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도살장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0

제5도살장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0

$12.50
Description
블랙유머로 무장한 휴머니스트 커트 보니것의 독특한 반전(反戰)소설!
풍자와 블랙유머로 무장한 휴머니스트 보니것의 웃음으로 절망에 맞서는 방법. 부조리와 모순의 20세기가 낳은 최고의 반전(反戰)소설『제5도살장』. 드레스덴 폭격을 소재로 한, 커트 보니것의 대표작. 주인공 빌리 필그림은 시간과 시간 사이를 떠돌며 여행한다. 제2차세계대전 벌지 전투의 독일군 전선 후방으로, 포탄이 쏟아지는 드레스덴의 도살장으로, 트랄파마도어 행성의 동물원으로, 뉴스가 넘치는 뉴욕으로, 수소폭탄 공격을 받았다 재건된 시카고로. 유쾌하고 황당한 이야기 뒤에 숨어 있는 비관론과 허무주의, 그리고 인간에 대한 희망. 오직 보니것만이 쓸 수 있는 독특한 반전(反戰)소설이다.
저자

커트보니것

1922년미국인디애나주인디애나폴리스의독일계미국인가정에서태어났다.인디애나폴리스의쇼트리지고등학교에다니며교지[데일리에코]편집자로활동했다.이후코넬대학교에진학하며보니것자신은아버지처럼건축을공부하거나인류학을전공하고싶어했으나,집안의반대로생화학을택한후전공공부보다는대학신문[코넬데일리선]에서일하며글을쓰는데더열중했다.제2차세계대전이발발했고,좋지않은...

목차

제5도살장

해설|커트보니것과『제5도살장』
커트보니것연보

출판사 서평

반전(反戰)과반문화(反文化)의작가
냉소적인휴머니스트커트보니것

미국최고의풍자작가,블랙유머의대가,마크트웨인의후계자커트보니것.그는미국포스트모더니즘문학을이끌고60년대반전운동과반문화의흐름을대표한작가로꼽힌다.메타픽션기법과날카롭고통렬한독설로사회를비판한그의작품은시대를풍미하며많은독자들에게사랑받았다.리처드브라우티건,무라카미하루키,더글러스애덤스등많은작가와영화감독,음악가들에게영감의원천이되기도했다.
커트보니것은기계문명,시간여행,외계인같은소재를즐겨사용하며장르의경계를허물었고,스스로도현대를사는작가가기계문명에무지하다면그게오히려이상한일이라말했다.실제로아버지커트보니것시니어는MIT출신건축가였고형인버나드는저명한과학자였으며,본인역시코넬대학교에서생화학을,테네시대학교와카네기공과대학에서기계공학을공부했다.
과학을사랑하고인간에대한희망을놓지않던청년.그대로흘러갔다면그는조금다른스타일의소설을쓰게됐을지도모른다.그러나드레스덴폭격은그의인생을바꾸고말았다.제2차세계대전에보니것은미육군으로참전했고미국은전쟁에서승리했다.승전국의군인이었던셈이다.그러나독일이항복을선언했을때그는폐허가되어버린드레스덴에서산처럼쌓인시체를옮기고있었다.아군이만든지옥에서죽어버린적국의사람들을수습하던시간.이후아이러니와부조리는그의작품세계를이루는근간으로자리잡았다.

전통서사를뒤집는독특한반전소설

1945년2월13일,독일동부의드레스덴에포탄이쏟아졌다.사흘간폭격이있었고,‘엘베강의피렌체’라고불릴만큼아름답던도시는화염에휩싸여폐허로변했다.전세를굳히기위한미영연합군의공격이었다.건물대부분이파괴되었고,추산3만5천명에서15만명의민간인사상자가나왔다.드레스덴폭격에서“우연이허락한”덕에살아남은보니것은전쟁에서돌아온후이사건에대해책을쓰기로마음먹었다.그러나실제로책이출간된것은1969년,전쟁이끝나고도20년넘게지난후였다.
전쟁을다룬이야기는많다.그러나『제5도살장』은조금다른방식을택한다.소설안에서평화를주장하고전쟁을반대하는사상적인표현은거의등장하지않는다.작가는전쟁의참극을결코노골적으로설명하지않는다.잿빛의달표면,위태롭고고르지못한곡선,돔을이루고있는돌과목재로이루어진레이스.시간과공간을어지럽게넘나드는이야기안에서드레스덴은오히려비현실적으로묘사되어있고,주인공인빌리가겪은드레스덴폭격또한매우무덤덤하게그려진다.
등장인물역시일반적인서사와다르다.이소설에는전투에서동료와나라를구하는영웅도,전쟁으로모든걸잃고고통받는희생양도등장하지않는다.주인공빌리필그림은우연히시간에서해방되어삶의여러시간을발작처럼여행한다.외계인에게납치되기도한다.빌리가어떻게한행성이평화롭게살수있는지묻자,모든시간을로키산맥처럼한눈에볼수있는트랄파마도어행성의생명체는이렇게말한다.“오늘은그렇죠.하지만다른날에는당신이보거나읽던어느전쟁못지않게끔찍한전쟁을치르고있습니다.그건우리도어쩔도리가없기때문에그냥안보고말지요.무시해버립니다.우리는기분좋은순간들을보면서영원한시간을보냅니다.”그러므로모든죽음앞에서트랄파마도어인은,그리고빌리는이렇게말한다.“뭐그런거지.”
그러다보니『제5도살장』은얼핏보면그저숙명론의결과물처럼보인다.그러나그허무와비관론을한겹들치고들여다보면그안에는작가가설치해둔정교한아이러니가숨어있다.작품속화자는초반부터전쟁이미화되는것을경계한다.또한가장주인공다운인물인에드거더비가아주사소한일로죽음을맞이한일을‘전쟁소설’의클라이맥스로꼽는다.작가는화자와주인공을분리시켜서로다른의견을전하고,독자들에게는전쟁이불러온비극의윤곽만을전달한다.이렇게전통적인서사를전복시킴으로써이소설은전쟁의비극적인면모를더분명히드러내게된다.모든죽음을그저그렇게구조화되어있는것이라받아들이는빌리의덤덤한태도는결국비극과부조리를향한방어기제인셈이다.

커트보니것식의
웃음과유머로절망에맞서는방법

한인터뷰에서보니것은,드레스덴폭격은종전을앞당기지도독일군을약화시키지도못했고포로들을구하지도못했으며오직한사람을제외하고는그사건으로이익을본사람이아무도없는무익한일이었다고말했다.그한사람이누구냐는질문에그는이렇게대답했다.“바로접니다.이책을쓴덕에큰돈을벌었으니까요.”
부시정부의정책을맹렬히비판하고반전운동에도활발히참여한커트보니것.그가사회를비판하며휘두른가장날카로운무기는바로유머였다.보니것특유의냉소와블랙유머는사회를바꾸고자하는젊은이들사이로크게퍼져나갔으며,반전과민권운동,자유의물결을타고『제5도살장』은미국포스트모더니즘문학을대표하는작품이되었다.소설안에서모든죽음에따라오는“뭐그런거지(Soitgoes)”라는대사는60년대당시반문화를제창한청년들에게일종의슬로건으로자리잡았다.
그가제2차세계대전최악의학살을겪고도인간에대한희망을잃지않고싸울수있었던것은시니컬한유머의힘이었다.『제5도살장』이당대젊은이들사이에서반문화의상징이되었던것도유머가지닌힘이었다.커트보니것이살아있었다면,지금혼란의시대를살고있는우리에게가장필요한것역시유머라말했을것이다.

“유머는인생이얼마나끔찍한지를한발물러서서안전하게바라보는방법이다.(…)내가정말로하고싶었던일은사람들에게웃음으로위안을주는것이었다.유머는아스피린처럼아픔을달래준다.”_『나라없는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