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학이 된 사나이 (오한기 장편소설)

홍학이 된 사나이 (오한기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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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걷잡을 수 없는 매력이 담긴 한 신인작가의 놀라운 시도!
2016년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오한기의 첫 장편소설 『홍학이 된 사나이』. 2013년 모바일진 ‘서울생활’에 6화까지 연재되었다가 중단되었고, 2년 후인 2015년 ‘언리미티드에디션’에 참여한 후 문예지 《analrealism vol.1》에 전재되면서 그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 작품이다. 500매에 조금 못 미치는 경장편 분량의 이 소설은 홍학. 그 붉은 동물로 변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외삼촌이 유산으로 남긴 펜션을 관리하며 소설을 쓰는 ‘나’는 자신이 홍학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사랑하는 암컷 홍학이 참을 수 없이 그리운 날이면, 시외버스를 타고 동물원으로 가 하루 종일 홍학 우리 앞을 서성인다. 펜션은 저수지 너머로 보이는 원자력발전소 때문에 사람들의 방문이 뜸하지만 ‘나’는 되레 원자력발전소를 좋아한다. 둥지를 짓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홍학처럼 ‘나’는 원자력발전소를 둥지로 감각하고 이해한다.

하루는 햄버거가게의 노인이 ‘나’를 찾아와 원자력발전소를 철거하기 위한 서명을 받으려 하고, ‘나’는 노인을 홍학의 천적인 물수리라고 여기며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애쓴다. 그러던 어느 날 저수지 위의 보트에서 잠든 여자아이가 발견된다. 여자아이는 좀처럼 말을 하지 않고 오로지 물수리가 만들어 파는 햄버거를 먹을 때에만 입을 열 뿐이다. ‘나’는 그런 여자아이를 ‘DB(디럭스 버거)’라 부르고 늘 햄버거를 사다준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하던 아빠를 잃어버린 DB는 아빠를 찾기 위해 집을 나와 거리를 떠돌며 지낼 때 물수리의 도움을 받았다. 오래전 사고로 어린 딸을 잃은 물수리는 DB를 자신의 딸로 착각하고 보호하는가 싶더니 곧 폭언과 학대를 일삼았다. 견디다 못한 DB는 물수리에게서 도망쳐 나와 ‘나’에게 오게 된 것이다. 물수리는 DB를 되찾기 위해 ‘나’의 펜션에 불시로 찾아오기 시작하고, ‘나’는 물수리로부터 DB를 지키고자 하는데…….
저자

오한기

저자오한기는1985년경기안양에서태어나동국대문예창작과에서공부했다.2012년『현대문학』신인상에단편소설「파라솔이접힌오후」가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의인법』이있다.2016년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나…9
번식…12
뇌…14
동물원…16
광기와우울…18
원자력발전소…22
비밀…28
징후…32
폰섹스…34
홍학과나…37
일기…39
윈체스터…70
주문…78
산책…80
유리올레샤,장주네,윌리엄버로스,에두아르르베…88
소나기…90
시위…95
물수리…98
묘사…105
몽유병…107
분신…110
고백…112
노천극장…117
인공호수…122
DB의노트…125
경고…126
사냥개…131
토끼머리…132
로로…142
DB햄버거…148
홍학이된사나이…149
제이니…164
병든암소…165

리뷰|방영은(독자)
문학이된사나이-문학이세계를구원할수있다고믿나요?…167

작가의말…178

출판사 서평

2016년젊은작가상수상작가
오한기첫장편소설!

소설을쓰는동안내곁에는분노와슬픔이있었고,
나는아무에게나목숨을걸고썼다고말하고다녔다.
_‘작가의말’에서


신인작가오한기의첫장편소설『홍학이된사나이』가출간되었다.2012년『현대문학』에단편소설「파라솔이접힌오후」로신인추천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한그는2015년첫소설집『의인법』을출간한바로다음해,등단십년이하의젊은작가들이한해동안발표한중단편소설중가장뛰어난일곱편을선정해시상하는제7회젊은작가상에단편소설「새해」가수상하면서그의작품세계를알렸다.“거칠고종잡을수없으며종종(실은자주)비약을거듭하지만어쨌거나끝내준다.뭐그런이야기아닌가?”(금정연,『의인법』해설),“오한기는비-지구인임에틀림없다.게다가오한기의주인공과그아내는영아수준의어린아이에게사랑을받는,그러니까좋은냄새를풍기는성년들이다.그것은오한기와그의인물들이보여주는쾌활한도덕성을지지할만한충분한이유가된다”(서영채,심사평),“일인칭으로쓰였으되삼인칭으로읽힐만큼산뜻하여늘그의자리가커보이는작가”(전성태,심사평)등의평가는한신인작가의걷잡을수없는매력을짐작게하는동시에그의미래를몹시기대하게만든다.

『홍학이된사나이』는2013년<서울생활>(“뉴욕에는뉴요커,서울에는서울생활”이라는캐치프레이즈로만들어진모바일진)에6화까지연재되다가중단되었고2년후인2015년<언리미티드에디션-서울아트북페어>(독립출판물마켓·페스티벌)에참여한후장사실주의자들의문예지『analrealismvol.1』에전재되면서그온전한모습을드러냈다.500매에조금못미치는경장편분량의이소설은문학사에서문제적인작품이언제나그래왔던것처럼기존의독법을점검하게하는한편관습적인장르의구분과명명에이의를제기하게만든다.첫소설집의출간을기념하며열린작가와의만남행사(2016년1월14일)에서“시를쓸생각은없느냐”는한독자의질문에오한기는“『홍학이된사나이』가시입니다”라는요지의답변을한바있다.조금엉뚱하게들리는이러한대답과함께,시각적효과를염두에둔텍스트의배열까지참고하자면『홍학이된사나이』를쉽게독해하고분석하려는태도에‘의문’을품게된다.

“DB햄버거”(148쪽)

하지만이와같은설명이난해하고실험적인작품이라는평가를함의하는것은결코아니다.낯선상대를만났을때생기기마련인경계와해석의욕망은『홍학이된사나이』앞에서오히려주춤하는듯하다.‘의문’은매혹적인작품을향한강렬한끌림과함께자연스럽게수행된다.책의뒤편에는이례적으로문학평론가의해설이아니라“리뷰가아닌조용한열광”(방영은,「문학이된사나이」)이라고밝히는한독자의고백이실려있다.‘누군가에게는상당한과장처럼들리겠지만이소설을너무도사랑하게되어다른글은읽을수없게된,그리하여떨쳐내기위해쓸수밖에없었던리뷰’라는것이다.자신이홍학으로변해간다고믿는한남자의이야기에사로잡힌독자의글에서사랑에빠진이의열기가느껴진다.아마도『홍학이된사나이』가또다른누군가에게조용한열광을불러일으킨다면그것은아마도이소설이순전히열렬한사랑에관한이야기이기때문일것이다.

홍학.그붉은동물로변해가는한남자의이야기
인간의언어를점점잃어가면서받아적은홍학의말


외삼촌이유산으로남긴펜션을관리하며소설을쓰는‘나’는자신이홍학으로변해가고있음을느낀다.사랑하는암컷홍학이참을수없이그리운날이면,시외버스를타고동물원으로가하루종일홍학우리앞을서성인다.펜션은저수지너머로보이는원자력발전소때문에사람들의방문이뜸하지만‘나’는되레원자력발전소를좋아한다.둥지를짓는일이무엇보다중요한홍학처럼-그자신이바로홍학이기에-‘나’는원자력발전소를둥지로감각하고이해한다.하루는햄버거가게의노인이‘나’를찾아와원자력발전소를철거하기위한서명을받으려한다.‘나’는그러한노인을이해할수없다.원자력발전소는인류를멸종시키고절대적인평화를가져다줄것이기때문이다.‘나’는노인을홍학의천적인물수리라고여기고자신의정체를들키지않기위해애쓴다.
어느날저수지위의보트에서잠든여자아이가발견된다.여자아이는좀처럼말을하지않고오로지물수리가만들어파는햄버거를먹을때에만입을열뿐이다.‘나’는그런여자아이를‘DB(디럭스버거)’라부르고늘햄버거를사다준다.원자력발전소에서일하던아빠를잃어버린DB는혼자남는일이외롭고아빠를잊게될까두려워항상아빠에대해상상해왔고,그러자자신의몸안에서다양한목소리들이들려오기시작했노라고고백한다.그낯선목소리를무서워하지않기위해목소리의주인을우유를주는상냥한‘암소’라고생각하기로했다는것이다.
물수리는햄버거가게에서쉴새없이햄버거를만들지만팔리지않는다.그는원자력발전소탓이라생각하지만,사람들은낡고허름한이곳대신시내의프랜차이즈패스트푸드점으로간다.DB는아빠를찾기위해집을나와거리를떠돌며지낼때물수리의도움을받았다.오래전사고로어린딸을잃은물수리는DB를자신의딸로착각하고보호하는가싶더니곧폭언과학대를일삼았다.견디다못한DB는물수리에게서도망쳐나와‘나’에게오게된것이다.물수리는DB를되찾기위해‘나’의펜션에불시로찾아오기시작하고,‘나’는물수리로부터DB를지키고자한다.

이이야기를어떻게그리고어디까지받아들여야하는것일까.지금읽는문장을받아들일수없다면그다음문장으로나아가는일은더딜것이다.그렇다면소설속‘재료’에대한분석이필요한것일까.숙련된독자가,소설가인화자와인류를절멸시킬원자력발전소,DB의햄버거론(“햄버거는그안에어떤것을넣어도햄버거가아닐까요?동그란빵으로위아래를감싸면모두햄버거라고부르는거아니겠어요?(…)나는모든걸넣어먹을거예요.내가아는모든걸.내가기억하는모든걸.내가원하는모든걸.”(“일기”))등을의미심장하게받아들이면서그것이이끄는익숙한답안지를떠올리지않기란어려운일일것이다.그렇기에‘나’가피부가붉어져찾아간병원의의사로부터“불치병입니다.이제완전한홍학이군요”라는말대신“작가라면서요?글을쓰느라스트레스를많이받아서그럴거예요”와같은말을듣고실망하는대목(“징후”)이나어느날아빠가자신에게아무런말도하지않고사라져버린후부터암소의목소리가들리기시작했다고고백했던DB의노트에서“아빠가천장에목을걸었어”(“DB의노트”)와같은대목이발견될때,독자는이소설이사랑을잃고서미쳐버린자들의이야기라고간단히규정하고싶어진다.그렇게독해하는와중에어떤대목은작가의소설론으로곧바로치환하여명쾌하게이해하고싶어진다.
그러나『홍학이된사나이』가지닌놀라운힘은이러한시도를무력화한다는데있다.독자가이작품을사랑으로인해미친자들의미친목소리로이루어졌다는것을이해하게된다고하여,그미친언어가정상적인언어로순순히번역되는것은아니다.쉽게규정하고이해하고자할수록독자는자신이내린잠정적인결론을점점의심하게된다.이는“문학에의미가있다면,이글은문학이아니다.무의미를기록하는것도문학이라면,이것은문학이아니다.의미가있지도무의미하지도않으니까”(“주문”)나“이글에알레고리나메타포,아이러니따위의수작은없다.다시한번강조하지만이글은홍학의입에서나온이야기를되도록그대로적어서인쇄한것이다”(“분신”)와같이‘나’의입을빌려작가가자신의소설론을밝히는것처럼읽히는대목때문이아니다.
‘무력화’는인간을넘어서는다양한존재들의음성,“나는윈체스터.윈체스터라이플.자네도다른사람들처럼나를사냥개라고부르도록하게.그레이하운드주둥이처럼총신이길다고인간들이멋대로붙인별명이지”(“윈체스터”),“저는당신이생각나면나를구경하고있는사람들에게외쳐요.저는안아주세요.저는구두를신을수있나요”(“고백”),“나는타고나기를논리적인사람이고논리정연하게말하는습관이있기때문에죽음앞에서도논리적이지”(“로로”)등과같이생생한목소리들에힘입어이루어진다.그리하여첫챕터“나”에서이야기하고있는것처럼독자는그저이소설을홍학으로변해가는남자가인간의언어를잃어가면서남긴순수한기록이라고여기게되는것이다.“홍학.그붉은동물이되기시작한이후인간의언어를점점잊어가고있다.이게인간의언어로쓰는마지막글이될지도모른다.(…)이제부터는한마리홍학에대한이야기다.”(“나”)

소설의첫페이지에는일종의제사(題詞)처럼지난해첫소설집을출간한신인작가이상우의소설중의일부가실려있다.오한기를가리켜‘공을잡지않는외야수’라고칭하는대목은독특한개성으로충만한신인작가의첫장편소설을이해하는데결정적인도움을준다.

실제로홍학을본적은없지만,실제로홍학을본것같다.오한기라는친구가말해주길,홍학은너의것이아니야.한기는장래희망에홍학이라적어낼정도로홍학을좋아하지만,내가그럼홍학은한기네거야?라고물었을때,한기가대답하기를,아니.나도늦었어.늦는다는말이무슨뜻일까?그럼누구건데?그루지야의미친남자.비록공을무서워하지만한기는최고의외야수다.나는한번도제대로공을잡아본적없는한기를좋아하지만,가끔한기는정신병자같다._이상우,「나방,평행」,『프리즘』

『홍학이된사나이』의주제를하나로말할순없지만내게가장와닿은정서는‘사랑’이었다.여기엔사랑에대한고뇌와처절한몸부림이담겨있다.작가가사랑했거나사랑하는것들이집대성되어있다.뭘잘모르면서이소설이시적이라고느꼈던까닭은소설에서구사된언어때문만은아니었다.무언가를열렬히사랑하는사람은부득이시로써현현되기마련이다._방영은(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