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는 맛

힘내는 맛

$15.00
Description
무뎌져버린 당신의 미각을 두드릴
일곱 가지 달콤씁쓸한 맛!
“최민우의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는 쓸쓸하면서 온기가 느껴지거나
애틋하면서 서늘한 묘한 지점에 도착하게 된다.”_문지혁(소설가)

평범한 일상의 틈새로부터 빛나는 서사를 이끌어내며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해온 최민우 작가의 두번째 소설집 『힘내는 맛』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2012년 등단 당시 “이토록 강력한 실감과 생기 넘치는 인물들을 만난 건 몹시 오랜만”(소설가 권여선)이라는 평을 받으며 범상치 않은 작가의 등장을 알린 최민우는 핍진한 현실 묘사와 정감 가는 인물들, 그리고 반전이 있는 환상적 장치들을 통해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이끌어왔다. 이번 소설집은 훨씬 더 능숙하고 대담해진 최민우의 서사적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 평범한 듯 보이는 일상에서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과 고요한 풍경 이면에 숨어 있는 반전이 돋보인다.
이번 소설집에 엮인 일곱 편의 소설에는 공통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영업사원, 번역가, 계약직 사원, 자유기고가, 연구원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특출한 능력을 가졌거나 높은 급여를 받는 인물들이 아니다. 이들은 코로나 때문에 직장에서 무급 휴직을 당하거나(「변함없는 기분」) 함께 일하던 후배가 그만두는 바람에 마음의 동요를 겪거나(「가을의 곡선」) 출장지에서 일어난 해프닝에 곤란해하는(「힘내는 맛」), 우리가 출근길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인물들이다. 그렇기에 인물들이 겪는 실패와 좌절은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어려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찬가지로 현실의 우리가 그렇듯 인물들 또한 그들이 마주한 벽을 드라마틱하게 넘어서지는 못한다. 하지만 바로 이렇게 슬픔을 과장하지도 회복을 단언하지도 않는 방식으로 최민우는 우리에게 뜻밖의 진실을 일깨워준다.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몫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는, 평범하지만 분명한 위로를 주는 그 진실을 말이다.
저자

최민우

저자:최민우
2012년『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머리검은토끼와그밖의이야기들』,장편소설『점선의영역』『발목깊이의바다』가있다.제3회이해조소설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우주의먼지_007
보라색사과의마음_037
변함없는기분_063
가을의곡선_095
보호색_127
요시히로의자리_157
힘내는맛_189

해설|이지은(문학평론가)
무뎌지는맛_221

작가의말_243

출판사 서평

무뎌져버린당신의미각을두드릴
일곱가지달콤씁쓸한맛!

“최민우의소설을읽다보면우리는쓸쓸하면서온기가느껴지거나
애틋하면서서늘한묘한지점에도착하게된다.”_문지혁(소설가)

평범한일상의틈새로부터빛나는서사를이끌어내며이야기꾼으로서의재능을유감없이발휘해온최민우작가의두번째소설집『힘내는맛』이문학동네에서출간되었다.2012년등단당시“이토록강력한실감과생기넘치는인물들을만난건몹시오랜만”(소설가권여선)이라는평을받으며범상치않은작가의등장을알린최민우는핍진한현실묘사와정감가는인물들,그리고반전이있는환상적장치들을통해능수능란하게이야기를이끌어왔다.이번소설집은훨씬더능숙하고대담해진최민우의서사적능력을확인할수있는작품으로,평범한듯보이는일상에서돌발적으로일어나는사건들과고요한풍경이면에숨어있는반전이돋보인다.
이번소설집에엮인일곱편의소설에는공통적으로‘일하는사람’들이주인공으로등장한다.영업사원,번역가,계약직사원,자유기고가,연구원 등다양한직업에종사하는이들은특출한능력을가졌거나높은급여를받는인물들이아니다.이들은코로나때문에직장에서무급휴직을당하거나(「변함없는기분」)함께일하던후배가그만두는바람에마음의동요를겪거나(「가을의곡선」)출장지에서일어난해프닝에곤란해하는(「힘내는맛」),우리가출근길에서한번쯤마주쳤을법한인물들이다.그렇기에인물들이겪는실패와좌절은우리가현실에서겪는어려움과크게다르지않다.마찬가지로현실의우리가그렇듯인물들또한그들이마주한벽을드라마틱하게넘어서지는못한다.하지만바로이렇게슬픔을과장하지도회복을단언하지도않는방식으로최민우는우리에게뜻밖의진실을일깨워준다.우리모두는자신만의몫을견디며살아가고있다는,평범하지만분명한위로를주는그진실을말이다.

고단한어제와오늘을지나새로운마음으로내일을시작하기전,
잠시앉아마음을돌보며한잔들이켜는재충전의맛

소설집의문을여는「우주의먼지」는영업사원한철이우연히연극을배우면서시작된다.거래처직원로부터표정이딱딱하다는지적을받은한철은그걸고치기위해연극을배우게되고,뜻밖에연극수업을받는동안그간경험해보지못했던행복을느낀다.평소회사일과가족에얽매여살아온한철은연극을하며무대위에는자신뿐임을인식하고비로소자유롭다는감정을느낀다.그는연극의세계로들어가기위해직장을그만둘결심까지하지만,공연장에가족들이찾아오면서그의꿈은산산히부서진다.한철은자신이가족으로부터벗어날수없다는것을,즉“자기가가질뻔했던것이사라졌다는사실을알”(34쪽)아챈다.달콤하기만했던한철의꿈이현실의침입으로신기루처럼사라지고만것이다.
가족이라는족쇄에얽매인인물은또있다.표제작인「힘내는맛」의경완은인문연구소에서근무하며자신의동료이자연인인상아와함께유학을가려는꿈에부풀어있었다.하지만“부모가경완이유학자금으로모아둔돈으로형을도와야한다고다그”(208쪽)치면서경완의꿈역시흩어져버린다.유학을포기하고상아와도멀어진뒤복잡한마음으로출장길에오른경완은먹고싶지않은점심메뉴를먹게된상황에서“스스로의의지에관계없이끌려다닐수밖에없는때”(207쪽)가있다고자조하는데,이는가족이라는족쇄에묶여자신의의지와감정을억누르는경완의현재상황을집약해서보여주는말일것이다.
「보라색사과의마음」속은영또한자신의감정을쉽게표출하지못하는인물이다.은영은동생이교통사고로죽은이후무너져버린부모님대신“상황을파악하고,장례를치르고,공판에참석하는”(43쪽)일들을처리하고,그러는동안단한번도울지않는다.주변사람들은그런은영에게“어느순간댐이무너지듯슬픔이밀려올거라고”(44쪽)말하지만은영에게는그것이그리간단한일이아니다.동생의마지막순간을계속해서되짚으며수수께끼로남아버린단몇분의상황을끊임없이생각하는은영은병원에서상담을받고약도처방받아먹는아버지와달리이슬픔을극복할수없다.슬픔을느끼고있지못하기때문이다.「가을의곡선」의진송역시비슷한상황을겪는다.진송은자신과절친했던동료혜진의갑작스러운이직통보에서운함을느끼지만그감정을부인한다.그는의도적으로“그모든것이이유일수도있었지만,그중어떤것도아닐수있었다”(104쪽)며자신이느끼는서운함을외면한다.코로나로무기한휴직을당한「변함없는기분」속상진도그렇다.상진은휴직중회사대표의연락을받는다.회사에서제작하는팟캐스트의진행자였던윤미선생이자신의SNS에회사를비판하는글을올렸다면서,윤미선생에게그글을내려달라고요청하라는것이다.상진은스스로도납득하지못하는대표의부당한요구를전하기위해윤미선생을찾아가그녀를설득한다.불편한자리에서돌아온상진은“외로운것도슬픈것도아니지만그렇다고아무렇지도않은것은아닌기분”(93쪽)을느낀다고말하는데,상진의막막한상황을떠올려보면그는지금외롭고슬프고괴로운감정을느끼고있을것이다.그럼에도상진을비롯한인물들은왜자신의감정을숨기는걸까.
이들은모두상처받지않기위해일부러자신의감정을숨기는데익숙해진사람들처럼보인다.자신이하고싶은것이무엇인지,자신이진짜느끼는감정이무엇인지무감해지려고함으로써일상이흔들리지않도록유지하는것이다.이들의의도된무감함은이러지도저러지도못하는답답한현실을어떻게든견디기위한방어기제처럼여겨지기도한다.절망을절망이라고명명하는순간이들의평안한일상에는균열이생긴다.그렇기에이들은자신의일상을지키기위해,상처받지않기위해일부러아무렇지않다는거짓감정속으로숨어버리는것이아닐까.

어제같은오늘,오늘같은내일...반복되는삶에서는매일같은맛이난다.
좀더‘맛있게’살아가는방법은없을까?

그런가하면자기자신의본질까지억누르려는사람들도있다.「보호색」의‘나’는선배의부탁으로사진관주인을인터뷰하러나갔다가그와갈등을겪는다.처음에‘나’는사진관주인이별이유없이인터뷰를하지않겠다고고집을부리는이유에대해전혀짐작하지못하지만,알고보니그는‘나’가이전직장에있을때악연이있던인물이었다.그가대대적인성형수술을하고자신의신변을철저하게감춘탓에그를알아볼수없었던것이다.사진관주인과마찬가지로‘나’또한모종의이유로이전직장과거리를두고싶어한다.둘은각자의과거를숨기고자신만의보호색을두른채살아가고있는것이다.「요시히로의자리」의‘나’는조금더특수한경우에처해있다.‘나’와아내정화는오래도록비어있던옆집에입주할예정인일본인‘요시히로씨’의정체를궁금해한다.요시히로씨는한번도모습을드러내지않고,‘나’는그의집바닥에네모난구멍이뚫려있는걸보게된다.더욱수상한건시간이흘러도요시히로씨는이사를오지않고,정화의행방이갑자기묘연해진것이다.엎친데덮친격으로‘나’가회사에서횡령을저질러온사실이밝혀진다.경찰에쫓기게된‘나’는이곳저곳을전전하며신분을숨긴채생활하고,한골목에서시비가붙자자신을일본에서온‘요시히로’라고거짓말하기에이른다.요시히로의정체는과연무엇일까.그의집에난구멍은대체무엇일까.‘나’와요시히로는어떤관계일까.중요한것은‘나’가어떤식으로든자신의진짜모습을숨겨왔다는점일것이다.
그렇다면자신의감정을억누르고본질을숨기는것만이평온한일상을이어나가는해결책일까.인물들의곁에서그렇지않다고말하는사람들이있다.바로인물들이우연히만나게되는,“다시볼일없”(207쪽)는타인들이다.「힘내는맛」의고승재,「보라색사과의마음」의이소벨,그리고「가을의곡선」의크리스티안이그렇다.「힘내는맛」의경완은출장지에서만난승재에게그간자신이억눌러온감정을표출해보인다.승재는그에응답하듯이경완에게자신의복잡한가정사와막막한진로에대해털어놓는다.「보라색사과의마음」의이소벨은은영이번역하는책의저자로,은영이들려준이야기를듣고은영에게“같은경우는아니지만제게도소중한사람을잃은경험이있”(58쪽)다고고백한다.「가을의곡선」속크리스티안도혜진에대한서운함을느끼고있으면서도그것을부정하는진송에게자신이스승과갈등했던이야기를하며이렇게말한다.“겪어보지못한일”이지만“모른다고할수도없을것같”(126쪽)다고.
이소벨은은영에게보내는메일의말미에이렇게적는다.“이세상을살아가는우리는아무리희미할지언정어떤식으로건서로연결되어있습니다.”(59쪽)다시볼일이없기에서로의가장내밀한부분까지털어놓는이인물들은어떤식으로든자신들이연결되어있으며,각자다른경험을했지만그경험이어느정도닮아있음을인식하게되고,그인식을바탕으로자신의감정을직시하게되는것처럼보인다.그렇기에경완이승재가‘힘내는맛’이라며건넨음료를받아드는장면이나은영이마침내눈물을흘리는장면은잔잔한울림을남긴다.
그렇다면자신의감정을제대로직시하고상처를극복해내야만제대로사는것일까.최민우의소설은한가지방법이옳다는식으로우리에게삶의이정표를제시하지않는다.「가을의곡선」에등장하는미술가는“깨진부분을감추는게아니라더돋보이게”만드는수선기법인‘긴쓰기’에대해이야기하며“시련이가치를갖는”다거나“시련이사람을강하게”(118쪽)한다는낙관적인말들에의문을표한다.“어쩌면시련을극복할수록더엉망이되지않을까요?”(119쪽)이말은작가최민우가독자들에게건네는말로읽히기도한다.시련을극복하는것만이삶의정답은아니라고,감정을있는그대로느껴도괜찮고회피해도괜찮다고,어떤방법이든자신의마음과삶을지켜낼수있다면마음가는대로해도좋다고말이다.중요한것은“나는당신이무엇을느끼는지,당신은내가무엇을느끼는지모”(「가을의곡선」,52쪽)르지만그럼에도우리는“종이컵에실을이어만든장난감전화로속삭이는어린아이들처럼”(「가을의곡선」,59쪽)서로연결되어있으며완전히같지는않지만“모른다고할수도없”는경험을갖고있음을아는것이다.서로닮은경험을지닌우리는또하루를살아가기위해서로에게‘힘내는맛’음료를건넬수있다.
다시처음으로돌아가소설집의제목인‘힘내는맛’을들여다보자.‘힘나는맛’도아니고‘힘내는맛’이라니.「힘내는맛」속경완이지적했듯이이음료는엉터리처럼보일수도있다.최민우가우리에게건네는일곱편의『힘내는맛』은힘이저절로솟아오르게하는마법의약이아니다.하지만지친몸을이끌고잠깐한숨돌리며마시는,다음발걸음을떼게할에너지를주는,그리하여우리가직접힘을낼수있도록어깨를툭툭치는매력적인맛임은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