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시인의 한글 연구

천재 시인의 한글 연구

$10.98
저자

경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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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1부|동동동굴러서댕댕댕나오지
새싹하나가나기까지는12
텃밭14
고라니발자국16
뒤집기17
넘어진자전거18
수학괴물20
누가회장이되었을까?22
돌멩이24
알28
두기린29

제2부|올챙이할아버지를보았어
믿을수있겠어?32
개구리34
억울한생쥐36
함박눈44
변비45
도시에이사오는새들을위한안내서46
잡초50
해바라기51
지퍼52
천재작가53

제3부|놀다보면자꾸만
정말이야56
괜찮다57
위대한장사꾼58
어떤말60
오늘성적표가한일62
도미노63
놀다보면64
꼬리66
가만히있는것이아니야67
소소의하루68

제4부|어이쿠비님오시네
귤80
그럼어디서?82
미안해서83
하느님의직업84
경운기85
할머니의비님86
1학년할머니88
밤송이89
봄눈90
자연스러운일92

해설|이안96

출판사 서평

2005년전북일보신춘문예를통해등단한시인이자,초등학교에서아이들과함께살아가는교사인경종호시인의첫동시집이출간되었다.5년전부터경종호시인이모으고버리고쓰고다듬은40편의동시가담겼다.아이들이걷게될걸음걸음마다격려와박수를보내고싶은시인의마음이편편에걸려있다.

“그아이가열두살되던해,나는처음동시를쓰기시작했다”
읽을거리라고는교과서밖에없었기에새교과서를받으면일주일만에읽고,심지어형과누나의교과서까지읽어버렸던초등학생어린이.중학교에입학해서야도서관을알게되고,책중에는소설책도있고동화책도있고시집도있다는것도알게되어수업시간에도선생님몰래책을읽던청소년.시를써서크고작은대학문학상을하나씩차지해나가던대학생시절을거치고,하루하루아이들과어울려지내는교사가되었다.늘아이들과함께하던그가사십을훌쩍넘기고오십을바라보는나이에비로소동시를쓰기시작했다.그첫행에는열두살이던딸이있었다.

“그아이가열두살되던해,나는처음동시를쓰기시작했다.함께하진못했으나함께하고싶었던순간,순간들을동시속에서나마꿈꾸곤했다.이동시집은그런꿈들이모인책이다.”
_
<책머리에>
중에서



딸이지나왔을시간들을떠올리고상상하며,딸에대한바람과애정을고백한것이경종호시인의첫동시집이다.열두살딸은시인에게동시를쓰게했고,동시는시인의아픔을달래주었다.삶이버거워지거나무언가사무치게그리울때,슬픔에절절절여질때,오래된상처가자꾸만돋아나서더는아픔을견디기힘들때,경종호시인은시를찾곤했다고한다.동시속에서는사랑을참거나감추지않아도되었다.그래서더이상아프지않게되었다.




“방금네가발로툭찼던그돌멩이가”

사랑에서비롯된시인의눈길은섬세하기만하다.봄날아직이름도없는새싹하나가무사히싹을틔우기까지의많고많은조력자들을하나하나짚어보기도하고,발길에툭채인돌멩이하나의역사를수천년전부터훑어오기도하고,산길에떨어진알맹이빠진밤송이에서돌아가신아버지의틀니빠진웃음을떠올리기도한다.



어느석상의복숭아뼈였는지도몰라

물속송사리의보금자리였을수도있고

생쥐가낮잠잘때베던베개인지도몰라



(중략)



어쩌면네가태어나기전,은하계에서날아온별조각일수도있어

그러다어느집돌담,울타리가되어주기도하고

소원탑,어느할머니가소원을빌며올렸던그돌멩일수도있지



방금네가

어,친구왔네하면서

발로툭찼던그돌멩이가

-
<돌멩이>
부분



하잘것없고,하잘것없고,하잘것없어보이는존재에서도시인은신성을찾아내서들려준다.그리고그것의이름을하나씩불러주고,묵묵히지켜보고,세세하게기억하며,말없이손내밀어준다.동시를쓰며시인자신이위로받은만큼,그의동시를읽는아이들,아이를가슴에품고있는어른들까지큰품으로안아들인다.



나비한마리방안으로들어왔다.



꽃한송이없는방,거울이



얼른창밖백일홍을비춰준다.

―「미안해서」전문




“애들이나놀게혀”

학교에출근을하면경종호는또딸과아들들을만난다.그아이들은숙제로내준일기쓰기를귀찮아하며한줄짜리두줄짜리동시로대신하는꾀를냈고,그글의맞춤법과문장구조는엄청난상상력을발휘해야해석이가능했지만,경종호시인은아이들의글을보는것이좋았다.이아이들처럼세상을자유롭게바라보지못할거라며,멋진상상을할수없을거라며어른경종호의자신감을떨어뜨린적도많았지만,어쨌거나즐거웠고그의동시에밑거름이되었음은부정할수없다.



밥11공기국7그릇김치1포기물12컵라면3개컵라면1개핫바3개삼겹살2인분계란7개복숭아3개포도2송이아이스크림4개내배속엔지금이모든것이들어있다.



무섭지!

_
<변비>
전문



아이들이직접쓴글이경종호동시의교사였기에그의동시는어른들은짐작하지못하는아이들의모습을천연덕스럽게그려낸다.그의동시는아이들에게들려주고싶은것이분명하지만,잘못을지적하거나정정해주거나야단치며교화하려는교사의모습을취하지는않는다.“그밭은그늘져서아무것도안커.애들이나놀게혀.”라는
<텃밭>
할머니의말은정작경종호시인이,아이들곁의어른들에게하고싶은말일것이다.“가까이에서지켜봐주면서도섣불리개입하지않는태도야말로경종호시인의교육철학이자그가생각하는동시와어린이독자사이의적정거리인것이다.”라고이안시인이말한것은그런까닭이다.




“놓고온아이의손을더듬어꼭잡고”

아이들의세계에도위험요소는넘치고아이들앞에펼쳐질세계는비정하기그지없다.
<새싹하나가나기까지는>
<도시에이사오는새들을위한안내서>
<수학괴물>
<오늘성적표가한일>
같은시에서보이듯이탄생의순간부터우여곡절속에서시작해파란만장하게살아가야할많은생명들을경종호시인은한눈으로,혹은곁눈질로만바라보지않지만,그렇다고무겁게만그려내지도않는다.능청스럽게눙치기도하고너스레를떨기도하고뻥을치기도하며유머를잃지않는다.그려그려,옳지잘한다며쓰다듬어주던할아버지혹은할머니의투박한손길이오래도록등허리에남듯,긴여운을우리에게남긴다.
<텃밭>
의할머니들처럼거친길을혹독하게이미지나왔기에어느때에나부드러울수있는진짜어른의여유로어린독자들을격려해주는마음이전해진다.



“경종호시인은온전한앎가까이,근원또는기원가까이어린이독자를데려가고자한다.어른이되느라아이적의것을놓아두고떠나왔으나그시절의빛을,놓고온아이의손을더듬어되찾아이제부터는손꼭잡고걸어가리라는마음으로.”_이안



동시를쓰는경종호에게는‘이렇게살게해준’가족이있었고,모든평범한일상의순간들을시로만들어주는아이들이있었고,깐깐한시인들이곁에서지켜보고있었다.그시인들은안이해지려는순간마다,정신이번쩍들게해주었다고한다.그래서그의다음동시는그의바람대로틀에얽매이지않기를,자유스러운상상을펼칠수있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