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집 (양장본 Hardcover)

구멍 집 (양장본 Hardcover)

$10.50
Description
동시집『구멍 집』에는 순서대로 영글고 또 사위어 가는 우리들의 시간이 담겼다. 시인은 너른 시야로 땅과 푸나무와 짐승과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을 하나하나 짚어 간다. 흰둥이와 아이가 나란히 먼 데 일갓집에 심부름을 가는 풍경, 상수리나무가 지난 날 만났던 다람쥐 어깨를 툭툭 치며 반가워하는 장면, 큰 눈 얹혀 팽팽해진 겨울 대밭의 모습 등이 풍부한 계절의 정취를 바탕으로 맞물려 흘러간다. 제주에 사는 화가 배중열의 그림은 독특한 시적 시공간을 고유의 필치로 부드럽게 물들여 주었다. 뻔하지 않은 유머와 강렬하고 조화로운 색조는 각 편의 시를 마치 처음 만나는 장면처럼 독자에게 전한다.
저자

조성국

저자조성국은전라도광주염주마을에서태어났다.1990년『창작과비평』봄호에「장대비」외6편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하였고,2015년『문학동네』여름호에「구멍집」외1편을실으며동시도쓰기시작했다.그동안지은책으로시집『슬그머니』『둥근진동』등이있다.

목차

제1부소낙비

소낙비12
흰둥이14
망16
별이뜨는이유17
살구나무집18
구멍가게할머니19
개밥그릇20
고자질22
구멍집24

제2부바람우체부

바람우체부28
다람쥐와상수리30
지렁이밑줄32
벼이삭34
강36
보름37
할아버지풀머리38
전깃불이나가면39
자전거타기40
버릇없는녀석41
손빨래42
도둑놈풀43

제3부얼음뚜껑

얼음뚜껑46
오리털잠바48
저녁49
세탁50
해일51
솔개52
병아리와싸락눈54
오줌싸개55
꾀56
겨울대밭58

제4부봄손님

봄손님62
화살새63
면봉64
손뼉66
두릅나무67
논물68
부처님머리혹70
반장선거71
헛방귀72
어림짐작73
똥침74
장기자랑75
이팝나무76

해설|김진경79

출판사 서평

숭숭뚫린구멍이집입니다
갯벌에가면집이구멍입니다
길쭉한갯지렁이구멍옆에바지락구멍
그옆에꼬막구멍그옆에농게칠게구멍
그옆에비틀이고둥구멍그옆에짱뚱어구멍
그옆에낙지구멍그옆에또길쭉한허리를
오므렸다펴는갯지렁이구멍
다같이똑같은갯바닥구멍집에살고있습니다
옆집보다더높은집을짓고사는이웃은
아무도없었습니다
_「구멍집」전문

갯바닥에늘어선구멍들은모양도크기도가지각색이지만옆집보다더높은집을지은이는없다.문학동네동시집시리즈의51번째구멍에조성국시인이집을지었다.시인조성국은1990년『창작과비평』봄호에「장대비」외6편을발표하는것을시작으로시집『슬그머니』『둥근진동』을출간하였고,『구멍집』은첫동시집이다.

◆여름가을겨울그리고봄,동그라미바퀴를달고잘도궁글어가는우리들의시간

동시집『구멍집』에는순서대로영글고또사위어가는우리들의시간이담겼다.“갑자기/방앗간양철지붕위로후다닥,”빗줄기가내닫기일쑤인한여름이가면(「소낙비」)뒤란은행나무가밑둥치께“노란엽서수백통”(「바람우체부」)을쏟아놓는가을이성큼오고벼가여문다.벼포기들이“노랗게익은황금빛고개를/가만히”수그릴라치면어느새바람이맵고,어느집마당에서좁쌀인양“싸락싸락치대는싸락눈의/거짓말에”병아리가홀랑속아날개깃만털때(「병아리와싸락눈」)연못은“딴딴한/뚜껑을”꽁꽁내닫는다(「얼음뚜껑」).그리고봄은문득다가온다.“엊저녁한꺼번에/동네개짖는소리시끄러워서/누구오나,궁금했더니//다음날/마당가매화나무에꽃망울이/아장아장맺혀”있는것을보게되는것이다(「봄손님」).
시인은너른시야로땅과푸나무와짐승과사람이살아가는공간을하나하나짚어간다.흰둥이와아이가나란히먼데일갓집에심부름을가는풍경,상수리나무가지난날만났던다람쥐어깨를툭툭치며반가워하는장면,큰눈얹혀팽팽해진겨울대밭의모습등이풍부한계절의정취를바탕으로맞물려흘러간다.고유의속도대로타고난본새대로살아가지만,박자는잘도어울린다.

◆순하고곧은시선이다가가머문터

녹슨양철빗물받이내려앉은
헌집을지나다가
딱친구와함께놀던때에는
쳐다보지도않은살구꽃보며
꽃지면노랗게
통통잘익은살구나무밑둥치를
발로걷어차
후드득떨어진살구알을
혼자주워먹을생각에
입안가득군침을고이다가
딱친구도없는살구나무집을쳐다보며
시금털털하고달기도한친구를
한참생각하기도하다가
_「살구나무집」전문

시인은한곳에앉아물끄러미어딘가를바라보기를즐기는듯하다.녹슨양철빗물받이내려앉은옛친구의집을지나다가하는생각은살구나무가꽃을피우고열매를맺을때까지의시간을관통하며시금털털하고달기도한기억을데려온다.마당가에서한없이비맞는개밥그릇이라든가여우비그치고지렁이가그어놓은밑줄,하필이면내바짓가랑이에달라붙어서버려지는도깨비풀,불룩해진잠바안에서삐져나와쌩하니휘날리는오리깃털처럼시인의눈길을붙드는것들은대개남들이쉬이지나치는작은것들이다.때로는그저대상과의거리를바라보기도한다.점점이별이뿌려진밤하늘,잔잔한저수지의수면,물댄논,봄비그친마당,하늘한복판의햇발이발갛게물들기시작하는현장등이다.순하고곧은그시선이다가가머문공간들은이내스스로자기를열어이야기를꺼내준다.

저건분명닭이
모이를쪼는자국이다

노란서숙알갱이같이
콕콕
별이뜨는건
캄캄한하늘을
밤새쪼아댔던흔적들이
남아있어서다

새벽에우는닭울음이
바로그증거다

_「별이뜨는이유」부분

해설을쓴시인김진경은“이시를이야기로푼다면닭을토템으로하는원시부족의별에대한애니미즘신화쯤될까.조성국의동시는이애니미즘신화를닮았다.”고말한다.애니미즘신화는인류가비유의능력을통해최초로자연과인간의기원과이치를해명한‘이야기시’라는것이다.

◆아이의머릿속에서끊임없이반복,창조되는태초의신화

“인간의태아는인간의진화과정을반복한다.어린아이의두뇌에서는어느순간수만년전현생인류의뇌에서일어났던두뇌혁명의빛이최초의모습그대로반짝일것이다.조성국시인의동시는어린아이의머릿속에서일어나는이애니미즘적사유의현장을민첩하게포착해낸다.”
시인김진경은조성국의동시에서읽어낸이야기를모든아이들의머릿속에서매순간반복해서태어나는최초의신화라고명명한다.‘나’가담긴방과‘타자’가담긴방이연결되기시작하면서‘공감’이발생하고‘정서적연대’가생겨나고우리들은비로소세상만물을나와같은존재로느끼는애니미즘적사유를체화해간다.이최초의신화는인간과자연의,인간과인간의공감과연대를이야기하고있다는점에서변하지않는진실을담고있다.

제주에사는화가배중열의그림은독특한시적시공간을고유의필치로부드럽게물들여주었다.뻔하지않은유머와강렬하고조화로운색조는각편의시를마치처음만나는장면처럼독자에게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