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가능성들의 세계 (차미령 평론집)

버려진 가능성들의 세계 (차미령 평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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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문학평론가 차미령의 첫번째 평론집!
차미령은 늘 세심하게 동시대 문학의 현장을 관찰하고 기록했으며, 특히나 눈에 잘 띄지 않는 희박하고 우연적인 숨결들에게 집중해왔다. ‘문학의 종언’이 떠오르던 2000년대 중반부터 심화되어가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휩쓸려 인간성이 점점 더 피폐해져가고 있는 현재까지 그가 문학에서, 또 사회 속에서 목격한 것은 무엇인가. 그 난망하지만 아름다운 기록이 여기에 있다.

1부에서는 황정은의 소설로 시작하여 은희경, 성석제, 강영숙, 박민규, 조하형, 편혜영 등의 소설들을 다루고, 2부는 김애란, 윤성희, 손보미, 김연수 등의 작가들을, 3부에서는 김이설, 김훈, 백가흠, 천운영, 전성태의 소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4부에서는 권여선, 김인숙, 조경란, 김중혁, 정한아, 김유진, 기준영 등의 작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

차미령

저자차미령은서울대국문과와동대학원을졸업했다.계간『문학동네』편집위원을역임했으며,현재광주과학기술원기초교육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책머리에:버려진가능성들의세계

1부/
2010년대소설의사회적성찰―황정은론
보론:말없는저항의형식―유령과사물의목소리로부터
이식의고통과고독의연대―은희경론
강의도리,민의싸움―성석제장편소설『위풍당당』
유기에맞서서―윤성희와강영숙의소설
환상은어떻게현실을넘어서는가―박민규와조하형의소설
재와피로덮인얼굴―편혜영장편소설『재와빨강』
다시읽는「벌레이야기」―4·16세월호참사1주기에부쳐

2부/
이야기꾼의탄생과진화1―김애란장편소설『두근두근내인생』
이야기꾼의탄생과진화2―윤성희론
이야기꾼의탄생과진화3―손보미론
실패의기록―2010년대장편소설논의에부쳐
이야기와세대적기원의재구성―1996년의호출에대한단상
읽다,이해와사랑사이에서―김연수장편소설『원더보이』
타인을이해한다는것―성석제와김애란의근작을읽고

3부/
그소녀의목소리로부터―김이설론
말해질수없는것들,말해지지않은것들―김훈론
인간,동물,괴물―2000년대소설에나타난동물성의사유
바깥의시선에서안의감각으로―백가흠론
그로테스크멜랑콜리,상실에대응하는한가지방식―천운영론
국경의바깥―2000년대소설에나타난경계넘기의두양상
성정치에관한파편단상―배수아의『에세이스트의책상』을다시읽으며

4부/
돌아보다―권여선론
후일들―김인숙론
바로지금당신의혀위에서―조경란장편소설『혀』
발명하는인간의도시제작기―김중혁론
파동은그대의심장으로흘러―정한아론
인상파의복화술―김유진론
꿈의극장―기준영론

출판사 서평

“전망을내놓을수있는처지가아니었기에,더가까이서자세히보려고했다”
문학평론가차미령의첫번째평론집이문학동네에서출간되었다.평론을쓰기시작한지10여년,그가늘단단한글로널리회자되어왔음을생각하면조금늦게도착한것같기도하다.하지만이역시그의진중하고사려깊은성정을생각하면이해못할일이아니다.늘세심하게동시대문학의현장을관찰하고진중하게발언했으며,특히나눈에잘띄지않는희박하고우연적인숨결들에집중해왔다.‘문학의종언’이떠오르던2000년대중반부터,신자유주의의거센물결에휩쓸려인간성이점점더피폐해져가고있는현재까지그가문학에서,또사회속에서목도한것은무엇일까.그난망하지만아름다운기록이여기에있다.

버려진,그러나아름다운가능성들에대하여
삶이무수한선택의연속이듯이야기역시그러하다.소설의세계속에서무수히뻗어나가던사유의가지들은어느사이굵직한몇몇으로추려지고,고된판단과퇴고를거쳐마침내선택된단하나의길은눈부시다.사람들은이를찬탄하며‘작품’이라부르기도하고,그길을따라한시대의궤적이나정신을읽어내기도한다.그러나차미령은이과정에서버려진행간의가능성들에주목한다.주변적인인물들,별뜻없어보이는대사들,어떤날씨와상황들,우연적인맥락들……글쓰기의우주에서버려지는이모든가능성들은아무렇게나구겨진채쓰레기통에던져지거나잘못쓰인편지처럼수신자에게닿지못하지만,이런것들이야말로서사의보이지않는지층을만들어낸다고말한다.읽기를미완의상태로,끊임없는반성적운동으로,생명을거듭하게하는서사의힘.때문에그가동시대소설에서읽어낸것도사라지고지워지고버려지는것들에서세계성을발견하려는움직임이다.어떤가능성들이마침내상실되었음을응시하고,배제된가능성들이그존재를요구하는세계.차미령이정리하는지난10년간의장면들이다.

1부에서는황정은의소설로시작하여은희경,성석제,강영숙,박민규,조하형,편혜영등의소설들을중심으로2000년대한국문학에나타난다종다기한양태를다룬다.그리고이청준의「벌레이야기」로부터세월호에관한이야기도풀어놓는다.

“당신원통함을내가아오.”팽목항방파제에자리한여러사연들중에는“5·18엄마가4·16엄마에게”보낸문장들도있었다.“힘내소.쓰러지지마시오.”그원통함을조금이라도아는사람이라면,자연스럽게갖출수있는어떤태도가있다.저마다앎의깊이는다를것이고,누구도모두알수는없을것이다.하지만적의와혐오에맞서,슬픔의공동체를배려의공동체로전환해나가는데에는무엇보다진실이필요하다.“그럴권리는주님에게도있을수없어요.”신과도맞서싸우겠다는의지,우리는지금그것을시험당하고있는지도모른다.(142쪽)

2부는김애란,윤성희,손보미,김연수등의작가들을다룬다.‘이야기꾼의탄생과진화’라는제목아래묶인세편의작가론은이중에서도백미라고할만하다.또한‘실패의기록’이라는제목으로2010년대문단에서펼쳐진장편소설에관한논의도담았다.

서사장르에서창의적인이야기의힘은그것의내용에의해좌우되는것이아니다.이야기소를배치하고조율하는,사건의단서를감추고드러내는,다시말해이야기를구축해나가는방식은궁극적으로삶이라는미스터리에어떻게가닿을것인가라는이야기꾼의질문과결부되어있다.우리가별것아닌이야기앞에서불현듯신음을토하게되는순간은,이야기꾼이우리가사소하게지나쳐온것들을통해은연중본질을파고드는순간이다.(164쪽)

3부에서는김이설,김훈,백가흠,천운영,전성태등의소설을중심으로이야기한다.이와관련하여2000년대한국소설에나타나는인간의동물성에대한사유와부쩍늘어난국경/경계넘기의양상을다룬다.배수아의『에세이스트의책상』을다시읽으며성(性)의정치학에관해톺아보기도한다.

세상에는그런일도있지않겠느냐고반문하는것은소설속의인간과그삶을존중하는태도가오히려아니다.이내러티브가구조화될때,지워진타자가진정무엇일까를지속적으로고민해야한다.생존의조건에압도되어고통스런순응의길을가고있는어른들의몸속에갇힌소녀,그소녀의불가능한목소리로부터우리는어쩌면다시시작해야하는것인지도모른다.(275쪽)

4부에서는권여선,김인숙,조경란,김중혁,정한아,김유진,기준영등의작가에대해이야기한다.순서대로『내정원의붉은열매』『그여자의자서전』『혀』『1F/B1』『나를위해웃다』『여름』『연애소설』등의작품을중심으로펼쳐나가는이채로운사유는독자로하여금다시그책의페이지들을펼쳐보게끔유도한다.

머리맡에아껴두고생각날때마다꺼내어읽고싶은문장들로가득한책을읽었다.그것이아름다워서가아니다.이런말이허락된다면,인생의진실이스며있기때문이다.삶의진실들은경향에무관하고흐름에구속받지않는다.소설이한철지나고새로사는옷과같이여겨지는시절에,천천히젖어들게하는이야기들을읽었다.돌아보면,사리를분별할줄알게된이만이쓸수있는소설에늘탄복했던것은아니었다.하지만삶의어두움에가까이다가간이가,자신의아픈자리들을담담하게돌아보는소설들앞에선늘할말을잃었었다.(424쪽)

‘소설의죽음’을말하는시대에소설을읽고,생각하고,그것에대해비평하는행위는제법쓸쓸해보이게마련이다.그러나수전손택의말처럼,‘이것은중요한이야기’라고발언하는것만이우리에게남은유일한윤리일지도모른다.버려지는모든것들사이에서,그아름다운가능성들의세계에서오늘도문학자는읽고,쓴다.

*

소설의세계는가능성의세계다.무엇이든다할수있다는식의자유를뜻하는것이아니다.다시적으며,소설의세계는그이야기가완성되기까지버려진가능성들의세계다.우리가서사적긴장을느낄때혹은판단의압력과마주할때는,지금마주하고있는이야기안에존재하는다른가능성들을감지하거나의식할때이다.선택되지않은그가능성들이서사의보이지않는지층을만든다.결국다른가능성들이버려진다해도,이야기는그흔적의전부를지울수없다.그것은폐기되는동시에생성된다._‘책머리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