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문성해 시집)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문성해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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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문학동네시인선 여든여덟번째 시집으로 문성해 시인의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를 펴낸다. 1998년 시인으로 데뷔한 이후 18년 동안 네 권의 시집을 선보였으니 아주 느리지도 아주 빠르지도 않게 제 시작 활동을 펼쳐왔다 하겠는데 감히 이 호흡을 밥상머리에 근거했다고 말하고픈 이유는 문성해 시인에게 있어 시란 곧 밥과 동일한 단어로 놓이는 까닭이다. 밥이나 한번 먹는 일은 잔칫상 한번 받는 일과는 달라서 그 소박함에 부끄러움을 얹을 이유도 없고 되레 가짓수가 넘치는 화려함이 밥상을 받는 우리들의 속을 부대끼게 할 터, 이 시집은 결국 ‘일상’의 소소함이란 그 귀함을 묻고 말하는 이야기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어깨에 힘을 잔뜩 얹어 말씀을 고하는 대목도 없고 갈지자로 앞서 가며 따라오라 명령하는 대목도 없다. 이 시집은 그저 ‘있음’의 그 ‘있어줌’의 고마움을 알면 그것으로 됐다 할 엄마, 그 엄마의 품 같은 시편들의 모음이다. 책을 읽고 나서 더한 여운이 늘어지는 건 바로 그 연유에서다.
저자

문성해

저자문성해는1963년경북문경에서태어났다.영남대국문과를졸업했다.1998년매일신문신춘문예와2003년경향신문신춘문예를통해등단했다.시집『자라』『아주친근한소용돌이』『입술을건너간이름』이있다.대구시협상,김달진문학상젊은시인상,시산맥작품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005

1부조조영화를보러가다


하문(下問)012
조조영화를보러가다013
급전014
삼송시인016
벌레어통역관018
이번에는목련이다020
손바닥들021
잿빛에대하여022
밥이나한번먹자고할때024
거지의입맛026
연등028
불두화030
한솥밥031
수녀원엔동치미가맛있습니다032
동구034
방에돌아오다035

2부혼자만의버스

아파트여자들038
문학지망생040
오늘도나는쪼그리고앉습니다042
남은밥044
돌이짓는옷045
벽하나를사이에두고046
단지047
한가수048
똘배나무050
변덕스러운사람051
혼자만의버스052
반신욕생각054
목련의상부056
산성(山城)을찾아서057
영숙이058
조그만예의060
한시집061
께냐062
초당(草堂)두부가오는밤064
키친나이프066
배꼽068
설레임069

3부내가장나중의일

한뎃잠072
돌탑074
삽살개야075
내가장나중의일076
쓴다078
칠십080
동거081
어느방콕형룸팬의고백082
밤비오는소리를두고084
어느방에관한기억085
냉장고086
먼데088
문(門)090
알콜중독자092
피망094
천이백년에비하면096
키위098
여름끝물100
사나운노후101
저녁의초식동물들102
감색우산104
작업실을기다리며106

해설|생활이라는윤리학107
|송재학(시인)

출판사 서평

문학동네시인선여든여덟번째시집으로문성해시인의『밥이나한번먹자고할때』를펴낸다.1998년시인으로데뷔한이후18년동안네권의시집을선보였으니아주느리지도아주빠르지도않게제시작활동을펼쳐왔다하겠는데감히이호흡을밥상머리에근거했다고말하고픈이유는문성해시인에게있어시란곧밥과동일한단어로놓이는까닭이다.밥이나한번먹는일은잔칫상한번받는일과는달라서그소박함에부끄러움을얹을이유도없고,되레가짓수가넘치는화려함이밥상을받는우리들의속을부대끼게할터.이시집은결국‘일상의소소함’이라는그귀함을묻고말하는이야기라하지않을수없겠다.어깨에힘을잔뜩얹어말씀을고하는대목도없고갈지자로앞서가며따라오라명령하는대목도없다.이시집은그저‘있음’의그‘있어줌’의고마움을알면그것으로됐다할엄마,그엄마의품같은시편들의모음이다.책을읽고나서더한여운이늘어지는건바로그연유에서다.
총3부로나뉘어전개된이번시집은해설을통해송재학시인이밝혔듯이‘생활이라는윤리학’을등뼈의기저로삼고있다.그러다보니삶의매순간그촘촘한기록들이다시로귀결된다.생각하지말아야지하면서도생각하고있으니까우리는살아있는존재다하고말할수있듯,시인은눈을깜빡뜨고눈을깜빡감는그순간순간마다살아있는시인이니까기록할수밖에없는사유들을토해내느라몹시분주하다.이때의분주함에는일말의우울함이없고일말의절망도없으며일말의투정도없다.문성해시인만이가지는이건강함을우리는뭐라부를수있을까.명랑한일상이라고해야할까.발랄한일상이라고해야할까.긍정의일상이라고해야할까.어쩌면명랑도발랄도긍정도다문성해시인의시가수렴하는단어가아니겠나싶다.

문성해가선택한것은생활에대한적극적포용이다.생활/살림은쉬이관념이되지않는다.생활은관념의반대쪽에자리잡기마련이다.예컨대고독이라는말조차생활/살림의시각으로는버겁다.문성해의이번시편들이그렇다.온통생활의빼곡한모습들이다.손바닥이란시렁위에얹어놓은모든것들은생활/살림의민낯이다.그생활/살림들은빼곡하면서도말하기쉽고듣기쉽고기억하기쉽다.-송재학해설「생활이라는윤리학」114쪽

문성해시인의시집을읽기에앞서목차를펴서하나하나시의제목을읽다보면이시집을관통하는‘밥’이라는생활의상징어가이들을제법한궤에물고있다는걸깨닫게된다.그러니까제목만으로도우리들일상이어떻게스몄는지짐작도되고또호기심도인다는얘기다.「수녀원엔동치미가맛있습니다」,「오늘도나는쪼그리고앉습니다」,「초당(草堂)두부가오는밤」,「어느방콕형룸팬의고백」,「알콜중독자」등에서짐작되는어떤이야기들의힘.
읽기는쉬워도이해하기는만만해도이이야기를가지고시를쓸때의어려움은오롯이쓰는자의몫이다.쉽게읽히고쉽게이해되는시를쓰기위해서어려운시의노릇을시인혼자온전히감당한다는얘기다.비유컨대완곡어법을가진이가직설어법으로말의몸을바꾸어야할때의힘듦이랄까.그어려운걸이시집을통해해낸것이문성해시인이다.유연하고탄력적인품이아니라면,저음과고음을자유롭게오가는복식호흡이단련되지않았다면아마도불가했을일,시인의웅숭깊은떨림과울림이가장듣기좋게울리는걸로보아지금시인은시적전성기를맞은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