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위 배낭을 꺼낼 만큼 키가 크면 (양장본 Hardcover)

옷장 위 배낭을 꺼낼 만큼 키가 크면 (양장본 Hardcover)

$13.50
Description
[옷장 위 배낭을 꺼낼 만큼 키카 크면]은 2011년 동시전문지인 『동시마중』에 7편의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한 송선미 시인의 첫번째 동시집이다. 동시를 쓰기 위해 시인은 좋아하는 것들과 바라보는 것들, 듣는 것들의 중심을 바꾸었다. 그해 발표된 모든 동시들을 챙겨 읽으며 닥치는 대로 읽고 필사하고 녹음하고 듣고 그리며 동시를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일과를 바꾸었다. 시는 한순간 찾아와 싹을 틔운 듯 보이지만, 그 씨앗은 오래전부터 뿌리와 줄기와 나뭇잎을 품고 얼굴을 내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저자

송선미

저자송선미는서울에서태어나대학과대학원에서현대시를공부했다.2011년『동시마중』제6호로등단하였고,2015년서울문화재단창작지원금을받았다.

목차

1부
두루미초청장
바람이분다
오늘
사과아삭
모두첫아이
아버지의여섯번째손가락
씨앗이었다
나때문이아니다
누굴보고있나요
엄마이야기

2부
세상이아름다워지는시간
차인돌
볼펜고문
박혀있다
완두콩콩깍지우리
사과나무갈림길
미숙이의존재감
쫀심상한다
두고온우산
운동장에서
데미안놀이

3부
골목
튤립속에는
어떤말들이노래가되나
달바라기아침마중
겨울,새,모과
달빛풍경그림자물고기
어떤시를읽었던밤
듣고또들어도좋은노래들으며

4부
변비엄마
노엘
최신형핸드폰
외롭다말하기
크리스마스신데렐라
신데렐라의비밀
토마토금칙어
별사탕유리병

5부
삐삐이름외우기
발레리나유리인형
딱지옆에스티커
네살적내사진
먼지가되겠다
한아이
거울속의나에게거울을들려주었다
나만의세상
맘대로거울
옷장위배낭을꺼낼만큼키가크면

해설_탁동철

출판사 서평

●‘나님’의눈과귀로만나는세계

달콤한사과는조금씩작아지고
사과의문장은자꾸만이어지네

동그란사과
향긋하고동그란
사과아삭

「사과아삭」부분

아삭베어물면,이어지는문장과문장을타고읽는이의마음에도달하는향긋함.송선미의동시다.베어문조각은‘나’자신을예쁘게여기고걸음걸이를씩씩하게만드는힘이된다.그씩씩한걸음걸이로낯선길을걷고,두루미와바람을만나고,어느새자라난나를만난다.이동시집엔내가나인것을있는그대로받아들이는동시들이담겨있다.

태어날때아빠는
손가락이여섯개

엄청난힘나오는
손가락이하나더

그손가락자르고
아버지가되었다

「아버지의여섯번째손가락」전문

누가뭐래도나는아버지의여섯번째손가락을자르고태어났으며,

이한숟가락의밥은
모두194개의쌀알로이루어져있다
(세어보았다)

이194개한알한알은
심으면싹나는씨앗이었다
(오늘배웠다)

싹내고자라서꽃피우고열매다는
(벼꽃은아주작아눈에잘보이지않는다
작아도무사히수정을마칠수있다고한다)
194포기의벼가될볍씨였다

이엄청난한숟가락의밥을
지금
나님께서먹는다

「씨앗이었다」부분

194포기의벼가될194개의쌀알로이루어진한숟가락의밥을먹고,

경숙이네아줌마가
내게붙인것은
딱지.

-여우같은계집애

그옆에나는
스티커를붙였다.

-나는경숙이보다키가크고더이쁘고웃음이많고
내동생승훈이를사랑하지요

「딱지옆에스티커」전문

이쁘고웃음많고동생을사랑하기에당당하게나는나여도괜찮다고긍정한다.

●송선미시인의첫번째배낭에서나온첫동시집
송선미시인은2011년동시전문지인『동시마중』에7편의작품을발표하며등단했다.올해로7년째동시를쓰는그는처음동시가찾아왔던2010년9월11일밤을또렷이기억한다.

자려고누웠는데이런저런생각들이일어나면서그것들이뼈와몸을갖춘노래가되었어요.자기들을좁은머리안에서꺼내달라고아우성치는느낌이었어요.한글자라도흘릴까봐바로침대에서일어나책상까지뛰어가정신없이시를쓰기시작했어요.그첫시가「어떤시를읽었던밤」이고,그때한꺼번에열세편인가를썼어요.지금생각하니‘시마(시귀신)’가찾아왔던것같아요.

동시를쓰기위해시인은좋아하는것들과바라보는것들,듣는것들의중심을바꾸었다.그해발표된모든동시들을챙겨읽으며닥치는대로읽고필사하고녹음하고듣고그리며동시를쓰는사람이되기위해일과를바꾸었다.
시는한순간찾아와싹을틔운듯보이지만,그씨앗은오래전부터뿌리와줄기와나뭇잎을품고얼굴을내밀길기다리고있었다.엄마아빠없는크리스마스밤에,애니메이션<나루토>를보던날에,불쌍한아이라는말을듣는순간에.아픈일은한참울음을울고나서시가되었고궁금했던일은여러번질문을던져서답을얻었다.얼굴을내밀고서도몇년을더기다려서야시가되기도했다.동시집맨마지막에실린「옷장위배낭을꺼낼만큼키가크면」은5년이걸려나온시이다.“이젠내귀를빌려줄게요/내눈을빌려줄게요”로끝나는시였는데,시어가거칠어서곳곳에붙여두고틈이날때마다들여다보았다고한다.완전히새롭게바뀐이시를읽으면배낭을메고낯선곳으로발을들여놓을때의기분좋은설렘과희망으로부푼다.

●살빠지고휘어진고물우산이송선미라는시인을맞이해서시가되었다

같은사물이지만맞이하는‘몸’이뭐냐에따라얻어내는말이바뀌기도해.굴러가던가랑잎이농사꾼이라는‘몸’을맞이해서거름이되기도하고,시인의‘몸’을맞이해서시한편이되기도하고,그냥쓰레기가되어포대에담기기도하고,나같이관심없는‘몸’을만나그냥와삭밟혀으스러지기도하는것처럼._해설중에서,탁동철(시인)

우주의창으로서의이곳,이곳의창으로서의나,나의창으로서의작은아이,그아이가작아지고작아진나뭇잎하나,밥알하나를들여다보는눈,너도그랬던거니들어주는귀가동시라고생각한다는송선미시인.이동시집에는들과산과은하수가등장하지않는다.도시에서태어나도시에서산시인에게들과산과은하수는너무나멀고관념적인것이었다.그보다는변기물과구겨진수건을들여다보았다.우주의이치와문제의정답을알려주기보다나는누구일까,나는왜여기에있을까,나는지금무엇을느끼는가에귀를기울였다.시인이겪어노래할수있는것들로‘나’에집중해과감하게그만의세계를꾸린것이다.그래서종이로만든핸드폰,살빠지고휘어진고물우산,선물로받은볼펜은송선미라는시인의몸을맞이해서생생하게우리를찾아올수있었다.그생생함이그려내는파동은읽는이의파동과만나더욱커다랗게공명한다.

여행을떠났지
옷장위배낭을꺼낼만큼키가컸으니까

어디어디갔었느냐고?
무엇을보았느냐고?
아그건,

나중에말해줄게
내겐더높은옷장위배낭이또있으니까

여행을떠날거야
옷장위배낭을꺼낼만큼키가크면

「옷장위배낭을꺼낼만큼키가크면」부분

시를찾아여행을떠났던시인이돌아와첫번째동시집을꺼내놓았다.그리고벌써다른곳을둘러보기위해새배낭을꾸렸다.몰랐던새와나무의이름을알아내고,낯선곳의풍습과인사법을공부하고,어느구석에가라앉은먼지까지도관찰하여함께나누기위해.딱지옆에예쁜스티커를붙여주는자기긍정과믿음,위안과치유,놀라운기쁨들을나눌수있다면좋겠다는마음으로.

행복해지기위해그림을그리는화가설찌는특유의감성으로읽는이의마음에길을낸다.발을놓으면두근대는,처진어깨를다독여주는,유머러스한풍경이펼쳐진다.오래걷고다시걸어도좋은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