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눈이콩은 기죽지 않아

쥐눈이콩은 기죽지 않아

$12.50
Description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등단한 뒤 50년 가까이 동시문단을 일궈온 이준관 시인의 동시집 [쥐눈이콩은 기죽지 않아]. 햇볕 바른 남향에 풍금이 놓여 있던 교실에서, 벽돌집이 다닥다닥 늘어선 서울 사당동과 고척동 골목길에서, 또 마음에서 아이들을 만나온 그. 그 시간을 품고 발효된 동시들이 이마를 맞대고 오불오불 붙어 앉아 먹어봄 직한 밥그릇에 담겼다.

저자

이준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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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제1부달팽이가나왔다지렁이가나왔다아이들이나왔다
지구의힘
바다에는쪼그만게가산다
배추흰나비

바닷게
살았니?죽었니?
비오는날
비온뒤
방울
꽃씨난로
가장먼저
꼬리꼬리나왔네
밥그릇
제2부구둣방할아버지떠돌이고양이보미나이민우
꼭꼭
내가사는골목길동네
눈밟고간다
혼자사시는할아버지
쏘옥?
해가지려면
우리집에데려가도되겠니?
골목길계단에앉아
저녁

제3부거미는골똘히우리집돼지도골똘히나도골똘히

땀방울닦는모습
거미
우리집돼지
시골에서온아이
저녁무렵꼭그시간이면
김치
모두골똘히
봄눈
그냥놔두세요
꽃씨를심고
제4부쥐눈이콩은기죽지않고내자전거는넘어지지않고
쥐눈이콩
오늘은참새처럼
우리글
잠자리
물수제비
비오는날은심심해서

내자전거
눈이와서
한가위보름달
해바라기
열두살의내방
해설:최명표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50년가까이동시문단을일궈온이준관시인의새동시집
1971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동시가당선되어등단한뒤50년가까이동시문단을일궈온이준관시인.어린이이며,어린시절을거쳐간이들은한번쯤그의동시를읊어봤을만큼아이들의체험과마음을담은동시들을써왔다.그런그가새동시집『쥐눈이콩은기죽지않아』를내놓았다.햇볕바른남향에풍금이놓여있던교실에서,벽돌집이다닥다닥늘어선서울사당동과고척동골목길에서,또마음에서아이들을만나온그.그시간을품고발효된동시들이이마를맞...
50년가까이동시문단을일궈온이준관시인의새동시집
1971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동시가당선되어등단한뒤50년가까이동시문단을일궈온이준관시인.어린이이며,어린시절을거쳐간이들은한번쯤그의동시를읊어봤을만큼아이들의체험과마음을담은동시들을써왔다.그런그가새동시집『쥐눈이콩은기죽지않아』를내놓았다.햇볕바른남향에풍금이놓여있던교실에서,벽돌집이다닥다닥늘어선서울사당동과고척동골목길에서,또마음에서아이들을만나온그.그시간을품고발효된동시들이이마를맞대고오불오불붙어앉아먹어봄직한밥그릇에담겼다.
어머니가
밥을담아주는
내밥그릇.
강아지가혀로싹싹핥아먹는
강아지밥그릇.
나비가얌전히앉아먹는
민들레꽃밥그릇.
꿀벌들이
오불오불붙어꿀을먹는
해바라기꽃밥그릇.
붕어피라미꼬물꼬물모여
호르륵먹는
시냇물밥그릇.
알고보면
해도햇살밥수북이담겨있는
우리모두를먹여살리는밥그릇.
세상에는밥그릇이참많네.
서로이마를맞대고
오순도순먹으라고.
「밥그릇」전문
재밌는이야기들이골목길처럼꼬불꼬불이어지고
신나는이야기들이완두콩덩굴손처럼마음을간질간질감고오르는곳
큰길부터시작돼집집까지닿아있는골목길.아침이면꽃집과구둣방이문을열고,저녁이면밥짓는냄새에둘러싸여밥먹어라,더놀다가,소리가울려퍼지고,노을이바라다보이는계단에서는아이가책을읽는곳.시인을따라골목을탐방하다보면,동네에깃들여사는이들의다양한이야기를만날수있다.눈사람을집에데려가고싶은아주머니,고장난물건을고쳐주는털보아저씨,떠돌이고양이였다가골목에자리잡은‘보미’라는고양이와염소처럼해해해해웃기잘하는아이,그리고골목의손님인생선장수까지도지나치지않는다.살아있는모든것의소리와냄새,다정한체온을구석구석만날수있는골목,아이들은이골목에서뛰어놀며삶에서중요한가치를배운다.
집집마다
분꽃같은불이켜지면
모두우리집같지
집집마다
저녁별을보고
강아지가짖어대면
모두우리강아지같지
집집마다
“조금만더놀다가,응?”
친구가붙잡고조르는소리
모두우리친구소리같지
“밥먹어라!”
집집마다부르는소리
모두우리엄마목소리같지
「저녁」전문
새학년이되었다
키도쑤욱커졌다
이제골목에나가면모두나를
형이라고부른다
골목길을달리다넘어져도
하나도안아프다
이제형이니까
아이들이개미를밟으려고하면
“그러지마,개미가불쌍하잖아.”
하고점잖게말한다
이제형이니까
「형」부분
작은곤충의목숨도귀히여기는마음,남의집감나무도꼭안아주는팔,할머니의무거운짐을거들어주는손,달리기꼴찌로들어왔어도씨익웃는얼굴,사방치기하다가싸움이나도다시화해하는마음…….골목은점차사라져가고있다지만,시인은보편적인동심의시간과공간이며아이들의마음이모이는새로운공간으로골목을그려냈다.그리고이골목은지구라는커다란세계와포개진다.
골목의힘,골목식구의힘
지구의힘,지구식구의힘
이동시집에는골목이품은식구들과더불어지구가품은식구들,그들이내는땀한방울의힘이있다.시인은조그마하고보이지않아도또다른존재를일으켜세우고숨쉬게하는것들의힘에대해이야기한다.물방울이며공기뿐만아니라,뱀과바닷게에게도세상을위해나름대로할일이있다.시인은섬세한눈으로그들에게관심을기울이고제값을받게한다.그들이지구를떠받치는힘이라는것을드러낸다.이모든것들이내어주는밥과힘으로아이들은자란다.작다고기죽지않고가을이면야무지게튀어나오는쥐눈이콩과어떤열매를맺을까골똘히생각하는자두나무의힘을아이들은닮았다.
땅을뚫고나오는
조그만
씨앗의힘
시들어가는들녘의곡식들을
푸르게일으켜세우는
조그만
물방울의힘
개구리도황소도
불룩불룩숨쉬게하는
조그만
공기의힘
「지구의힘」부분
쥐눈이콩알만한게까분다고
나를무시하지만
햇빛을봐
빗방울을봐
쥐눈이콩작다고
무시하는거봤어
업신여기는거봤어
쥐눈이콩을봐
작다고
기죽는거봤어
풀죽는거봤어
야무지게여물어
가을이면보라는듯이
톡톡튀어나오는쥐눈이콩
그게바로나야!
「쥐눈이콩」전문

어머니가내밥그릇에밥을담아주듯이,세상의밥그릇에는누군가가밥을담아줍니다.나비나꿀벌들에게꽃을내어주는민들레꽃이나해바라기꽃도영락없는밥그릇입니다.세상에는밥그릇이아닌게없습니다.하지만그것은한번도제값을받아본적이없습니다.‘우리모두를먹여살리는밥그릇’인데도말입니다.이준관시인은이와같이다른이들이놓쳐버린작은것을찾아알려줍니다.세상으로부터떨어져놓인것들의상처를포근히다독거려줍니다.이것이이준관시인의시가지닌힘입니다._최명표(아동문학평론가)
김정은화가는정감있는골목골목의풍경과쥐눈이콩처럼딴딴하고당찬아이들의모습을밝고따스한색채로담아냈다.가만히보고있으면,도란도란말소리가남실거리며흘러나와독자들을어느즐거운골목길동네로끌어들이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