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들 허영선 시집

해녀들 허영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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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문학동네시인선 095 허영선 시집 『해녀들』이 출간되었다. 제주에서 태어나 지금껏 그곳 땅을 지키며 살아온 허영선 시인의 세번째 시집으로 13년 만에 선보이는 시인의 신간이기도 하다. 제목에서 짐작이 되듯 이번 시집은 온전히 ‘해녀들’을 위한 시들이고, 오롯이 ‘해녀들’에게 바치는 시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 ‘해녀들’에 대해서 잘 몰랐던 우리들을 위한 시들이기도 하고, 일견 ‘해녀들’에 대해 잘 알기를 바라는 시인을 위한 시들이기도 하다. 받침 하나 없이 쉽게 발음되는 해녀, 그 해녀가 누구인지 누가 모를까 싶은데 막상 해녀에 대해 누가 아느냐 물으면 대부분 입을 다물 것만 같은 막막함이 다분해 이를 벗겨보자 할 작심에 쓰인 이 시집은 총 2부로 나뉘어 전개되고 있다.

1부에서는 목숨 건 고문을 겪으면서도 일제강점기를 강한 생명력으로 이겨낸, 또 제주 4?3을 피눈물로 살아낸 해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내주는 것으로 우리 역사 속 해녀들의 존재를 힘을 다한 어조로 바로세워주고 있다. 2부에서는 해녀라는 업의 정신에 집중하여 매일같이 ‘바다’라는 죽음의 일렁임을 향해 자발적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여성이자 모성의 상징으로서의 해녀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집을 보다 빈틈없이 읽어낼 수 있는 팁이라면 말미에 자리한 시인의 산문「그들은 물에서 시를 쓴다」를 먼저 읽어보는 일이 아닐까 한다. 스스로 바다에 뛰어드는 건 사랑이 시키지 않고서는 행할 수 없는 일, 그 사랑의 근원이 말로 다할 수는 없음이라 할 때 이는 ‘시’의 그러함과 똑 닮아 있는 듯도 해서다.

특히 2부의 제목들을 보자면 시의 정의로 치환되는 대목이 여럿이다. ‘우린 몸을 산처럼 했네’, ‘우리는 우주의 분홍 젖꼭지들’, ‘한순간의 결행을 위해 나는 살았죠’, ‘파도 없는 오늘이 어디 있으랴’, ‘모든 시작은 해 진 뒤에 있다’, '울고 싶을 땐 물에서 울어라’, ‘해녀는 묵은 것들의 힘을 믿는다’ 등등에서 느껴지는 시라는 정신의 등뼈. 그리하여 『해녀들』을 한 편의 거대한 서사시로 읽힌다. “어떤 절박함 없이 어떤 극한을 견디겠는가.” 삶이 무엇인가를 말없는 물노동으로 보여주고 있기에 참으로 귀한 시집, 뜨거운 눈물과 차가운 바닷물이 섞여 덤덤한 듯 일렁이고 있는 시집『해녀들』이다.
저자

허영선

1957년제주도에서출생했으며시인이다.전제민일보편집부국장,제주4·3평화재단이사를역임했으며현재제주4·3연구소이사·제주대강사로있다.제주대대학원한국학협동과정석사,동대학원박사과정을수료했다.석사논문「제주4·3시기아동학살연구」가있으며,저서로시집『추억처럼나의자유는』,『뿌리의노래』,문화칼럼집『섬,기억의바람』,역사서『제주4·3』,4·3구술집(구술정리)『빌레못굴,그캄캄한어둠속에서』,『그늘속의4·3』(공저),그림책『바람을품은섬제주도』,『워낭소리』등을펴냈다.

목차

시인의말
1부해녀전
울틈물틈없어야한다
해녀들
해녀김옥련1
해녀김옥련2
해녀고차동
해녀정병춘
해녀덕화
해녀권연
해녀양금녀
해녀양의헌1
해녀양의헌2
해녀홍석낭1
해녀홍석낭2
해녀문경수
해녀강안자
해녀김순덕
해녀현덕선
해녀말선이
해녀박옥랑
해녀고인오
해녀김태매
해녀고태연
해녀매옥이
해녀장분다
해녀김승자
해녀오순아
2부제주해녀들
사랑을품지않고어찌바다에들겠는가
우린몸을산처럼했네
몸국한사발
북촌해녀사
우리애기울면젖호끔멕여줍서
우리는우주의분홍젖꼭지들
한순간의결행을위해나는살았죠
파도없는오늘이어디있으랴
다려도엔해녀콩들모여삽니다
바닷속호흡은무엇을붙잡는가
먹물튕겨달아나는문어처럼
잠든파도까지쳐라!
사랑을품지않고어찌바다에들겠는가
얼마나깊이내려가야만날수있나
우리가걷는바당올레는
물질만물질만하였지
혹여제주섬을아시는가
심장을드러낸저붉은칸나
테왁이말하기를
모든시작은해진뒤에있다
내먹은힘으로사랑을낳았던가
울고싶을땐물에서울어라
단한홉으로날려라
딸아,너는물의딸이거늘
해녀는묵은것들의힘을믿는다
어머니,당신은아직도푸른상군이어요
산문|그들은물에서시를쓴다
추천의글|고은(시인)

출판사 서평

문학동네시인선095허영선시집『해녀들』이출간되었다.제주에서태어나지금껏그곳땅을지키며살아온허영선시인의세번째시집으로13년만에선보이는시인의신간이기도하다.제목에서짐작이되듯이번시집은온전히‘해녀들’을위한시들이고,오롯이‘해녀들’에게바치는시들이기도하다.그러나한편‘해녀들’에대해서잘몰랐던우리들을위한시들이기도하고,일견‘해녀들’에대해잘알기를바라는시인을위한시들이기도하다.
받침하나없이쉽게발음되는해녀,그해녀가누구인지누가모를까싶은데막상해녀...
문학동네시인선095허영선시집『해녀들』이출간되었다.제주에서태어나지금껏그곳땅을지키며살아온허영선시인의세번째시집으로13년만에선보이는시인의신간이기도하다.제목에서짐작이되듯이번시집은온전히‘해녀들’을위한시들이고,오롯이‘해녀들’에게바치는시들이기도하다.그러나한편‘해녀들’에대해서잘몰랐던우리들을위한시들이기도하고,일견‘해녀들’에대해잘알기를바라는시인을위한시들이기도하다.
받침하나없이쉽게발음되는해녀,그해녀가누구인지누가모를까싶은데막상해녀에대해누가아느냐물으면대부분입을다물것만같은막막함이다분해이를벗겨보자할작심에쓰인이시집은총2부로나뉘어전개되고있다.
1부에서는목숨건고문을겪으면서도일제강점기를강한생명력으로이겨낸,또제주4?3을피눈물로살아낸해녀들의이름을하나하나불러내주는것으로우리역사속해녀들의존재를힘을다한어조로바로세워주고있다.2부에서는해녀라는업의정신에집중하여매일같이‘바다’라는죽음의일렁임을향해자발적으로뛰어들수밖에없는여성이자모성의상징으로서의해녀의삶을노래하고있다.
이시집을보다빈틈없이읽어낼수있는팁이라면말미에자리한시인의산문「그들은물에서시를쓴다」를먼저읽어보는일이아닐까한다.스스로바다에뛰어드는건사랑이시키지않고서는행할수없는일,그사랑의근원이말로다할수는없음이라할때이는‘시’의그러함과똑닮아있는듯도해서다.특히2부의제목들을보자면시의정의로치환되는대목이여럿이다.‘우린몸을산처럼했네’,‘우리는우주의분홍젖꼭지들’,‘한순간의결행을위해나는살았죠’,‘파도없는오늘이어디있으랴’,‘모든시작은해진뒤에있다’,'울고싶을땐물에서울어라’,‘해녀는묵은것들의힘을믿는다’등등에서느껴지는시라는정신의등뼈.
그리하여나는『해녀들』을한편의거대한서사시로읽는다.“어떤절박함없이어떤극한을견디겠는가.”삶이무엇인가를말없는물노동으로보여주고있기에참으로귀한시집,뜨거운눈물과차가운바닷물이섞여덤덤한듯일렁이고있는시집『해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