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란툴라 (밥 딜런 소설 | 양장본 Hardcover)

타란툴라 (밥 딜런 소설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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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밥 딜런, 그가 쓴 단 하나의 픽션!
201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이 발표한 유일한 소설 『타란툴라』. 1964년부터 66년 사이에 쓰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 작품은 시적 산문과 노랫말이 조합된 형식으로 인해 실험 소설이라 일컬어지는 저자의 첫 문학 작품으로, 당초 1966년 가을 출간될 예정이었으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그로부터 5년 뒤인 1971년에 비로소 출간되었다.

이 시기 수많은 곡을 통해 이미 포크 운동의 주역으로 여겨졌고, ‘시대의 양심’ ‘세대를 대변하는 목소리’ ‘젊은이의 대변인’등 수많은 칭호를 달고 다니는 상태였던 밥 딜런은 60년대 미국 대중문화계에서 비트 세대와 반문화, 저항과 젊음의 목소리이자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는데, 이 소설은 25세의 청년 밥 딜런의 정신의 지도와 같은 기록으로 볼 수 있다.

밥 딜런을 ‘거리의 음유시인’이게 한 수많은 노랫말이 탄생하기까지 그의 머릿속 생각을 여과 없이 옮겨놓은 상상의 보고이자 수많은 페르소나의 각축장이며, 베트남 전쟁과 인권운동, 창조적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환상을 보는 초현실주의적 서사시의 콜라주인 소설 『타란툴라』. 50여 년 전에 쓰인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반전·평화·젊음·사랑·음악 등을 주제로 대중문화와 사회 전반을 향해 던지는 밥 딜런의 시선에는 ‘지금 여기’를 환기하는 잠언과 통찰이 가득하다.
밥 딜런의 포크록 3부작이라 불리는 《모두 가지고 돌아오다(Bringing It All Back Home》(1965), 《다시 찾은 61번 고속도로(Highway 61 Revisited)》(1965), 《블론드 온 블론드(Blonde on Blonde)》(1966)의 작업 시기와 집필 시기가 겹치는 『타란툴라』. ‘반문화와 저항의 상징’으로 평가되던 자신을 향한 외부의 시선과 그 어느 것으로도 규정되기를 거부하던 내면의 지향 사이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끊임없이 다시 허물었다 다시 구축해가던 정체성의 역동적인 길항 작용이 곳곳에 드러나 있는 이 작품에서 ‘문학’이라는 영역이 지닌 ‘보편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

밥 딜런

저자 밥 딜런은 1941년 5월 24일 미국 미네소타 주 덜루스(Deluth)에서 태어나고 히빙에서 성장했다. 출생 당시 이름은 로버트 앨런 짐머맨(Robert Allen Zimmerman)인데, 1962년 좋아하는 시인 딜런 토마스(Dylan Thomas)의 이름을 따와 ‘밥 딜런’이라고 개명했다. 동유럽에서 이주해 온 부유한 유대인 집안에서 자라난 딜런은 미네소타 대학에 입학하지만 포크음악에 푹 빠져 1학년 도중 중퇴한다. 딜런은 미국 포크 음악의 거장 우디 거스리를 만나기 위해, 그리고 뉴욕에서 공연하기 위해 반체제 지식인과 보헤미안 예술가들의 도시였던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에 정착, 본격적인 포크가수 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수많은 클럽에서 공연하고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예술적 자양분을 흡수한다. 또한 잭 케루악·엘리엇 키츠·윌리엄 블레이크·앨런 긴즈버그 등 위대한 시인들의 작품을 연구하여 노래 위에 안착할 수 있는 시를 쓰면서 포크가수로서 빠르게 성장한다. 딜런은 인종차별과 군국주의, 매카시즘으로 점철된 1960년대 미국 정책에 저항하는 노래를 쓰고 부르며 새로운 세대의 대변자이자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다.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하모니카를 불며, 직접 쓴 저항의 시를 거친 목소리로 뱉어내는 딜런의 모습은 순식간에 미국의 젊은 세대를 사로잡는다. 1960년대 중반, 딜런은 포크 운동과 민권 운동의 주역이라는 수많은 칭호들이 자신의 자아와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구속한다고 느껴 정치적인 포크송을 노래하던 시기와 선을 그은 뒤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인다. 이후 딜런은 대중들에게 파격적으로 보이는 행보를 이어가는데, 1965년 뉴포트 페스티벌에서 일렉트릭 기타를 맨 채 밴드와 함께 공연할 때 청중들에게 숱한 야유와 비난을 받은 사건은 유명하다. 어쿠스틱이 아니라 시끄럽게 울려퍼지는 일렉트릭 사운드 속에서 노래하는 딜런의 모습이 팬들에게는 포크의 순수성과 진정성을 저버린 변절자의 모습으로 비춰졌던 것이다. 이후 비난과 찬사는 평생 딜런을 따라다니게 된다. 하지만 딜런은 이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페르소나와 사운드로 무장한 채 경계에서 또다른 경계를 넘는다. 딜런은 일렉트릭 사운드가 담긴 포크락 앨범 세 장을 발표하고, 유럽 투어에서 돌아온 뒤 대중음악계에서 자취를 감추며 약 1년간 은둔한다. 하지만 그 은둔기간 동안에도 실험소설 『타란툴라Tarantula』를 발표하고 지하 녹음실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사운드를 실험하고 자작곡을 쓰는 등 창작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이후 계속해서 앨범을 발표하며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에 대한 규정과 정의에서 끊임없이 벗어난다. 딜런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시들은 포크·로큰롤·블루스·컨트리·가스펠 등 무수한 장르를 넘나들며 매 앨범 달라진 목소리로 터져나왔다. 딜런은 존재 자체로 전설이 되었다. 활동 기간 약 60년 동안 마흔 장 이상의 앨범을 발표했으며 1억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또 아카데미상, 골든 글로브상, 로큰롤 명예의 전당 전설상, 케네디센터상, 폴라 음악상, 퓰리처상을 받았고 그래미상은 열세 번 수상하는 등 무수한 영예를 안기도 했다. 2016년 10월, 대중가수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미국 음악의 전통 내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기에’ 밥 딜런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목차

초판 서문 | 여기 ‘타란툴라’가 있다 | 009
권총, 매의 입술책 & 벌 받지 않은 떠버리 | 015
길쭉하고 키 큰 외부인과 이상한 술을 마시다 | 031
(마녀처럼 무의미한) | 034
플레인 비 플랫 조의 발라드 | 036
음속 장벽 깨기 | 039
뚝 떨어진 기온 | 041
플랫피크의 전주곡 | 043
거룻배의 마리아 | 050
무비 스타의 입속 모래 | 052
미친 사람 구역을 줄로 차단하기 | 056
출판되지 않은 마리아를 찾아가다 | 059
사슬 고리 40개 (詩) | 061
사랑으로 목이 메어 | 066
경마 | 071
호주머니 가득한 악당 | 074
무용無用 씨가 노동에 작별을 고하고 레코드 취입을 하다 | 076
호랑이 형제에게 주는 조언 | 078
불결한 감방에서 폭동을 구경하기 또는 (감옥에는 주방이 없다) | 080
절망 & 마리아는 어디에도 없다 | 083
아서왕의 방랑자 집단 속 남부 연방 밀정 | 086
키스하는 기타들 & 당대의 난관 | 090
떠돌이 노동자 모델에게 주는 조언 | 098
패자는 빈손이라는 냉혹한 현실 | 100
마리아의 친구에게 사랑을 고백하다 | 105
젊은 탈영병인 심부름꾼에게 보내는 편지 | 108
엽총의 맛 | 111
메이 웨스트의 스톰프 춤 (우화) | 114
캄캄한 밤의 굉음 | 118
적대적인 캄캄한 밤의 굉음 | 121
무책임한 캄캄한 밤의 굉음 | 124
강렬한 캄캄한 밤의 굉음 | 126
누군가의 캄캄한 밤의 굉음 | 128
캄캄한 밤의 굉음처럼 보인다 | 131
꿀꺽꿀꺽ㅡ단숨에 쭉 내 부름을 들어봐요 요들레이호 | 134
천국, 사회의 밑바닥, 덧없이 마리아 | 136
평화주의자의 펀치 | 138
신성한 목쉰 목소리 & 짤랑짤랑 아침 | 141
프로파간다 과목, 낙제 | 145
일요일의 원숭이 | 148
카우보이 에인절 블루스 | 158
지하의 향수병 & 블론드 왈츠 | 165
격노한 사이먼의 고약한 유머 | 171
사시이지만 매우 훌륭한 피아노 연주자를 발견했다 | 175
기물 파괴꾼들이 물펌프 손잡이를 가져갔다 (오페라) | 180
기계장치 속의 보안관 | 188
마리아의 변속기 속 가짜 속눈썹 | 194
알 아라프 & 촉성재배 위원회 | 198
옮긴이의 말 | 돈 룩 백 | 209
밥 딜런 연보 | 229

출판사 서평

밥 딜런,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
그가 쓴 단 하나의 픽션
1966년 25세의 청년 밥 딜런을 만나다!


“한 번만 읽고 덮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읽을 때마다 매번 새로운 착상이
우리에게 침입하는 걸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밥 딜런만의 불꽃 튀는 한 세계를 품고 있는 책.” | 록 매거진

“청년 시절의 밥 딜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 역시 분명 마음에 들 것이다.” | 시카고 선타임스

“사실 인생은 읽을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 담배에 불을 붙일 무엇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바보! 그래서 네가 혁명을 하려는 거구나”


비트 제너레이션의 아이콘이자 반문화와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던
1966년, 스물다섯 살 청년 밥 딜런의 정신의 지도
+
밥 딜런을 ‘거리의 음유시인’이게 한 수많은 노랫말이 탄생하기까지
그의 머릿속 생각을 여과 없이 옮겨놓은
상상의 보고이자 수많은 페르소나의 각축장
+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써내려간 시적 산문과 가사의 실험적 조합

= 밥 딜런 소설 『타란툴라』

2016년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놀라웠던 문화계 뉴스 중 하나를 꼽는다면 단연 ‘가수’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아닐까.

전년도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에 이어 2년 연속 ‘의외성’의 면모를 보여준 노벨문학상위원회의 행보는 ‘파격’이라 일컬어지고, 국내외 일각에서는 ‘문학’에 대한 배반이라는 의견과 ‘문학’의 범주 자체에 대한 근본적 고민과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대등하게 등장하며 한동안 활발한 논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러한 일련의 논의와 관계없이, 그가 50여 년 간 40여 장의 앨범을 통해 발표해온 400여 편의 노랫말이 문학의 반열에 오른 건 이미 오래전의 일이었다. 1970년대부터 영미문학계에서는 그의 노랫말을 텍스트로 삼은 학위 논문이 발표되기 시작했고, 문학계 일부에서도 그의 노랫말을 시로 인정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현재는 영미권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학 강의에서도 밥 딜런의 노랫말을 문학 텍스트로 활용함은 물론, 다른 작가들과 동등하게 그 이름을 문학의 영역에서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벨문학상 선정위원회가 내세운 이유 역시 “미국 음악의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로, 가수가 아닌 ‘시인’으로서 밥 딜런의 공로를 인정했다.

‘사건’이라면 사건이었고 ‘현상’이라면 현상이었을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마디로 ‘밥 딜런 문학 세계’에 대한 궁극의 ‘발견’이라고도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밥 딜런 문학 세계의 발견이라고 요약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그의 소설 『타란툴라(Tarantula)』다. 시적 산문과 노랫말이 조합된 형식으로 인해 ‘실험 소설’이라 일컬어지는 그의 첫 ‘문학 작품’ 『타란툴라』는 1964년부터 66년 사이에 쓰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고, 당초 1966년 가을 출간될 예정이었으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그로부터 5년 뒤인 1971년에 비로소 출간된다.

1971년 초판 출간 당시 “윌리엄 버로스의 『벌거벗은 점심(The Naked Lunch))』과 유일하게 비견할 만한 책”(뉴욕 타임스)이라 평가받으며 화제의 중심에 섰던 ‘실험 소설’ 『타란툴라』는 그의 자서전 『연대기: 제1권(Chronicles: Volume One)』을 제외하고 그가 출판을 염두에 두고 본격 집필했던 유일한 작품으로,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노랫말 텍스트들과는 또다른 측면에서 그의 작가적 면모를 확인케 하는 텍스트인 셈이다.

● 1966년 ‘전성기’와 ‘은둔’ 사이, 여기 ‘밥 딜런’이 있었다

“여기 ‘타란툴라’가 있다Here Lies Tarantula”

1971년 맥밀런 출판사의 편집자였던 로버트 마켈이 밥 딜런의 첫 책이자 첫 소설 『타란툴라』의 초판 1쇄를 펴내며 썼던 ‘편집자 서문’의 제목이다. (국내에는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된 그의 자서전이자 ‘두번째 책’인 『연대기: 제1권』은 미국에서 2004년에 나왔다.) 이는 다분히 독자들의 기다림과 그로 인한 초조함을 의식한, 흡사 모종의 선언 같은 제목이었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타란툴라』는 1966년에 나왔어야 하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해 가을 그의 책이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 사실만으로도 미국 대중문화계에서는 커다란 화제가 되었다.

1966년 가을, 우리는 밥 딜런의 ‘첫번째 책을 출간할 예정이었다. 다른 출판사들이 부러워할 만했다. “그 책 많이 팔릴 겁니다.” 밥 딜런이 저자라는 사실 말고는 그 책에 대해 아는 바가 없을 텐데 그렇게들 말했다. 밥 딜런은 아주 특별한 이름이었으니까. “아닌 게 아니라 존 레넌의 책이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 봐요. 밥 딜런이라면 그보다 두 배, 어쩌면 그 이상 팔릴 겁니다.” 책의 내용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던 것이다. _ 「초판 서문」 중에서

로버트 마켈의 회상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해 가을 유럽 투어에서 돌아온 밥 딜런은 집 근처에서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부상을 입고, 한동안 일체의 외부 활동을 중단한 채 칩거에 들어간다. 마지막 “몇 군데 수정하는 일”만 남겨두었던 소설 작업도 그대로 중단된 채 출간은 잠정적 유보 상태를 맞이한다. 출판사에서 대대적인 마케팅을 위해 준비해두었던, 그의 얼굴 사진이 인쇄된 버튼 배지와 쇼핑백을 창고에서 훔쳐다 파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출간 전 리뷰를 받기 위해 일부 인사들에게 사전 배포되었던 교정쇄는 해적본의 해적본으로 거듭나며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대중의 이런 기다림을 충분히 읽고도 남았을 출판사였지만, 마지막 수정을 남겨두었던 저자의 의사를 존중해, 출간을 강행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5년 뒤인 1971년 밥 딜런의 소설 『타란툴라』는 드디어 마지막 저자 교정을 마치고, 독자들에게 첫선을 보인다.

이처럼 마지막 수정을 남겨두었던 1966년부터 1971년 마침내 초판이 출간되기까지 5년의 시차가 있었고, 실제로 『타란툴라』 집필을 시작한 시기는 그로부터도 2~3년 전, 즉 1964년 전후로 추측된다. 이 시기를 전후한 밥 딜런의 행보를 살펴보는 것은 『타란툴라』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된다.

1963년 5월, 2집 《자유분방한 밥 딜런(The Freewheelin' Bob Dylan)》을 발표한 스물두 살의 청년 밥 딜런은 이미 저항적인 노래를 작곡하는 싱어송라이터로 미국 전역에 널리 이름을 알린 상태였다. 비틀스의 전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은 이 앨범에 대해 “가사의 내용과 딜런의 태도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독창적이고 훌륭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미국인들은 아직 젖살도 빠지지 않은 청년이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목소리로 저항과 반항의 메시지를 내뱉는 모습에 반했다. 특히 5월, <에드 설리번 쇼>에 출연하게 된 딜런이 리허설이 진행되는 동안 실무 책임자가 그의 노래 <존 버치 편집증 토킹 블루스(Talkin’ John Birch Paranoid Blues)>가 반 사회주의 단체에 불쾌감을 준다는 얘기를 하자 방송국의 검열을 따르지 않고 뛰쳐나간 사건은 사회저항적인 청년으로서의 상징성을 극대화한 사건이었다. 딜런은 이 시기 포크계의 여왕이라고 불리던 존 바에즈(Joan Baez)와 만나 연인이 되고 민권 운동에서 함께 노래하며 저항가수로서 두드러지게 활동한다. 이러한 흐름은 1964년 1월에 발표한 3집 《시대는 변하고 있다(The Times They Are A-Changin')》에서도 이어진다. 이 시기 딜런은 수많은 곡을 통해 이미 포크 운동의 주역으로 여겨졌고, ‘시대의 양심’ ‘세대를 대변하는 목소리’ ‘젊은이의 대변인’등 수많은 칭호를 달고 다니는 상태였다. 딜런은 수많은 대중들에 의해 둘러싸여 어떤 칭호와 규정들이 자신을 잠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뉴욕으로 향했을 때 바라던 대로 중심에 있었지만, 그 때문에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딜런은 민권 운동이 자신을 제약하고 조종한다고 느낀다. 케네디가 암살당한 직후 딜런은 국가비상사태위원회가 수여하는 톰 페인 상(Tom Paine Award)을 받았으나, 시상식에서 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위원회 구성원들을 구세대 대머리 종자들로 묘사하고 자신을 포함한 모든 남자들에게서 케네디를 암살한 리 하비 오즈월드를 본다고 주장해서 큰 논란을 빚는다. 또 딜런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똑같은 질문들(어떤-저항의-메시지를-담고-있나요?)에 진저리를 치며 비아냥거리거나 반항적인 반응으로 일관한다.

기자 '세찬 비가 쏟아질 거예요(Hard Rain’s A-Gonna Fall)’라는 노래 말인데요,
핵전쟁에 대한 당신의 감정을 표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딜런 아뇨, 이건 핵전쟁 노래가 아니에요.
기자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딜런 핵전쟁 노래가 아니라고요. 그냥 폭우예요, 핵을 묘사한 게 아니고요. 폭우라고요.
기자 당신이 쓴 모든 노래는 실화보다 더 사실 같아서 핵전쟁 얘기를 한 겁니다.
무슨 얘긴지 아시겠어요?
딜런 시사적인 건 흥미가 없어요. 시사적인 노래는 쓰지도 않는다구요.
시사적이라는 말도 좋아하지 않고요. 내말은, 실화에 관한 노래가 아니라는 거죠.

1964년 6월, 딜런은 《밥 딜런의 또다른 면(Another Side of Bob Dylan)》을 발표하며 실질적으로 정치적인 포크송을 노래하던 시기와 선을 긋는다. 수록곡인 <그대여, 나는 아니야(It Ain't Me Babe)>는 러브송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실은 정치적 대변인의 역할을 거부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저항 가수로서의 노선을 걷고자 했던 존 바에즈와도 결별한다. 1960년대 중반, 딜런의 겉모습은 크게 달라진다. 그야말로 수수한 차림의 포크 싱어송라이터에서 포크록스타로 위치를 선회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