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깐 설웁다 (허은실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 (허은실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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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소풍이라 말하려 했는데 슬픔이 와 있다“
문학동네시인선 090 허은실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1975년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2010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 허은실이 첫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를 펴낸다. 이번 시집에는 총 63편의 시가 총 3부로 나뉘어 담겨 있다. 허은실 시인 특유의 유연한 목소리와 자유자재로 뻗는 상상력의 자발성, 그럼에도 다소곳한 성품의 차분함이 읽는 내내 어떤 울컥함으로 내 안에 차고 고임을 느끼게 한다.
저자

허은실

저자허은실은1975년강원도홍천에서태어났다.2010년『실천문학』신인상을통해등단했다.

목차

시인의말005

1부소풍이라말하려했는데슬픔이와있다

저녁의호명012
푸른손아귀014
이별하는사람들의가정식백반016
물이올때018
바람이부네,누가이름을부르네020
제망매022
칠월그믐024
윤삼월026
야릇028
뱀의눈030
삼척031
무렵032
소수1034
목없는나날036
이식038
혀040

2부나중은나직이였네

맨드라미044
유월045
당신의연안046
우리들의자세048
입덧050
처용엘레지052
유전054
소설056
이마058
칡059
둥?은060
자두의맛062
커다란입술064
마흔065

3부이러다봄이오겠어

농담068
검은개069
후루룩070
치질072
폭우073
캐리어074
보호자076
변경077
검은문078
더듬다080
소수2081
소수3082
상강083
바라나시084
하동역086
간절087
지독088

4부너무많은사람들이사라져가요

라이터소녀와껌소년의계절092
MidnightinSeoul094
너는너의방에서096
월스트리트098
나는잔액이부족합니다100
Man-hole101
무인택배보관함옆에는102
Re:제목없음104
데칼코마니106
하류108
치금매입110
나의아름다운세탁소112
활어전문114
빗방울들이집결한다115
제야(除夜),우리들의그믐116
광장이공원으로바뀌어도118

해설|뱀을삼킨몸121
|강정(시인)

출판사 서평

2010년『실천문학』을통해등단한허은실시인의첫시집을펴낸다.데뷔7년만에선보이는시인의시집『나는잠깐설웁다』는총4부에걸쳐63편의시가나뉘어담겨있는데제목에서유추가되듯‘나’와‘잠깐’과‘설움’이라는단어셋에일단은기대고시작해도좋을듯하다.우리를대변하는비유로서의‘나’와생이긴듯해도찰나라는의미로의‘잠깐’과사는일의기쁨과슬픔을한데모았을때그교집합정도로의‘설움’이라는말이어쩌면우리가시로말할수있는모든이야기이며그근간의맥이다싶기때문이다.
이시집속마지막시까지다읽고났을때우두커니선내앞에덩그러니남는감정은묘한통증이었다.이를테면짙고도깊고도잦은통증.그래서참막막한통증.설명할길은만무하나짐작은되고도남는,용케도집힌다면검은어떤덩어리의묵직한만져짐이라고나할까.특별히머리가쑤시는것도가슴이조이는것도허리가욱신대는것도무릎이저린것도아닌데어딘가참아프기는하여서마음은눈물범벅인데말하려하면입이붙어벙어리가되는그답답함이라고나할까.
허은실시인은사는일에,또살아온일에대해하고픈말이꽤많았던모양이다.그러나그때그때다하지못하고애써꾹꾹눌러참아왔던모양이다.그래서아쉽고속상하고시렸지만돌이켜보면또참아내길잘했다고틈틈자위하는모양이다.덕분에항아리속엄지손톱만큼의곰팡이도피지않고힘있게잘도묵어가는장처럼시인의시들은특유의깊은맛을가진듯하다.말을하는것보다말을참았을때더하고더할사람들의귀기울임,그휘어지는몸의힘을믿었던이유가아니려나.사람으로인해힘들었으나그럼에도사람만이사람을구원할것이라는정공법을믿는선한의지의소유자가시인인까닭이아니려나.
‘입술에앉았던물집이’이제겨우아물어가는데자꾸만나아가는상처를맛보려하는‘혀’의예의그분주함,뒤척임,부지런함,호기심이이시집한권을부려냈다.딱지가앉고나면덮을수있는상처의기억도덕분에생생할수있었다.그즉시울부짖음으로의엄살로부터한참을떠나온뒤니덕분에거리감을가질수있었다.두고본다는일,지켜본다는일,잴수없지만분명‘있는’그멀어짐덕분에형성할수있었던공감대.
시인은끊임없이자문한다.“어디로가는가무엇이되는가”우리사는일을두고시인이내린정의는이러하다.“소풍이라말하려했는데슬픔이”와있다고.갓태어난아기가“뱃속에서육십년쯤살고나온얼굴”로보이는시인만의예민한촉수가헤집어대는생과사의안팎은놀랍게도어떤구분이란게없다.죽은아비와죽은애인들의다녀감도일상이고“다시는태어나지말”라고아기에게말을붙이는시인의호명같은허명도일상이다.나는나인데“누군가나를뒤집어쓰고있”는듯한그느낌,그기척,그수군거림.“어둔창에서나를바라보고있는나를닮은이”를발견한뒤로“문득나또한누군가의몸에세”들어살아간다고삶과죽음의경계를일찌감치지운채“산사람이귀신이된사람에게엎드리는형식에대해”다만시인은아물어가는입술을자꾸만뜯을뿐이다.
어차피“꽃은시들고불로구운그릇은깨”지게되어있다.그러나그렇다고해서있던꽃이없었던꽃이되고,깨지기전의그릇이없었던그릇이되는것이아니다.우리모두있었는데없던존재로“다자라지도않았는데”사라져갈뿐이아닌가.그러고보니세상만물이허투루보이지않는다.세상만물하나하나의이름이내이름만같고세상만물하나하나의어제오늘이나의어제오늘만같다.생각해보셨는가들.“당신의뒤척임을이해하느라손톱이자”란다는말을.
특히나허은실시인의언어는밀도있는여성의말이다.여성의말만이가질수있는‘부드러운데센’일침이란것이분명있다고보는것이다.너그러운데안들여보내준다.따뜻하게쓸어보는데차갑게밀어낸다.둥글어서만만한데그둥?이안멈추고계속굴러간다.그‘둥?’이라는것,끝끝내100이고자하는것이아니라“구르고구르다가모서리를지우고”“무덤의둥?”으로“다른씨앗”그“0이”되겠다는“누런바가지”여,“부엌한구석에엎디어쉬고있는엉덩이”여.
몸이란것도마음에세든바있어시인은자주아팠고여전히아프고이러다영아픔을모르는그곳에서잊은아픔을불러내어잊힌그아픔에공감하며살아갈테지만,그런연유속의시인이기에타인의아픔에대한공감이참애틋할정도다.“사방유리벽에이마를찧으며우리는”“24시피트니스센터전면유리창”같은생을한데뛰며산다는연대를온몸으로흡수하는시인인탓이렷다.“우리의통점엔차도가”없지만“골목을흔들며떠나는뒷모습을오래보아주는것”밖에할수있는일이없는우리라지만“흩어지면죽”고“흔들려도우린죽는다”는마음으로시인이내민손은글쎄“지문이다닳”아있다.“타인이라는빈곳을더듬다가”필경그랬을사연.“너무많은사람들이사라져가”고있지만그러다“이러다봄이오”지않겠나.너니?나야?물음속에저기대답하는‘응’.너나할것없이모두너와나로이루어진‘응’의존재들.이제아시겠는지.“‘응’은둥글”고오늘도“멀리까지굴러가기위해굴러가서먹이기위해”“나가서너에게굴러”가는이땅의모든‘응’은하여이땅의모든엄마라는사실.우리모두‘응’으로부터던져진‘0’의씨앗들.죽어서도잘자랄것이기에우리모두이번생은잠깐설웁다가는것으로,그렇게합의를보는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