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오다 (다큐 피디 김현우의 출장 산문집)

건너오다 (다큐 피디 김현우의 출장 산문집)

$13.00
Description
『건너오다』는 김현우 피디가 다큐멘터리 기획 및 촬영을 위해, 그리고 그 사이사이 여행다운 여행을 위해 세계 곳곳을 다니며 기록한 글을 모았다. 많은 출장지 가운데 17개국 38개 도시를 추렸으며, 프랑스 파리나 영국 런던처럼 익숙한 곳부터 미국의 로렌스, 앤아버, 미줄라와 호주 마운트아이자, 필리핀 아닐라오 등 다소 낯선 곳까지 포함되었다. 그가 십 년 넘게 꾸준히 번역해온 작가 ‘존 버거가 살고 있는 오트사부아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기억되는 프랑스 안시와, 가장 최근 연출작 《김연수의 열하일기》의 배경이 된 중국의 변문진과 진황도 등의 기록도 담겼다.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이름들이다. 저자는 이 익숙하고도 낯선 곳들에서 삶과 사람, 세상의 다양한 ‘경계’를 건너고 ‘틈’을 여행하며, 그것에 대해 읽거나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실감’의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저자

김현우

저저김현우는1974년대구에서태어났다.대학에서영문학을,대학원에서비교문학을공부했다.대학원시절부터번역을시작했고,EBS입사후에주로다큐멘터리를연출했다.EBS《다큐프라임》‘성장통’‘말하기의다른방법’‘생명,40억년의비밀’‘학교의고백’‘김연수의열하일기’등을연출했고,존버거『행운아』『G』『A가X에게』『사진의이해』,니콜크라우스『그레이트하우스』,리베카솔닛『멀고도가까운』,헨닝만켈『사이드트랙』등을번역했다.

목차

//지금까지와는다른삶의풍경이가능할것같다는생각
프랑스파리_그밑에계신겁니까?
프랑스안시_이것만있으면된다
러시아모스크바_마음은언제현실을따라잡는가
호주마운트아이자_때론현실이아닌것처럼
호주태즈메이니아_세상의끝,혹은다른세상의시작
프랑스칸_위대하지않은자전거여행

//계속움직이는순간
미국_비어있는시간들
미국로렌스1_또래의유학생부부와바비큐
미국로렌스2_KU잔디밭과망가져버린글라이더
미국로렌스3_더스티북셸프의고양이와캔자스주에만있는햄버거
미국앤아버_신호등은잘못이없다
미국왈츠_열두시간동안똑같은풍경일거예요
미국볼티모어_짜기만했는데어쩌다보니다먹고야말았던게요리
미국뉴욕_메이저리그를직관하다
미국뉴헤이븐_Youshouldbe!
미국미줄라_펄리시티라는이름
미국로스앤젤레스_비어있는시간
영국런던_그때는그랬다
이탈리아피렌체_선물같은밤
필리핀아닐라오_상상하기때문에두렵다
말레이시아코타키나발루_하늘엔원래별이많다
일본오카야마_자주먼곳을보는침팬지
발칸반도_세창문모두닫혀있었다
태국치앙마이_보고서도보지못하는것
일본오키나와_'고쿠바난코'라는이름
중국마카오_그바람들은다이루어졌을까?
미국샌프란시스코_나는내가한선택들의합이다

//기억은일부러마음에새기지않으면남지않는다
일본규슈_버려졌던공간과시간
독일라이프치히_사람의몸은접촉을필요로한다
일본도쿄_뿔난삼엽충이될것인가,몸집을줄인삼엽충이될것인가
일본오사카_어떤직선은슬프다
중국단동_경계를사는사람들
중국변문진_장백산담배한개비로건너는경계
중국진황도_경계를건널때지니는것
네덜란드암스테르담_이렇게되어버렸습니다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EBS《다큐프라임》《지식채널e》연출가이자
존버거,리베카솔닛의번역가김현우,

17개국38개도시의‘경계’를건너고‘틈’을여행하며
그가통과한실감의세계!


다큐피디와번역가,뜯어보면묘하게닮은직업이다.전자는시공간을한껏확장시켜볼수있는데반해후자는텍스트라는응축된공간이정해져있다는점이다르지만,그안에서이루어지는행위는비슷하다.바로‘읽어내고,기록한다’는점에서.전자는세상사·인간사의틈을섬세하게관찰해영상으로담고,후자는언어의경계를넘나들며행간에배어있는미묘한차이까지길어낸다.지성과감수성,관찰력과판단력을고루요하는일이다.
여기이두가지일을모두직업으로삼은이가있다.세계도처에서발견된‘화석’을소재로시간을거슬러올라가생명체의시작부터현재까지되짚어본《생명40억년의비밀》(방송통신심의위원회2011년11월‘이달의좋은프로그램’으로선정),'인간의성장은끝이없다’라는주제아래내레이션없이다양한인간군상의인터뷰만으로채운《성장통》과,아픈속살을드러낸학교를찾아가현장의치열한고민을담아낸《학교의고백》(제25회한국PD대상TV작품상교양정보부문수상)은모두EBS《다큐프라임》에서방영된다큐멘터리이다.공통점은연출가가같은사람이라는것.존버거의『행운아』『A가X에게』『사진의이해』,리베카솔닛의『멀고도가까운』,니콜크라우스의『그레이트하우스』등섬세하고이지적인작가들의번역가또한같은사람이다.EBS피디이자번역가김현우.
『건너오다』는김현우피디가다큐멘터리기획및촬영을위해,그리고그사이사이여행다운여행을위해세계곳곳을다니며기록한글을모았다.많은출장지가운데17개국38개도시를추렸으며,프랑스파리나영국런던처럼익숙한곳부터미국의로렌스,앤아버,미줄라와호주마운트아이자,필리핀아닐라오등다소낯선곳까지포함되었다.그가십년넘게꾸준히번역해온작가‘존버거가살고있는오트사부아에서멀지않은곳’으로기억되는프랑스안시와,가장최근연출작《김연수의열하일기》의배경이된중국의변문진과진황도등의기록도담겼다.일반적인여행에세이에서는접하기어려운이름들이다.저자는이익숙하고도낯선곳들에서삶과사람,세상의다양한‘경계’를건너고‘틈’을여행하며,그것에대해읽거나듣는것과는차원이다른‘실감’의세계로독자를이끈다.


당신의이야기는무엇입니까?

“분주한일상속에서도잠시멈춰서서하늘을올려다보는우리모두의이야기”
_김연수(소설가)
“사람의이야기를찾는여행자라면이별자리를올려다보며길을떠나도좋을것이다”
_조해진(소설가)

김현우피디가기록해내는세계는하나의질문으로대변할수있다.“당신의이야기는무엇입니까?”가그것이다.여기서‘당신’에는‘나자신’도포함될것이다.

같은단어라도서로다른상황에있는이들에겐다른의미를지닌다.어떤이에겐너무나일상적이고평범한단어가다른이에겐차마입에올리지못할정도로아픈단어일수도있다.‘바늘’‘손가락’‘불’‘바람’,이런평범한단어들에세상의사람수만큼많은의미가있을지도모른다.어쩌면교육이란,그렇게서로다른개인의언어들이소통할수있게만들어주는과정일것이다.한단어가나와다른처지에있는이들에게가지는의미와그이유를이해하는상상력을훈련하는과정.하지만어떤의미는일반인으로서는도저히상상할수없는벽너머에있어,도저히함께느낄수없는경우도있다.그런벽이있음을인식하면,상대를이해해보려정성을다해노력해도넘을수없는벽에대한경험이쌓이면,사람은성격에따라냉소적이되거나겸손해진다.그아이와인터뷰하기전까지나는겸손하지않았다.청주맹학교아이들이태국에서보여준모습은모두나의상상밖이었고,출발전의걱정은오만이었다.두눈멀쩡한사람이볼수없는세상도있다.그사실을,앞을볼수없는아이들이‘보여’주었다.
-158쪽,‘태국치앙마이|보고서도보지못하는것’

몇해전그는청주맹학교학생들과함께치앙마이에갔다.태국엘리펀트네이처파크에서맹인아이들이코끼리를만져보고,밥도주고,씻겨도본뒤자기가경험한코끼리를찰흙으로빚는모습을촬영했다.눈도안보이는아이들에게미술을가르치는특별한수업의풍경을담으며저자는촬영을떠나기전까지는보지못했던세상을보게되었다.
압록강을사이에두고중국과북한이마주하고있는단동은‘경계를사는사람들’의삶의모습을그에게실제적으로보여주었다.소설가김연수와『열하일기』의여정을되짚어가는와중이었다.

경계는서로를배타적으로보는사람들이,대부분은경계에서멀리떨어진곳에서내리는결정에따라그어진다.하지만그경계를살고있는사람들에게그선은,그배타성은삶의조건,혹은또다른기회일뿐이다.경계만큼또렷하지않기마련인삶은,그렇게먼곳에서그어놓은선처럼매끈하게흘러가지는않는다.그런삶은강사장의사업물품이바뀌듯이그렇게쉬지않고움직인다.늘.
단동을떠나는날일출장면을찍기위해새벽네시에호텔을나섰다.압록강을따라달리는강변도로에새벽운동을하는사람들이하나둘모습을보일뿐,아직대부분의사람들은깨어나지않은시각이었다.사람이빠져서일까,강건너로보이는북한은전날낮에봤던것보다훨씬가깝게보였다.역시사람이없어서일까?조용한도로와정박해있는배들,아직사람들의시간이시작되기전의그풍경은공평하게어두웠다.그시간엔경계이쪽과저쪽이나누어져있다고할수없었다.
-232쪽,‘중국단동|경계를사는사람들’

오키나와에서는히메유리의탑에들렀다.전투에동원되었다가죽은열세살에서열아홉살사이의여학생백삼십여명을기리는곳.김현우피디는그곳에서‘주변인’에대한생각을떨칠수없었다고한다.“주변인은늘희생당한다는,주변의개인들은개인으로받아들여지지못하고개념,혹은숫자로만파악된다는생각”에오키나와에서기억해야할것은그여학생개개인의이름이라고.저자는이런인식을심어주는것이오키나와의역할일것이라본다.
눈앞에드러난현상만보는것이아닌그현상을만들어낸환경의역사,개인의역사를섬세한감수성으로‘의식’하는그의차분하고사색적인문장을따라가다보면,여행지에서보내는시간은물론,평범한일상의순간순간들이사실은모두나자신을깨우고내세계를확장시키는이정표가되어줄수있다는소박하면서도잊기쉬운진실에가까워진다.‘지금까지와는다른삶의풍경이가능할것같다는생각’에.


어떤인간을규정하는것은
그가바라는것,가지려고애쓰는것이아니라
그가차마버리지못하는것이다


여행이늘인생에새로움만을더하는건아니다.여행지에서우리는나를기쁘게하는것,흥분시키는것뿐아니라내가끝까지포기할수없는것,비우고비웠을때내안에남는것을대면하곤한다.낯선언어와기후와사람들,그‘낯섦’이주는대답은외려후자에더가까운경우가많다.김현우피디처럼사십대초반이라는본인의나이가삶의마디가운데어디쯤인지예민하게짚어본다면더욱더그대답에귀를기울이리라.

갖고싶은것,되고싶은것을생각하고,그것들을얻기위해,혹은그렇게되기위해애를쓰는시기가청춘이라면,나의청춘은아마지나간것이리라.언제부턴가나의모습에어떤새로운면모를더하려는노력을멈춘것같다.대신내게있는것들을어떻게하면지킬수있을까하는고민을더많이한다.나를지키는노력이라고해서가만히있는다는뜻은아니다.거기에도결단은필요하다.환경이변하고,그렇게변하는환경에서계속나로남을수없다면그환경을떠나는것도방법이다.그런결단을고민하는횟수가늘어나고있는것역시나이때문이기도할것이다.마흔이라는나이는,나뿐아니라주변의사람들을보아도,그런‘결단’을내릴수있는마지막시기임을실감하기때문이다.여기서실감이란‘몸으로느낀다’라는의미이다.
_211쪽,‘일본도쿄|뿔난삼엽충이될것인가,몸집을줄인삼엽충이될것인가’

‘이렇게되어버렸습니다.’
이젠나도그렇게말을해야하는나이가되었다.존버거의표현을빌리자면그의그림앞에서‘나의몸이떠올린내적기억’들이그말로이어졌다.구구절절그사연들을말할필요는없겠다.다만‘환한빛’만생각하며지내던시절이있었고,그빛이꺼진후어둠속에서지내던시절도있었으며,이제는그렇게빛과그림자가함께있는상태를인정하고,그림자에가린,그어두운부분까지알아보고,받아들일수밖에없음을알게되었다고말할수있을뿐이다.빛과그림자는늘함께있는것임을,어느한쪽이없으면다른한쪽도없음을알고그둘을하나의프레임안에담을수있게되고나면,렘브란트의자화상속표정이그저체념의표정만은아님도이해할수있다.‘이렇게되어버렸습니다’는온통과거만을향한문장은아닌것이다.그마음도여전히,늘이라고는할수없겠지만미래를향하고있다.사람은‘기대’가없이도다가올날들을,혹은남은날들을그려볼수밖에없다.그건빛과그림자가함께있음을,그렇게환하기도했고어둡기도했던자신과비로소화해한사람만이가질수있는어떤마음일것이다.
-249~250쪽,‘네덜란드암스테르담|이렇게되어버렸습니다’

김현우피디는나를나로마주하지않으면,그리고그렇게마주한나를인정하지못하면“삶은영원히뒤틀리고말것”이라고한다.내안의버릴수없는것들을잘보듬고그외의것들은비울수있어야또타인의이야기를위한자리가생기리라.또한그러한과정을거쳐점차내안의경계가넓어지리라.“경계너머에있는것이무엇인지모르지만,그래서두렵기도하고매우자주지치기도하지만,경계를넘어가는동안의현기증을견디는수밖에없다.고맙게도함께건너는누군가가있다면그의손을꼭쥔채그렇게……”

책속으로추가
변하지않고늘같은자리에있는무언가는위로를준다.생각해보면우리를아프게하는것들은대부분변화다.있던것이사라지고없던것이새로생길때마다,우리는아쉬워한다.‘길들여진상태’가편안한만큼의지와달리거기서벗어나야만하는상황은서운하고,때론아프다.사랑했던사람이떠나서아프고,흰머리가늘어서서운하고,내일해야할새로운일은어쩔수없이두렵다.코타키나발루의숲속도로에서우리를지나가는자동차들이두려웠던것도나는아직그것들에길들여지지않은상태였기때문이다.하지만도로위의하늘에는쏟아질듯한별이있었다.변하지않고늘자리를지키고있어든든한친구같은별들이주는위로.‘괜찮아.네가그동안어떤변화를겪었든,앞으로또얼마나변화를겪든,우리는이대로여기있을거야’라고,정말‘보란듯이’말하는별들의위로.
-136쪽,‘말레이시아코타키나발루|하늘엔원래별이많다’

버림받은것이아쉽다면,그건인간이무심하지않다고믿기때문이다.나가사키원폭기념공원에는폭격을받은성당에서떼온기둥이하나서있다.폭격을받기전에는아시아에서가장큰성당이었다는우라카미성당의잔해를그대로옮겨놓은것이다.그건무심하지않은인간이‘적극적으로지켜주지못했던것들’에대한미안함과,앞으로는그런무심함에희생되는사람들이없게하겠다는약속을담아세운기념물처럼보였다.물론기억이나약속같은것들은때론너무무력하다.다시무심해질수밖에없는경우는또생길것이고,그때그약속이나기억의무력함은여실히드러날것이다.역사는반복된다는말은어느정도는사실인것같다.하지만역사는,아무리느린속도라고하더라도,‘기억’과‘약속’의힘을조금씩더믿어보는방향으로진행되어왔다는것도부정할수없는사실이다.
-196~198쪽,‘일본규슈|버려졌던공간과시간’

오사카에이민온한인들이개간했다는히라노가와의직선이그안에수많은곡선을숨기고있듯이,어떤침묵은그안에많은말을담고있다.누군가를이해한다는것은그가보여주는직선에서곡선을읽어내고그의침묵안에서차마말해지지않는말들을들어내는것이다.그건노력을필요로하는일이고,그노력을기꺼이기울이는마음이사랑이다.
-229쪽,‘일본오사카|어떤직선은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