도괴리도업시」는‘동성애’를다룬다.아마성석제의애독자라면,대번에떠오르는작품이있을것이다.1996년이상문학상추천우수작에올랐으며지금까지도한국퀴어소설과성장소설의캐논(canon)으로불리는소설「첫사랑」.1996년,한국문학독자들에게강렬한‘첫사랑’을각인시켰던소설가성석제가2016년,‘믜리도괴리도업시’돌아왔다.
20년이넘는세월동안작가성석제는성실한농부처럼끊임없이소설을써왔다.문학동네는성석제신작소설집『믜리도괴리도업시』와더불어성석제의초기단편들을가려뽑은성석제걸작단편선집『첫사랑』을동시에출간한다.책에서손을뗄수없게하는그화려한입담과세상만물에입과사연을만들어주는솜씨는여전하되,그의신작소설은동성애,간첩조작사건,멘토,스마트폰중독등지금우리가살아가는이땅의뜨거운현실을끌어안고더가까이서독자들을매혹한다.

매일반복되는혼란과곤란속에서조용히곪아가던
‘나’의정체성을송두리째흔들어깨우는‘미친놈들’의서사

표제작「믜리도괴리도업시」는제목만큼이나기묘한소설이다.‘미워할이도사랑할이도없’이살아가던중년의‘나’앞에옛친구가나타난다.어린시절‘만인의똥개’‘신데렐라’로취급받으며사람들사이에서부대끼고치이던‘너’는내게는굳이떠올리고싶지않지만자꾸만엮이는존재다.‘나’는그런‘너’가거추장스럽지만어쩐지‘너’와의마지막끈을완전히놓지는못한다.‘나’는은연중에‘너’를무시하고있다.그러면서도한편으론‘나’에대한‘너’의관심과애정이싫지않다.
어느날,‘나’는금발의동성애인을둔정상급재불화가가되어돌아온‘너’의모습에경악을금치못한다.‘너’는화려한외양과성공의표상들로써만이아니라,‘나’에게대놓고‘커밍아웃’을해서나를휘청거리게한다.고요하고안온하게허물어져가던내삶에홀연히다시등장해‘미친놈’처럼춤추고노래하고사랑하며그누구의눈치도보지않고‘이반(異般)’의삶을한껏즐기는‘너’.‘너’와그동성애인을향해‘나’는입을비죽거리고비아냥거리다은근한질투마저느끼지만,그순간‘믜리도괴리도업시’살아가는나의따귀를후려갈기듯‘너’의일갈이나를훅파고든다.

“너희,자기가정상이라고생각하는교만한이성애자들은꼭그렇게묻더라.언제부터게이였느냐.나를어떻게생각해온거냐.나를볼때마다몰래흥분한거아니냐.기분더럽다……내대답은이래.나도눈이있고수준이있거든미미안하지만너희들은내취향이아니야.”
_「믜리도괴리도업시」중에서

이책을열면처음으로만나게되는소설「블랙박스」에도모래처럼허물어져가는일상을견디다가돌연나와는너무다른인물을만나전기를맞는인물이있다.「블랙박스」는계간『문학동네』창간20주년기념호에발표됐을때부터‘미친소설이나타났다!’는소문이자자했던,폭발하는에너지로가득한작품이다.언제부턴가창작의샘이말라도무지소설을완성할수없게된중견작가인내앞에동명이인인‘너’가나타난다.내차에블랙박스를설치해준카센터직원이었던‘너’는살갑게다가와호형호제하는것은물론내가앓아누운사이쓰다만소설을마무리해주기까지한다.소설작법을어디서배운적도없고,세상에문명(文名)을떨쳐보겠다는거창한목표도없이그저몸으로쭉쭉소설을써내려가는동명이인의‘너’는마치‘나’의소설속에서튀어나온인물같다.그날이후‘나’는‘너’에게본격적으로소설대필을맡기게되는데,이위험한거래도결국파국을맞는다.

난작가라는것들이뭐특별한줄알았지.알고보니까별거아니더구만.그깟소설나부랭이못쓰겠네안써지네하면서살려달라고남의바짓가랑이를잡고늘어지더니단물쪽빨아먹고나서는싸늘하게배신을때리네.(…)이것들뽕쟁이하고뭐가달라.저혼자골방에서약빨다가약발다떨어지면밖으로벌벌기어나와가지고는울고짜고훔치고거짓말하고.야,씨발아,내가마음만먹으면필명으로라도소설써가지고니들동네전부말아먹을수있어.
_「블랙박스」중에서

앞으로‘우리’의공동창작은어떻게될것이며,그이전에‘너’는도대체누구란말인가미작가가한편의소설을완성하기까지의자의식과고뇌와욕망이고스란히담겨있는「블랙박스」는메타소설조차이야기의힘으로돌파하는작가의저력을다시한번확인할수있는강렬한소설이다.

성석제표농담과웃음,
그속에깃든시퍼런대한민국의현실

한편,「먼지의시간」에서는성석제표해학과웃음을느낄수있다.대자연속의명상가이자‘이시대의정신적스승’임을자처하는M을만나러가는길에동행하게된‘나’는입만열면잘난척일색에‘구세활인염’이라는만병통치약까지파는‘정신적스승’이아니꼽다.처음만나는순간부터‘나’와M은핑퐁을하듯긴장감넘치는말씨름을벌이고,그과정에서묘한애증의감정마저싹튼다.이소설은멘토링과명상,자기계발의신화를추앙했다가이내손쉽게짓밟는세태속에서정작‘나’의삶과주변은어떠한가를날카로운농담에섞어되묻는다.
성석제의최근소설의특징중하나는사회적으로‘민감한’문제들을소설속으로끌어왔다는점일것이다.「매달리다」는그가전매특허의웃음과농담을완전히거두어내고묵직한서사로밀어붙인작품이다.‘납북어부간첩사건’으로불리는실제사건을소설적으로재구성한이소설은굵은느티나무에대롱대롱매달려있는한남자의모습으로시작한다.“집중해서매달리고”“바다에매달리고”“생각에매달리고”“아버지의강건한맨몸에매달리고”“생계에”“침묵에”“사는데”매달리는인물들.다시말해“매달리지않고서는견딜수없는”인물을보고있노라면,이것이비단간첩조작사건에휘말린어느불운한남자의사례에만해당하는이야기가아님을뼈저리게공감하게될것이다.
이렇듯성석제소설의한축을차지하는것은‘몰두’와‘중독’의유전자이다.성석제소설의인물들은무언가에미치거나매달리지않으면살수없다.「골짜기의백합」에서는여동생‘선녀’를위해자신의생을털어바치는한여인을,「사냥꾼의지도」는여행지에서길을잘못접어들며펼쳐지는새로운세계와그세계를탐험하면서다른존재가되는과정을보여준다.「몰두」에서는“세상의모든이치를규명하게해줄”단한권의궁극의책‘이피터미(Epitome)’를찾아떠나는소년과그여정에서만나는‘몰두자들’의세계가방대하게펼쳐진다.

무엇엔가제대로미친사람들에게는그런흔해빠진쓰레기,공짜를백안시한다는공통점이있었다.그들은부자가아니고명성과이익은염두에두지않았다.자신이자발적으로하고싶은일을할뿐이었다.그들은인간뇌속의뉴런처럼스스로의일생을인간의황금기를담고기록하는뉴런으로만드는것같았다.나는그들처럼창조적이거나창의적인적이없었다.그들을좋아하고그들을만날수있었고만남의연쇄를경험할수있었던것뿐이다.나는그런사람들,인류의신경세포에미쳤다.
새롭게그들한사람한사람을알게되는것은책을접하는것과비슷했다.책을꺼내들었을때의무게와냄새,첫장을펼때의설렘,페이지가넘어갈때의조바심과흥분을사람들에게서느꼈다.사람을만나고알게되고부딪치고그리워하게되는것은결국책을꺼내서읽고생각하고느끼고책장에다시꽂고기억하는것과비슷했다._「몰두」중에서

“지금여기이시간좀처럼행복할수없는상황에서”
그저N분의1로살아가고있는나와당신,
그무수한N들에게바치는송가

이책의대미를이루는「나는너다」는어쩌면오늘날대한민국사람들이가장많이빠져있는‘중독’증상일지모를‘스마트폰중독’에관한이야기이다.

넌잠에서깬새벽부터잠들때까지스마트폰을본다.아침먹으면서보고점심먹으면서보고간식먹으면서보고저녁먹고회식하면서보고퇴근하면서도본다.너는보고또본다.스마트폰은네시간과지각과판단력의요람이자무덤이다._「나는너다」중에서

스마트폰속의온갖광고와영상,SNS의세계에서우리는점점부스러지고작아진다.짧은분량의이소설에서성석제는잔인할정도로디테일한자료들을보여주며,지금우리가얼마나보잘것없는존재인지,그리고그런우리를속이고이용하려드는한줌의‘그들’의세계는얼마나견고한지를보여준다.

구글이나네이버같은대기업이무료검색엔진을제공하는건인류애가넘쳐서가아니지.광고주들이원하는수많은마케팅정보를제공할수있게해주려는것.온라인에넘치는돌팔이와사기꾼,사이비종교지도자,가짜전문가들에게한번주의를분산해업무에방해를받았다다시집중하는데걸리는시간은30분.(…)그들은(…)남들의머리위,‘수석’에일단올라선뒤로는그들끼리의‘메이저리그’를형성하고무법,탈법,초법,비법,불법을가리지않고그자리를지켜왔다.마치자신은그런운명을,유전자를타고난듯당연하게.연민과염치의유전자는결락된채.그런그들앞에서너는이럴수도없고저럴수도없어서스마트폰을,스마트폰만을보고있는게아니냐._「나는너다」중에서

「나는너다」는2016년,지구,그중에서도대한민국에서살아가는우리모두에게바치는송가이다.그럼에도이세계의N들이계속해서살아가길,마침내살아남길바라는소설속화자의목소리는어쩌면성석제가소설너머의독자들에게진심으로건네고싶은메시지일지도모른다.

과거나미래가아닌현실에서,지금여기이시간좀처럼행복할수없는상황에서그저7,341,896,144명가운데1인,N분의1로산다는게N,1㎢의면적안에사는나와비슷한508명과살아간다는게N,누군가를사랑하고보살피고만나고어울리고이별하고다시만나고N,너스스로를저버리지않고포기하지않고살아가는것,사는것이잡은줄을탁놓아버리는것보다훨씬더어렵고귀한것이다.(…)부디오래.너절하고거지같은그들의,그들끼리의리그가무너지고스러져바람속먼지처럼흩날리는것을보기위해더오래.아주오래오래,살아‘영화’를보려,깨달음의드높은세계로가는일은나중으로미루고기대여명따위훌쩍넘어천년만년살아남으라.살아남는것이이기는것.
N,너는나다.나의모든사랑이며영원한전부인,N.
N._「나는너다」중에서

이세계의N분의1을구성하는지극히평범한인간이‘미워할이도사랑할이도없이’살아간다는것은과연가능한가.미워할이도사랑할이도없다는것은어쩌면조금씩죽어가고있다는뜻일지도모른다.결국사람과사람사이의사랑과미움이,우리를흔들어깨우는것을찾아모험하고몰두하는일이,이지독한삶속에서도우리를견디게하고살게한다.성석제의소설은가혹한현실의문제들을끌어안고도,그속에서도끝내살아가고마침내사랑하려는자들을위한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