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성석제 소설)

첫사랑 (성석제 소설)

$14.00
Description
성석제의 초기 걸작 단편들을 만나다!
성석제의 첫 번째 소설집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와 두 번째 소설집 《조동관 약전》에 담긴 초기작 가운데서 20년이 지난 오늘에도 독자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걸작을 엮은 소설선집 『첫사랑』. ‘성석제 소설’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왜 성석제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로 꼽히는지 입증하는 책이다.

20년 전인 1996년, 정식 등단 절차도 거치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소설들을 쏟아낸 성석제는 한국 문단의 ‘파격과 충격’ 그 자체였다. 시공간, 시점, 소재와 주제에 그 어떤 제약도 없다는 듯 종횡무진 뻗어나가는 성석제표 상상력과 입담은 독자들을 열광시켰다. 인간의 내면 묘사를 그리는 것에 집중하던 당시 한국문단에서 성석제 소설 속의 인물들은 주체할 길 없는 에너지에 휩싸여 내달렸다. 난생처음 보는 인물들의 입담과 생의 희로애락에 독자들을 취하게 했던 그의 초기 걸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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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성석제

저자성석제는1995년『문학동네』에단편소설「내인생의마지막4.5초」를발표하며등단했다.소설집『첫사랑』『호랑이를봤다』『홀림』『황만근은이렇게말했다』『번쩍하는황홀한순간』『어머님이들려주시던노래』『참말로좋은날』『지금행복해』『인간적이다』『이인간이정말』,장편소설『왕을찾아서』『아름다운날들』『인간의힘』『도망자이치도』『위풍당당』『단한번의연애』『투명인간』,산문집『즐겁게춤을추다가』『소풍』『농담하는카메라』『칼과황홀』『꾸들꾸들물고기씨,어딜가시나』등이있다.한국일보문학상,동서문학상,이효석문학상,동인문학상,현대문학상,오영수문학상,채만식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내인생의마지막4.5초_7
조동관약전(略傳)_41
경두_71
아빠아빠오,불쌍한우리아빠_93
이인실_125
유랑_153
새가되었네_191
첫사랑_215

작가의말_241

출판사 서평

상상의한계를뛰어넘는이야기의파격과품격,
성석제의초기걸작단편들

“네손길에는소름이끼치도록
부드럽고도질기고단호한힘이들어있었다.
그건사랑에빠진자만이가질수있는것.”


지금으로부터20년전인1996년,소설가성석제의첫단편소설집이출간되었다.어느날갑자기튀어나와이전에볼수없었던양식의소설들을쏟아낸소설가성석제는한국문단의‘파격과충격’그자체였다.시공간,시점,소재와주제에그어떤제약도없다는듯종횡무진뻗어나가는성석제의상상력과입담은독자와평단의찬사를자아냈다.성석제의등장은한국소설사에서지난한세대와의작별을의미했다.80년대식엄숙주의와이념주의,내면으로파고드는작품세계와의단절을선언하듯그의소설은유쾌하고익살스러운이야기의세계로탈주했다.성석제소설이선사한풍자와해학그리고웃음넘치는입담으로의초대는‘해방의즐거움’이라바꿔말할수있을것이다.
이책은성석제의첫번째소설집『내인생의마지막4.5초』와두번째소설집『조동관약전』에서작가가직접가려뽑은개정판으로,20년이지난오늘에도독자들에게여전히회자되는성석제단편소설의진수가모여있다.일상다반사에서길어올리는기쁨과슬픔,역사의소용돌이에휘말려드는소시민들,목가적인한시골에서전쟁같은도시의삶에이르기까지성석제의소설은다채로운공간과다양한인물들로우리의눈과귀를홀려놓는다.

한국퀴어소설과성장소설의캐논,「첫사랑」
“그리고지옥에서도나는성장해야만했다.”


표제작「첫사랑」은‘한국퀴어소설의캐논(canon)’으로불릴정도로많은이들에게사랑받고있는작품이다.‘첫사랑’이라는달콤한제목이붙어있지만,‘지옥에서도끝내견디고성장해야만했던소년들의동성애’와지독한성장담이오묘하게엉켜있다.

우리는서로멀리떨어져서도는행성과같았다.너는슬픔에잠겨네맘대로했고나는시름에겨워내마음대로했다.(…)
네가천천히다가왔다.너를보는게마지막이라는느낌이든건왜였을까.(…)
“한번안아보자.”
“그래.”
나는처음으로너의부탁을받아주었다.너는나를안았다가안았던팔을풀고외투단추를급하게풀면서말했다.
“너,다시는안오겠구나.”
“그래.”
너는외투를벌렸다.나는네품안에들어갔다.
“사랑한다.”
너는나를깊이안았다.
“나도.”
_「첫사랑」중에서

성석제소설에풍자와해학의한축이있다면,또다른거대한축은극도의서정적인문체로그려내는‘노스탤지어의세계’라고말할수있을것이다.「첫사랑」의주인공‘나’는대도시변두리의‘지옥구지옥동의지옥중학교’로막전학온시골소년이다.전학온지며칠도되지않아학교최고의깡패에게죽도록맞은날,“어떤식으로든위안받고싶어하던내게거부할수없는”손길을건네는한소년이있다.그러나‘나’는‘너’의친절을뿌리치고,살아서이지옥을빠져나가겠다고다짐한다.지긋지긋한모든것에서벗어나고픈‘나’의주위를행성처럼따라다니는‘너’.너는어쩜이리도내게다정하게구는걸까?너는내게왜이토록주기만할까?이소설은지옥에서조차성장해야만했던두소년의애틋한한시절을,“지옥의빵공장에서빵트럭이쏟아져나오고딴세상바다에선고래들이펄쩍떠오르는그때”를아름다운문체와삽화를통해그려낸작품이다.

비속한삶속을뚫고올라오는아름다움
비통한삶속에서도터져나오는웃음


성석제소설속의인물은우리를울리다가웃기고,웃기다가울린다.모든것이농담인양힘을쭉빼고너스레를떨다가사실은그것이반어였거나진실을품은말이었음이밝혀질때,웃음기를거두고한껏진지하게이야기를풀지만사실은그것이진한농담이었다는것을깨달을때,우리는카타르시스를느낀다.이렇게끝까지긴장을놓을수없는구성은성석제소설의재미를극대화하는아이러니와페이소스의교차로이다.
성석제의데뷔작「내인생의마지막4.5초」는어느건달사내가자동차사고로추락해사망하기까지의4.5초,그찰나의시간을붙들고쪼개어써낸소설이다.세상무서울게없이파란만장한삶을살았던주인공이자동차사고로물속으로추락하기직전에야비로소외치는“엄마,무서워”라는단말마의비명은어쩌면인생을살아가는우리가매일외치고싶지만하지못했던단한마디일지모른다.

이세계를끌고나가는힘의반은소문이다.소문이무슨상관인가,증거와사실이중요하지않느냐고묻는사람은이세계의사람이아니다.그건다른세상,좋은세상사람들이야기다.
_「내인생의마지막4.5초」중에서

성석제의소설속인물들이우리주변의인물처럼살갑게느껴지다가도불현듯범상치않게느껴지는이유는이들이모두한국근현대의인간군상을대표할만한상징성을띠고있기때문일것이다.미세한바늘구멍을뚫어가장멀리또넓게세상을조망하는거장의솜씨에우리는그저넋을놓고동행하게된다.
「조동관약전」은성석제의장기인한인간의일대기서사를단편으로만날수있는소설이다.시골마을의답없는깡패조동관이“은척역사상불세출의깡패로우뚝서는”과정을담았다.인간을법과시스템안에가두고단정하고얌전하게길들이려하는모든것들에처절하게반항하는‘조똥깐’의“짧고치열한일생”은호쾌한웃음으로시작했다가우리역사속비통한장면들을떠올리게하며끝난다.

“야,이?물에밥말아먹을놈들아……니에미하고?해서새끼낳고다시?할놈들아……야,이?만하는놈들아……?물에튀겨서?물에식혔다가?물을채워서순대만들어먹고?할놈들아……”
차마입에담을수도없는처절한욕이었고욕이끝나는순간마다돌을집어던졌다.
_「조동관약전」중에서

「경두」는자신만의멋진오토바이를갖고싶은소년의이야기이다.‘나’와같은병실에입원한경두는단지부모없는가난한중국집배달부라는이유만으로세상으로부터무시당하고보호받지못한다.어른들은경두를짓밟고지나가거나혹은경두가가진,가지게될지도모를한줌의희망마저빼앗으려한다.경두가꿈을펼치고활주할수있는땅은없다.“나는어른들보다오토바이를더믿어요”라며배달용오토바이말고자신만의오토바이를갖길간절히꿈꾸는경두.화자인‘나’는그런경두의이름을하염없이부르며경두의삶에일어나는아비규환과어른들의패악을낱낱이묘사한다.

너는잘못한게워낙많으니까,경두.너는학교를중퇴했고집을나왔고어른과천사의말을안들었고배달을하면서툭하면교통신호를위반했으니까,아무나너를때리고죽이고치어도되는거니.너는왜도망가지않는거냐,경두.
?도망가도소용없어요.아무도도망가지못해요.삼촌은손가락을까딱하기만해도나를찾아낼수있어요.잡히면난죽어요……
경찰도찾지못하는너를,경두,네부모가너를찾을마음은없겠지만찾으려고해도찾지못하는널,그친구가어떻게찾아낸다는말이냐,경두.그놈은네삼촌이아니다.너처럼연약하고힘없는아이들의피를빨아먹는거머리일뿐이야,경두.하지만나는네게그런말을하지는못했다.
_「경두」중에서


“이게다농담이면좋겠는데.”
농담과현실사이에서서,웃다가울다가그럼에도다시웃기


「아빠,아빠오,불쌍한우리아빠」는자식들을부려먹고놀래주는일을낙으로삼는한가장과그런아버지에게절대지고싶지않은아들의팽팽한대결을담은소동극이다.이소설이웃음으로그려낸아버지의서사라면,「새가되었네」는충격적일정도의절망과비통함을머금은아버지의서사다.마치곧다가올외환위기를예언이라도한양,믿는사람모두에게배신을당해부도를내고가족에게도버려진한중소기업사장을그려냈다.‘새가됐다’라는말은‘부도를내고떴다’는업계용어다.사업이망해도사람들을배신하고‘새’가되면살아남는다.

“봤어?오늘도중소기업사장이라는작자하나가목을맸던데.초보나하는짓이지.저야착한사람이라는말을듣겠지만도대체남은사람들은어떡하라고그래.사업에초보,인생에도초보인것들.”
언젠가선배는이렇게말했다.바로그가초보였다.
_「새가되었네」중에서

그도새가되고싶다.그러나업계에서말하는‘새’가될수는없다.하여그는진짜‘새’가되기로한다.그리고이내성석제소설의탁월한결말들가운데서도도저히잊을수없는명장면이독자들의가슴을친다.
이밖에도천박하고몰상식하기그지없는한주류업자와한병실을쓰게되며그에게대책없이당해야만하는소시민의고통을담은「이인실」,광복후일본으로건너가지못한한여인의기구한운명을서간문형식에녹여내당시한국일보문학상을수상한「유랑」에이르기까지성석제는마치정교한변검술을구사하듯다양한삶의스펙트럼을우리앞에펼쳐보인다.

소설가성석제의첫단편소설집이나온지20년되는해인2016년,성석제의신작소설집『미리도괴리도업시』와함께성석제의초기걸작단편들을다시내놓는다.성석제의소설이처음나왔을때,독자들은난생처음보는인물들의걸출한입담과생의희로애락에취했다.그의소설속에는진한페이소스를품은다양한인물들이어려운은유나대사한마디없이도생생한입말로자신의삶을토로한다.홀린듯취한듯그의이야기들을빨아들이다보면어느새소설속인물들과함께울고웃는자신을발견하게될것이다.그러고는마치이야기에굶주린사람처럼그의다음소설을찾게되는부작용을겪을지도모른다.
『첫사랑』은‘성석제소설’의시작을알리는신호탄이자왜성석제가20년이지난지금까지도‘천부적인이야기꾼’이라는말이가장잘어울리는작가로꼽히는지입증하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