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잡아라

오늘을 잡아라

$13.00
Description
실패뿐인 과거와 불안한 미래 사이 위태로운 오늘
현대인의 절박한 삶이 되묻는 인간 실존과 공존의 의미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솔 벨로의 압도적 소설
포크너와 헤밍웨이를 잇는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 지성파 실존주의문학의 거장 솔 벨로의 “예술적 원숙”을 입증하는 장편소설. 솔 벨로는 『오기 마치의 모험』(1947), 『허조그』(1964), 『샘러 씨의 행성』(1970)으로 세 차례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고, 1976년 『험볼트의 선물』(1975)로 퓰리처상을, 같은 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이며 당대 문화를 섬세하게 분석했다”는 평과 함께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자신이 성장하고 살았던 대도시를 배경으로 물질만능주의 사회 속 인간의 고립과 위기를 주로 다루었던 솔 벨로는 『오늘을 잡아라』에서 경제적으로 실패하고 가족과 이웃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어가던 주인공이 끝내 감수해내는 비극적 자기구원의 과정을 통해 “지금 여기”를 살아가고 또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오늘’을 다층적이고 밀도 높은 언어로 그려냈다.
저자

솔벨로

저자:솔벨로
1915년캐나다퀘백주라신에서러시아계유대인부부의사남매중막내로태어났고,아홉살때미국일리노이주시카고로이주했다.시카고대학교,노스웨스턴대학교,위스콘신대학교등에서수학했고,1941년첫단편「두개의아침독백」을발표했다.미네소타대학교,뉴욕대학교,프린스턴대학교,시카고대학교등에서오랫동안인류학,문학등을가르쳤다.『오기마치의모험』(1947),『허조그』(1964),『샘러씨의행성』(1970)으로세차례전미도서상을수상하며전무후무한기록을세웠다.1976년『험볼트의선물』(1975)로퓰리처상을받았고,같은해“인간에대한깊은이해를보이며당대문화를섬세하게분석했다”는평과함께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현대인의고립과소외를주로다루었고유려한문체와날카로운언어감각을지닌지성주의작가로20세기미국문단의거장중한명으로꼽힌다.오헨리상,말라파르테문학상,세인트루이스문학상,펜/맬러머드상을수상했고,국가예술훈장과전미도서재단공로훈장등을수훈했다.그밖의작품으로장편『허공에매달린남자』(1944),『피해자』(1947),『학생처장의12월』(1982),『실연으로인한죽음』(1987),『래블스타인』(2000),중편집『나를기억하게하는것』(1991),중편『진실』(1997)등이있다.2005년4월,매사추세츠주브루클라인의자택에서89세를일기로영면했고버몬트주브래틀버러의유대인묘지에안장됐다.

역자:김진준
연세대학교사회학과및영문과를거쳐마이애미대학교대학원에서영문학을전공했다.살만루슈디의『분노』번역으로제2회유영번역상을수상했다.옮긴책으로『조지프앤턴』『악마의시』『한밤의아이들』『롤리타』『빅슬립』등이있다.

목차

1장9
2장41
3장63
4장82
5장113
6장132
7장154

해설|운명의덫속으로173
솔벨로연보185

출판사 서평

무기력하고미성숙한남자의파멸적하루를통해
인간애와공존하는삶의가치를그린소설

『오늘을잡아라』는주인공윌헬름애들러(토미윌헬름)에게닥친절망과파국의단하루를통해현대인의삶을압축하듯보여주고,그가겪는비극과구원의과정에서인간실존의의미와공존의희망을찾아가는소설이다.1956년출간된이래많은비평가에게솔벨로의최고작으로꼽혀온이소설은정교한플롯에서절묘하고속도감있는전개와탁월한인물조형,종말의고전적카타르시스까지,미국현대문학에서빠뜨릴수없는주요작품으로오늘날까지도큰사랑을받으며꾸준히읽히고있다.평론가V.S.프리쳇은짧지만묵직한울림을지닌이작품을“작은회색의걸작”이라평하기도했다.솔벨로는현대사회에서인간의삶이어떻게정의될수있는가에언제나깊은관심을가졌고,동시대모더니즘작가들이종말론적세계관에입각해미래에비관적이었던것과달리,인간의본질적가치에대한굳은신념을지닌작가,미래에대해낙관적희망을품은작가였다.그러한긍정성이아로새겨진작품이바로호라티우스의서사시에등장하는한구절“카르페디엠”에서제목을빌려온『오늘을잡아라』다.

실수와실패가쌓아올린현실의벽에갇혀
과거로돌아갈수도미래로나아갈수도없는남자

비인간화되어가는물질만능주의사회에서가혹한대가를요구받는현대인의대표자로제시된주인공윌헬름애들러는물질적곤궁과실존적딜레마에빠져허우적대는인물이다.42세의중년이지만아직도정체성을찾지못하고방황한다.대학을중퇴하고영화배우가되겠다고할리우드에갔던그는‘애들러’라는성을버리고‘토미윌헬름’으로이름을바꾸며야심차게출발했지만,영화배우토미윌헬름은성공하지못했고,그의아버지는지금도여전히그를어렸을때부르던윌키라는이름으로부른다.토미윌헬름역시술에취하면스스로를조소하듯윌키라고부른다.그런토미윌헬름은살아오며수많은실수를저질렀고그것들이쌓여지금의초라하고소외된인생을만들었다.한마디로그는지는것에지친인물이다.오늘의그는다니던가구회사를때려치운실직자이고,별거중인아내에게생활비와양육비독촉을받고,묵고있는호텔방값까지밀린최악의상황에처해있다.그가거주하는호텔에는그의은퇴한의사아버지도살지만,아들을무능력한실패자로생각하는성공한이노인은돈을보태주기는커녕아들이진심으로원하는위로한마디건네지않는다.과거야이미실패로점철됐고,당연히미래는보이지도않고,현재는그저암울한문제투성이인토미윌헬름.그는오늘과거의그많은실수와오판에또하나의실수를이미저질러놓고불안에덜덜떨고있다.탬킨박사라는철학자인지의사인지사기꾼인지모를남자에게속아넘어가수중에있던돈을탈탈털어그와함께증권거래소에서선물투자를해버렸기때문이다.바야흐로막다른골목이다.

그는오랫동안고민하고망설이고심사숙고한끝에하필무수히퇴짜를놓았던바로그방향을선택하기일쑤였다.그의인생역정은그런오판이열번이나거듭된결과였다.할리우드로가는것은크나큰실수라는결론을내렸으면서도결국그곳으로향했다.아내와결혼하지않겠다고결심했으면서도결국야반도주를하다시피결혼해버렸다.탬킨박사와함께투자하지않겠다고결정했으면서도결국수표를내놓았다.(36쪽)

마지막남은돈까지전부날리게하고박사가흔적도없이사라지자토미는절박한심정으로그를찾아거리로나선다.아버지에게도찾아가다시도움을청해보지만돌아오는건“아무도짊어지기싫다.내등에업히지말라”는호통뿐이다.정처없이거리를헤매던토미는얼떨결에장례행렬에휩쓸려장례식장까지들어가게되고,낯선망자앞에서자기도모르게뜨거운감정에휩싸여커다랗게울음을터뜨린다.

삶으로부터모든의미를끌어낸죽음이건네준
긍정과수용,재생의희망

솔벨로의소설대부분이그렇듯『오늘을잡아라』의배경은현대의고도화된대도시(뉴욕),마천루의도시다.물질만능주의의물결에소외와위기를겪는현대인의삶을극명하게대비시킨다는점에서더없이효과적인배경이다.또한작품전반에물의은유가사용되는데,소설은토미가글로리아나호텔23층자기방에서나와로비로“가라앉는”장면에서시작되고,그가낯선이의장례식장에서영문모를눈물을흘리며“슬픔보다더깊이가라앉는”장면으로끝난다.물은주인공의정신적익사를상징하는데,그를서서히적시다잠식하다완전히가라앉히고,이내다시눈물로써그를적시면서수면위로끌어올려숨쉬게하는기재다.삼인칭과일인칭을오가는매력적인서술방식도특징적이다.주로토미의시각에서이뤄지는단순하고직설적인서술은묘하게공감을불러일으키며그의사고속으로깊이빠져들게하지만,이따금마치토미를조롱하고비난하는듯한삼인칭내레이션으로바뀌면서작가는독자의시각을완전히냉정한타자의것으로돌려놓는다.
『오늘을잡아라SeizetheDay』의‘그날’은그저그렇고많고많은날들중의하루인평범한날이아니라,죽은누군가가주인공에게삶의충격을주도록작가가철저히고안한‘계산된날’이다.토미는실패자이고무시당하는아웃사이더이지만,가치가획일화된세상에끝없이저항해온인물이기도하다.그는완전한파국이다가오는그날에도끝없이잘못돌아가는세상을비판하면서,왜자신이그수렁에서이런막다른길까지몰렸는지꼼꼼히따져보려한다.요컨대비인간화에대해거부하고,투쟁한다.그는결국장례식장에서망자를내려다보며흐느끼다불현듯누구도죽음을피할수없다는모든인간의공통된운명에대해,그러기에더불어살고사랑해야한다는슬픔에찬각성을얻는다.그의울음은곧망자한사람이아니라모든인간을향한울음이었을것이다.
솔벨로는인간답게살기를고집하고타인과의연대의식을느끼려분투하는토미의투쟁을가치있는것으로증명해보이면서,인간의삶이비관적이라단정하는시대의지배적풍조에타협하지않고고립된삶을긍정하는삶으로전환시킨다.인간의삶은시대의어떠한판단이나이론에도불구하고그자체로서가치있는것이기때문이다.비인간화되어가는현실의고통을감수하고삶의가치있는목적을오늘에야잡은토미의우스꽝스럽고도슬픈이야기는여전히위태로운오늘을살아가는현대인들에게수용과긍정,회복의희망을선사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