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하이퍼텍스트, 하이퍼미디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예학)

텍스트, 하이퍼텍스트, 하이퍼미디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예학)

$12.29
Description
하이퍼픽션, 디지털 포엠, 하이퍼필름…… 디지털 세상에서 하이브리드화되어 분화하는 새로운 형식들! 디지털 문학은 문학의 진화인가, 새로운 예술인가? 1987년 최초의 하이퍼픽션인 마이클 조이스의 『오후, 이야기』에서부터 최근 텍스트 기반의 디지털 포엠으로 주목받는 한국의 세계적인 넷아티스트 '장영혜중공업', 문자빗방울들로 가상과 현실이 뒤섞이는 혼합현실을 구현하는 우터백/아키튜브의 「텍스트 레인」까지, 기술 발달과 더불어 다양한 실험과 미학적 전략을 선보여온 디지털 문학에 대한 회고와 전망을 보여준다.
저자

유현주

저자유현주는연세대학교독문과를졸업하고독일훔볼트대학에서디지털문학의미학적가능성에대한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주요연구분야는매체이론과문화이론,독일현대문학이며,특히상호매체이론과독일및한국문학의비교연구에관심을기울이고있다.현재연세대학교독문과교수로재직중이다.지은책으로『하이퍼텍스트,디지털문학의키워드』가있고,옮긴책으로『보이지않는것의경제학』『예술,매개,미학』(공역)등이있다.

목차

000프롤로그:디지털문학의짧은역사
001매체전환기의문학:디지털문학과하이퍼텍스트

1부회고:텍스트에서하이퍼텍스트로
010상호텍스트성:문학은언제나상상력이다
011상호작용성:독자는얼마나능동적인가?
*부설:디지털매체시대의신문문예란

2부전망:하이퍼텍스트에서하이퍼미디어로
100상호매체성:디지털포엠과문학의다매체화
101가상현실,증강현실,혼합현실:가상은잠재적인현실이다

111에필로그:계속되는사이공간의미학

출판사 서평

텍스트에서하이퍼텍스트로,
그리고텍스트가사라져가는하이퍼미디어로!


가상과현실,문학과예술의경계를뛰어넘어미지의영역으로나아가는
우리시대의아방가르드‘디지털문학’.
가상현실의표면위에완벽한환상을구현할것인가,
가상과현실사이의틈을벌려성찰의빈공간을마련할것인가?

오스트리아의넷아트그룹‘차이트게노센’의시청각적디지털포엠DigitalPoem「야투」(2001).처음에는위와같이완벽한별모양이었다가,독서가진행됨에따라아래의만화경처럼부서진다.

디지털아티스트우터벡/아키튜브의디지털포엠「텍스트레인」(1999).방문자의실루엣을따라문자빗방울이모이며,이문자들을통해단어나문장을인식한다.

【내용】

디지털시대의새로운문예학


#장면하나:2017년새해벽두,세계적인미디어아트그룹‘장영혜중공업’(장영혜,마크보주)의전시가아트선재센터에서열리고있다.전시장외벽에는‘삼성의뜻은죽음을말하는것이다’‘머리를검게물들이는정치인들­­무엇을감추나’라고쓰인대형현수막이걸렸다.이들문구는이번전시에출품한작품제목이기도하다.오직텍스트(문자)와음악으로만작품을만드는장영혜중공업은이미홈페이지에공개한플래시포엠작품<삼성>에서압도적인문자의흐름으로삼성이라는대기업과자본에예속된우리의자화상을풍자한바있다.(www.yhchang.com)

#장면둘:우터벡/아키튜브가1999년에발표한「텍스트레인TextRain」(1999)은증강현실을선구적으로활용한디지털포엠이다.방문자의모습이실시간으로모니터위의흑백화면에영사되고,그화면위로색색의문자가방문자실루엣의머리와어깨위로떨어진다.이문자빗방울들은수용자의움직임에반응하고,수용자는화면위자신의실루엣을따라잠시움직임이둔해지는알파벳들을통해단어나문장을인식한다.(camilleutterback.com)

20세기후반디지털문학은화려하게등장했다.몇개의링크를통해독자가이야기의향방을선택하게한첫작품『오후,이야기』(1987)이후하이퍼픽션Hyperfiction은“미래의문학”이라칭송받았고,문학을넘어예술과사회전반의새로운변화를상징하는장르로떠올랐다.그러나기대가너무높았던것일까?잔뜩부풀려진이론적기대를충족하는결과물을제대로보여주지못한디지털문학은빠르게대중의관심에서멀어졌다.그럼에도급격한기술진보와매체환경변화속에서실험은계속되었고상호텍스트성,상호작용성,상호매체성등을중심으로한다양한미학적전략이활용되면서디지털문학은점차문학과예술의경계를뛰어넘어미디어아트로나아간다.현재문학과예술의확고한정체성과권위에가장격렬하게도전하고있는장르는바로디지털문학과미디어아트다.
독일에서매체이론과디지털문학의미학을전공한저자유현주(연세대독문과교수)는이책에서불과30년의기간동안극적인변화를겪은디지털문학의역사를회고하고,첨단테크놀로지에기반을둔소셜네트워크사회에서디지털문학의미래를전망한다.그런데이러한전망은곧바로디지털시대의생산자(창작자)/소비자(수용자)관계에대한성찰로이어진다.하이퍼텍스트/하이퍼미디어에기반을둔문학에서드러나는미학적특징들은전자네트워크시대의예술적,사회적현상들에도적용될수있기때문이다.페이스북이나트위터,인스타그램의사용자는과연1인미디어를실현하는창조적생산자인가,아니면상업적으로완성된프로그램의단순한소비자일뿐인가?
‘저자의죽음’이니‘수용자의생산자적전환’이니하는속설과달리,디지털문학에서작가는더욱강력한권력을행사한다.작가는이제프로그래머혹은프로젝트지휘자로서독자의연상에까지영향을미칠수있다.특히하이퍼미디어를통해완성하여제공되는가상세계는언제나정교한조작의위험을내포하며,가상현실에빠져들어가상과현실을구분하지못하는‘자아의흡수’현상이일어날수있다.
이러한국면에서중요하게부각되는미학적전략이숨겨진매체성을들추어내는‘사이공간’의발견이다.하이퍼미디어공간의깊은바다속에잠길지라도그사이로성찰가능한틈새를발견하는일은미학적으로매우중요하다.디지털시대새로운문예학의관건은현실과가상의경계를드러내고,그‘사이’의틈을보여주는것,상호매체적환경에서‘대상을성찰할수있는공간’을확보하는것이다.

하이퍼텍스트문학의대표작가인베르켄헤거의하이퍼픽션
『도와줘!네개의목구멍으로부터의하이퍼텍스트』(1999)중한장면의스크린샷.네개의팝업창은등장인물네명의속마음을각각대변하고있다.

하이퍼픽션을이미지와소리로가득찬‘온라인뮤지컬’로기획한프랑크클뢰트겐의『끝없는사랑』중한장면.하이퍼픽션에서도텍스트보다이미지가강화되고있음을확인할수있다.

니콜라이포겔의<세계문학의독서가능성>(2002?4)은기존디지털문학의어떤장르로도분류하기어렵다.텍스트들은“세계문학의경전”에서인용한것으로,독자는독서가진행될수록독서가불가능해지는상황에처한다.

디지털문학의역사와미학

디지털문학이란?
디지털문학은단순히‘디지털화된문학’이아니며,생산과재현,수용조건이‘디지털매체를떠나서는가능하지않은문학’을말한다.간단히말해,종이에다시인쇄될수없는문학이다.이러한문학을실현하기위해서는무엇보다도하이퍼텍스트혹은하이퍼미디어라는기술적프레임이전제되어야한다.

한국은디지털문학의불모지나다름없다.작품자체도적을뿐아니라이론적연구도빈약하다.한때후기구조주의담론에기대추상적으로논의된바있으나,디지털문학이종이책문학과어떻게다르고여기서파생되는근본적인미학적변화는무엇인지구체적으로다루어지지않았다.최근소셜네트워크의부상으로고조된새로운매체에대한전사회적관심도기술과활용측면에만집중되어있으며,진지한이론적성찰은1990년대이래로답보상태에머물러있다.이책은2000년대들어서도꾸준히이어진새로운매체에대한비판적논의를바탕으로,디지털문학의변천사와그미학적관점들을체계적으로재구성하여디지털문학에대한가장현재적인논의를보여준다.
여기서흥미로운점은디지털문학을설명하는주요한미학적개념들이1990년대디지털테크놀로지의본격적인등장이전에이미형성되었다는사실이다.가령상호텍스트(쥘리아크리스테바),상호작용(조지프릭라이더),상호매체(더크히긴스)등의개념,그리고심지어하이퍼텍스트(테드넬슨)와가상현실(이반서덜랜드)에대한개념정의도모두1960년대에나왔다.디지털문학의위대한순간을담고있던씨앗은1960년대서구사회에충만하던사회혁신과자유의물결속에잉태되었던것이다.

제1기:상호텍스트성―하나의매듭에서복수의결론으로뻗어나가는하이퍼픽션
새로이등장한매체환경에서문학실험이활발하게이루어진이시기(1980년대후반~1990년대중반)에는“책의죽음”이회자되고,우리모두가“구텐베르크은하계의끝”을함께목도하는관찰자라는선언도이루어졌다.이시기의대표적디지털문학형식은하이퍼픽션이다.한때‘미래의문학’이라불린하이퍼픽션은완결된단편소설형식으로,하이퍼텍스트의링크기능을사용하여서사에여러갈래를둔구조를가지고있었다.기존소설이단하나의줄거리로이어져나가는선형적구조라면,하이퍼픽션은하나의매듭에서복수의결론으로뻗어나가는‘다선형성’을보인다.독자에게이야기의향방에대한선택권을주었던것이다.
이시기디지털문학을설명하는핵심적인미학개념은‘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이다.하이퍼텍스트의링크기능은마치지금까지문예학에서이야기되던,눈에보이지않던‘가상’의상호텍스트성이기술의도움을받아‘현실’로나타난것만같았다.그러나하이퍼픽션의링크는독자와관계없이작가에의해주어진것이기에,독자는결코작가가설정해놓은경우의수이상을경험하거나만들어낼수없었다.게다가텍스트중심의산문장르에머물렀던하이퍼픽션은당시빠르게진행된전자네트워크의멀티미디어화흐름속에서폭넓은독자층확보에실패했다.

제2기:상호작용성―독자가능동적으로쓰기에참여하는공동창작프로젝트
1990년대후반에서2000년대중반까지새롭게각광받은하이퍼텍스트의기능은링크를통한상호소통이다.이시기하이퍼픽션을대신하여디지털문학의총아로떠오른것은‘공동창작’이라는네트워크프로젝트이며,이때부상한미학적개념이‘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이다.여기서핵심은수용자의직접적참여,즉단순히이야기의전개방향을정하는데그치지않고직접‘글쓰기’에참여하는것이다.
공동창작프로젝트는하이퍼텍스트시스템을통해수용자들이실시간으로상호작용하는문학커뮤니케이션의새로운가능성을보여주었다.그렇지만이렇게해서만들어진작품의질적수준은기대에미치지못했고자연히독자들의관심에서멀어졌다.또한‘상호작용성’자체에대해서도‘우리는정말그렇게능동적이고싶은가?’라는의문이제기되었다.하이퍼픽션이나공동창작프로젝트에서끊임없이마주치게되는선택이나기입의요구는많은경우참여자를지치게하여진행의욕을떨어뜨리는결과를낳았다.초기디지털문화담론에서즐겨이야기하던‘저자의죽음’도,‘독자의작가전환’도실제로는일어나지않았다.무조건적상호작용성이참여자의즐거움을보장하며작품의미학적가치도제고할것이라는기대는사라져갔다.

제3기:상호매체성―한작품안에서서로다른매체가융합하고분열하며경쟁하는디지털포엠
2000년대중후반이후전자네트워크의플랫폼이전면적으로변화했다.인터넷접속의가장큰통로였던퍼스널컴퓨터와웹이후퇴하고,스마트폰과태블릿등휴대하기편한소형모바일기기들이약진했다.인간과기계가만나는인터페이스인화면도이전보다더작아졌다.이제네트워크화된가상세계는이미지와동영상의물결로뒤덮였고,새로이등장한디지털작품들은문학의상위개념인‘디지털예술’에더가까이수렴되고있다.
이시기의특징을요약하는미학적개념은‘상호매체성Intermediality’이다.링크로연결된하이퍼텍스트보다는다매체적인‘하이퍼미디어’가디지털예술을규정하는기술적조건으로새로이자리매김한다.한작품안에서서로다른매체가융합하고분열하며경쟁하는‘상호매체성’의대표적인문학형식은‘디지털포엠’이다.스스로를‘아방가르드적모던의계승자’로칭하며전통미학과의연계성을강조하는디지털포엠은공동창작프로젝트에서보았던‘적극적참여를통한독자의능동성’에매달리지않는다.오히려하이퍼미디어로구현할수있는가장현재적인미학을실험적기법으로보여주는데주력한다.상호작용성은생산이나창작의측면보다는유희적성격으로전환한다.작품의수용방식도달라져,더이상컴퓨터를마주하고앉아‘선택하고’‘읽고’‘쓰는’데머물지않는다.디지털포엠의무대는전시장이나극장무대,도심의건물외벽등으로확장되었으며,독자가직접몸으로작품과상호작용하는단계에이르렀다.

매체성찰이가능한순간:‘사이공간’의미학

아날로그기술매체가처음출현한최초의격동기를살았던독일작가브레히트는“경계를드러내고,틈을보이며,계속해서무너지는작품”만이오래유지되는작품일것이라고노래했다.이러한작품만이수용자를능동적으로전환시킬수있다는것이다.마찬가지로디지털매체에서도이제점점불분명해지는현실과가상의경계를드러내고,그‘사이’의틈을보여주는작품들이독자의성찰을촉발할것이다.(136쪽)

디지털문학은점점문학과예술,가상과현실이더이상뚜렷하게구분되지않는디지털예술로진화하고있다.첨단테크놀로지와전자네트워크가구축하는가상세계,가상현실의위험성은현실의축소,현실의해체에있다.보드리야르의예견처럼우리의현실은하이퍼리얼리티속으로사라지는것인가?새로운매체가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