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의 종소리 (스가 아쓰코 에세이 | 양장본 Hardcover)

베네치아의 종소리 (스가 아쓰코 에세이 | 양장본 Hardcover)

$16.00
Description
일본에서 보낸 유년시절과 시행착오로 가득했던 유학 초기에서 예순이 넘어 글을 쓰기 시작한 현재까지, 인생의 한 시기 찾아왔다가 사라져간 사람과 장소들을 유려한 필치로 그려낸 에세이. 학회 참석을 위해 향한 베네치아의 호텔에서 아련한 종소리와 오페라의 선율을 들으며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베네치아의 종소리」, 전쟁의 상흔이 남은 가톨릭계 기숙학교에서의 추억을 재치 있고 생생하게 그려낸 「기숙학교」, 첫 유학지인 파리의 기숙사에서 만났던 독일인 친구와 삼십 년 만에 재회하는 「카티아가 걷던 길」, 병상에서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밀라노 중앙역으로 향하는 「오리엔트 특급열차」 등, 총 열두 편의 에세이로 이루어진 이 책은 스가 아쓰코의 작품 중에서도 구성적으로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책 전체에 감도는 애수 어린 분위기와 함께 가족의 갈등과 화해에 대한 이야기가 긴 여운을 남긴다.
저자

스가아쓰코

저자스가아쓰코는1929년일본효고현에서태어났다.세이신여자대학영문과를졸업하고게이오대학대학원사회학과에진학했으나중퇴하고2년간프랑스파리에서유학했다.귀국후NHK강좌등의일을하다가다시이탈리아로마로유학을떠나,1960년밀라노에서동료들과함께코르시아서점을운영하던주세페리카(애칭페피노)를만나결혼한다.이후밀라노에정착해근대일본문학작품을이탈리아어로옮기는일에주력했으나남편과아버지의죽음이후유럽생활을청산하고1971년일본으로돌아온다.게이오대학과교토대학,도쿄대학등에서강의활동을이어나가며조치대학비교문학부교수로재직했다.안토니오타부키,이탈로칼비노,움베르토사바등의작품을일본어로옮겼고,1989년나탈리아긴츠부르그의『만초니가의사람들』번역으로피코델라미란돌라상을수상했다.1985년부터본격적으로자신의글을쓰기시작해1990년『밀라노,안개의풍경』을출간,이듬해제30회여류문학상과제7회고단샤에세이상을수상했다.이후『코르시아서점의친구들』『베네치아의종소리』『트리에스테의언덕길』『유르스나르의신발』등주옥같은에세이작품을발표했다.1998년예순아홉으로세상을떠났고,2000년가와데쇼보신샤에서『스가아쓰코전집』(전8권)이간행되었다.

목차

베네치아의종소리 7
여름의끝 29
기숙학교 53
칼라가핀정원 83
한밤중의노랫소리 113
대성당까지 139
레니거리의집 165
하얀방장 189
카티아가걷던길 213
여행의저편 235
아스포델들판을지나 259
오리엔트특급열차 279
옮긴이의말 300

출판사 서평

1960년대일본과유럽,두공간을살아낸
1세대코즈모폴리턴
스가아쓰코에세이국내첫출간

제30회여류문학상,제7회고단샤에세이상수상


예순이넘어비로소첫작품을발표했고팔년후세상을떠나기까지단다섯권의에세이를출간했음에도세월이지날수록재평가되며꾸준히새로운독자들에게사랑받고있는작가가있다.1960년대패전의흔적이가시지않은일본을뒤로하고유학길에올라십삼년간이탈리아밀라노에거주했고,귀국후에는연구자이자번역가,에세이스트로왕성히활동했던스가아쓰코다.그녀의첫에세이이자제30회여류문학상과제7회고단샤에세이상을수상한『밀라노,안개의풍경』을비롯,『코르시아서점의친구들』『베네치아의종소리』가국내에처음선보인다.모두낯선땅에서새로운사상과문화를받아들이며끊임없이사유한한청춘의기록이자,2차대전직후유럽대륙을휩쓸었던가톨릭학생운동에대한생생한경험담이다.

“발에꼭맞는신발만있다면,나는어디로든갈수있을것이다.”
끝없는사유속에서의연하게정체성을찾아가는청춘의기록

비행기를이용한해외여행조차일반적이지않고,여학교졸업후에는신부수업에전념하고가정을꾸리는것이미덕으로여겨지던시절.도쿄의유복한사업가집안에서유년시절을보낸스가아쓰코는타고난환경에서당연하게여겨지던가치관과생활방식이자신과맞지않음을일찍부터깨달았다.가톨릭계고등학교에진학하면서그런이질감은더욱뚜렷해져,결국부모의반대를무릅쓰고당시일본최초의여자대학으로문을연세이신여자대학에1기로입학한다.이어서사회학부대학원에진학한뒤에도삶과진로에대한고민은계속되었다.

여자가여자다움이나인간의존엄을희생하지않고학문을계속하려면,혹은결혼만을목표로두지않고사회에서살아나가려면어떻게해야하는가.(……)꾸물거리지말고어서시집이나가.싫으면수도원에들어가든가.한선배가그런말을했을때도반발심이들었다.스스로길을만들어가지않으면아무것도할수없다.당시읽었던생텍쥐페리의문장이나를동요시켰다.“스스로대성당을짓지않으면의미가없다.완성된대성당에서편하게자신의자리를얻으려는사람이되어서는안된다.”(「대성당까지」,『베네치아의종소리』에서)

보다넓은세계에대한동경과학문적호기심을안고파리,뒤이어로마로향한스가아쓰코에게이번에는이국에서필연적으로맞닥뜨려야할여러고민이닥친다.경제적곤란부터종교와문화의차이,이론만으로는이해하기힘든서구식개인주의등지금까지의가치관을뒤엎는격랑속에서그녀는여성으로서,외국인으로서혼자힘으로설자리를찾아가는수밖에없었다.그리고신앙에기초한사회개혁을목표로하는공동체에감명받아밀라노로건너간뒤,당시가톨릭학생운동의활동거점이었던‘코르시아데이세르비서점’과운명같은연을맺는다.

코르시아데이세르비서점에는주위에서이들을떠받치는커다란우정의고리가있었다.오후여섯시가지나면하루일과를마친사람들이차례차례서점으로찾아왔다.작가,시인,신문기자,변호사,대학교수,고등학교선생,성직자등.그중에는가톨릭사제도,프랑코의압정을피해밀라노로망명한카탈루냐수도승도,왈도파프로테스탄트목사도,유대교랍비도있었다.(「은빛밤」,『코르시아서점의친구들』에서)

이상적인사회를꿈꾸는젊은이들이모인코르시아서점의일원으로청춘의한자락을보내며,스가아쓰코는비로소밀라노라는낯선땅에정착하고국적을넘어기쁨과슬픔을공유할수있는이들을만난다.비록교회당국의탄압과내부분열로코르시아서점이문을닫고,서점동료이자남편이었던페피노와의결혼생활이그의갑작스러운죽음으로오년만에막을내렸지만,십삼년간의밀라노생활은스가아쓰코에게‘지울수없는궤적’을남겼으며귀국후에도꾸준히학문과연구를이어나갈수있는문학적자양분을안겨주었다.상실과좌절의경험역시귀중한자산이되었음은물론이다.예순이넘어정식으로등단했을당시‘이미완성된작가’라는평을들은것은,언젠가글로쓰이기를기다리던기억과사색의문장들이오랜침묵속에서무르익어갔던덕분인지도모른다.

병명을안뒤로나는밤낮없이브레이크가고장난자전거를타고언덕길을내려가는듯한그를어떻게막을수있을까하는생각뿐이었다.
죽음에대항하며,죽음의손에서그를떼어놓으려다지쳐버린나를남겨놓고,나보다더지친그는어느초여름밤아무말없이홀로떠나버렸다.(「아스포델들판을지나」,『베네치아의종소리』에서)

독립적인삶을꿈꾸며바다건너이국으로향했다가다시제자리로돌아오기까지의과정을담담하게그려낸스가아쓰코의에세이는몇십년이지난지금도비슷한인생의고민을하고있는독자들에게공명하기충분하다.전통과구습에얽매인고국에서의생활에갑갑함을느끼고보다자유롭고개방적인세계를향해동경을품었던이들이라면1960년대에이미유학과국제결혼이라는파격적인선택을감행했던작가의이야기에매료되지않을수없을것이다.그림을그리듯섬세하게기억을더듬어가는문장들은단순히근대의‘신여성’이라는정체성을피로하는데그치지않고,한인간으로서삶을개척해나가고자했던의지를행간곳곳에드러낸다.그것은움베르토사바,알레산드로만초니등스가아쓰코가젊은날심취하고동경했던문호들이다루었던주제와일맥상통하는부분이기도하다.이상과현실사이,어디로도선뜻발을디딜수없는중간지대에서나다움을지키며살아가려면어떻게해야하는가?앞서간이들의발자취에서,혹은책속에서그답을찾으려는이들에게나지막하고도의연한목소리로지난시간의이야기를풀어놓는스가아쓰코의에세이는훌륭한길잡이가되어줄것이다.

일본독자들의평

퍼즐조각을모아하나의풍경을만들어가는듯한섬세하고대담한구성,말하는듯자연스럽게흘러가는문장,그속에서도문학적기품을잃지않고경쾌한리듬을유지한다.오랫동안번역작업을해오며갈고닦은기술과센스가돋보인다.

화물선을타고유학길에올라야했던시절,이탈리아하면패션브랜드밖에떠오르지않던시절,여성은이사회에서어떻게자립하고살아가야하는가라는고민에진지하게맞섰던작가의태도가눈부시다.

스가아쓰코는일기문학의전통을이어받아아름다운꽃을피웠다.전후의개인사뿐아니라근대사까지담아낸놀라운작품.


기억속밀라노에는지금도안개가고요히흐르고있다.

저녁무렵창밖을내다보고있노라면문득안개가자욱이깔리곤한다.창에서5미터도떨어지지않은플라타너스의가지끝이눈깜짝할사이자취를감추고,끝내굵은줄기까지짙은안개속으로사라진다.가로등밑을생물처럼달려가는안개를본적도있다.그런날에는몇번이고창으로달려가짙은안개너머를내다본다._본문에서

스가아쓰코가밀라노에서생활하던시절의서유럽은역사상인간정신이가장고상하게발현된시기였을것이다.그녀의시선은신분,학력,피부색,국적,나이,빈부너머사람들의표정이나눈빛,목소리,마음에직접가닿는다.사람을그야말로사람으로대하는그녀의태도는너무나자연스러워그것이얼마나어려운일인지잊게한다._송태욱(번역가)

“두나라,두언어의골짜기에끼여발버둥치던그시절.”

갑자기나자신이큰파도에키가휩쓸린조각배같이느껴졌다.이곳에존재하는서양의과거와도연결되어있지않고고국의현재에도수용되지못하는나는대체어디로향해야할까.두나라,두언어의골짜기에끼여발버둥치던그시절에는사방에두꺼운벽만가로놓인기분이라,그저몸을움츠리고시간이지나가기를기다릴수밖에없었다._본문에서

스가아쓰코는예순한살로문단에등장할당시부터이미완성된작가였다.그리고불과팔년사이왕성한창작의욕을보이며주옥같은작품세계를일구어냈다.유럽과일본에서의시간을부드러운실로자유롭게,동시에면밀하게엮어낸이책은‘잃어버린시간’과의융화이자인생에서지나쳐간사람들에게내미는화해의제스처다.또한아버지와딸의관계를그려낸뛰어난교양소설이기도하다._세키가와나쓰오(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