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읽는 시

길 위에서 읽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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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길 위에서 읽는 시』는 세계 구석구석을 걸으며 길 위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에 대해 전했던 여행가 김남희가 스물여덟 편의 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리 올리버의 「상상할 수 있니?」나 김선태의 「바오밥 나무를 위하여」를 통해 아직 인간의 손에 파괴되지 않은 자연의 견결함을 찬양하고 김소연의 「눈물이라는 뼈」나 김선우의 「이런 이유」, 고정희의 「객지」 등을 통해 이 차가운 세상에서 아직 우리가 타인에게 위로받는 존재임을 알아채기도 한다. 스물여덟 편의 시를 함께 읽으며 어둠에 갇혀 헤매지만 빛을 향해 고개 들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가 여기 있음을, 우리는 모두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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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남희

저자김남희는여행가.서른넷에방을빼고적금을깨배낭을꾸려10년넘게세상구석구석을걸어다녔다.10년쯤유목민으로살다보면어느한곳에정착하게되리라믿었으나세상은넓고호기심과열정은꺼지지않아여전히길위에서있다.다리에힘이남아있는한,길위의여행자로살아가기를꿈꾼다.가난해도아낌없이제것을나눠주던길위의사람들처럼그녀도빈약할지언정수입의일부는여행하는나라의아이들을위해쓰고있다.지은책으로『소심하고겁많고까탈스러운여자혼자떠나는걷기여행』(전4권)『유럽의걷고싶은길』『일본의걷고싶은길』(전2권)『외로움이외로움에게』『삶의속도,행복의방향』(공저)『라틴아메리카춤추듯걷다』『이별의모든것은여기서시작되었다』『따뜻한남쪽나라에서살아보기』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_시를읽는다는것
01.아무것도아닌것_앨런긴즈버그,「너무나많은것들」
02.자유라는한마디_폴엘뤼아르,「자유」
03.작은마음한조각_김선우,「이런이유」
04.혼자먹는밥_황지우,「거룩한식사」
05.일흔여덟,한남자의생애_김현승,「아버지의마음」
06.담담한작별인사_비올레타파라,〈삶에감사합니다〉
07.그대가있어내가있다_틱낫한,「부디나를참이름으로불러다오」
08.기도의의미_성프란체스코의기도
09.눈물의힘_김소연,「눈물이라는뼈」
10.그럼에도불구하고_김승희,「그래도라는섬이있다」
11.여행과책_남진우,「타오르는책」
12.이별의품격_이소라,〈바람이분다〉
13.바람센산간마을에서_백석,「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14.세상에대한아름다운항의_안도현,「바닷가우체국」
15.나의엄마_이영숙,「어머니」
16.서울풍납동옛집_이문재,「우리살던옛집지붕」
17.평화롭고우아한세계_김선태,「바오밥나무를위하여」
18.지상에서가장사랑하는생명체_메리올리버,「상상할수있니?」
19.가만히,봄_이성부,「봄」
20.낮은산의아름다움_신경림,「산에대하여」
21.맨발의무게_문태준,「맨발」
22.폐허를응시하는시선_허수경,「청년과함께이저녁」
23.자기안의감옥_나짐히크메트,「9-10pm.Poem」
24.인간이만든선의의미_비스와바쉼보르스카,「시편」
25.사막의사막속으로_정호승,「사막여우」
26.별과우주_조용미,「천상열차분야지도」
27.불편하지만아름다운_미야자와겐지,「비에도지지않고」
28.혼자살아간다는것_고정희,「객지」

출판사 서평

혼자시를읽었던무수한그밤,
시가있음에나는결코혼자가아니었다

세계구석구석을걸으며길위에서만난풍경과사람에대해이야기해온여행가김남희가자신의마음을뒤흔든스물여덟편의시와그시를읽었던공간에얽힌이야기를풀어놓는다.이책은오래전큰산을오르기위해길을나선한남자를위해만든한권의노트에서시작되었다.편지가닿지않을먼곳으로떠날그를위해한쪽에는시를,다른한쪽에는편지를써서만든노트.그노트를만들기위해밤마다시를읽은이후김남희는혼자여행을하고,혼자살아가는시간동안곧잘시와벗했다.한사람을위해시를고르고편지를썼던그때의마음으로자신을위로해준시를한편씩골라,잠들지못하고혼자시를읽던밤의고요한평화그리고충만한고독을전하고혼자버티다지친이에게따뜻한위로를건넨다.
이책에서김남희는메리올리버의「상상할수있니?」나김선태의「바오밥나무를위하여」를통해아직인간의손에파괴되지않은자연의견결함을찬양하고,김소연의「눈물이라는뼈」나김선우의「이런이유」,고정희의「객지」를읽으며차가운세상이지만아직우리가타인에게위로받는존재라는걸깨닫는다.또한어머니의자작시인「어머니」나김현승의「아버지의마음」,이문재의「우리살던옛집지붕」으로오랜세월눈물과웃음과한숨을나눴던가족과의추억을더듬어보기도한다.이외에도팔레스타인의분리장벽문제에대한안타까움이나자연과벗하며살아가는젊은부부에대한동경,옛사랑의추억등을제각각의결을지닌스물여덟편의시와함께풀어간다.국내외여러시인들의시,그리고음유시인이남긴노래가사,어머니의자작시등김남희가옮겨쓴시를함께읽는동안어둠에갇혀헤매지만빛을향해고개들기를포기하지않는이가여기있음을,아무리고된삶이어도우리는모두혼자가아니라는것을느낄수있다.

혼자여행을하고,혼자살아가는나는늘혼자인시간이넘쳐났다.그늘어지는시간을채우는가장쉬운방법이내게는무언가를읽는일이었다.소설을읽고,시를읽고,잡문을읽었다.시와소설이곁에있는한,혼자여도나는혼자가아니었다.시를쓸수있다면완벽하겠지만,이번생에서는언감생심.그러니시인의시선을빌리는수밖에.잘벼린감수성과발칙한상상력으로세계와사물을엉뚱하게바라보는시를읽으며굳어가는내심장을정기적으로흔드는것.당연하다고믿었던것에질문을던지게만들고,외면하고싶었던세계의존재를드러내는시를읽으며끝내혼자서는살아갈수없는게삶임을확인한다.시는나에게혼자살아가는법과연대하는마음을동시에가르쳐주었다.여행이일상에서는보이지않던이들을만나들리지않던소리를듣게해주는것처럼시도잘보이지않는것들을드러내그것들의목소리를들려준다.그래서시와여행은닮아있다._본문에서(8~9쪽)

부모라는낯선세계의입구에서다
방콕같은도시부터산넘고물건너며칠씩가야하는오지마을까지세계곳곳을누볐던김남희는이책에서익숙하게여겨왔던가족이라는미지의세계를탐험한다.삶의수호자로늘든든하게자리를지켰던아버지가폐암말기진단을받아빠르게생명의불이꺼져가자그제야처음으로그의삶에호기심을품는다.정년퇴직후에도아파트경비로,구멍가게주인으로자식들에게손벌리지않고일할수있음을자랑스러워했던,무뚝뚝하고감정표현에서툰전형적인경상도남자였던아버지.이제겨우아버지라는세계의입구에섰는데그는먼길을떠날준비를한다.그렇게예정된이별을앞두고뒤늦게아버지의삶을헤아려본다.
작별인사를제대로나눌새도없이아버지를떠나보낸뒤,김남희는더늦기전에엄마와단둘이발리여행을떠난다.여행을업으로삼고있지만엄마와는한번도함께한적은없었기에모든것이새로웠던둘만의시간.가족을위해모든것을양보하고희생하다가말년에야공부에대한열정을불태우는엄마.그런엄마와같은길을걸으며때로는말없이교감하며그녀또한욕망을지닌한인간이었음을깨닫는다.잘안다고믿었기에호기심을품지않았던부모라는세계.높은산을오르고,깊은바다를건너고,긴사막을가로질러그경험을모두더한대도아이를낳고키운경험하나에미치지못할것이라며아마손에넣지못할그세계를헤아려보면서,제속을태워가며자식을키우고그와더불어성장하는,자식이라는존재의우주가된부모라는세계를누빈다.

나는나아닌다른이를위해내삶을희생해본기억이없다.나의중심은늘나로향할뿐,그자리에누구도들어서지못했다.나로만가득찬세상에서외로운나그리고가족을중심에놓아그대가로자신이사라져버린세계에서외로웠을아버지.우리둘중에더고독한이는누구일까.아버지의눈에는이나이되도록혼자떠도는내가더쓸쓸해보였을까.세상의많은일들이그러한것처럼,아버지의삶에대한나의이해도너무늦게찾아왔다.자식도,남편도없이죽음을맞이할나는마지막순간에생의의미를어디서찾아낼까.이세상과작별하는그순간에내손을잡고내가이룬것을속삭여줄이가있을까.아마도없을것이다.그렇다해도삶이라는긴여행의마지막날까지부디기억하기를.살아냈다는것만으로도이미충분한삶이었다는것을._본문에서(56쪽)

길위에서희망의가냘픈손목을움켜쥐다
미래를위해현재를저당잡혀살기보다지금이순간행복하고싶어회사를그만두고길을나선지난10년.김남희는그렇게세상을떠도는길위에서온전히자기자신으로남을수있었노라고고백한다.어떤가면도쓰지않아도되는,누구의눈치도보지않아도되는그시간동안자신의내면을더깊이들어다볼수있었고,세상의어둡고아픈모습과대면할수있었노라고말이다.남의땅을떠도는팔레스타인난민이나빈곤의흔적이넘쳐나는가난한땅에서살아가는아이들처럼어떤상황에서든있는힘껏살아내는사람들의모습그리고기쁨과슬픔이교차하는세상의풍경을바라보며김남희는섬광처럼짧다해도누구에게나아름다운순간이찾아온다는것을깨닫는다.아무리비루한일상이래도,살아야할절실한이유가보이지않는대도살아야만한다는것을,이세상을살아간다는것자체가우리삶의목적이라는것을배운다.시가있어혼자살아가는법과연대하는마음을알게되었노라고담담히인정하는김남희는저마다모순을지닌나약한존재인우리가서로의약함에기대어살아가는세상을만들고싶다는꿈을품는다.넘어지고깨지더라도서럽고마음아프더라도서로붙잡은손을놓지않고연대하겠노라고말이다.

유목민으로살아온지난10년의세월과그길위에서만났던이들이떠올랐다.코가썩어버릴것같은가죽냄새속에서맨발로무두질을하던모로코페스의남자들이,물을긷기위해사막을가로질러몇시간을걸어다니던인도자이살메르의여자들이,일자리를구하지못해하루종일광장에서소일하던볼리비아의청년들이,어두운방에서여린손끝으로담뱃잎을말던미얀마의소녀들이생각났다.어떤상황에서든사람들은살아가고있었다.어디에선가는삶을끝내는이들도있겠지만당연하게도내눈에는있는힘을다해살아내는사람들의모습만들어왔다.아무리비루한일상이라해도,살아야할절실한이유가보이지않는다해도살아야만한다는것.그쓸쓸하면서도단순한진리를확인하기위해지구반대편까지찾아다녔던게아니었을까._본문에서(97~98쪽)

지구의너른품에안기다
문명을손에넣기위해무자비하게지구를파괴하고자연의소중함을잊은채살아가는우리에게김남희는누군가가위로해주지못하는아픔을어루만져주는사막과숲,산과들판같은자연의힘을들려준다.한자리에서수천년을버틴나무아래에서몇십년삶의고단함을담대하게받아들이는태도를배우기도하고,인간의존재를한없이작아지게하는자연의압도적인힘을절감하기도한다.마음이복잡할때고요한산에올라묵묵히걸으며엉킨마음을조금씩풀기도하고,상처받아마음이꽁꽁얼어붙은인생의겨울에는남쪽지방으로내려가사나운바람을뚫고찾아오는봄의기운을마주하기도하며우리인생에도언젠가는봄날이찾아올것임을배운다.그렇게자연에기대어위로받는순간은자연과더불어살아가기위한모색으로도이어진다.

사는일에지친날이면숲으로간다.큰나무와작은나무가다툼없이서있는숲으로.저마다외따로서있어도더불어아름다운나무들곁으로.숲에들어서면안도감이밀려든다.어디든자리잡고앉아나무를바라본다.나무는내가지상에서가장사랑하는생명체다.한곳에마음붙이지못해밖을떠도는내가어쩌다한자리에서꼼짝도못하는나무를사랑하게된걸까.나무는제이웃나무조차더듬어안을수가없다.뿌리로나겨우얽힐수있을뿐.그런데도나무는붙박이로태어난제운명을탓하지않고한자리에선채유목한다.묵묵히제몸을키워숲의생명들을제품으로불러들인다.나무는세월의발톱에긁히지않는유일한존재같다.달이바뀌고,한해가지나고,다시몇번의계절이오간다해도나무는점점더그윽해질뿐이다.시간을거슬러가며울울창창해지는유일한존재가아닐까.너무가깝거나너무멀어뜨거움에데이거나차가움에어는인간과는다르게나무는존재와존재사이에적당한거리가필요하다는것을안다.햇빛과바람이넘나들수있는그거리가결국서로를자유롭게한다는것을나무는알고있다._본문에서(1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