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에 이르다 (정영문 소설 | 양장본 Hardcover)

오리무중에 이르다 (정영문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3.50
Description
2012년 장편소설 『어떤 작위의 세계』로 한무숙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잇따라 수상하며, 문학상 최초 그랜드슬램 달성으로 큰 화제를 모은 정영문의 신작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목신의 어떤 오후』 이후 9년 만에 펴내는 이번 소설집에는 2012년부터 2016년 사이에 발표한 중단편소설 4편이 실려 있어, 시간의 흐름에 따른 그의 소설세계의 변화를 짚어볼 수 있게 해준다. 특히 「개의 귀」와 「유형지 ×에서」는 기존 발표작에 크게 살을 덧대어 중편으로 완성시킨 작품으로, 정영문 특유의, ‘별것 아닌 것들을 사건화시키는 능력’의 최대치를 보여준다.
저자

정영문

저자정영문은1965년경남함양에서태어나서울대심리학과를졸업했다.1996년『작가세계』에장편소설『겨우존재하는인간』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검은이야기사슬』『나를두둔하는악마에대한불온한이야기』『더없이어렴풋한일요일』『꿈』『목신의어떤오후』,중편소설『하품』『중얼거리다』,장편소설『핏기없는독백』『달에홀린광대』『바셀린붓다』『어떤작위의세계』등이있다.동인문학상,대산문학상,한무숙문학상,동서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개의귀ㆍ007
유형지X에서ㆍ111
어떤불능상태ㆍ209
오리무중에이르다ㆍ267

출판사 서평

“이세계에반드시일어나야하는일같은것은없었다.”
동인문학상,대산문학상수상작가정영문9년만의신작소설집

더이상어디로도갈수없는세상의끝,
무엇에대해서도할말이없다는것을말하는말하기의끝,
아무일도일어나지않는,쓰는것이불가능한소설의끝


잘알려져있는대로,정영문소설속인물은끊임없이‘중얼거린다’.낯선타국에가거나사나운개에게물리는상황이펼쳐졌을때우리가흔히기대하는어떤것들이정영문소설에서는전혀일어나지않는다.극적인사건과맞닥뜨리든그렇지않든중요한것은,그상황을서술하는인물의정교한중얼거림이다.이처럼그가단순히한두문장이아닌,작품거의대부분을차지하는만연체문장을통해인물의생각을차곡차곡쌓아나가는이유는무엇일까?그건정영문이생각하는‘진부함’의정체와관련이있는듯보인다.

수백가지정도의감정과행위와동작들을지나치게거듭해서사용한것같았고,때로는아주단순한동작,가령얼굴을일그러뜨리는것과같은것이너무도진부하게여겨져,거의동작의화석처럼여겨져그단순한동작조차도하기가어려운경우도있었고,어쩌다내뱉는탄식이탄식의부스러기를내뱉는것같은때도있었다.(…)내가잠을이루지못하는데에는잠이라는너무도반복된진부한행위에대한거부도작용하고있을수도있는것같았다._「개의귀」중에서

다시말해,어떤감정과행위와동작들을묘사하기위해동원되는표현들이란이미그자체로너무나진부한나열에불과한것이아닐까?소설가의작업중하나가진부함의더께를벗겨내는것이라할때,어쩔수없이마주하게되는이진부함의고리를어떻게끊어낼수있을까?정영문에게있어‘생각’은,수백가지정도로한정되는감정과행위와동작들에비해좀더복잡함과풍부함을지니는것이아닐까?때문에아무일도일어나지않는,생각만으로이루어진소설을쓰려는것은,진부하지않은유일한것이‘생각’이라는데서기인하는것이아닐까?

한편소설에작가개인의삶이녹아들어있는것은놀라운일이아니지만,정영문의이번소설집에서그연관성은한층두드러진다.자신의낭독회에아무도찾아오지않기를바랄때(「개의귀」),자살로생을마감할가능성이농후한작가들의작품만을번역하겠다고말할때(「유형지×에서」),우리는소설속화자와작가정영문을겹쳐놓으며,여러겹으로둘러싸인이야기의자장안에놓이는경험을하게된다.
『오리무중에이르다』를읽으며우리는,“마치영영잘못된방향으로가는길을찾고있는사람”처럼,중층으로이루어진이야기의미로안에서잘못된목적지를향해,그러나끊임없이걸어가는사람의뒤를따라가는어지럽고매혹적인산책을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