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별』에이은새로운절창,『초록토끼를만났다』
송찬호시인의두번째동시집『초록토끼를만났다』가출간되었다.오래공들여내놓았던첫동시집『저녁별』이후다시금공들여모은46편의동시들이다.
2000년김수영문학상과동서문학상수상,2008년미당문학상수상,2009년대산문학상수상,2010년이상시문학상수상.시인으로이름이알려진송찬호는2011년첫동시집『저녁별』로동시문학사에도값진이름을남겼다.동시이면서시가되고시이면서동시가되어,시와동시의경계를넓혔다는평가를받으...
-『저녁별』에이은새로운절창,『초록토끼를만났다』
송찬호시인의두번째동시집『초록토끼를만났다』가출간되었다.오래공들여내놓았던첫동시집『저녁별』이후다시금공들여모은46편의동시들이다.
2000년김수영문학상과동서문학상수상,2008년미당문학상수상,2009년대산문학상수상,2010년이상시문학상수상.시인으로이름이알려진송찬호는2011년첫동시집『저녁별』로동시문학사에도값진이름을남겼다.동시이면서시가되고시이면서동시가되어,시와동시의경계를넓혔다는평가를받으며,‘어른독자,어린이독자구분없이누구에게나읽히고소통이가능해야한다’는시인의바람대로독자들의사랑을받았고,동시인들에게는명실공히동시공부하기가장좋은동시집이되었다.『저녁별』을두고,안도현시인은“한국현대동시집가운데가장많은절창이여기들어있다.”고했다.이제두근거리며송찬호시인의두번째동시집을기다렸던독자들앞에『초록토끼를만났다』를내놓는다.『저녁별』이후6년동안,한자한자고르고다듬어써낸새로운절창들이다.
-초록토끼를만나,숨겨두었던동화적상상력을펼쳐내다
『저녁별』이시와아이와자연의만남이었다면,『초록토끼를만났다』는천진난만하게펼쳐지는동화적상상력의세계이다.호박덩굴아랫길에서만난달팽이와인사하고,돌처럼단단하고맛이없어아무도따가지않던똘배나무를기억하고,비온다음날마당에나온두꺼비에게길을양보하던어린송찬호는숨겨두었던장난기를아낌없이꺼내놓는다.‘난늘이상하고신기한세상을기다렸’다며아무도모르게모험을떠나자고손짓한다.손짓은동시집의첫시「반딧불이」에서부터시작된다.돌멩이에노란칠을했더니,그돌멩이가생명력을얻어까만밤속으로요리조리날아다니며반짝이는세계로우리를이끈다.
독자들은이반딧불이의조그만빛을따라송찬호의동시들사이를자유로이날아다니며동화같은신기한세상을차례차례만날수있다.초록토끼만이아니라초록호랑이도만날수있고,안경을쓴돼지를만날수도있고,다리세개인의자가벌떡일어나씩씩하게걷는것도볼수있다.나의방귀와코딱지와내가자다가흘린침을진열해놓은가게에들어가볼수도있다.
지하비밀도시에구경갔다
사다리를타고땅아래로한참내려갔다
지하비밀도시에도착해
내이름인[이경수만모르는신기한물건들이있는가게]가
눈에띄어얼른들어갔다
가게안에진열된상품들은,
이경수의코딱지
이경수가자다가흘린침
이경수의방귀소리
목욕할때이경수의꼬추와엉덩이사진……
-「지하비밀도시」부분
아무도모르는세계이지만,바로나에게힘을주는것들의세계이다.『저녁별』이‘사금파리처럼반짝이는아이들의눈으로세상과사물을바라보는즐거움’이었다면,『초록토끼를만났다』는아이들안으로성큼성큼걸어들어가그려낸마음속풍경이다.
-초록토끼를만난비밀,나에게힘이된다
송찬호시인은이곳저곳에서마법의세계로들어가는문을찾아낸다.일단하나를찾게되면,조금유심히둘러보면곧잘찾을수있는문이다.자기가앵무새라고주장하는상자가있어그것을열어보기만해도되고,백년쯤된오래된선풍기앞에앉기만해도된다.선풍기바람을맞으면갑자기허연수염이나면서산신령이될수도있다.강건너에서날아온조약돌이반짝눈을깨우기도한다.물론초록색토끼를만나면가장좋다.
초록토끼를만났다
거짓말아니다
너한테만얘기하는건데
전에난초록호랑이도만난적있다니까
난늘이상하고
신기한세상을기다렸어
‘초록토끼를만났다’고
또박또박써본다
내비밀을기억해둬야하니까
그게나에게힘이되니까
-「초록토끼를만났다」전문
우리아이들에게는『초록토끼를만났다』가가장가까이있는마법의문이될것이다.
호기심많은까만눈동자와작고뾰족한부리를가진병아리들처럼,이세상의궁금한것을콕콕집어동시로옮겨쓰고싶다는송찬호시인은가장안전한모험의세계를아이들에게안겨준다.사납게다투기도하고,목청을뽐내며우렁차게울어대는어미닭의뒤를졸졸따라다니다가도여기저기눈돌리는병아리처럼,아이들은이동시집안에서자유롭게기이한모험을떠날수있을것이다.느티나무구멍에대고,“할아버지이ㅡ”하고부르기만하면,구슬,딱지,새끼손가락약속……소중한보물들을잘지키고있다며“오오냐ㅡ”하고대답해주는할아버지처럼,언제나곁에있으면서힘이되어줄것이다.
느티나무둥치속새가드나드는구멍
내주먹이쑤욱들어가는구멍
둥치속다른세상과연결되어있을것만같은구멍
내가거기다대고,
할아버지이?하고부르면
그깊고컴컴한구멍속에서
?그래,오오냐
종이딱지와구슬,쪽지편지,손거울,야구모자,보물지도,하모니카,미운오리새끼,철인28호,기차놀이,새끼손가락약속……
모두모두잘있어요?
?그래,오오냐
-「느티나무구멍」전문
-아이들의입에서노래가되고,마음속으로흘러들어가는동시
송찬호시인의동시를한번,두번,세번……읽을때마다매번다른의미의그물에독자들은걸려든다.군더더기하나없이간결하기이를데없는시어들로읽을때마다더깊고넓은의미를창조해내는그의동시는,‘시로서의동시’의전범이다.그리고특별한운율의미학으로세번,네번……자꾸만읽게된다.아이들입가에서노래가되어맴돈다.언제나송찬호의동시는그러했다.그러나무엇보다그의두번째동시집의동시들은아이들이마음에접신하기때문에‘시로서의동시’도넘어선다.
깊은밤엄마아빠가조용히
이야기나누는걸들었다
우리가옛날에도깨비였다는걸
지금
얘가알면
얼마나놀랄까
그때우리가,
금나와라뚝딱!은나와라뚝딱!해야할걸
꽃나와라뚝딱!나비나와라뚝딱!했다는걸알면
나는잠든척했다
우리집이가난한이유를알았다
-「도깨비가족」전문
-시의운율을시각적으로구현한그림
그림을그린안경미화가는동화『친애하는악몽도둑』『돌씹어먹는아이』에서강렬한구성과이야기에어울리는다양한기법으로인물의감정과서사의긴장감을효과적으로표현한그림을선보였었다.이번동시집에서역시시적운율을시각적으로도즐길수있는그림을구성해내는어려운작업에성공했고,놀라운해석력으로시의행간에숨겨진의미를살려냈다.시를만난그림이때로는시보다반걸음앞서독자의호기심을일으키고,독자들의감정에호흡을맞추고,더넓은의미로안내한다.