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랄프 로렌 (손보미 장편소설 | Dear Ralph Lauren)

디어 랄프 로렌 (손보미 장편소설 | Dear Ralph Lauren)

$13.50
Description
손보미식 평행우주가 지닌 어떤 다정함
젊은작가상 대상,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가 손보미의 첫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 2015년 여름부터 2016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를 통해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인생에서 크게 실패한 젊은 물리학도 종수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청첩장을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십 년 전 고등학생 시절과 현재를 오가는 기억의 활동을 통해, 어떤 기억은 오랜 시간 잠복해 있다 정확한 순간에 찾아와 우리를 비참 속에서 건져올리기도 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지 9년째가 되던 해, 종수는 대학원 지도교수에게서 빙빙 돌려 말했지만 대학원에서 나가달라는 의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탄탄대로를 걸어오던 28년 인생 최악의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 종수는 집으로 돌아와 술을 퍼마시며 방안을 헤집던 도중, 잠겨 있는 책상 서랍을 발견하게 된다. 망치를 내리쳐 서랍을 열자, 뜻밖에도 그 안에는 청첩장이 담겨 있었다. 받았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청첩장은 바로 수영이 보내온 것이었다. 18살 여름, 난데없이 찾아와 편지를 번역해달라던 바로 그 수영 말이다.

수영은 그때 이렇게 말했다. “영어로 편지를 한 통 써야 하는데 도와줄 수 있어? 넌 그냥 번역만 해주면 돼. 난 랄프 로렌에게 편지를 써야만 해. 시계를 만들어달라고 말이야.” 니트, 헤어슈슈, 향수 등 온갖 것을 만든 랄프 로렌은 어쩐 일인지 시계만은 만들지 않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랄프 로렌으로 걸치고 싶은’ 그녀는 랄프 로렌에게 시계를 만들어달라는 편지를 보낼 작정이다. 이런 방식으로 랄프 로렌이 시계를 만들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종수는 왠지 편지를 쓰고 싶어하는 그녀를 도와주고 싶다. 그런 마음도 사랑일 수 있을까. 수영의 청첩장을 매개로 역동적인 기억의 활동이 펼쳐진다. 종수는 미국에 머무는 일 년 동안, 랄프 로렌이 시계를 만들지 않은 이유를 찾아나서게 되는데….
랄프 로렌에서 쏘아올려진 기억의 활동은 여러 사람을 통과하며 생동하는 이야기가 되어간다. 개별적인 존재가 아닌, 단지 랄프 로렌과의 연결고리로만 여기고 있었던 각각의 이야기는 그렇게 어느 순간 그 자신만의 이야기가 되어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랄프 로렌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 나오는 어떤 내용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것과 일치하기도 하고 혹은 반대로 일치하지 않기도 한다. 서로 다른 우주를 살아가고 있지만 어떤 우연에 의해 잠깐 포개지기도 하는, 저자가 마련해둔 다정한 세계를 가만히 따라가보는 동안 우리는 우리가 살아오면서 만난 인물들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수상내역
- 2017 대산문학상 수상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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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손보미

저자손보미는1980년서울에서태어났다.2009년『21세기문학』신인상수상,2011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담요」가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첫소설집『그들에게린디합을』이있다.2012년젊은작가상대상,2013년젊은작가상,2014년젊은작가상,2015년젊은작가상,제46회한국일보문학상,제21회김준성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_007
아이스링크장에서피겨스케이팅중_016
노크_043
절대,찢지마시오.절대로,절대로_082
나의말이나의기억을불러온다_119
멈춤_149
무인지대_186
거짓말들_223
고양이도둑_248
세뇨리타,좋은일이생길겁니다_275
죽은사람들_309
디어랄프로렌-에필로그를대신하며_343

작가의말_353

출판사 서평

젊은작가상대상,한국일보문학상수상작가
손보미첫장편소설

손보미의첫장편을기다린사람이나만은아닐것이다.
예상대로근사하고예상보다다정하다._정이현(소설가)


단한권의소설집『그들에게린디합을』(문학동네,2013)로“지나치게능숙해서가끔의심스럽다는비평가의불평을아무나들을수있는건아니다”(문학평론가신형철)라는평과함께문단과독자의전폭적인지지를받아온젊은작가의기수손보미의첫장편소설『디어랄프로렌』이출간되었다.「폭우」(제3회젊은작가상대상수상작),「산책」(제46회한국일보문학상수상작)등의작품을통해‘말로규정하지않고침묵으로환기하는’절묘한스타일과플롯에대한정교한감각의힘을유감없이보여주며빠르게자신만의소설문법을구축한손보미이기에,그가쌓아올릴장편의세계에대한기대가모아진것은당연한일이었다.
2015년여름부터2016년봄까지계간『문학동네』를통해연재된『디어랄프로렌』은인생에서크게실패한젊은물리학도가,까맣게잊고있었던청첩장을발견하면서시작된다.십년전고등학생시절과현재를오가는기억의활동을통해,어떤기억은오랜시간잠복해있다정확한순간에찾아와우리를비참속에서건져올리기도한다는것을이벅찬기억의서사는증명해보인다.

랄프로렌에게편지를보내고싶어하는
여자아이를도와주고싶은마음,
그런것도사랑일수있을까


미국에서유학생활을한지구년째가되던해,‘종수’는대학원지도교수에게서다음과같은말을듣게된다.“자네실력이나쁘다는게아니야.자네는잘했어.단지여기와는어울리지않는것뿐이야.”빙빙돌려말했지만,종수는그말이대학원에서나가달라는의미라는걸안다.탄탄대로를걸어오던이십팔년인생최악의상황과맞닥뜨리게된것이다.집으로돌아와술을퍼마시며방안을헤집던도중,종수는잠겨있는책상서랍을발견하게된다.망치를내리쳐서랍을열자,뜻밖에도그안에는청첩장이담겨있었다.

“디어종수,나는아주잘지내.곧결혼식을올릴거야.나는무척행복해.너도잘지내길바란다.”

받았다는사실조차까맣게잊고있었던그청첩장은바로‘수영’이보내온것이었다.열여덟살여름,난데없이찾아와편지를번역해달라던바로그수영말이다.수영은그때이렇게말했다.“영어로편지를한통써야하는데도와줄수있어?넌그냥번역만해주면돼.난랄프로렌에게편지를써야만해.시계를만들어달라고말이야.”니트,헤어슈슈,향수등온갖것을만든랄프로렌은어쩐일인지시계만은만들지않는다.‘머리부터발끝까지랄프로렌으로걸치고싶은’그녀는랄프로렌에게시계를만들어달라는편지를보낼작정이다.이런방식으로랄프로렌이시계를만들리없다는걸알면서도,종수는왠지편지를쓰고싶어하는그녀를도와주고싶다.그런마음도사랑일수있을까.

“디어,는다정하게여기는사람에게만
쓸수있는말인것처럼느껴져.
아주친밀하고따뜻해.”


그리고,수영의청첩장을매개로역동적인기억의활동이펼쳐진다.종수는미국에머무는일년동안,랄프로렌이시계를만들지않은이유를찾아나서게된다.랄프로렌과관련한자료를끊임없이찾아읽고,그의주변인물들을만나이야기를나눈다.구두닦이소년이었던랄프로렌을자신의집으로데려와아들처럼키웠던조셉프랭클,조셉프랭클의오랜이웃이었던백네살의할머니레이철잭슨,레이철잭슨을돌보는입주간호사섀넌헤이스등랄프로렌에서쏘아올려진기억의활동은여러사람을통과하며생동하는이야기가되어간다.개별적인존재가아닌,단지“랄프로렌과의연결고리로만여기고있었던”조셉프랭클,레이철잭슨,섀넌헤이스각각은그렇게어느순간그자신만의이야기를우리에게건넨다.
그러나그중어떤것도비밀을해결할결정적인열쇠가되어주지않는다.인형안에서또인형이나오는마트료시카처럼끊임없이새로운문을열어젖혀야하는것이다.텅빈그인형속처럼이모든일은그저“거대한시간낭비”일뿐일까.하지만‘시간낭비’처럼여겨지는그활동은『디어랄프로렌』이품고있는어떤비밀을우리에게언뜻보여주고있는듯하다.랄프로렌의여동생이남긴인터뷰,그의성취를기록한자서전,지인들이말하는그의모습을모두더한것이곧랄프로렌을대변하는게아니듯이,우리가어떤진실을알려고할때,그것과관련한모든사실들의총합그자체를진실이라고말할수없다는것을말이다.어떤진실은사실들의총합을초과하여,그것들사이로미끄러진다는것을말이다.수영과함께편지를썼던그해여름으로부터십년이지난뒤에야,그녀가말한‘디어’라는단어의의미를간신히알아차리게된종수처럼.

그리고『디어랄프로렌』이품고있는또하나의비밀.첫소설집『그들에게린디합을』을열고닫는두편의작품「담요」와「애드벌룬」이서로다른우주를살아가는동일인물의이야기인것처럼,『디어랄프로렌』에도‘손보미식평행우주론’이등장한다.이소설안에서랄프로렌은(우리가알고있는대로)‘실용적인패션,기성복의시대를연’미국의입지전적인디자이너임과동시에,(우리가전혀예상치못한방식으로)열한살에야반도주를하고뉴욕으로건너와구두를닦던어린시절을보낸인물이기도하다.랄프로렌뿐만아니라,『디어랄프로렌』에나오는어떤내용들은우리가살고있는세계의것과일치하기도하고혹은반대로일치하지않기도한다.그리고그건실제인물이나사건에국한하지않는다.굉장히좋은망원경을든채,“저멀리낯선행성의작은불빛을응시하고마침내그속에서그(혹은그녀)의얼굴-표정을발견하는”우주인처럼,이두개의세계를번갈아보며끊임없이그안의인물들을살피는손보미덕분에,우리는『디어랄프로렌』을읽으며우리가살아오면서만난인물들을떠올리기도할것이다.서로다른우주를살아가고있지만어떤우연에의해잠깐포개지기도하는것.그건손보미식평행우주가지닌어떤다정함이기도할것이다.
“이세상에,이우주에,내가머무는곳의문을두드리는사람은아무도없을거라는생각”이드는깜깜한방안에서,똑똑,하고문두드리는소리가시작된다.모든게부서졌다는절망에휩싸였을때들려오는노크소리.예상치못한순간손보미가마련해둔다정한세계에서우리가할일은,그소리에가만히귀를기울이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